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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다

제임스 구즈카 | 53호 (2010년 3월 Issue 2)

1번 문 뒤에는 뭐가 있을까
미국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몬티 홀이 진행하는 ‘흥정 게임 쇼(Let’s Make a Deal)’가 있다. 사회자 몬티 홀은 참가자에게 1번, 2번, 3번 문 중 어떤 문 뒤에 근사한 상품 가령, 목재로 만들어진 스테이션 왜건 등이 숨겨져 있을지 맞춰보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참가자가 선택하지 않은 문 중 하나를 먼저 열어 보인다. 몬티 홀은 열어젖힌 문 뒤에는 상품이 없다는 걸 보여준 다음 참가자에게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고 말한다.
 
독자 여러분이 이 텔레비전 쇼의 참가자이며 1번 문 뒤에 자동차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몬티가 열어젖힌 3번 문 뒤에는 자동차가 아닌 염소가 한 마리 놓여 있다. 염소를 발견한 몬티는 다시 선택권을 준다. 즉, 처음 선택한 대로 1번 문을 고수할지, 2번 문으로 마음을 바꿀지 선택을 번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이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선택을 바꿔 2번 문을 택해야 할까 아니면 1번 문을 고수해야 할까?
 
혹시 바꾸지 않는 쪽을 택했는가? 사실 많은 사람들이 바꾸지 않는 쪽을 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몬티가 열어 보인 3번 문 뒤에 염소가 있는 것을 확인한 후에 1번, 2번, 3번 문 뒤에 자동차가 있을 확률이 3분의 1 : 3분의 1 : 3분의 1에서 2분의 1 : 2분의 1 : 0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따라서 몬티가 3번 문을 열어 보인 행위는 1번 문에서 2번 문으로 선택을 번복할지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기존의 결정을 고수하겠다는 많은 사람들의 답변은 틀렸다. 1번에서 2번으로 선택을 바꾸면, 상품을 탈 확률이 2배로 높아진다. 하지만 극소수의 사람만이 이 문제를 실시간으로 풀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주어져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1990년 아이큐 228로 세계에서 지능지수가 가장 높은 사람으로 기네스북에도 실린 천재 마릴린 보스 사반트가 <퍼레이드>에 관련 내용을 기고하면서 이 문제가 널리 알려졌다. 당시 수백 명의 수학자를 포함한 수천 명의 독자들이 퍼레이드에 마릴린이 오답을 발표했다는 비난을 담은 답장을 보냈다. 심지어 저명한 수학자 폴 에르도스도 죽는 순간까지도 몬티 홀의 문제를 고민했다고 전해진다.
 
몬티 홀의 문제는 단순한 퀴즈 놀이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어떤 비즈니스 영역에서든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계속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에 압도당하지 않기 위해 의사결정권자들은 불가피하게 직관, 과거 경험을 토대로 한 문제 해결 방식, 정신적인 부담이 적은 방법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몬티 홀의 문제가 명백하게 보여주듯, 아무런 도움 없이 직감에만 의존하면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의 예상보다 이런 상황은 훨씬 자주, 심각하게 나타난다. 최근 인지과학과 행동경제학에서 나타난 발전 사항은 근시인 사람들이 안경을 필요로 하듯 놀라울 만큼 다양한 분야의 의사결정권자들이 통계적 도구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인간의 사고력은 일상적인 비즈니스 상황에서 요구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진화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이 결점을 보완하려면 통계적 분석과 예측 모형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봤을 때 이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에케 호모(‘이 사람을 보라’는 뜻의 라틴어)
상당수의 경제 이론은 몬티 홀의 문제에서 나타나는 인지적 제약에 주목하지 않았다. 사실 여러 가지 현대 경제 이론의 핵심 원칙은 인간이 합리적인 예측(rational expectations)하에 합리적인 판단을 할 거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즉,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추측이나 예측은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고려하여 도출됐기 때문에 가장 뛰어난 추측이나 예측이라고 가정하는 셈이다. 개인들이 옳지 못한 추측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합리적인 예측을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개개인이 내놓는 추측은 일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진실에서 멀어져 결국 평균치가 ‘0’이 된다고 설명한다.
 
경제 주체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면 널리 알려져 있는 관련 정보를 통해서는 이윤을 창출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미 다른 누군가가 그 정보를 이용해 이윤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재미있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시카고의 한 경제학 교수가 길에 떨어져 있는 20달러 지폐를 줍지 않았다. 왜 그랬냐고 물어보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 돈이 진짜라면 이미 다른 사람이 주워갔어야 마땅하다. 아무도 줍지 않았다는 건 이 돈이 가짜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요약해, 인간이 합리적인 예측을 한다는 전제는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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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임스 구즈카

    딜로이트 컨설팅 LLP의 수석 책임자
    미국 손해보험 계리사협회 정회원
    미국 보험계리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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