Journal Watch
가격인하 vs. 포인트 추가, 신뢰감 주는 길은 어딜까?
Based on “The Impact of an Item-Based Loyalty Program on Consumer Purchase Behavior” by Jie Zhang and Els Breugelmans (2012,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49 (Feb.) pp. 50-65)
왜 연구했나
소비자의 구매를 촉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은 산업의 종류에 관계없이 가장 핵심적인 마케팅 수단 중의 하나다. 기업들은 일시적 가격 인하, 추가 선물 증정, 1+1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학자들은 이를 마케팅 믹스의 필수 요소인 4P 중의 하나로 분류해 Promotion(판매촉진)이라는 이름으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시적인 판촉보다는 장기적인 고객관계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로열티 프로그램(예: 항공사의 마일리지 프로그램)들이 전통적인 판촉과 함께 사용돼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도구로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형태의 로열티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는 오늘날, ‘남들이 하니 나도 하자’는 식의 ‘미 투(me too)’ 전략은 경쟁 우위 확보보다는 마케팅 비용만 증가시킨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즉, 로열티 프로그램과 일시적 가격할인이라는 수단을 결합한 전통적인 판촉 정책이 고객의 구매를 증가시키고 고객과의 거래 관계를 유지시키는 데 얼마나 효율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들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품목별 로열티 프로그램(IBLP·Item-Based Loyalty Program)’이라는 판촉 형태가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와 실행 기업의 경영 성과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규명할 수 있는 이론과 모형을 개발하고 이를 실제 기업 사례를 통해 검증해 보고자 했다.
무엇을 연구했나
소매상이 실시하는 전통적인 로열티 프로그램은 구매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정률의 포인트(예: 구매액의 0.5%)를 적립해 주고 이 적립 포인트가 어느 점수 이상이 되면 향후 구매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IBLP란 이러한 기본 구조를 유지하되 보통 소매상에서 실시하는 판촉성 가격 할인을 포인트 부여라는 형태로 대치해 로열티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도를 증가시키고자 하는 정책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특정 상품에 대해 30% 가격 인하를 하는 대신 300점의 특별 포인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본 연구에서 저자들은 이러한 판촉 및 로열티 프로그램 정책의 전환이 가져오는 효과를 소비자들의 (1) 해당 소매상에 대한 방문율 (2) 방문 횟수당 구매액 (3) 해당 로열티 프로그램에 대한 가입률 (4) 경쟁 소매상의 판촉에 대한 민감도 등으로 나누어 검증했다. 이를 통해 IBLP로의 전환이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과 해당 소매상의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했다.
어떻게 연구했나
저자들은 0.5%의 적립률을 가진 전형적인 로열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던 유럽의 한 온라인 마트가 2005년 9월 실시한 정책적 전환에 주목했다. 2004년 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총 120주 동안 총 2104가구1)의 모든 구매 자료를 확보했고 해당 소매상의 SKU2)별 정규 가격, 가격 할인, 포인트 프로모션 등 마케팅 자료를 축적했다. 이를 통해 IBLP라는 새로운 정책의 실시가 소비자의 구매행동과 기업성과에 미친 영향을 측정할 수 있는 모형을 검증했다. 해당 자료를 활용해 소매상 방문 및 구매액에 대해서는 로짓 모형과 결합된 회귀 모형을, 로열티 프로그램 가입에 대해서는 비례위험 모형(Proportional Hazard Model)을 적용해 추정했고 소비자 간의 이질성을 고려하기 위해 유한혼합 모형(Finite Mixture Model)을 활용해 총 4개의 고객 집단에 대해 개별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또한 새로운 판촉정책 시행 전과 후의 공평한 비교를 위해 해당 소매상의 다른 형태의 판매촉진(예: 광고 등), 공급업자의 정책, 경쟁사의 판촉 등에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거나 추정 모형에 반영해 제대로 통제될 수 있도록 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이 논문의 발견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새로운 로열티 프로그램(IBLP)의 효과는 주로 소비자들의 소매상 방문율 증가에 의해 나타났다. IBLP 실시 이후 소비자들의 방문율은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나 평균 구매액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 IBLP 실시 후 소비자들은 같은 경제적 혜택의 가격 할인보다는 추가적인 포인트 부여라는 판촉 형태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또한 경쟁사의 판촉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IBLP는 고객들을 더 ‘잡아두는 (lock-in)’ 효과를 가져왔다.
