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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무용론, 경험중심교육으로 넘다

지성국 | 99호 (2012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최근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MBA의 가치에 대한 무용론이 확산됐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파산 또는 위기에 처한 기업 경영진 대부분이 미국 명문 MBA 출신이라는 점과 당시 미국 대통령인 조지 W 부시 또한 MBA 출신(Harvard Business School, class of 1975)이라는 점이 화제가 됐다. MBA 무용론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비즈니스 스쿨의 주된 교육법인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 방식에 대한 회의론이다. 대부분의 MBA 과정 수업들은 케이스 스터디 중심의 접근법을 통해 특정 상황에서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을 분석하고 이와 관련한 토론으로 시사점을 정리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케이스 스터디 방식은 1920년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처음 도입한 후 전 세계 비즈니스 스쿨들의 주된 수업 방식으로 자리 잡았으나 복잡한 현실 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학생들로 하여금 성급한 결론을 내도록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MBA 졸업생들이 현장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론적으로 문제에 접근한다는 것이다.

 

둘째, MBA 교육이 균형 잡힌 리더들을 길러 내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의 MBA 커리큘럼들은 전체적인 관점에서의 경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세부 구성단위인 마케팅(Marketing), 재무(Finance), 운영(Operation), 회계(Accounting) 등으로 쪼개부분 최적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경영자는 숲 전체를 보기보다는 개별 나무 위주로 상황을 파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기 쉽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셋째, 경영이라는 것이 과연 학교 교육을 통해서 전수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델의 마이클 델,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 세계 일류 기업을 일궈낸스타 창업자들의 대부분은 MBA 학위가 없다. 이러한 회의론에 크게 일조하는 것이 비즈니스 스쿨 교수들의 채용 방식이다. 대학의 교수진은 학문적 연구성과에 따라 채용이 결정된다. 어떤 현상을 지적으로 이해한다는 것과 실제 비지니스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경영은 아이디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아이디어를 유의미한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가치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MBA 무용론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경험중심교육(Experimental Learning Program)이다. 경험중심교육이란 이론과 실무를 결합한 형태로 학생들이 기업에 인턴십 형식으로 파견돼 실제 이슈가 되고 있는 경영 케이스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교수로부터는 이론적인 접근법을, 기업 경영진으로부터는 경험에 대한 조언을 듣는 방식이다. MBA Summer Internship이 수업이 없는 여름방학 동안 2∼3개월간의 장기 Full-time 형식인 데 비해 대부분의 경험중심교육들은 학기 중에 Part-time 형태로 진행돼 학생들이 큰 부담 없이 수강할 수 있는 구조다. 실무형 인재를 원하는 기업의 니즈, 이론 위주 교육의 한계에서 벗어나려는 학교의 니즈, 실무 경험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과 경쟁력을 높이려는 학생들의 니즈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학교마다 경험중심교육의 설립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듀크대의 Fuqua School of Business ‘Mentored Study’라는 교과목으로 경험중심교육을 제공하고 있는데 주로 신생기업이나 벤처기업에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담당 교수인 제임스 셀던(James Sheldon)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주의 많은 벤처기업들이 지역 커뮤니티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해마다 Mentored Study Program에 지원하는 기업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가닉(Organic) 화장품으로 유명한 버츠비(Burt’s Bee)와 바이오테크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Botanical Extract 등이 이 프로그램의 오랜 파트너였고 올해도 어김없이 참여한다고 한다. Fuqua에서 유독 벤처기업을 중점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기업가 정신의 강조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 정신이란 위험과 불확실성에도 이윤을 추구하고자 하는 모험과 창의적인 정신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혁신을 바탕으로 이뤄진 도전은 경제 발전과 기술 진보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의실을 가득 채운 학생 중의 상당수는 졸업 후 창업을 준비한다. 신생 벤처회사에서 일한 모하메드 지아드(Mohamed Ziad)벤처캐피털을 설득해 펀딩을 받아내는 ‘Idea Pitch’ 과정을 준비하면서 비즈니스 플랜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벤처캐피털의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요 관심사는 무엇인지 등 창업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창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점검해 볼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실습의 기회다.

 

둘째, 듀크대가 위치한 더럼시의 지역적 특성이다. 더럼시는 인구가 20만이 채 되지 않는 소도시다. 당연히 대도시에 위치한 학교들에 비해 굴지의 대기업에 대한 접근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신 비록 규모는 대기업에 미치지 못하지만 다양한 산업군의 많은 지역 기업들이 산학협업을 통해 MBA 학생이라는고급 인력을 공급받아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고 참여 기업들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럼시와 인접한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우수 두뇌들의 밀집 지역으로 불린다. 특히 R&D에 기반한 제약, 바이오테크, 의료기기, 농기계, 중장비업 등의 산업에서 전미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또 이러한 배후 산업에 힘입어 금융 산업도 발달해 유망한 벤처캐피털이 다수 존재한다.

 

셋째, 기업 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신생 기업들은 MBA 과정을 통해 습득한 금융, 마케팅, 회계 지식 등을 종합해 적용할 수 있는 최고의 ‘Live Case’라는 점이다.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경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 또한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는 Summer Internship이 정해진 업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신생기업에서의 근무는 어떻게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비즈니스 모델로 정교화되고 사업화돼 매출로 연결되는지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적한 시골 도시 더럼에서도 더럼의 월가를 점령하자는 상징적 시위가 가을 내내 이어져왔다. 1%의 소수가 부를 독점하고 나머지 99%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공통적인 문제이지만 그 본질은 사뭇 다르다. 경영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400대 부자의 70%는 자수성가한 사람이며 이는 1997년의 55%에서 15% 증가한 수치다. 현재 400대 부자의 대부분은 과거 우리처럼 99%에 속했던 사람이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의 2009년 한 조사자료에 의하면 100대 부자 중 자수성가한 사람은 22명에 그쳤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스펙을 쌓거나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고시공부에 매달리고 있지만 모두가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이 될 수는 없다. 대도시로 안 가더라도, 또 대기업에 안 가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성공할 수 있다는 미국 젊은이들의 열정과 시스템을 보며 미국 자본주의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고 튼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벤처기업에서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역시 벤처기업에서 성장한 구글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지식 기반 산업에서 안팎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미국 기업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대기업 위주의 한국 기업들은 강한 오너십과 책임경영을 무기로 전자,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를 석권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소수의 대표 선수가 한국 경제를 책임질 수는 없다. 장기적인 경쟁 전략 관점에서도 대표 선수들을 떠받칠 수 있는 새로운 피가 끊임없이 경제에 수혈될 수 있는 건강한 하부구조 구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지성국 듀크대 푸쿠아(Fuqua) 경영대학원 Class of 2012 sk.ji@fuqua.duke.edu

필자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IBM에서 컨설팅 및 성장 전략 수립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1968년 설립된 듀크대 경영대학원은 1980년 사업가 존 브룩스 푸쿠아(J.B Fuqua)의 기부를 기념해 푸쿠아스쿨(Fuqua School of Business)로 명명됐다. ‘남부의 하버드라 불리는 듀크대의 명성, 뛰어난 교수진, 독창적인 커리큘럼 등으로 많은 언론으로부터 미국 내 Top 10 MBA로 꼽히고 있다. ‘Team Fuqua’라는 슬로건으로 뭉친 특유의 끈끈한 동문 네트워크가 장점이다. 매년 460명 정도의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으며 이 중 20명 정도가 한국인 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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