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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물품 배송 속도 당겨주는 ‘대중물류망’

권민구 | 365호 (2023년 03월 Issue 2)
‘경기도에서 서울로 배송되는 물품은 왜 옥천까지 들렀다 올까?’

생활 물류 영역은 도시 물류와 도시 간 물류로 구분할 수 있다. 도시 물류는 물품이 같은 도시 내에서 이동하는 것을, 도시 간 물류는 물품이 출발 도시에서 멀리 이동해 다른 도시에 도착하는 경우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택배 서비스가 처음 시작한 1992년에는 도시 간 물류량이 도시 물류 양보다 훨씬 많았다. 택배사는 도시 간 물류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도시 물류까지 묶어서 처리했다. 도시 물류의 양이 너무 적어 그 물동량을 위해 별도의 배송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경기도에서 서울로 배송되는 물품이 허브(Hub)인 옥천까지 들렀다가 다음 날 도착하는 ‘허브앤드스포크(Hub and Spoke)’ 시스템이다.

도시 물류와 도시 간 물류를 합한 총물동량이 함께 처리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극대화돼 택배비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도시 물류는 이동 거리 및 시간 측면에서 지난 30년간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풀필먼트센터들이 도시 외곽으로 모이면서 도시 물류를 처리하는 새로운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시 물류 양이 도시 간 물류의 양을 역전하기 시작했으며 그중 수도권 내에서 이동하는 물량이 전체의 절반에 달하기 때문이다. 도시 물류의 양이 늘어나 도시 물류를 위한 별도의 배송 시스템을 만들어 처리해도 규모의 경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수도권을 둘러싼 도시 물류 집중 현상은 1980년대 인구 집중 현상과 매우 유사하다. 인구 집중 현상을 살펴보면 도시 외곽에 주거 인구가 집중되고 이들이 도심으로 출퇴근을 반복하는 형태를 띤다. 도시 물류 집중 현상도 이와 비슷하다. 도시 외곽에 풀필먼트센터를 비롯한 물류센터들이 집중돼 있고 물품들이 주로 도시로 배송된다. 현재 수도권 내에서 출발, 도착하는 물량은 하루 약 500만 건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대규모 도시 물류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중물류망’이 떠오르고 있다. 대중물류망은 대중교통망의 운영 방식을 그대로 도시 물류로 이식한 시스템이다. 수도권의 인구 집중 현상과 함께 태동하고 발전해온 대중교통망은 하루 1000만여 명의 사람을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이동시키는 데 가장 효율적인 솔루션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와 비슷한 방식인 대중물류망은 작은 거점들을 도시 내부에 밀도 있게 배치한 뒤 해당 거점 사이를 트럭들이 자주 오가도록 구성해 네트워크의 회전율을 높인다. 네트워크의 회전율이 높아지면 물품의 배송 속도 역시 빨라진다. 수많은 배송 차량은 버스처럼 정해진 노선과 일정에 따라 거점들을 오고 가며 물품을 배송한다. 사람이 버스를 타고 환승하며 이동하는 것처럼 배송 물품들이 대중물류망에 의해 수도권 내에서 이동하는 것이다. 이는 도시 물류의 이동 시간을 크게 단축해 수도권 내에서 출발, 도착하는 물품들의 당일 배송을 가능하게 한다.

이제 우리는 도시 간 물류와 도시 물류를 묶어 처리하는 기존의 단일 처리 체계에서 도시 물류를 분리하고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처리할지 고민해야 하는 도시 물류의 시대를 맞이했다. 수도권 대중물류망이 성공적으로 정착해 사람들이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이동하듯 고객의 물품 역시 멀리 떨어진 지역의 허브를 통하지 않고도 최단 거리로 신속 배송되는 시대가 열리길 기대해본다.
  • 권민구 권민구 | 브이투브이 공동 창업자
    필자는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재학 중 대중물류망을 활용한 당일 배송 서비스 ‘투데이’를 운영하는 브이투브이를 공동 창업했다. 세 번의 창업 경험이 있으며 두 번째 창업한 회사에서 쿠팡 ‘로켓설치’ 서비스의 WMS/TMS 외주 개발에 참여했다. 당시 물류가 이커머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목도하고 물류 산업에 뛰어들었다. 대중교통망을 물류 산업에 이식한 대중물류망을 직접 설계하며 산업공학의 이상을 도시 물류에 구현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minkoo.kwon@vto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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