● IBLP는 기존 고객의 이탈을 감소시키고 새로운 고객의 로열티 프로그램에 대한 가입률을 증가시켰으며 새롭게 가입한 고객들은 기존 고객들에 비해 더 큰 관성, 즉 포인트가 쌓일수록 더 구매하는 행태를 보였다. ● 시뮬레이션 결과 해당 소매상은 IBLP 실시로 인해 약간의 매출 증가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실시 전에 비해 다른 형태의 판촉 빈도가 줄었음에 기인한 것으로 만약 조건이 같았더라면 좀 더 유의미한 매출 증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의 교훈은 잦은 가격 할인이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를 상승시키고 브랜드 가치를 하락시켜 마케팅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많은 연구결과가 뒷받침하고 있는 업계의 상식이다. 전통적인 로열티 프로그램의 효과가 의심되고 있는 이때 가격할인 대신 로열티 프로그램의 포인트를 활용하는 판촉이 정책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즉시적인 현금 할인에 비해 혜택이 미뤄지는 판촉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어느 정도 클 것인지는 산업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므로 그 유효성에 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본 연구의 결과와 같이 소비자들이 판촉에 더 집중하고 민감해 진다는 사실은 자칫 나의 손을 벨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즉, 판촉의 빈도가 줄어들 경우 자칫 매출 하락과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적의 판촉 빈도나 수준에 대한 검토가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1) 새로운 정책 실행 당시 이 중 1429가구는 로열티 프로그램 가입자였고 나머지는 미가입자였다. 2) Stock Keeping Unit의 약자로 상품의 최소 관리 단위를 말한다. 유시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shijinyoo@korea.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미국 UCLA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싱가포르 Singapore Management University에서 조교수를 지냈다. Based on “The power of momentum: A new model of dynamic relationships between job satisfaction change and turnover intentions” by Chen, G., Ployhart, R. E., Thomas, H. C., Anderson, N., & Blise, P. D.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2011년 vol. 54, no. 1: 159-181) 왜 연구했나 인재전쟁(war for talent)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은 역량 있는 인재의 확보와 유지에 부심하고 있다. 여러 컨설팅 기업들이 핵심인재 확보와 관리를 위한 처방을 내놓고 있으며 경영진은 직원들의 긍정적인 직무태도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인재들의 이직은 계속되고 있다. ‘일하고 싶은 직장(GWP)’ 평가에서 지난 6년간 세 번이나 1위를 차지할 만큼 완벽한 근무조건을 자랑하는 구글(Google)조차도 COO였던 셰릴 샌드버그(S. Sandberg)를 비롯한 많은 인재를 페이스북(Facebook)에 내줬다. 삼성전자, NHN 같은 국내 유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환상적인 근무조건과 처우로 높은 직무만족을 보이던 직원들이 왜 직장을 떠나는가? 무엇을 연구했나 메릴랜드대의 첸(G. Chen) 교수 연구팀은 일정 시점의 직무만족 수준이 아니라 변화양상이 문제라는 점에 주목한다. 직원이 경험하는 직무만족은 친한 동료의 이직이나 담당 업무의 변동과 같은 상황에 따라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절대적인 수준은 여전히 높더라도 직무만족이 과거에 비해 하락한다면 이것이 이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무만족도를 5점으로 측정했을 때 4점의 만족도를 보이는 A와 B, 두 명의 직원이 있다. 두 사람의 현재 만족도는 똑같이 4점이지만 A는 5점에서 4점으로 하락했고, B는 3점에서 4점으로 상승했다. 이때 A는 비록 직무만족의 절대수준은 높더라도 만족의 감소를 경험하게 되면 이러한 추세가 향후에도 계속되고 자신이 이를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돼 결국 이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직무만족의 절대수준이 높더라도 하향 추세에 있는 직원이 만족수준은 낮아도 상승추세에 있는 직원보다 이직행동과 더 관련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아울러 직무만족의 변화가 향후의 직무특성, 경력기회, 동료관계 등에 관한 직무기대(work expectation)에 영향을 주고 이것이 다시 이직에 영향을 미치는 매개관계인지를 검증했다. 이러한 효과가 신입자보다는 조직의 상황과 직무역할을 명확히 알고 있는 기존 직원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지 살펴봤다. 어떻게 연구했나 연구팀은 첫 번째 연구에서 군(미군, 영국군)과 민간 컨설팅 기업 등 3개 조직을 대상으로 3회에 걸쳐 직무만족과 이직의도를 측정하고 이것이 실제 이직으로 연결되는지를 조사했다. 