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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發 ‘에너지산업 빅뱅’

LNG 시장 과열… 재생에너지에 주목하라

오동재 | 392호 (2024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주요 선진국의 탄소 중립 시행 등으로 최근 몇 년 사이 LNG가 주목받았다. 특히 LNG는 화석연료 중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급격한 탈탄소 전환이 야기할 산업 생산성 감소나 일자리 문제를 보완해 줄 ‘브리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 결과, 국내 기업들도 LNG 업스트림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가 머지않아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LNG 시장에서 가까운 시일 내 공급량 증가와 수요 감소가 일어나며 가격 하락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전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은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선 에너지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LNG 업스트림 사업 대신 재생에너지 및 배터리 공급망 구성에 투자해야 한다.



편집자주

기후솔루션은 효과적인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위해 2016년 한국에서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다. 기후솔루션은 에너지 기후변화 정책과 관련한 법률, 경제, 금융, 환경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고 국내외 비영리단체들과의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기후솔루션이 진단한 에너지산업의 변화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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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액화천연가스(LNG)가 뜨거운 감자다. 가스를 뽑아 액체로 압축하는 LNG는 뽑아낸 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바로 운송할 수 있는 기체천연가스(PNG)보다 다소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대란이 일어나며 각국이 러시아 가스의 대체재인 LNG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몸값이 치솟았다. 그 결과 2022년 LNG 거래량은 사상 처음으로 파이프라인 가스 거래 물량을 넘어섰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향후 글로벌 가스 시장을 LNG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 LNG 브리지 역할 기대감 ↑

LNG 수요의 폭발적 증가는 비단 에너지 대란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아시아 주요국들이 탄소중립 정책을 시행하면서 LNG 수요를 견인할 것이란 기대가 부풀었다. 특히 LNG는 석탄발전 시대에서 재생에너지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도 브리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NG의 경우 화석연료 중 탄소배출량이 그나마 적기 때문에 급격한 탈탄소 전환이 야기할 산업 생산성 감소나 일자리 문제를 보완해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경우 날씨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도 어려워 간헐성 이슈가 있고 변동성 측면에서의 과제도 있다. 이와 같은 LNG 시장 낙관론은 지난 2년 동안 LNG 업스트림 사업에 대한 막대한 개발 열풍으로 이어졌다. IEA는 2030년까지 LNG 수출 터미널 용량이 현재 수출 용량의 40%가량(250bcm) 확대될 것으로 집계했다.1 그중에서도 현재 LNG 최대 수출국인 미국과 카타르는 2030년경까지 LNG 수출 터미널 용량을 각 3배, 2배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LNG 시장 낙관론은 국내 에너지 기업들의 업스트림 사업 투자에도 청신호를 켜줬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최종투자결정(FID)을 마무리한 약 24조 원(177억 달러) 규모 미국 텍사스 리오그란데 수출 터미널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며 포스코인터내셔널 또한 2022년 호주 업스트림 업체인 세넥스에너지 인수 후 가스 생산 능력을 세 배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2 국내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아프리카에서 참여 중인 모잠비크 LNG 사업도 올해 9조 원(70억 달러) 규모의 코랄 노스 확장 사업 투자 결정을 앞두고 있다.3


빨간불 켜진 LNG 수요 전망

하지만 LNG 시장 전망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업스트림 부문에서는 낙관적인 전망에 따른 대규모 투자가 선행된 반면 전체 가스 수요 전망은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IEA는 세계에너지전망보고서 2023(World Energy Ootlook 2023)에서 각국의 최신 정책을 반영한 결과 2030년을 기점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처음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2022년 보고서의 결론을 한층 더 강화한 것이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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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는 만약 전 세계 국가들의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돼 국가별 감축 목표 달성 시나리오(APS), 탄소중립 시나리오(NZE)로 나아갈 경우 가스 수요는 더욱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국가별 감축 목표를 반영한 APS 시나리오에서는 2030년 가스 수요가 2022년보다 7% 감소하고, NZE 시나리오에서는 2022∼2030년 사이에 연간 2% 이상 줄어들며, 2030∼2040년 사이에는 수요가 연간 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연가스 수요가 부정적으로 돌아선 데는 정치, 경제,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지정학적 혼란으로 촉발된 천연가스의 가격 변동성이 그간의 천연가스가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수입원이라는 인식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태양광 및 육상 풍력)의 가격이 가스 발전보다 저렴해지면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DBR Minibox Ⅰ ‘천연가스를 위협하는 것들: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면 벌어지는 일’ 참고.) 특히 베트남 같은 동남아시아 지역 신흥경제국들의 LNG 발전 사업 투자는 지난 몇 년간 연기돼 왔는데 위와 같은 불확실성들이 작용한 것으로 지적된다.


