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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협상+경매, 니고시옥션의 힘

박연진 | 57호 (2010년 5월 Issue 2)

워싱턴 D.C. 소재의 한 법률회사 변호사로 일하는 로버트 바넷은 이른바 ‘투잡 족’이다. 그는 변호사로 일하는 와중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 로라 부시 전 퍼스트 레이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유명 정치인의 출판 대리인으로도 일한다. 워낙 유능한 덕분에 그와 함께 책을 펴내 블록버스터급 수익을 올려보겠다는 뉴욕 대형 출판사들의 러브 콜이 넘쳐날 정도다.
 
바넷이 일을 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우선 최근 주목되는 유력 정치인을 여러 대형 출판사에 소개한 후, 몇 차례에 걸쳐 경매를 진행한다. 첫 번째 입찰이 끝나면 바넷은 낮은 입찰가격을 써낸 출판사에게 다른 출판사가 제시한 비싼 입찰가격을 알려주며 다시 도전할 기회를 준다. 이런 과정은 더 높은 입찰가격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반복된다. 구안 수브라마니안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니고시옥션: 경쟁시장의 새로운 거래 전략 Negoti-auctions: New Dealmaking Strategies for a Competitive Marketplace』(노튼. 2010)에 바넷의 사례를 자세히 소개했다.
 
1993년 각각 빌 클린턴과 조지 부시의 핵심 선거 참모였던 제임스 카빌과 메리 매틀린은 1992년 미 대선에 관한 회고록 『사랑도, 전쟁도, 대선도, 공정하게(All’s Fair : Love, War, and Running for President) 』를 공동 집필했다. 바넷이 출판 대리인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이 책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 당시 적으로 만났던 카빌과 매틀린이 연인 관계로 발전해 결혼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런 흥미로운 사연이 있었기에 당시 미국의 내로라하는 대형 출판사들은 이 책의 출판권을 따내려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카빌과 매틀린의 책은 경매 거래 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 출판사들의 경쟁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사이먼 앤드 슈스터 출판사의 리처드 슈나이더 대표와 랜덤하우스의 해럴드 에번스 대표가 한 파티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이 때 슈나이더는 에번스에게 새로운 전략, 즉 공동으로 입찰에 참여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내놨다. 얼마 후, 사이먼 앤드 슈스터와 랜덤하우스는 회고록 입찰 경쟁에 공동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두 출판사는 회고록 출간을 공동 진행하고 그에 따른 수익 및 손실도 절반씩 나누기로 했다. 바넷은 당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몬터규 가문과 캐풀렛 가문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같이 책으로 내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표현했다. 이례적인 사업 협약이 사람들의 입 소문을 타면서 이 책은 공짜 마케팅 효과까지 톡톡히 누렸다. 결국 카빌과 매틀린의 공저는 유례없는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이 계약은 협상이었을까, 경매였을까? 물론 둘 다다. 우선 여러 출판사가 경매에 참여했고, 일단 그 중 두 출판사가 서로 협상을 거친 후, 바넷과의 협상에 돌입했다. 이 협약은 수브라마니안 교수가 말하는 이른바 ‘니고시옥션’(negotiauction), 즉 단일 계약 체결을 두고 경매(auction) 형태의 입찰과 일대일 협상(negotiation)이 동시에 이뤄지는 거래의 대표 사례다.
 
실제 주택매매, 경매품 구입, 기업 합병에 이르는 구매자와 판매자간의 복잡한 거래 중 상당수는 니고시옥션으로 바뀔 수 있다. 물론 협상과 경매에서 필요한 전략이 각각 서로 다른 만큼, 실제 계약 당사자로서는 꽤나 험난한 여정을 겪어야 한다. 하지만 우여곡절이 크면 돌아오는 대가도 클 때가 많다. 니고시옥션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요인은 무엇인지 수브라마니안 교수의 조언을 들어보자.
 
니고시옥션’이란 무엇인가?
수브라마니안 교수에 따르면 니고시옥션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일대일 협상:협상 과정 중 일정 단계에서 판매자는 협상 중인 자산에 관해 1인 이상의 구매자와 비공개 논의에 들어간다.
2.입찰(1회 이상):협상 과정 중 특정 단계에서 판매자는 경매를 통해 잠재적 구매자들간의 상호경쟁을 유발시킨다.
3. 2인 이상이되 너무 많지 않은 수의 잠재적 구매자:니고시옥션을 위해 필요한 잠재적 구매자의 수는 일반적으로 310인이다. 경매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으면서도 판매자가 일대일 협상을 이끌어 나가기에 어려움이 없는 숫자여야 한다.
4.정보 불균형:니고시옥션에서는 일반적으로 판매자가 잠재적 구매자보다 입찰에 부쳐진 자산 및 현 상황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 구매자는 정보 불균형이라는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5.절차의 유연성:일반 경매에서는 경매횟수를 1회로 할지, 그 이상으로 할지 등의 과정을 판매자가 결정한다. 구매자는 수동적으로 참여할 뿐이다. 하지만 니고시옥션에서 경매 과정은 정하기 나름이다. 앞서 살펴본 회고록 출판처럼, 눈치 빠른 구매자라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진행 절차를 바꿀 수 있다.
 
니고시옥션은 일단 경매로 시작해 구매자를 추려내고 이후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입찰자와 일대일 협상을 할 때가 많다. 그러나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차를 새로 구입하려고 인터넷 경매를 연 다음, 이후 가격을 싸게 부른 입찰자와 세부 사항을 조율할 수도 있다. 혹은 딜러와 직접 만나 각종 옵션에 대해 협의한 후 그 딜러에게 경매 입찰에 참여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할 수도 있다. 즉 니고시옥션의 중요한 특성은 바로 유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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