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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리더, 정직하되 말 아껴라

김호 | 33호 (2009년 5월 Issue 2)
사례 1 2007년 1월 이용훈 대법원장은 세금 신고를 누락한 탓에 큰 곤란을 겪었다. 이와 더불어 그가 변호사 시절에 후배 판사들에게 전별금 명목으로 현금을 건넨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그의 입장을 듣고 싶었던 기자들은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장의 차가 도착하기를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대법원장이 도착하자 기자들은 그에게 바싹 따라붙었다. 한 방송사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대며 “부장에게 전별금을 주셨다는 언론 보도가 있는데…”라고 말을 던졌다. 이 대법원장은 취재에 다소 짜증이 났는지 기자를 바라보며 “기자들이 고생이 많아.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아”라며 귀찮다는 듯 이야기했다. 이 장면은 그날 저녁 TV 뉴스에 그대로 방송됐다.
 
사례 2 2008년 4월 4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했다. 수백 명의 기자가 기다리고 있던 포토라인에서 이 전 회장은 잠시 멈춰 서서 몇 가지 질문을 받았다. 기자들의 질문에 부인으로 일관하던 그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범죄 집단으로 몰리는 상황입니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범죄 집단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고, 그것을 옮긴 여러분들(언론)이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라고 의외의 발언을 했다. 그도 실수했다 싶었는지 다음 날 새벽 조사를 받고 귀가하면서 “국민 여러분에게 드릴 말씀을 잊어버렸습니다. 그것부터 합시다”라며 운을 뗀 뒤 국민에게 사과했다.
 
사례 3 2006년 6월 CJ푸드시스템(현 CJ프레시웨이)은 2500여 명의 학생들이 집단 식중독에 걸리는 커다란 급식 사고를 일으켜 물의를 빚었다. 당시 미국에 체류 중이던 이재현 CJ 회장은 공식적인 사과나 입장 표명 하나 없이 사고 발생 후 1주일 동안 귀국하지 않았다. CJ와 이 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따가워지자 그는 1주일 만에 귀국한 후, 공항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말 한마디 없이 피하듯 차를 타고 가버렸다.
 
사례 4 2006년 3월 롯데월드 무료 개장 행사에서 35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기자회견에서 롯데월드의 마케팅 담당 이사는 변명과 함께 “손님들의 문화 의식이 충분하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말해 오히려 시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불난 곳에 기름을 끼얹은 그의 발언으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사례 5 2007년 9월 국내 최대 보안경비업체인 에스원 직원이 고객의 집에 침입해 강도질을 하고 여성을 성추행하려 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 발생 초기에 에스원은 사고를 일으킨 사람이 ‘전직 직원’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결국 거짓말이 들통 나는 바람에 ‘직원은 사고를 일으키고 회사는 이를 거짓으로 둘러댄다’는 비판을 받았다. 에스원 최고경영자(CEO)는 얼마 후 사퇴했다.
 
앞의 5가지 이야기는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사례들이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의 말 한마디는 큰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일단 임원이 되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기적으로 시뮬레이션 훈련을 한다. 어느 기업도 위와 같은 위기를 겪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임원은 물론 회사의 긍정적 뉴스를 언론에 홍보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위기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원칙과 기술을 미리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 생각하기도 싫겠지만 만약 당신이라면 위의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는가?
 
위기 상황에서 꼭 알아야 할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방법
① 인터뷰란 ‘기자에게 말하기(talk to a journalist)’가 아니라 ‘기자를 통해서 말하기(talk through a journalist)’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귀찮다는 듯 이야기한 것이나,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언론을 비난한 것은 대(對)언론 인터뷰의 메커니즘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론에 이야기하는 일은 언론을 통해 시청자나 독자에게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그대로 중계되거나 편집된 뉴스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 대법원장은 기자에게 귀찮다는 듯 비아냥댔지만, 사실은 방송 화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비아냥거린 꼴이 됐다. 이 전 회장 또한 언론에 섭섭한 감정이 있었을지 몰라도, 그 발언은 전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검찰청 포토라인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방송 카메라를 손으로 무자비하게 막아버리는 행동도 종종 보인다. 사실상 이는 시청자의 눈을 가리는 것과 같다. 언론에는 ‘진실을 가리는 기업’의 이미지를 매우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주는 꼴이 된다. 정치인이 자신과 친하거나 나이 어린 기자에게 반말을 하는 장면도 가끔 볼 수 있다.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가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직접 말하는 것이라는 점을 간과한 실수다.
 
② 비난하지 말라
롯데월드 측은 대형 사고 앞에서 소비자를 비난하는 발언을 해 민심을 2번이나 깎아먹는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따라서 위기 상황에서는 남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비난 행위는 금물이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비난보다는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이 어떤 조치(actions)를 취해 나가고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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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호

    김호hoh.kim@thelabh.com

    - (현)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 PR 컨설팅 회사에델만코리아 대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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