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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 열고 관찰하라 ... 혁신이 온다

조용한 | 71호 (2010년 12월 Issue 2)

UC버클리대의 교정은 1년 내내 언제나 분주하다. 인재를 찾기 위해 실리콘밸리에서 찾아온 기업들의 회사 설명회가 이어지고 여러 학생들은 비즈니스 플랜 컴피티션(Business Plan Competition)에 선보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느라 삼삼오오 모여 열띤 토론을 진행 중이다. 학생들은 언제든 학교 주변에 위치한 세계적인 기업들을 찾아가 궁금증을 풀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며 의견을 교환한다.
 
소위 Bay Area 또는 실리콘밸리라고 부르는 샌프란시스코만 일대는 UC버클리대, 스탠퍼드대, 각종 금융 및 첨단산업 단지가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대학은 인재 및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급하고 벤처캐피탈 및 투자은행은 뛰어난 잠재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지원한다. 기업들은 이를 응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인다. 하스를 졸업한 많은 동문들이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에 취직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배움의 장소가 학교 안이라는 경계에 국한되지 않고 학교 바깥에도 널리 펼쳐져 있다는 점은 하스MBA가 가진 특징이다.
 
하스 MBA는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비즈니스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리더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BILD(Berkeley Innovative Leader Development) 가 좋은 예다. BILD는 단순히 하나의 수업이 아닌 핵심 커리큘럼부터 다양한 체험형 교육까지 아우르는 하스 MBA 특유의 교육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교실에서 교수와 학생 간 이뤄지는 일반적인 강의 방식이 아니라 비즈니스 현장과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 및 커리큘럼 (Experiential Learning)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컨버징 사고와 다이버징 사고
하스 MBA 첫 학기에 맞이하는 사라 베크만(Sara Beckman) 교수의 ‘Problem Finding, Problem Solving’ 수업은 BILD 교육의 시작점이다. 이 수업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강의와 시험이 전혀 없다. 대신 문제 해결 방법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들은 후, 각 스터디그룹은 버클리 인근에 위치한 벤처 기업을 배정받는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해당 기업의 시장, 고객, 성과를 직접 조사하고 비즈니스 혁신 방안을 고민해 각 기업의 CEO에게 이를 제안한다. 당연히 수업의 평가는 교수가 아니라 해당 CEO의 피드백이 좌우한다.
 
수업 초기 베크만 교수는 흥미로운 화두를 던졌다. “문제를 보는 시각에는 여러 정보를 결합해 개선된 아이디어를 도출하려는 컨버징(Converging) 방식과 연관된 정보로 뻗어나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산해내는 다이버징(Diverging) 방식 두 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MBA과정은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MBA학생들도 이에 길들여져 있어 컨버징 방식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95% 이상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실제 혁신 제품이나 서비스는 다이버징 방식을 사용했을 때 탄생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던 필자에게 충격을 주는 말이었다. 사실 미국인 친구들 중에서도 다이버징 타입에 속하는 학생은 별로 많지 않다. 필자가 속한 팀을 돌아보니 평소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엉뚱한 의견을 자주 피력하는 앨런 혼자만이 다이버징 타입임을 알 수 있었다.
 
ATM앞의 모녀는 왜 싸웠을까
베크만 교수는 흥미로운 과제를 소개했다. 한 ATM 옆에서 1시간 동안 이용자들의 행태를 관찰한 후 관찰된 특이 행동의 이유에 대해 나름의 가설을 세우고, ATM 이용이 끝난 고객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설을 확인하라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ATM에서 관찰할 내용이 있을지 의아해하며 웅성웅성했다. 필자 역시 단순한 ATM 이용 행태에서 어떤 새로운 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과연 이용자들이 흔쾌히 학생들의 인터뷰에 응해줄지 걱정이 됐다.
 
다음 수업 시간, 베크만 교수는 학생들에게 관찰 결과를 물어봤다. 교수가 무작위로 발표자를 지목하는 콜드 콜을 당하기 전에 준비한 내용을 먼저 발표하자는 마음에 필자는 손을 들었다. “저는 한 중년 여성과 할머니가 ATM 앞에서 5분 이상 큰 소리를 내는 걸 봤습니다. ‘돈 때문에 타인과 큰 말다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어 ATM에서 나오시는 두 분께 상황을 여쭤봤습니다.” 베크만 교수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확인해 보니 어땠나요?”
 
흥미롭게도 두 분은 모녀 사이였습니다. 더 놀라운 건 그 모습이 다툼이 아니라 ATM 사용이 익숙지 않은 어머니에게 중년 여성이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상황이었습니다. 10미터 뒤에서 관찰하던 저는 한정된 정보를 제 나름대로만 해석해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찬가지로 기업도 한정된 정보와 선입견을 가지고 결론을 내리고 개선점을 내놓았다면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일지라도 곧 고객에게 외면 받고 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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