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인들을 만나면 밝은 표정을 보기 어렵다. 불황은 계속되는데 원자재 비용은 치솟고 있다. 돈줄은 말라가고 경쟁은 나날이 심해진다. “큰 바위를 등에 짊어지고 있는 듯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하는 리더들이 많다. 요즘 리더는 성과만 냈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다. 착한 기업, 좋은 기업을 만들라는 요구도 받는다. 내부적으로도 그렇다. 직원들을 차별하지 말고 직원들이 과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사결정은 즉시 내리고 업무는 앞장서 추진하면서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을 미소를 지으며 해내야 한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스트레스 레벨도 높아진다는 통념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도 있다. 프린스턴대 제니 알트만 교수가 9년간 케냐의 수컷 개코원숭이 125마리의 배설물을 수거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측정했더니 우두머리 원숭이의 수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부터는 서열이 낮을수록 호르몬 수치가 높았다. 알트만 교수는 경쟁이 치열한 개코원숭이 집단에서 우두머리 원숭이가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 여러 암컷을 지키려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연구결과도 있다. 프랑스의 유명 정신과 전문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크리스토프 앙드레는 지위가 높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더 적게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프랑스의 한 대형 시중은행에서 1급 평사원부터 9급 관리자까지 스트레스를 측정했더니 하위 직급(특히 2급과 3급)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직급일수록 단순한 업무를 하면서 권한은 없는 반면 책임만 주어지고 상사의 압력에 시달리며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의료경영 전문가인 최명기 박사는 “리더는 의사결정도 스트레스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리더는 적어도 자신이 할 일을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전문가들이 말하는 급성 스트레스성 장애와 혼동하면서 스트레스를 더 키우지 말라고 조언한다. 현대인의 업무 스트레스는 원시인들이 맹수에 쫓길 때 받던 스트레스, 즉 죽고 사는 문제가 달려 있을 때 눈이 커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아픔을 잊게 만드는 원초적 스트레스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최 박사는 유능한 관리자는 아래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나누면서 자신과 조직의 스트레스를 관리한다고 말한다. 조직의 성과를 높이려면 당근뿐 아니라 채찍도 필요하듯 리더는 적절한 스트레스를 조직에 가해야 한다는 말이다.
적당한 긴장이 유지되는 조직이 좋은 성과를 창출한다는 경영 이론도 있다. 일본의 대표적 경영학자인 이타미 히로유키는 ‘과대확장(overextension)’ 또는 ‘불균형(imbalance)’ 전략을 제시했다. 과대확장 전략이란 기업이 현재의 능력 범위를 넘는 활동을 추진하는 것으로 시장 진입 초기 또는 성장의 기로에 있는 기업에 유용하다. 과대확장 전략은 구성원들이 ‘창조적 긴장 상태’에 빠지게 만든다. 창조적 긴장은 기업의 차별적 경쟁력의 바탕이 되는 무형자산을 신속히 축적하도록 구성원들의 노력을 증대시켜 기업의 성장을 촉진한다.
“스트레스는 성공의 부스러기”라는 말도 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대신 조직 구성원들이 느낄 수 있는 원초적 스트레스인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없애야 한다. 건전한 스트레스를 통해 획득한 좋은 성과는 스트레스를 이기는 힘으로 작용하며 조직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한인재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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