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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영으로 승부하라(下)

풀뿌리 기업가 정신이 살아야 지역 경제도 산다

박용 | 73호 (2011년 1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국가 경쟁력의 근간인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지역, 경영으로 승부하라시리즈를 2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번 호에는 지역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커뮤니티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 모델을 소개합니다. 동아일보 지역경쟁력센터는 경영의 주요 화두인 경쟁력이란 개념이 공공기관으로 확산되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경쟁력 평가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입니다

일본 효고(兵庫) 현 히메지(姬路) 시에는 특별한 어묵(오뎅)이 있다. 지역 브랜드인히메지 오뎅이다. 오뎅 맛은 다른 지역과 비슷하지만 생강을 섞은 간장에 찍어 먹는 점이 다르다. 히메지 주민들은 이 오뎅 먹는 법을 사업화했다. 2006히메지오뎅 탐험대라는 단체를 조직하고 히메지 오뎅의 유래와 요리법을 정리해생강 간장에 찍어 먹는 오뎅이라는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었다. 이어 휴대전화 줄, 성냥, 케이크 등 각종 캐릭터 상품도 개발했다. 대규모 음식축제도 열었다. 현재 히메지 오뎅 가맹점은 60여 곳이다. 연간 7억 엔( 95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마에카와 유지(前川裕司) 히메지오뎅협동조합 이사장은히메지 오뎅은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자립형 지역공동체사업) 모델이라며지역 내 33개 단체가 조합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와 지역 경기 침체에 고전하던 일본에서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중앙정부의 지원이나 기업 투자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 자원을 활용해 지역 주민의 손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성공요인 1 풀뿌리 기업가 정신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 문제 해결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과 다르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커뮤니티를 유지 발전시키는 게 목표다. 주민은 지역의 거주자이자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사업을 일으켜 지역의 경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가의 역할을 한다. 커뮤니티 비즈니스에서는 지역 주민의 참여와 커뮤니티 비즈니스 창업의 원동력인 풀뿌리 기업가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활성화된 일본 전역에서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관련된 4만여 개의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효고 현에만 1542개 단체가 있다. 효고 현은 지역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1999년부터 커뮤니티비즈니스 창업 공모전을 열고 있다. 입상 단체에는 100만 엔의 창업 자금을 지원한다.

효고 현이 커뮤니티 비즈니스 육성에 매달리는 이유는 15년 전 한신대지진 피해를 겪으며 붕괴된 지역 공동체를 재건하고,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당시 대지진으로 지역 커뮤니티가 붕괴되고 홀로 사는 독거노인들의 피해가 특히 컸다. 효고 현은 한신대지진 복구 사업에 투입됐던 재원을 복구 사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뒤 커뮤니티 비즈니스 육성 사업으로 돌렸다

2010 8월 고베(神戶) 시 모토마치(元町) 상점가에 문을 연 소극장모토마치영화관도 공모전에 입상해 창업 자금을 지원받은 커뮤니티 비즈니스 단체다. 이 극장은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아시아 영화 등 대형 극장이 외면하는 영화를 주로 상영한다. 후지시마 준지(藤島順二) 영화관 지배인은사업을 유지하면서 주민에게 다양한 영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성공요인 2

창업 불씨를 일으키는 중간지원 조직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지역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이를 활성화하는 일은 생각처럼 간단치 않다. 특히 사업 경험이 부족한 지역 주민의 힘만으로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이 자신의 경험과 지역이 보유한 자산을 활용해 창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조직이 필요하다.

효고 현은 지역별로 사업계획서 작성, 법인 설립, 재무 회계 등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창업과 운영을 돕는 비영리법인 형태의 중간지원조직 6곳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지난해 104개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단체가 창업했고, 955명의 일자리가 늘었다. 중간조직은 커뮤니티 비즈니스 창업을 원하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법인 설립 절차를 안내하고 사업 계획서 작성과 경영 기법 등의 전문 지식을 전수해준다. 중간조직은 사업화가 가능한 지역 주민의 노하우나 지역 자산을 발굴해 커뮤니티 비즈니스 창업으로 유도하는 창업 인큐베이팅 기능도 한다.

