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MLB 구장엔 ‘에코 경영’이 있다

박용 | 32호 (2009년 5월 Issue 1)
야구 국가대표팀이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표팀은 세계의 강호를 잇달아 연파하며 일찌감치 흥행의 군불을 지폈다. 아니다 다를까, 잔디가 녹색으로 물들고 시즌이 개막되자 전국 야구장이 들끓기 시작했다.
 
한국 야구에 대한 기대치도 훌쩍 높아졌다. 배우, 관객, 희곡, 무대가 연극 흥행의 핵심 요소라면, 각본 없는 스포츠인 야구는 선수, 관중, 야구장을 흥행의 3요소로 꼽아야 하지 않을까. 선수들의 실력은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을 통해 검증을 마쳤다. 열정적인 관중의 응원과 매너도 수준급이다. 문제는 야구장. 볼 파크로 불리며 가족 단위 테마 공원으로 자리잡은 미국 야구장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경기가 열리는 일본 돔구장과 비교해도 격차가 두드러진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의 경영 마인드와 소프트웨어는 일류 기업 뺨친다. 미국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에코 프렌들리(Eco-Friendly)’ 경영에 몰입해 있다고 소개했다.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구단의 홈구장 직원 2000명은 올해부터 특별한 티셔츠를 입는다. 겉모양은 일반 티셔츠와 같지만 소재가 다르다. 재활용 페트병에서 뽑아낸 폴리에스테르 섬유가 50% 섞인 티셔츠다. 재활용 기술이 발전하면서 버려진 페트병에서 뽑은 원사(原絲)가 옷감 소재로까지 쓰이게 됐다. 버려진 페트병 5개면 티셔츠 하나를 만들 수 있다.
 
한때 박찬호 선수가 뛰었던 뉴욕 메츠의 구장인 시티필드는 물 낭비를 막는 ‘물 없는 남성용 소변기’를 설치했다. 템파베이 레이스 구장은 카풀로 여럿이 경기장을 찾으면 무료로 주차할 수 있게 해준다. 올 시즌 새로 문을 연 뉴욕 양키즈 스타디움의 조명 시설에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가 쓰였다. 이렇게 줄인 전력이 75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보스턴, 클리블랜드, 덴버, 샌프란시스코 등의 야구장들은 일부지만 태양광 발전 설비도 갖추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에코 프렌들리’ 경영에 몰입하는 이유는 뭘까. 지속 가능한 성장과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긍정적인 고객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속내도 있다. ‘그린 코드’는 불황으로 잔뜩 움츠리고 있는 기업의 지갑을 여는 공통분모가 될 수 있다. 이른바 ‘에코 프렌들리 파트너십’이다. 구단으로서는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는 셈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구장의 ‘페트병 티셔츠’는 코카콜라가 후원한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페트병 원사’를 개발한 일본 화학기업 테이진과 함께 ‘21세기 도쿄 국제필름페스티벌’ 개막식에 레드 카펫 대신 0.5L짜리 페트병 1만8000개로 만든 ‘그린 카펫’을 깔기도 했다.
 
생수회사 ‘폴란드 스프링’은 뉴욕 양키즈의 라이벌인 보스턴 레드삭스 구장의 녹색 경영을 지원하고 있다. 구장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그린 팀’은 폴란드 스프링 로고가 적힌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구장 스탠드의 재활용 플라스틱 병을 수거한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환경을 고려해 ‘녹색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매점의 주방 도구, 그릇, 냅킨은 생분해성 소재로 만들어졌다. 미국 야구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인 마늘과 감자튀김도 열효율이 뛰어난 주방기기로 튀겨낸다. 퍼시픽 가스앤드일렉트릭이 후원하는 사업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함께 야구장의 녹색 경영을 돕는 앨런 허쉬코비츠 미국천연자원보호협회(NRDC) 수석 과학자는 한술 더 떠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친환경 설비를 기증한 사람들의 이름을 구장에 내거는 프로젝트다. 국내 사찰에서 시주를 한 신도 이름을 연등이나 기와에 적는 것과 비슷한 아이디어다.
 
한국에서도 부산 사직구장이 지난해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을 설치하는 등 ‘녹색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참에 국내 구단과 야구장도 기업들과 함께 ‘에코 프렌들리 파트너십’에 나서면 어떨까. 마침 올해는 ‘600만 관중 시대’를 내다볼 정도로 야구 열기가 뜨겁다.
  • 박용 박용 | - 동아일보 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연구원
    -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정책연구팀 연구원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