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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줄여야 산다

김현진 | 362호 (2023년 02월 Issue 1)

2012년, 트위터는 상징물인 파랑새 로고를 새 단장하며 함께 썼던 ‘t’, ‘twitter’ 등 텍스트를 로고에서 완전히 빼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외신을 통해 전해진 트위터 측의 설명을 복기해봅니다.

“트위터는 새고, 새가 곧 트위터다. 트위터를 상징하는 문자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그만큼 파랑새는 트위터란 브랜드에 핵심 자산이었습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난 올해 1월18일(현지 시간), 트위터가 이렇게 변형된 로고로 만든 브랜드의 상징, 파랑새 조형물을 온라인 경매에 내놨다는 보도가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인수한 이후 직원 절반을 해고하는가 하면 청소 관리 업체 계약마저 해지해 회사 화장실에 휴지가 제때 비치되지 못할 정도로 극단적 비용 절감에 나선 머스크와 경영진이 결국 회사의 상징물까지 팔아치울 결심을 한 겁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역시 최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강도 높은 비용 절감에 나섰다고 보도돼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최대 3200명의 직원 감축에 이어 회사 소유 제트기 처분, 출장 비용 절감에도 나섰습니다. 2021년만 해도 주식시장 폭등세에 힘입어 신입 직원 연봉을 11만 달러로 상향하고, 투자은행 직원 보너스를 40% 이상 인상했던 이 월스트리트 터줏대감의 방향타 전환에 투자 업계는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 역시 강도 높은 비용 절감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기가 왔음을 증명하는 대표적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도 없습니다. 국내 기업의 90% 이상이 올해 경영 계획 수립과 관련해 현상 유지 또는 긴축 예정임을 밝혔고 긴축 경영 원칙을 세운 기업의 73%는 전사적 원가절감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원가절감은 이처럼 올해, 전 세계 경영인들의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줄일 수 있는 건 모두 줄이고 보는 마른 수건 쥐어짜기 방식이 능사는 아닐 겁니다. 극도의 다이어트로 결국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을 해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듯 ‘무조건, 최대한’ 줄이는 정책이 지속가능할 리 없습니다. 비용을 절감한다는 명목으로 ‘군살’이 아닌 ‘중요한 살’을 깎을 경우 기업의 건강에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비용 절감에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 필자들에 따르면 비용 절감이 단기적 미봉책이 아닌 지속가능한 경영 효율화 수단이 되게 하려면 구성원 스스로 절감 노력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하고 비용 항목에 대한 책임, 즉 코스트 오너십(cost ownership)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인플레이션 및 고금리 시대를 맞아 많은 글로벌 기업이 도입하고 있는 ‘제로베이스 예산 편성(Zero Based Budgeting)’을 통해 모든 예산을 원점에서 검토하는 관리 체계 도입이 절실할 수도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 단기적으로 살을 빼는 데 성공했더라도 생활 습관을 원천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요요 현상을 겪을 수 있습니다. 기업의 군살을 빼는 원가절감 역시 경기 침체기 ‘반짝 전략’이 아닌 몸에 익은 ‘집단적 태도’, 즉 조직 문화가 되게 하기 위해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이번 호 아티클을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경영학의 그루 피터 드러커는 “경영자라면 무엇을 버려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며 ‘계획된, 체계적 폐기’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시야를 넓혀 이 철학을 비용 절감에도 적용해본다면 ‘제대로 버리기’를 설계하는 일이야말로 불황이 재촉하긴 했어도 원래부터 경영자들의 전략 매뉴얼에 디폴트로 배정된 숙제였습니다.

‘채움’에 대한 갈망이 가득하기 마련인 신년, ‘비움의 기술’을 소개하는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는 특히 한 자, 한 자 곱씹어가며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형광펜과 빨간펜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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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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