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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성장을 위한 코칭 방법론

콜래브 랩, ‘갑 vs 을’ 뒤얽힌 갈등을 푼다

최치영 | 76호 (2011년 3월 Issue 1)
 

 
2011년 초 신년사를 발표한 여러 대기업 총수들이 상생 경영을 강조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30여 년 전부터 상생 경영을 추진해왔으나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며, 협력회사들의 발전과 성장이 있어야만 대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LG의 구본무 회장도 신임 임원들과의 만찬에서 ‘대기업과 협력회사는 더 이상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내 고용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국가 경제의 성장과 국민 생활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존재다. 이를 잘 알기에 역대 정부도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상생 경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생 경영의 수준에 만족하는 중소기업은 많지 않은 듯하다. 왜 그럴까. 필자는 가장 큰 이유가 아직 효과적인 상생 방법론이 많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많은 경제 주체들은 상생을 당위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관련 주체들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상생 경영의 참여 의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상생과 동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필자는 ‘마스터풀 코칭(masterful coaching)'으로 코칭 분야의 구루로 떠오른 로버트 하그로브(Robert Hargrove) 박사의 콜래브 랩(CollabLab) 솔루션을 제안한다. 마스터풀 코칭의 핵심은 코칭의 출발점부터 불가능한 미래(impossible future)를 선언하는 데 있다. 현재의 역량이나 자원으로는 도저히 이뤄낼 수 없을 듯한 대담한 목표를 세우고, 리더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원을 독려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그가 불가능한 미래를 강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을 듯한 목표를 세워야, 조직원이 변하고 해당 조직이 변하며, 그 과정에서 처음에는 어려워 보였던 목표 달성도 가까워진다는 논리다.
 
하그로브 박사는 이 마스터풀 코칭의 개념을 대기업과 협력회사, 임원과 말단 직원, 노사 간의 상생을 이끌어내는 방법론에도 접목했다. 바로 콜래브 랩이다. 그러면 콜래브 랩의 개념과 이를 상생 경영에 적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도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즉 양자는 재무적(Financial) 요인과 비재무적(Nonfinancial) 요인, 상호의존적(Interdependent) 요인과 상호독립적(Independent) 요인들이 매트릭스 안에서 상호 작용하는 관계를 맺고 있다.
 
먼저 재무적 요인은 제품 및 서비스 가격 결정 등 재무적 수치에 영향을 주는 관계를 의미한다. I 상한의 요인들을 보자. 대기업은 협력회사가 만든 제품에 대해 낮은 가격을 지불하려 하고, 협력회사는 당연히 비싼 가격을 받으려고 한다. 이 가격은 두 회사의 매출과 비용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이 두 요인은 상호의존적인 관계다. 하지만 III 상한에서 보여주는 이익과 비용은 상호독립적으로 작용한다. 대기업과 협력회사의 운영이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매출과 가격이라는 변수가 상호관련성이 있기에 이익과 비용 또한 완벽히 상호독립적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두 회사 각각의 이익 및 비용은 상대적으로 독립성을 띤다. 한 협력회사로부터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그 대기업의 비용 지출이 줄고, 이익이 늘어나는 것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비용과 이익은 생산 효율성과 시장 상황 등 다른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비재무적 요인들은 양측이 서로 작용하는 소통 및 관계와 같은 요인, 비교적 독립적인 리더십 및 경영과 같은 요인들을 말한다. II 상한에서 보듯 대기업과 협력회사와의 관계는 소통을 기반으로 한다. 양측이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어떤 관계를 맺는지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IV 상한에서 보여주듯 양측의 리더십과 경영은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요인이다.
 
이 모델은 대기업과 협력회사의 갈등이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를 비교적 간단하게 보여준다. 즉 상호독립적 요인보다는 상호의존적 요인인 매출, 가격, 의사소통, 관계 등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물론 상호독립적인 부분에서도 양측이 협력할 여지는 많다. 예를 들어 IV 상한에 있는 기업 운영 및 리더십 요인들을 보자.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자원도 부족하고 인재 선발 및 양성 시스템도 체계적이지 않다. 이때 대기업은 선진 경영기법과 리더십을 협력회사에 제안하고 도움을 주는 게 좋다. 장기적 측면에서 보면 이는 자원을 제공하는 해당 대기업에도 이익이다. 대기업의 이러한 지원으로 협력회사가 생산 원가를 줄일 수 있다면 대기업은 구매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항상 혁신과 경영 합리화를 통해 생산 원가를 낮춰달라고 요구한다. 협력회사는 기술 혁신과 경영 합리화를 이뤄낼 재원과 인재가 없다고 답한다. 양측의 주장은 자주 평행선을 달린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구매 가격을 쉽게 높여주지도 않겠지만 설사 구매 가격을 높여준다고 해서, 해당 협력회사의 이익이 지속적으로 늘어날는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지속적인 파트너십 체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콜래브 랩은 이 지속적인 파트너십 체제를 구축하는 데 특히 유용하다.
 