지역 초등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소재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고베 시 문화예술단체인 캔나우도 중간지원 조직의 도움으로 창업했다. 이 단체는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라는 생각에서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이용해 각종 액세서리를 제작한다. 디자인은 캔나우가, 제작은 장애인 단체 등이 맡는다. 이를 통해 장애인이나 소외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능을 한다. 다치바나 유코(橋裕子) 대표이사는어린이회화 교실을 운영하다가 중간지원조직의 도움을 받아어린이의 힘으로 밝은 마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재정적 어려움과 인력 부족이 커뮤니티 비즈니스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이다. 창업에 성공하더라도 지속적인 수익을 내며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효고 현 내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상당수가 자체 수익보다는 지역 정부의 지원이나 기부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종사자나 이를 지원하는 중간조직의 전문 인력들 중 은퇴한 고령자들이 많기 때문에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후계자를 발굴, 육성하는 일도 쉽지 않다.

도쿠라 히로토시(計倉浩壽) 효고 현청 주간은커뮤니티 비즈니스 단체들은 자금과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10명 미만의 단체가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전담 직원도 40, 50대 여성이나 60대 이상 퇴직 남성이 많다고 말했다.

성공요인 3

창업 인재 키우는 지역 거점대학

커뮤니티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 내 인재를 육성하고 풀뿌리 기업가 정신을 확산시키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역의 거점 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지역의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5지역재생 인재창출전략을 수립하고 10개 대학을 거점대학으로 지정했다. 이들 대학에는 연간 4500만 엔의 지원금을 준다. 이 거점 대학은 현재 53개로 늘었다

거점 대학 중 하나인 시가(滋賀) 현 시가현립대는 1년 과정의 커뮤니티 설계사 지역재생 과정을 5년째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지역 진단법, 지역재생학, 커뮤니티 매니지먼트 등 커뮤니티 비즈니스 창업과 운영에 필요한 실무 교육을 받는다. 현재 42명이 졸업했고,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커뮤니티 비즈니스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지역 대학생들이 직접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창업해 지역 사회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시가현립대 학생들은 버려진 빈집을 개조해 학생 숙소 겸 경로당, 소극장, 주점 등을 운영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창업한다.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 사회에 필요한 문화 기능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경제와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우카이 오사무(제飼修) 시가현립대 교수는지역을 잘 알아야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다공익성과 사업성을 갖춘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육성하려면 지역을 잘 아는 인재부터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성공사례 전북 완주

안덕파워빌리지, 황토방 등 운영

2010년 매출 8

국내에서도커뮤니티 비즈니스(자립형 지역공동체사업)’가 지역을 변화시키고 있다. 2010년 연말 전북 완주군 구이면 안덕마을에 조성된안덕파워빌리지’. 마을로 들어서는 길 양쪽에는 주민들이 직접 쌓은 돌담과 재활용 목재로 지은 한옥 마을센터가 있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황토방, 황토찜질방, 농가레스토랑 등에는 평일 오후에도 외지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국내 대표적인 커뮤니티 비즈니스 성공 사례로 꼽히는 안덕파워빌리지는 주민 56명이 공동 출자해 지난해 설립했다. 주민 11명은 자신들이 세운 회사에서 일한다. 2010년 안덕파워빌리지는 8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완주군은 2010 6월 폐교를 개조해 국내에선 처음으로 지역경제순환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는 70개가 넘는 마을공동체 사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다. 센터 내에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지원센터, 마을회사 육성센터 등 5개의 소 센터가 있다. 각 센터 책임자는 대부분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가다. 센터는 판로가 없던 주민들의 소규모 경작 농산물을 모아서 소비자에게 대신 판매해주는꾸러미 사업등 다양한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나영삼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장은단순히 기업을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지역경제에 선순환이 일어나기 힘들다지역 주민이 스스로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행정과 주민을 연결해주는 중간지원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완주군은 마을공동체 회사 100개 만들기 사업과 함께 마을 노인들이 일하면서 소득을 올릴 수 있는두레농장사업 등 혁신적인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군 행정조직도 개편해농촌활력과’ ‘마을회사계’ ‘커뮤니티 비즈니스계등을 신설했다. 이 같은 노력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중앙정부의 지원과 다른 시군의 견학이 이어지고 있다.

 

  • 박용 박용 | - 동아일보 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연구원
    -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정책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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