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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 ‘극한원가’로 시장 뒤흔든 5개 기업서 배우는 5가지 성공비결

240만원짜리 국민차 한국기업엔 정녕 꿈일까?

DBR | 4호 (2008년 3월 Issue 1)
김남국·문권모·하정민 기자 dbr@donga.com
박민준 KOTRA 인도 뉴델리무역관 과장 parshop1@gamil.com
 
경영학 대가 마이클 포터는 기업의 ‘본원적 전략(generic strategy)’으로 ‘저원가(low cost)’와 ‘차별화(differentiation)’를 제시했습니다. 원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기업 전략의 근본축이라는 통찰입니다. 특히 수많은 저가 중국 제품 공세에 밀려 고전하는 한국 제조업체 입장에서 원가 경쟁력 확보는 시급한 과제입니다. 또 인도 타타자동차가 최근 2500달러(약 240만 원)짜리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극한 원가(extreme cost)’를 추구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수십억 명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새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것입니다. 성장의 덫에 빠진 한국 기업들도 이런 방법으로 신 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합니다. 극한 원가에 도전한 기업들의 성공 사례와 원가 절감 솔루션을 전해드립니다.
 

“5000달러 이하 자동차는 불가능하다”

인도 타타자동차가 2500달러대 초저가 자동차 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경쟁 업체인 인도 마루티-스즈키(Maruti-Suzuki) 관계자는 이같이 단언했다. 마루티-스즈키는 일본에서 감가상각이 완전히 끝난 설비를 인도로 들여와 자동차를 제작했기 때문에 5200달러의 초저가 자동차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타타는 이들의 예상을 완전히 깨고 2500달러짜리 자동차를 세상에 내놓았다.
 
한국 중소기업인 BBT도 중국 업체마저 따라오지 못하는 9900원짜리 MP3플레이어를 생산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에어비타는 수십 만 원짜리 공기청정기가 주로 판매되던 시절, 불과 7만9000원짜리 초저가 제품을 선보여 시장의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해야 하는 특수 윤활유 업종에서도 장암엘에스가 선진국 대기업을 능가하는 원가 혁신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칫솔 살균기 업체인 에센시아는 과감한 혁신으로 중국 업체들의 집요한 저가 공세를 물리쳤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극한 원가로 도약한 이들 5개 업체에 대해 심층 케이스 스터디를 벌여 5가지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1. 목표 가격부터 먼저 정하라
많은 기업들은 원가를 먼저 계산한 후 적정 마진을 붙여 제품 가격을 결정한다. 하지만 극한 원가에 도전한 기업들은 이와 정반대로 가격부터 먼저 결정한다. 예를 들어 시계를 패션 액세서리로 정의한 스와치는 세계 시장을 휩쓸었던 홍콩 저가 제품(70달러 수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인 40달러를 목표 가격으로 설정했다. 그러고 나서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준에서 목표 원가를 결정한 뒤 이를 달성해냈다. 도요타도 일찍부터 ‘판매가격(sales price)-목표 이익(target profit)=목표 원가(target cost)’란 생존원가 공식을 활용해왔다. 극한 원가에 도전한 업체들도 대부분 이런 접근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도 타타자동차의 초저가 자동차 ‘나노’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2003년 초 인도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회장은 ‘원 랙카(1 Lakh Car·Lakh은 10만을 뜻하는 힌두어)’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10만 루피는 약 240만 원 정도로 운전기사 등 도시 서민층 근로자의 1년 연봉에 해당한다. 인도 중산층의 연 소득은 20만∼100만 루피다. 원가를 따져서 목표 가격을 설정한 게 아니라 인도 상황에서 시장성 있는 가격을 미리 정하고 무조건 그 가격대에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원가를 맞춘 것이다. 타타는 이후 부품 개발과 구매, 물류,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목표 가격을 맞추기 위한 대장정에 들어갔다.
 
라탄 회장의 발언에 대해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인도 경제계에서도 비웃음 섞인 반응이 흘러나왔다. 인도 현지에서는 “라탄 회장이 농담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 너무 이슈화가 되니까 그냥 가격을 확정해 버렸다”는 루머가 나올 정도다.
 
9900원짜리 ‘거북이(turtle) MP3플레이어’를 생산하고 있는 BBT도 마찬가지였다. BBT 창업자들은 MP3플레이어를 생산키로 하고 시장조사를 해봤다. 그 결과, 10만 원대 이상 고가 제품 시장에서는 애플이나 삼성 등 거대 기업들이 독주하고 있었다. 또 5만 원 안팎의 중가 브랜드도 저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장악, 경쟁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신 창업자들은 초저가 MP3플레이어를 양산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시중에 출시된 1만∼2만 원 대 중국산 MP3플레이어의 경우 음질이 형편없었고 교환이나 애프터서비스도 전무해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적 판단으로 9900원이란 가격을 미리 정한 다음에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낮은 원가를 달성했다.
 
세계 칫솔 살균기 시장 1위 업체인 에센시아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거래를 미끼로 기술을 빼돌린 중국 회사 때문에 2004∼2006년 3년 연속 매출이 뒷걸음질치는 시련을 겪었다. 중국 업체는 에센시아 제품의 복제품을 절반 이하 가격에 마구 찍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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