콜래브 랩이란 무엇인가
콜래브 랩의 목적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갈등의 해법을 찾기 위해 고도의 의사소통을 실현하는 데 있다. 고압적인 말투와 딱딱한 분위기에서 의사소통을 하는 게 아니라 축제 분위기에서 흥미 있고 창의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하그로브 박사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관점을 지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정교하게 디자인된 활동과 실습을 하면서 깊은 대화를 나누게 한다. 콜래브 랩의 구조는 크게 3단계로 나눠져 있다.(그림2)
 

Scan(탐색):참가자들의 시각과 관점을 바꾸는 단계다. 대부분의 갈등은 자신만의 시각과 관점만을 고수하려 들기에 일어난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해당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간이다. 일종의 아이스 브레이킹(ice braking)을 통해 서로 간의 벽을 허물고,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한다. 탐색 단계의 기대 효과는 “해봐야 안 돼“ “저 사람과 얘기해봤자 문제가 해결되겠어?”와 같은 부정적 사고에서 탈피하고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 준다.
 
Focus(집중):현재 직면한 문제에 관해 참가자들이 낼 수 있는 만큼의 대안을 제시하게 하는 단계다. 이때 대안의 실현 가능성이나 논리적 완결성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다양하고 창의적일수록 좋다.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내도록 서로가 서로를 격려한다. 이 단계에서는 “솔로몬 왕이라면, 스티브 잡스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라는 식으로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져보며 문제 해결에 관한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어차피 실현 가능성이 중요하지 않은 만큼,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모은다.
 
Act(실행):탐색과 집중 단계를 거쳐 등장한 문제 해결안의 적용 가능성을 실험하는 단계다. 이때 상대방의 역할을 맡아 협력적 태도를 실습한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안을 적용해보면서 참가자들의 새로운 상호작용 및 관계 맺기가 가능해진다. 집중 단계에서 도출된 여러 가지 문제 해결안 중 어떤 안을 적용하느냐에 대해서도 상대방의 상황과 처지를 고려해 양측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콜래브 랩의 단계별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참가자들이 스스로, 또는 상대방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좋은 해답은 좋은 질문을 던질 때만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탐색 단계에서는 “우리가 왜 이런 상황에 이르렀을까” “나는 어떤 존재가 돼야 하며,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상대방과 나누는 대화의 속도와 깊이를 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집중 단계에서는 “스티브 잡스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어떤 결과를 도출하고 싶은가”와 같은 질문을 한다. 실행 단계에서는 “여러 대안 중 모두가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대안은 무엇일까” “바로 행동으로 옮기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와 같은 질문을 한다.
 
가능한 한 많은 질문을 할수록, 평범한 질문보다는 강력하고 임팩트 있는 질문이 효과적이다. 사전에 각 단계별 질문을 미리 생각해놓고 탐색-집중-실행의 단계를 거쳐도 좋다.
 
상생 경영에 콜래브 랩 적용하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콜래브 랩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하나의 예시를 보자. 모든 기업이 이를 그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으며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조정하면 된다.
 
탐색(Scan): 왜 이 문제가 중요한가?납품 가격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 대기업과 협력회사의 직원들이 모인 자리.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대기업 회장의 영상 메시지가 뜬다. 상생 경영에 대한 의지와 필요성을 역설하는 회장의 영상 메시지를 보면서 두 회사 직원들은 자신들이 왜 여기에 모였는지, 이 문제가 두 회사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구매자와 공급자 간 동반자 관계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은 양측 모두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을 백지 상태로 되돌리는 일이다. 즉 기존 사고 방식을 미래 사고로 바꾸는 자세가 필요하다.(표1)
 