이 방식은 직무만족과 이직의도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시간순으로 3회를 측정했지만 양자를 같은 시점에서 측정했으므로 이직의도가 직무만족에 반대로 영향을 줬을 가능성(역인과성·reverse causality)을 배제할 수 없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이직의도를 네 번째 시점에서 측정함으로써 1회부터 3회까지 측정된 직무만족의 변화가 이직의도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지를 정확하게 알아봤다. 응답자는 85명의 야간 MBA 학생이었으며 자신이 다니는 직장과 직무에 대해 2주 간격으로 총 4회에 걸쳐 직무만족, 이직의도, 자신의 직무가 향후 더 나아질지, 아니면 악화될지에 대한 기대(직무기대)를 측정했다. 아울러 응답결과가 근속년수(tenure)에 의해 어떻게 달라지는지 조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연구결과, 3개 조직 모두에서 직무만족 수준이 일정할 때 직무만족의 변화는 이직의도의 변화에 유의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이직의도의 변화는 실제 이직으로 연결됐다. 즉,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만족의 정도가 아니라 변화의 정도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어서 보다 엄격한 연구설계를 취한 두 번째 연구에서도 직무만족의 평균수준은 이직의도의 변화와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3회에 걸쳐 측정된 직무만족의 변화는 이직의도의 변화에 영향을 줬다. 즉, 직무만족이 감소하면 이직의도는 증가했고 그 역도 마찬가지 결과를 보였다. 직무만족의 이러한 영향은 결국 자신의 직무상황이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직무기대에 의한 효과라는 점이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효과는 근속년수가 낮은 직원보다는 높은 직원들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결국 연구팀은 직무만족의 가파른 변화가 이직의도의 변화를 초래하며 이것이 실제 이직으로 이어진다는 연관관계를 명확히 보여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2011년 대한상의 조사결과를 보면 국내 직장인 중 이직을 준비 중인 사람이 18%, 이직절차를 진행 중인 사람이 24%에 달한다고 한다. 조직은 이직으로 말미암아 이직자가 받던 보상의 수배에 달하는 손실을 입는다. 따라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직원들의 직무만족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결과는 한 시점에서의 직무만족 수준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익(gain)보다는 손실(loss)에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한다. 그러므로 직무만족의 증가보다는 감소가 이직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사람들의 인지적 경향을 고려할 때 초기의 직무만족은 향후의 직무만족을 해석하는 준거점이 되며 과거의 직무만족에서 더 멀리 벗어남을 느낄수록 자신의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기업과 관리자가 주시해야 할 것은 직무만족이 감소하는 변화의 모멘텀(momentum)이다. 이런 점에서 외부기관의 도움을 받는 전사적인 일회성 직원만족도 조사보다는 부서 수준의 간단한 만족도 측정을 정기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직원들의 향후 행동을 예측하는 데 훨씬 유용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현재의 직무만족 수준이 낮더라도 그것이 상승추세에 있는 직원은 향후 직무기대를 높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조직에 잔류하게 될 것이다. 한편 본 연구에서 밝혀진 변화의 효과가 근속년수가 많은 직원에서 더 뚜렷하다는 것은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은 채용단계에서는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좋은 처우와 경력개발 기회, 양호한 근무조건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채용된 후 기존 직원들에게는 그만한 투자를 하는 데 인색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와 인사부서는 이미 한 식구가 된 직원들에게도 끊임없이 ‘재리쿠르팅(re-recruiting)’ 노력을 기울인다. 이것은 당신이 우리 회사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이고 함께 일하고 싶은 훌륭한 동료인지, 그리고 다른 누구도 당신을 대신할 수 없다는 확신을 기존 직원에게 심어주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일상적인 리쿠르팅 노력과 일관성 있는 관리, 공정한 보상 등이 지속될 때 직원들의 직무만족 수준은 유지되거나 상승할 것이다. 직무만족은 직원의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바이탈 사인(vital sign) 중 하나이다. 능력 있는 의사라면 환자의 바이탈 사인이 변화하는 것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크고 작은 선거 때마다 지지율이 뒤처졌던 후보가 역전하는 결과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역전은 상승추세의 힘에서 비롯된다. 현재, 두 후보의 지지도가 40%로 같더라도 한 달 전 50%의 지지도에서 40%로 떨어진 후보보다 30% 지지도에서 40%로 올라간 후보가 결국 승리하게 되는 원리다. 변화의 모멘텀이 중요한 것은 기업과 경영의 세계만은 아닐 것이다. 정명호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myhoc@ewha.ac.kr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방문교수 등을 거쳐 현재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된 연구 분야는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네트워크, 인력다양성 관리, 창의성과 집단성과 등이다.