LNG 공급-수요 불균형, 공급 과다로 투자 리스크 될 수도

이렇게 LNG 시장은 전체 밸류체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 비대칭적인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까운 시일 내 LNG 공급량은 증가하고 동시에 수요는 감소하면서 LNG 공급 과다를 초래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글로벌 투자사 모건스탠리는 최근 시황 분석에서 “향후 수년간 가스 시장 공급과잉이 수십 년 만에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LNG 과다 공급에 따른 LNG 가격 하락이 이미 시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지난 3월 미국 헨리허브 벤치마크 가스 가격이 $1.24/MMBtu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1990년대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감했던 2020년보다도 낮은 가격인 것이다.4

결국 LNG 업스트림의 낙관적 투자가 수년 내 투자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에너지 가격이 급감했던 2020년 당시를 되돌아보면 유가와 가스 가격이 급락하면서 미국 천연가스 업스트림 사업은 가혹한 재정 현실을 직면하기도 했다. 짧은 기간 내 총부채가 1020억 달러 이상으로 치솟았고 파산 신고를 한 업스트림 기업이 100개를 넘어서기도 했다. LNG 공급과 수요 시장의 불일치는 근 시일 내 유사한 투자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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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청정에너지 시장 선점에 뛰어든 기업들

과잉투자로 LNG 업스트림 시장 전망에 빨간불이 들어온 반면 전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세는 앞으로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은 지난해 열린 28차 UN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현재의 3배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선언했다. 향후 6년간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현재 재생에너지 용량(32.5GW)의 250배에 달하는 재생에너지(8130GW)가 설치될 전망이다.5 독일 소재 기후 싱크탱크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COP 28에서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선 전 세계적으로 2024년부터 연평균 2조 달러, 총 12조 달러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해외 주요 국가들의 공적 금융은 자국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정책금융의 해외 재생에너지 금융 조달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 경주에도 뛰어들고 있다. 2021년 말 영국에서 추진된 공적 금융 이니셔티브인 ‘청정에너지전환 파트너십’에 참여한 이후 G7 국가들의 청정에너지 수출금융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다. 미국은 32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재생에너지 수출금융을 2023년, 무려 23억6000만 달러로 늘렸다. 독일에서도 2022년 재생에너지 수출금융 규모가 31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2억 8000만 달러였던 2021년 실적의 3배 수준을 달성했다.6

재생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환 노력은 이전부터 진행돼 왔다. 대표적 예로 꼽히는 게 덴마크 해상풍력 개발사 오스테드(Orsted)다. 한때 덴마크의 대표적인 석유 및 천연가스 사업자였던 오스테드는 지난 2017년 기존 사명이었던 동에너지(DONG)를 지금의 오스테드로 바꾸며 석유가스 부문을 매각했다. 이후 풍력발전 중심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대폭 확대하며 최대 해상풍력발전 개발사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국내 기업들도 청정에너지 시장 확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배터리 시장 진출이 두드러진다. 주로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전기차 수요뿐 아니라 발전 시장에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도 활용성이 높아 향후 시장 규모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배터리 사업을 위한 별도 법인을 분사한 이후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배터리 사업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2월엔 신사업 성장 확대에 투자하기 위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LNG 광구를 매각하기도 했다. LG도 유사하게 지난 2020년 배터리를 담당하는 LG에너지솔루션을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하며 막대한 신규 투자를 강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K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가 모두 전 세계 배터리 매출 5위권에 드는 등 순위 경쟁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중장기 배터리 산업 성장세도 낙관적인데 그간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지배적이었다면 향후 전력 시장에서의 ESS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IEA는 2022년 45GW 규모에 불과했던 전 세계 ESS 용량이 2030년까지 최대 23배(1018GW), 2040년까지 최대 60배(2841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대표 주자인 태양광 및 풍력발전 제조 시장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태양광 사업은 수년째 미국·독일·일본·영국 등 주요 시장에서 태양광 모듈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이 대표적이다. 태양광 모듈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생산능력 확장부터 모듈 생산능력까지 확대 중인 OCI홀딩스도 대표적인 태양광 소재 업체로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분투 중이다. 두 기업 모두 지난 2023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에 따른 세제 혜택을 위해 미국 내 대규모 태양광 생산 시설 투자와 시장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한편 풍력발전 제조 시장에서는 해상풍력 제조 경쟁력 확보 경쟁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대규모 플랜트인 해상풍력발전은 하부구조물 설치와 장거리 해저케이블에서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하부 구조물과 해상풍력발전 설치선(WTIV)은 국내 조선업체들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인데 SK오션플랜트와 세아제강은 하부구조물 건조에, 한화그룹의 인수로 탈바꿈한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WTIV 수주 유치에 본격 나서고 있다. 한편 국내 전선 기업 LS전선도 대만, 유럽, 미국 등에서 수천억 원대 해상풍력 고압 케이블 계약을 잇따라 수주했고 향후 유럽, 미국 시장 확대를 모색 중이다.