이어 양측은 대화를 시작한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문제를 단시간에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대화를 시작할 때도 신중하고 사려 깊은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떤 태도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반응이 천양지차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참가자들은 소 그룹으로 나뉘어 플립 차트(flip chart, 보는 사람의 이해를 돕기 위한 대형 그림 카드)를 활용한 협력적 대화를 시도한다. 바로 ‘왼쪽 칸-오른쪽 칸’ 쓰기다. 이 활동의 목적은 상대방과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토의하기 어려운 문제를 자연스레 다루는 데 있다. 참가자들은 왼쪽 칸에는 현재 자신이 속마음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하지 않은 말을, 오른쪽 칸에는 상대방에게 실제로 하거나 해야 할 말을 쓴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전개하면 자신의 관점과 주장만 고집하려는 자세가 서서히 줄어들고, 상대방의 관점과 주장에 귀를 기울이려는 자세가 자연스레 쌓인다.(그림3)
 
얼핏 생각하면 상대방이 듣기 좋은 말을, 공손하게만 하는 게 상생 경영에 무슨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대기업 혹은 중소기업의 문제는 대부분 전투적 대화 자세 때문에 오해에 오해를 거듭하고, 조그마한 문제가 큰 문제로 번질 때가 많다. 거듭 말하지만 상대방의 말에 기분 나쁜 내용이 담겨 있어서가 아니라, 그 말을 전하는 태도, 방식, 제스처가 전투적이고 고압적일 때 오해는 증폭된다. 하그로브 박사가 “협력적인 대화의 기술을 갖춘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나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집중(Focus): 전투적 대화에서 협력적 대화로 협력적 대화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몇 가지 원칙에 따라 대화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 대화의 목적을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목표 달성, 문제 해결, 요구 사양 합의, 가격 합의 등 여러 산적한 문제 중 우리가 가장 쉽게 이룰 수 있고, 함께 이뤘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목표가 무엇인가’라는 식으로 대화의 목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최대한 다양한 시각과 견해를 모아야 한다. 특히 양측이 모인 자리에서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게 좋다.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얽매이면 겉으로는 합의를 이뤄내도 ‘괜히 이 자리에 나왔어’ ‘내 속마음은 이게 아닌데 이런 자리까지 마련했는데 그냥 빈손으로 갈 수는 없어서 대충 동의했어’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당연히 실행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합의를 이뤄내지 않아도 좋으니 최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해당 문제를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셋째, 틀린 것보다 간과한 것에 집중한다. ‘무엇이 잘못됐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결여됐는가’에 집중하라. 협력적 대화에서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 상생 경영은 수학 공식처럼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방 주장의 당위성을 평가하거나, 자신의 관점에서 옳고 그름만 평가하지 말고 ‘혹시 내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나’부터 되돌아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넷째, 논의의 금기를 깬다. 즉 토의할 수 없는 것을 토의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을 뒤집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현재 양측이 가장 집중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롭고 창조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나올 수 있다.
 
실행(Act): ‘추론의 사다리’를 통한 문제 해결 문제 해결 방식 또한 협력적이어야 한다. 다음의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사람과 문제를 구분한다. 둘째, 문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 셋째, 해당 문제가 발생한 이유와 원인을 간단히 정리한다. 넷째, 이해 관계자의 욕구를 최대치로 반영한 해법을 찾는다.
 
실행 단계에서 참가자들은 플립 차트에 자신이 생각한 문제와 해당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적어 이를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한다. 이후 모든 사람이 모여 여러 플립 차트에 적힌 다양한 해답을 본다. 이때 한 사람의 퍼실리테이터를 정한 후, 이 퍼실리테이터가 참가자들의 해답을 한 명씩 발표하게 한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내놓은 해답을 ‘추론의 사다리(Ladder of Inference)’ 순서에 맞춰 말해야 한다. 그 순서는 다음과 같다. 1)관찰 가능한 데이터 2)자신이 선택한 데이터 3)자신이 해당 데이터에 부과한 의미 4)자신이 그 의미를 만들었던 과정 5)자신이 내린 결론 6)자신이 선택한 믿음 7)자신이 취하는 행동.(그림4)
 