민감한 외부의 눈 갖춘 에어버스, 내적결함 놓쳤다 Based on “IT and firm agility: An electronic integration perspective” by Salman Nazir and Alain Pinsonneault, (Journal of Association for Information Systems, Vol 13. No 2., 2012년) 왜 연구했나 정보기술(IT)이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주장과 실증적인 증명은 많이 이뤄져 왔다. 그런데 좀 더 구체적으로 정보기술이 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혹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향상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연구할 부분이 많다. 이 논문에서는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인 ‘민첩성(agility)’에 정보기술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영향을 미치는지를 사례를 통해서 분석하고 있다. 무엇을 연구했나 기업의 민첩성이란 시장과 환경의 변화에 기업이 얼마나 빨리 반응하는지를 말한다. 당연히 민첩한 기업은 경쟁력과 생존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민첩성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첫째, 시장과 환경의 변화를 읽는 감지(sensing)와 둘째, 이러한 변화에 응답해서 자신의 전략과 행동을 바꾸는 반응(responding)이다. 저자들은 이 두 가지 요소 중에서 정보기술의 종류에 따라서 지원하는 요소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래서 정보기술 중에서 감지를 향상시키는 정보기술은 외적 통합(external integration), 반응을 향상시켜주는 기술은 내적 통합(internal integration)이라고 분류했다. 외적 통합 정보기술은 기업이 외부의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입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시장정보를 획득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객관계관리(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시스템이나 공급사슬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급사슬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 시스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 사례로 Dow Chemical에서는 시장과 공급사슬의 정보를 좀 더 잘 얻기 위해 자신의 시스템을 고객사와 공급업체의 시스템에 직접 연결하고 개방했다. 그래서 고객이 직접 주문을 할 수도 있고 공급업체가 자신의 어카운트를 확인할 수도 있으며 직접 커뮤니케이션도 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시장의 트렌드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됐고, 또한 시장의 니즈와 원하는 제품을 빨리 알 수 있게 됐다. 이런 것이 외적 통합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서 내적 통합 정보기술은 기업 내부의 업무처리를 통합하고 조정함으로써 좀 더 효과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또한 내부의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의 지식을 잘 엮어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최근에 많이 도입된 ERP 등이 기본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한 공조기 제조회사에서는 설계부서와 제조부서의 효과적인 협업을 위해서 특별한 CAD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CAD시스템은 단순히 부품과 제품의 수치나 재질뿐 아니라 설계과정에서 중요한 정보(제품의 요구 내구성, 사양, 필수 기능 등)와 제조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부품의 정렬과 조립 순서, 조립이 어려운 부품의 위치 표시 등)를 같이 표시함으로써 설계부서와 제조부서의 커뮤니케이션을 표준화하고 협업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기술이 내적 통합 정보기술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외적 통합 정보기술은 외부의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기업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내적 통합 정보기술은 기업활동의 조정(coordination)과 연동(coupling)을 향상시킨다. 