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돋보기
전 세계 생존 작가 중 작품값이 가장 비싼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는 본디 광부들의 작업복용으로 탄생해 오늘날 청바지의 대명사가 된 리바이스(Levi’s)를 위해 한정판 티셔츠와 진을 디자인했다. 명품 브랜드의 대표 주자인 루이비통은 고유의 모노그램 패턴에 일본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밝은 컬러와 통통 튀는 캐릭터를 삽입, 고지식한 이미지를 탈피했다. 패션계는 물론 럭셔리 세단, 하이테크 제품, 심지어 지갑 속 신용카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진화하고 있는 마케팅 키워드는 바로 이름만 들어도 매력적인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다.
콜라보레이션, 그 의미와 다양성
콜라보레이션은 브랜드 간의 공동작업을 통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활동을 뜻한다. 기업에 도입된 초기의 콜라보레이션은 단순히 마케팅 활동을 협력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점차 체계화돼 기업과 기업이 자원의 확보, 정보의 공유, 비용 절감 등을 목적으로 전략적 제휴, 합작투자 등의 형태로 협력 마케팅을 실행하게 됐다. 참여 기업들은 기존의 단순한 브랜드 공유 활동 수준에서 이제 개발 및 생산, 마케팅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보다 깊이 관여해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마케팅 관점에서 콜라보레이션은 콜라보레이션의 목적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그림 1>처럼 유형화할 수 있다. 우선 소비자 제공 혜택 관점에서 모든 콜라보레이션 현상을 관통하는 패턴은 ‘감성’적 혜택과 ‘기능’적 혜택 간 조합이다. 제품이나 브랜드를 소유하거나 소유하는 상상만으로도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게 되는 일종의 정서적 편익을 감성적 혜택이라고 한다면 보다 실질적이고 물리적인 편익을 기능적 혜택이라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콜라보레이션은 1) 이질적인 감성적 혜택 간 결합 2) 감성적 혜택과 기능적 혜택의 결합 3) 서로 다른 기능적 혜택 간 결합 등 크게 3개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콜라보레이션의 발현 초기엔 감성과 기능 측면에서 구현되는 소비자 혜택의 3가지 조합이 주로 상호 보완 목적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한 상호 보완 목적을 넘어 화학적 융합을 이뤄냄으로써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의도로 콜라보레이션이 일어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콜라보레이션은 그 목적에 따라 1) 두 브랜드 간의 상호보완 차원과 2)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융합창조 차원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상호보완 목적의 콜라보레이션
먼저 이질적인 감성적 혜택이 만나 상호보완하며 시너지를 창출한 사례를 살펴보자. 스웨덴의 대표적인 SPA브랜드인 H&M은 트렌드를 빠르게 접목해 제품을 생산하고 젊은 세대의 감성과 호흡하는 디자인 파워를 가지고 있지만 고급스러움은 다소 떨어진다. 반면 마르니(MARNI)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로 최고급 이미지를 지녔지만 대중적인 친숙함은 부족하다. 사뭇 다른 감성의 두 브랜드는 콜라보레이션(MARNI for H&M)을 통해 서로 가지지 못한 점들을 보완하는 효과를 얻어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감성과 기능적 혜택이 상호 보완해 성공을 일궈낸 사례도 있다. 독특한 패턴과 자연적 색감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세계적 디자이너인 올라 카일리(Orla Kiely)는 프랑스 자동차 회사인 시트로엥(Citroen)과 손잡고 그들의 해치백 모델인 DS3 스페셜 에디션을 제작했다. 올라 카일리의 자연친화적 감성이 편리함과 실용성을 기반으로 하는 시트로엥의 루프, 사이드 미러, 내부의 시트와 매트 등에 덧입혀져 그동안 시크한 면만 부각됐던 시트로엥이 보다 따뜻한 감성으로 거듭나게 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렉서스(Lexus)는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과 손잡고 최상의 오디오 시스템을 전 모델에 구현했다. 오디오 애호가들이 인정하는 하이엔드급 브랜드인 마크 레빈슨은 차량에 장착된 오디오 시스템이 최적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앰프와 스피커를 새롭게 개발했다. 마크 레빈슨이 고안한 렉서스 전용 시스템은 안락함과 정숙함을 표방하는 렉서스의 기술적 가치와 만나면서 마치 집 안 거실에서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풍부한 음질을 재현해내는 데 성공, 전문가들로부터 ‘카오디오의 진화’ ‘새로운 오디오의 기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생산적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화
앞서 우리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양자 간 부족한 감성적 혹은 기능적 혜택을 결합하거나 조합해 상호 보완의 시너지를 창출, 큰 성공을 거둔 사례를 살펴봤다. 하지만 콜라보레이션 현상들은 더 넓은 지평으로 확장되고 있다. 단순히 양자 간 상호 보완의 수준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융합하고 창조해내는 생산적인 콜라보레이션으로 발전하고 있다.
진 브랜드의 대명사인 리바이스는 영국의 현대 미술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술가 데미언 허스트와 제휴, ‘데미언 허스트 X 리바이스’ 라인을 선보였다. 데미언 허스트는 원심력 원리를 이용한 ‘스핀 페인팅(spin painting)’ 기법을 도입해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디자인이 인상적인 스핀 진을 출시함으로써 ‘입을 수 있는 예술’을 보여줬다. 특히 그의 대표적 이미지인 해골문양이 재해석된 티셔츠는 한정판으로 희소성과 소장가치까지 더했다. 아티스트와 청바지 브랜드의 단순한 감성적 혜택의 조합이 아닌 일상적으로 입는 옷도 예술적 가치를 가진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감성과 기능의 혜택이 만나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기도 한다. 영국의 컬트 감성을 지닌 브랜드 캉골(Kangol)과 헤드폰 브랜드 에리얼7(Aerial7)의 콜라보레이션이 바로 그 예다. 에리얼7은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는 고성능 사운드 디스크를 캉골 이어랩의 귀마개 부분에 삽입했다. 이 고성능 사운드 디스크는 아이폰이나 블랙베리 같은 모바일 기기와도 호환이 가능한 스피커가 내장돼 있어 따로 이어폰을 꽂는 불편함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기존의 헤드폰 시장에서는 볼 수 없던 ‘헤드웨어’라는 새로운 개념을 두 가치의 융합이 만들어낸 것이다.
나이키(Nike)와 아이팟 나노(iPod Nano)의 콜라보레이션은 각각의 기능적인 장점들이 결합한 케이스다. 나이키 운동화 라인 중 플러스(+) 시리즈를 신고 아이팟 나노를 사용하면 송신기와 수신기를 장착할 수 있어 운동한 시간이나 달린 거리, 칼로리 소모량 등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운동이 끝나면 운동 데이터가 웹사이트에 저장돼 일정기간 동안 얼마나 운동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로써 단순한 운동 보조 기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소비자의 러닝 라이프(running life)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개인 트레이너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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