추론의 사다리는 예일대 교수였던 크리스 아지리스(Chris Argyris)가 주창한 개념이다. 추론의 사다리는 인간이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편견을 개입시킬 수 있으며, 이 편견을 없애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인간의 마음은 비디오카메라처럼 어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로부터 여러 가지 추론들을 만들어낸다. 그 상황에 대해 즉각적으로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하거나 편견을 개입시킨다. 이를 바탕으로 임의적으로 결론을 내려버린다. 문제는 그 결론이 그 사람이 이미 가지고 있었던 믿음을 강화하는 논리라는 점이다. 어떤 개인이나 조직이 비생산적인 대화에 갇혀있다면 이는 틀림없이 그 구성원들이 자신만의 추론의 사다리에 올라가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추론의 사다리에 관한 내용은 니나 크루슈바이츠, 피터 셍게, 브라이언 스미스가 공저한 <그린 경영>에 자세히 나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고위 경영진이 지속 가능성 투자에 관해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니며 오랫동안 대립해왔다고 가정하자. A는 “회사 전체 예산의 30%를 미래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B는 “너무 큰 모험”이라며 반대한다. 이때 B가 ‘지난 번 A와 물건을 사러 갔을 때 가격표도 제대로 보지 않고, 단지 본인이 좋아하는 색깔이라는 이유로 첫 번째로 집어 든 물건을 구입했었지. A는 모든 의사결정과 행동이 그처럼 감성적이야. 그 속에 있는 엄청난 불확실성과 위험은 무시한다니까. 물건 살 때 A가 했던 행동을 보면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도 감성적일 게 뻔해’라며 자신의 편견을 강화한다.
 
인간의 사고 안에는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추론의 틀이 존재한다. 때문에 추론의 사다리를 통해 자신이 내린 결론이나 문제 해결방법에 혹시 편견이나 개인적 경험이 들어있는 건 아닌지 규명해야 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해답을 추론하는 과정에서도 그 사람이 왜 저런 결론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을 거친다. 참가자들의 내놓은 답변을 이런 식으로 모두 검증한 후, 이 중 모든 사람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방안을 택하면 된다.
 
에스티 로더와 콜래브 랩
콜래브 랩을 적용해 문제 해결을 이뤄낸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 로더의 사례를 보자. 앞서 말했듯 콜래브 랩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뿐 아니라, 임원과 말단 직원 등 조직 내 상생을 촉진하는 데도 유효하다.
 
하그로브 박사와 마스터풀 코칭 팀은 보수적이고 관료적이었던 에스티 로더의 조직 문화 개선 작업을 의뢰 받았다. 당시 에스티 로더의 말단 직원들은 업무 개선 제안을 하려 해도 도무지 경영층에 접근할 방법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 에스티 로더는 중년 여성에게만 지나치게 집중한 마케팅을 펼쳐 새로운 성장 엔진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그로브 박사는 축제 분위기를 가미한 공간을 마련해 에스티 로더의 관계자들을 모았다. 관계자들을 모으기 전, 특히 말단 직원을 중심으로 에스티 로더 브랜드 이미지에 관한 냉정한 평가, 타깃 시장 및 포지셔닝 방법, 홍보 및 고객관리 기법 등 다양한 문제에 관한 의견을 미리 준비해오라고 했다.
 
한 자리에 모인 임원과 말단 직원들이 심도 깊은 협력적 대화를 나눈 끝에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시 에스티 로더는 자사의 핵심 고객인 중년 여성을 공략하기 위해, 광고 모델도 비슷한 또래의 중년 배우나 모델들을 썼다. 특히 유럽 주요 매장에서 젊은 여성 고객을 거의 볼 수 없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은 ‘아무리 핵심 고객이 중년 여성이더라도, 모든 여성은 자신이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가 다시 한 번 오기를 원한다’며 광고 모델을 젊은 여성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에스티 로더를 찾지 않는 젊은 고객들도 다시 불러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고의 토의 끝에, 에스티 로더 경영진은 20대와 같은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중년 여성층의 욕구를 자극해야 한다는 직원들의 결론을 받아들였다. 그 과정에서의 창업자 에스티 로더의 젊고 아름다운 손녀를 광고 모델로 등장시키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 광고는 대대적으로 히트했고 매출 성장에도 크게 기여했다.
 
콜래브 랩은 신뢰와 소통을 강조하는 문제 해결 방법이다. 신뢰와 소통은 황금률(Golden Rule)의 원칙을 적용할 때만 얻을 수 있는 가치다. 대접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상대방을 대접할 줄 알아야 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문제일수록 경제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의사소통 방식을 달리 한 콜래브 랩을 통해 많은 기업들이 더 큰 발전을 이뤄내기를 바란다.
 
 
최치영 CMOE 대표 ceocoaching@yahoo.co.kr
최치영 대표는 미국 오스틴 텍사스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 예일대에서 철학 석사, 프린스턴 신학대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수원대에서 코칭학 실증 연구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코칭 및 리더십 전문기업인 CMOE 대표,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책임 교수 등으로 재직하며 코칭 및 컨설팅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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