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삼성이여, 孟子로 돌아오라

권경자 | 35호 (2009년 6월 Issue 2)
70년 전 일제강점기. 국권 회복은 단지 희망이고 예언일 뿐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젊은 이병철은 1938년 대구의 수동에서 ‘삼성상회’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그는 큰 것, 많은 것, 강한 것, 완전한 것을 나타내는 ‘삼(三)’과 밝고 높고 영원히 깨끗이 빛난다는 의미의 ‘성(星)’으로 상호를 지었고, 유학 정신을 바탕으로 사업을 일으켰다. 그 후 70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품었던 그의 꿈은 수많은 위기와 질곡, 역경을 넘기고 삼성을 세계에 우뚝 세웠다.
 
삼성의 부상(浮上)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음을 지향하는 민족의 동질성’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너와 나를 하나로 여기는 한마음의 정서를 지니고 있다.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할 때, 삼성의 구성원뿐 아니라 전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며 마치 자신의 일인 양 기뻐했던 것은 이런 ‘내재적 동일시’ 때문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자의 안목과 결단, 삼성 구성원들의 헌신적 노력, 국민들의 심정적 호의와 지지를 토대로 삼성은 급성장할 수 있었다. 

너·나·우리의 한마음 지향
한국인의 반기업 정서는 강한 편이다. 일본 식민지, 한국 전쟁, 군부 독재 등 굴곡의 역사를 거치면서도 경제 대국으로 일어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업의 역동적이고 저돌적인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평가는 매우 인색하다. 관치 금융 등의 특혜와 정경 유착 등 비리, 도덕 불감증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그들의 업적까지 과소평가하는 분위기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특히 삼성에 대해서는 반기업 정서에서 나아가 ‘반삼성 정서’라는 독특한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
 
반삼성 정서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유학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은 삼성에 대한 호의와 같은 맥락이다. 즉 나와 너는 하나이기 때문에 너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라는 동일시로 인한 ‘친삼성 정서’와, 나는 바르게 살아도 성공하지 못하는데 너는 비리를 저지르는데도 성공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거부’가 그 속에 담겨 있다. 이는 ‘인(仁)’의 정서에서 표출된 것이며, ‘나=너’의 정서에 기초한 것이다. 이러한 정서의 충돌 속에서 국민들은 삼성에 대해 호(好)·불호(不好)의 감정을 동시에 갖게 됐다. 그런 면에서 삼성을 바라보는 2가지 눈도 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또 삼성의 근본이념도 역시 仁이며, 삼성이 광고를 통해 강조하는 ‘가족’ 이미지의 토대도 仁이다. 한민족의 원류인 동이족(東夷族)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였던 仁은 민족의 내면을 이룬 정신세계로 5000년의 역사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으며, 삼성을 이루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민족의 동질성, 仁
仁은 유학의 핵심 사상이다. 때와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수시처중(隨時處中)을 기본 틀로 삼고 있는 유학은 시대에 따라 새롭게 거듭났다. 오래전 동아시아 문명의 터전인 중원(中原)은 동이족과 서부족(西部族)이 갈마들면서 문명의 꽃을 피운 곳이었다. 서부족은 물질을 중시하고, 합리적ㆍ직접적ㆍ분석적이며, 인본주의적 윤리 문화를 지향해 지(知)를 추구했다. 반면 동이족은 정신과 마음을 중시했는데 그로 인해 신비주의와 종교 문화가 발달했고, 인간 내면을 사고의 대상으로 삼는 추상 관념이 개발됐다. 그것은 仁에 대한 추구로 나타났다.
 
2500년 전, 공자는 이러한 두 사유를 통합해 조화를 이뤘다. 예로부터 전해져오는 진리를 계승하여 조화를 통해 유교 문화를 이뤄냈다.1 공자는 仁을 핵심적 사유로 내세우면서 知를 통해 규범화시켰고, 정신세계를 중시했지만 물질 또한 버리지 않았다. 화(和)를 통합의 원리로 본 그는 이질적인 사상과 문화를 통합하고, 투쟁의 삶을 화합과 조화의 삶으로 환원시켰다. 仁을 통해 다양성과 통일성의 합일점을 찾았다. 이러한 사상의 정점이 중용(中庸)이다. 이는 인도(人道)와 천도(天道)가 만나는 길이며, 인도를 바탕으로 천도를 실현할 수 있는 통로다.
 
공자의 도(道)를 구체화한 맹자는 “만물이 모두 내게 갖추어져 있다”2 는 선언을 통해 ‘내’가 모든 것을 갖춘 초월을 함유하는 우주 중심의 인간이며, 도를 실현해 하늘과 병존(竝存)할 수 있는 존재임을 밝혔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 때 나는 만물을 기르는 주체가 된다. 따라서 자신의 삶이 성실하면 즐겁고, 누구에게나 있는 하늘마음을 힘써 행하면 仁을 구할 수 있다.3
 
그는 육체를 중심으로 보면 남남이지만 내면에 ‘같은 마음[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인간이 근본적으로 선하다는 믿음을 확인했고, 이를 토대로 성선설의 근거를 마련했다. 즉 인간의 본질인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人皆有之]으로, 그렇기 때문에 만물이 일체이며 하늘과 사람이 하나임을 밝혔다. 즉 하늘과 인간은 공간적으로 다른 곳에 위치하고 역할 또한 다르지만 함께 동행하는 존재다.4
 
<논어>를 삶의 정수로 삼다
가장 감명을 받은 책 혹은 좌우에 두는 책을 들라면 서슴지 않고 <논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나라는 인간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이 바로 이 <논어>다. 나의 생각이나 생활이 <논어>를 벗어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만족한다.”5
 
이처럼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자신의 생각과 생활의 근거가 <논어(論語)>였다고 고백했다.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서당에서 <천자문(千字文)>과 <자치통감(資治通鑑)> <맹자(孟子)> <논어> 등을 공부했지만, 그는 진주의 지수보통학교, 서울의 수송보통학교, 중동중학교, 일본의 와세다대에서 신교육의 세례를 받았다. 그런 점에서 <논어>를 삶의 길잡이로 삼았다는 것은 의외의 고백이다.
 
<논어>는 학(學)으로 시작해 지명(知命)ㆍ지례(知禮)ㆍ지언(知言)으로 끝을 맺는 20편 499장으로 이루어진 사상(思想)의 대(大)파노라마다. 2500년 전, 공자는 사상혁명(思想革命)의 문을 연 성인(聖人)으로서 “배우고 때에 맞추어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6 라는 일성(一聲)으로 배움을 통해 내면에서 우러나는 기쁨을 체득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배운다’는 것은 ‘젖어들고 스며들어 몸에 배어 그 자체가 되는 것’을 뜻하는데, 이처럼 學을 통해 자유 의지를 획득하고 인간다운 인간이 될 때 하늘이 명하는 바를 알고[지천명(知天命)], 귀가 순해져 말을 알게 되며[이순(耳順)], 자유로운 경지에 이르게 된다[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 그러므로 “명(命)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禮)를 알지 못하면 자립할 수 없으며,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지 못한다”7 고 끝맺었다.

가입하면 무료

인기기사
NEW

아티클 AI요약 보기

30초 컷!
원문을 AI 요약본으로 먼저 빠르게 핵심을 파악해보세요. 정보 서칭 시간이 단축됩니다!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