전 세계 에너지 투자 동향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중심 청정에너지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특히 과잉 공급 우려가 있는 LNG 업스트림 사업부터 신규 투자는 앞으로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쉽게 예상된다. 또한 사업에 대한 손절 타이밍이 늦어질수록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제 막 개발 단계에 들어선 한화·포스코·한국가스공사 등 국내 에너지 기업들의 신규 업스트림 사업은 수조-십수조 단위의 투자에도 불구, 공급 과잉으로 수익 실현이 어려운 현실을 앞으로 마주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

반대로 선택의 기로에 선 에너지 기업들이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LNG 업스트림 사업과 과감히 단절하고 대규모 금융을 재생에너지·배터리 공급망을 구성하는 신규 사업에 대신 투자한다면 사업 수익은 물론 향후 시장 주도권 또한 국내 기업이 확보할 수 있다. 시장의 급겹한 확대와 재생에너지 제조업 강국이었던 중국과의 전 세계 공급망 단절이 예상되는 향후 5∼10년간의 시장점유율 노력이 그 이후의 시장 경쟁력 또한 결정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DBR mini box I : 2차전지·재생에너지 시장의 부상과 천연가스

천연가스를 위협하는 것들: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면 벌어지는 일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주식본부 차장 gheun@hanhwa.com




지난해 9월 필자가 한 ESG 전문 매체에 기고한 칼럼에서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면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예상한 이후 실제로 ESS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WoodMackenzie)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ESS 설치량은 1만2351㎿h로 전 분기 대비 99%, 전년 동기 대비 4배로 증가했다.

이 같은 ESS의 성장은 배터리 가격 급락과 연관이 있다. 다시 말해, 배터리 가격 급락이 ESS 성장을 이끈 것이다.

전 세계 ESS의 대부분은 중국산 LFP 배터리i 로 만들고, 배터리가 ESS 제조원가의 약 40∼5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LFP 배터리 가격은 2022년 말 대비 2023년 말을 비교할 때 거의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2023년 하반기에도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기 때문에 올해 설치되는 ESS는 더 낮은 가격의 배터리를 조달할 수 있어 경제성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태양광,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ESS 역시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는 산업으로서 가격이 하락할수록 시장이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ESS의 올해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중국은 280억 위안(약 5조3300억 원) 규모의 송전 및 에너지 저장 프로젝트 투자를 발표했다. 그동안 중국은 태양광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력 계통과 에너지 저장 설비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앞으로 중국의 인프라 투자의 핵심은 전력 기기와 함께 ESS가 될 것이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EIA)에 따르면 계획 중인 모든 ESS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가동될 경우 2024년 말까지 30GW의 ESS가 설치될 전망이다. 이는 2023년 말 16GW 대비 거의 2배로 증가하는 수치다. 2024년 한 해 동안 2023년까지 설치된 ESS만큼이 설치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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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가 증가하면 가스발전을 대체한다