즉, 기업활동에서 내적 통합 정보기술을 잘 사용하는 경우 기업 활동이 유기적으로 진행돼 효율성이 높아지고 긴급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또한 기업 내부의 지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 조직을 하나로 묶어서 유기적으로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기업의 외부, 내부통합의 정도에 따라 아래 그림과 같이 기업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감지 위주의 기업은 외적 통합 정보기술이 잘 갖춰져 있어서 시장의 변화를 신속히 감지하고 이에 따른 사업기회를 잘 포착할 수 있는 반면에 이의 실행에 필요한 내적 통합 정보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업의 실행에서 많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반대로 반응 위주의 기업은 내부 통합 정보기술이 잘돼 있어서 어떤 일의 실행은 효율적으로 할 수 있지만 외부 통합 정보기술이 부족한 관계로 시장의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다. 산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민첩한 기업은 내부, 외부 통합 정보기술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감지 위주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에어버스 회사를 들 수 있다. 에어버스 회사는 수많은 파트너회사와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서 시장의 변화에 잘 반응해 왔다. 시장에서 초대형 여객기에 대한 수요를 감지하고 개발한 A380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 A380은 에어버스 내부통합의 문제점 또한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여객기는 개발 단계에서 전자부품의 호환성 문제로 인해 여러 차례 지연됐다. 내부의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을 잘 지원하는 내적 통합 정보기술이 잘 작동했다면 피할 수 있는 문제였다. 반응위주 기업의 사례로는 Stryker Osteosynthesis을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정형외과 수술에 사용되는 첨단 의료용품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로 최근에 ERP시스템을 구축해 세 곳의 제조공장과 물류센터를 매우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ERP시스템은 물류센터에서 세 곳의 제조공장의 재고와 물류, 그리고 회사 전체의 재무적 정보를 빠르고 정확히 볼 수 있게 해줬다. 그러나 시장과 공급업체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는 그 효과에 한계가 있었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업체의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생산량이 필요 이상으로 널뛰기하는 소위 ‘채찍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Stryker의 경쟁력을 잠식했다. 민첩한 기업의 대표적인 예는 ‘기술 회사’에서 ‘솔루션 제공회사’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IBM이다. 이 회사는 내부뿐 아니라 외부와도 잘 통합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고객이 회사 웹사이트에 방문하는 순간부터 이 고객에 대한 분석이 이뤄져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제시하도록 돼 있다. 또한 고객의 주문과 요구사항을 전사적으로 공유하면서 유기적인 협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우리는 이 논문을 통해서 정보기술이 기업의 민첩성에 어떤 과정을 통해서 영향을 미치는지를 좀 더 잘 이해할 수가 있다. 마이크로 수준에서 보면 정보기술이 기업에 제공하는 역할은 ‘정보의 수집, 처리, 저장’으로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매크로 수준에서는 다른 종류의 정보기술은 전혀 다른 역할을 할 수도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경영자는 어떤 정보기술이 자신의 기업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까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그 정보기술이 외적 통합을 하는 것인지, 내적 통합을 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 보는 것도 유용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경영자라면 자신의 기업의 전략적 방향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현재 자신의 기업에서 부족한 것이 외적 통합인지, 내적 통합인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회사가 어떤 정보기술을 우선적으로 도입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정보기술에 관련된 의사결정을 위한 좋은 가이드라인으로 보여진다. 임 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il.im@yonsei.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정보기술의 사용과 영향, 개인화, 추천시스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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