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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실패에 300번의 조짐 있다

서진영 | 33호 (2009년 5월 Issue 2)
깨진 유리창 이론
누군가 돌을 던졌는지 한 상점의 쇼윈도 유리가 깨져 있다. 그런데 1주일째 깨진 유리창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물 주인이나 관리인이 건물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깨진 유리창 앞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재미로 아무 거리낌 없이 돌을 던져 또 다른 유리창을 깰지도 모른다. 방치된 쇼윈도를 본 다른 사람들은 가게의 모든 유리창을 죄다 깨버리고 말 것이다. 바로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이것은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3월 월간 저널 애틀랜틱에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실제 사례를 보자. 1980년대 중반 미국 뉴욕 시는 빠르게 슬럼으로 변했다. 길거리는 온통 지저분한 낙서투성이였고, 더러운 지하철 역사에서는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범죄 발생률이 높아지자 기업과 중산층이 교외로 급속도로 빠져나갔다. 그 바람에 거리와 지하철은 밤은 물론 낮에도 한적해져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깨진 유리창을 없애면 된다. 1994년 뉴욕 시장에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는 강력한 의지로 정화 작업에 돌입했다. 그는 뉴욕의 주요 거점에 CCTV를 설치해 낙서한 사람들을 끝까지 추적했다. 지하철 역사 내부의 벽을 깨끗이 청소하고 경범죄를 집중 단속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거듭 확인한 뉴욕 시민들은 자신들의 과거 행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주위 환경이 전체적으로 더러울 때 사람들은 오물을 쉽게 버린다. 하지만 주위가 깨끗할 때는 그러지 못한다.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이 쉽게 들통 나기 때문이다. 작은 것을 관리하면 큰 것은 저절로 관리된다.
 
이 이론은 기업 경영과 조직 관리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커다란 경영 전략이나 비전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정작 기업을 갉아먹고 있는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문제들을 간과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러한 기업들은 사소한 문제(깨진 유리창)에 집중함으로써 성공을 꾀할 수 있다.
 
1 대 29 대 300
‘깨진 유리창 이론’을 더욱 체계화한 책이 이번에 소개하는 <하인리히 법칙>이다. 1920년대 미국의 여행보험회사에 다니던 허버트 하인리히는 엔지니어링 및 손실 통제 부서에 근무하면서 많은 사고 통계를 접했다. 그는 실제 일어난 7만5000건의 사고를 정밀 분석해 그 결과를 ‘1 대 29 대 300 법칙’으로 정리했다.
 
큰 산업재해가 1번 발생한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작은 재해가 29번 있었다. 또 운 좋게 재해는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당할 뻔한 사건이 무려 300번이나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를 가리키는 1 대 29 대 300 법칙은 그 후 ‘하인리히 법칙’으로 불렸다. 이 내용을 토대로 한 책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이 1931년 발간됐다.
 
이 법칙에 따르면 산업재해는 어떤 우연한 사건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충분히 그럴 만한 개연성이 있었던 경미한 사고가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 수많은 실패 징후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인리히 법칙과 품질 경영의 비용
재미있게도 이 법칙은 생산 과정에도 적용된다. 세계적인 품질 경영 전문가 조셉 주란은 어떤 제품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품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예방 비용’ ‘평가 비용’ ‘실패 비용’이라는 3가지 비용이 생긴다고 했다.
 
예방 비용은 처음부터 품질 불량이 나오지 않도록 품질 관리 활동이나 교육에 투입하는 비용이다. 평가 비용은 제품을 검사하고 불량품이나 결함을 찾아 대책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 즉 품질을 정식으로 평가함으로써 품질 수준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실패 비용은 불량 제품이나 서비스가 이미 시장에 나와 고객에게 전달됨으로써 일어난 실패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을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주란 또한 이들 3가지 비용의 상대적인 비율을 1 대 10 대 100이라고 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 로체스터의 IBM 사업장에서 이 비율을 조사한 결과 1 대 13 대 92로 나타났다. 1 대 10 대 100에 가까운 수치다.
 
따라서 품질 경영의 비용을 최소화하려면 설계 단계에서 있을 수 있는 모든 불량 및 결함 가능성을 미리 없애는 게 최선이다.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하인리히 법칙과 일맥상통한다.
 
작은 실수가 맵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사소한 것, 즉 디테일 관리를 통해 실패를 예고하는 300번의 징후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하인리히 법칙을 요약하면, ‘디테일을 놓치면 큰 문제가 생긴다’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처럼 사소한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전체 중에서 부분은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부분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이것이 다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어느 회사의 화장실과 유리창의 청결 상태를 보면 그 회사 전체의 청결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어느 회사에 전화를 걸었을 때, 전화 받는 직원의 말투와 친절함을 통해 그 회사 직원들의 정신 상태와 기업 문화를 알아차릴 수 있다. 유통 매장에서 상품의 진열 상태를 보면 이 매장이 상품에 얼마나 애착을 갖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사소한 디테일에서 전체가 드러난다.
 
실패의 원인은 작은 것이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중간 중간 매복해 있는 실패의 늪에서 잘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업이 성공하려면 신선한 사업 아이템, 냉철한 시장 분석, 충분한 자본 조달 능력, 뛰어난 상술, 좋은 입지 등이 모두 필요하다. 이 중 한 가지라도 어긋난다면 성공은 상당히 어려워진다. 물론 기업이 성장하려면 큰 틀에서 기업 전략, 재무 전략, 마케팅 전략이 좋아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요건을 충족해도 디테일에 강하지 않으면 결코 성장할 수 없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 유명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항상 개를 왼손으로 쓰다듬었다고 한다. 친구인 막스 자코브가 이유를 묻자 피카소는 이렇게 말했다.
 
“혹시 개한테 물리더라도 오른손으로 계속 그림을 그려야 하니까.”
  • 서진영 서진영 |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sirh@center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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