결국 배터리 공급 과잉은 가스발전 수요를 ESS가 대체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3대 화석연료 중 천연가스가 비교적 선호됐던 이유 중 하나는 발전 시장에서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스발전은 석탄발전 대비 전력 생산 때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 또한 다른 발전원 대비 전력 수요에 따라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유연성 자원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부각되는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전원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른바 에너지 전환의 브리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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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배터리 가격이 낮아져 ESS가 저렴해진다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해결하기 위해 가스발전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다. 2023년 미국 자산운용사 라자드(Lazard)의 균등화발전원가(LCOE) 분석에 따르면 이미 태양광은 가스발전보다 경쟁력이 있는 발전원이나 ESS까지 고려하면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는 2022년 태양광 모듈과 배터리 가격이 상승했을 때 기준이며 최근 하락한 배터리 가격을 감안할 때 2024년과 2025년의 ESS까지 고려한 태양광의 균등화발전원가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태양광과 ESS의 경제성은 가스발전 대비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대형 유틸리티 태양광의 LCOE는 24∼95달러로 복합가스발전의 39∼101달러 대비 낮다. 그러나 에너지 저장(Storage)을 고려한 LCOE는 46∼102달러로 유사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단, 태양광 LCOE가 이례적으로 2022년에 2021년 대비 66% 상승했고 ITC, PTC와 같은 보조금 반영이 안됐기 때문에 앞으로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점, 향후 가스발전에는 탄소 비용이 반영돼 더 비싸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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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가격 하락으로 소멸했던 석탄 터빈

이와 유사한 일은 과거 태양광 산업에도 있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2009년 359달러였던 태양광 LCOE는 2013년 103달러로 하락해 석탄발전보다 낮아졌다. 2016년에는 55달러까지 하락해 가스발전보다도 더 큰 경쟁력을 갖췄다. 경쟁에서 도태된 태양광 업체도 많았다. 하지만 더 주목해서 봐야 하는 것은 신규 석탄발전 투자가 급감했고 석탄발전 터빈 시장은 완전히 소멸했다는 점이다. 2015년 전 세계 신규 석탄발전은 100GW가량 설치됐으나 이후 감소해 2021년 40GW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국내 석탄터빈 업계가 직격타를 맞아 두산중공업은 산업은행 등의 긴급구제금융을 받기도 했다.

만약 배터리 산업 역시 태양광 산업의 경로를 따른다면 배터리 가격 하락은 전기차와 ESS 성장을 촉진해 내연기관자동차와 가스발전의 쇠퇴로 이어질 것이다. ESS 성장에 주목해서 본다면 가스발전터빈, 가스개발프로젝트, LNG 운송 인프라 모두에 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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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근 인공지능의 성장으로 전기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모든 신규 재생에너지와 ESS가 화석연료발전을 대체하기보다는 일부 신규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수준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인공지능으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 요인이 없었더라면 신규 재생에너지 설치의 대부분이 석탄발전과 가스발전을 대체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신속한 에너지 전환을 기대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운 변화다.

그렇다면 과연 천연가스산업 종사자와 투자자들은 미래를 낙관할 수 있을까? 배터리 가격 하락뿐 아니라 저렴한 천연수소의 발견과 생산, 히트펌프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 역시 가스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수소 가격이 저렴해진다면 가스터빈발전은 빠르게 수소터빈발전으로 바뀔 것이다. 낮아진 배터리 가격으로 ESS가 성장하고, 낮아진 수소 가격으로 수소 터빈이 성장한다면 가스발전은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에너지의 대전환기다. 전환의 시대에 변화를 읽고 대응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석탄터빈산업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는 10년 이상 펀드매니저로 일하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된 후 기후 위기 대응 산업(재생에너지, 배터리, ESS, 수소, 전기차 등)에 투자하는 그린히어로펀드를 만들고 기후 투자자가 됐다. 그린히어로펀드 시작 후 펀드 운용 방향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간 덕에 우수한 성과를 냈고 2021 대한민국 증권대상 ‘올해의 펀드매니저’상을 받기도 했다.
  • 오동재 | 기후솔루션 석유&가스 팀장

    필자는 기후솔루션의 석유·가스 금융 담당자로서 정책 금융의 신규 화석연료 사업 투자로 인한 재무적·환경적 리스크 및 청정에너지 금융으로의 전환 방안을 연구하고 소통하고 있다. 이전에는 기후솔루션에서 국내 정책·민간 금융기관의 신규 석탄 투자 제한 정책 도입 연구 업무를 담당했다.
    dongjae.oh@forourclimat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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