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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2. 온라인 명품 플랫폼 ‘머트발’ 논란

가격이라는 정보 비대칭 해법에만 치중
가장 중요한 가치 ‘신뢰’가 수면 위로

이승훈 | 359호 (2022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머트발)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 시장은 명품 시장의 유통 구조상 신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제조사와 계약을 맺고 명품을 유통하는 도매상 ‘부티크’는 명품 비공식 유통의 핵심 축이지만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공급하지 않아 신뢰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은 가격 단절이라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했지만 동시에 신뢰 문제, 가격 경쟁에 휘말렸다. 명품 제조사들 역시 자체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거나 블록체인 정품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자체 물류센터를 운영해 정품 검증을 거쳐 제품을 판매하거나 블록체인으로 유통 기록을 검증하는 등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한 플랫폼이 생존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직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기에 코로나19로 만들어진 ‘비정상’이 언제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지 모를 일이다. 이 비정상이 호재로 작용했던 산업이 있다면 온라인 명품 커머스 시장일 것이다.

2021년 기준으로 소위 ‘머트발’로 불리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온라인 명품 커머스 사업자 3사의 거래액은 3500억 원, 3200억 원, 3150억 원으로 총 1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2022년 발란의 상반기 거래액만 놓고 봐도 3812억 원에 달하는 등 이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온라인 명품 커머스 시장은 다양한 이슈를 양산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이슈는 가품 논란이다. 가품 논란은 캐치패션1 이 머트발 3사를 고발하면서 명품 유통 구조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 또한 3사의 거래액 경쟁 과정에서 만들어진 공급 시장 확장의 부산물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무신사와 크림의 분쟁이 큰 화제가 됐다.2

머트발이 무엇인가

먼저 머트발 3사 가운데 머스트잇은 역사가 가장 오래된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전형적인 시장 플랫폼 형태를 띠고 있다. 병행수입사가 대표적인 판매자이고 이들이 오픈마켓에 상품을 올려 구매자에게 판매한다. 머스트잇은 이 과정을 연결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상품에 대한 신뢰는 판매자가 제공해야 하고 가품이 발생하면 플랫폼이 개입한다. 따라서 가품 논란에 대해 사후에 인지, 대응할 수밖에 없는 점이 리스크다.

두 번째로 트렌비는 구매 대행이 사업의 중심이다. 영국에서 시작했고, 현재는 독일, 미국, 일본, 이탈리아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3 구매 대행이 기본 사업인 만큼 거래 프로세스에 회사가 직접 관여하는 부분이 많다. 현지 매장에서 상품을 촬영해 디지털 상품화를 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현지 물류센터에서 검수 후 배송, 통관을 수행한다. 현지의 판매자와 한국의 구매자를 연결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과정을 직접 관리한다는 면에서는 고품질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사업 모델 측면에서 보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어 보이지만 현실은 그 반대로 비춰지고 있는 듯하다. 구매 대행이라는 사업 모델 자체가 갖는 불신을 어떻게 떨쳐낼 것인가가 향후 성공의 핵심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발란은 플랫폼이라기보다는 온라인 명품 쇼핑몰의 모습을 갖고 있었다. 초기 비즈니스 모델은 해외 부티크와 API를 연동해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4 이었고 여기에 최근 오픈 마켓 형태의 플랫폼 방식을 추가했다. 2021년 매출을 보면 전체 매출 521억 원 중 상품 매출은 421억 원으로 80.8%, 수수료 매출은 100억 원으로 19.2%를 차지한다. 즉, 매출 구조상으로는 상품을 사입해 판매하는 모델이 중심을 이룬다. 하지만 거래액 면에서 보면 전체 315억 원 중 오픈마켓 거래액이 272억9000만 원으로 전체의 87%를 차지한다. 사업 모델의 추가라기보다는 오픈마켓으로의 전환으로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올해 10월14일에는 250억 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2021년 말 기준 현금 잔고가 212억 원이고 적자가 185억 원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250억 원이란 추가 자금만으로 수익 창출이라는 플랫폼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온라인 커머스의 추세가 상품 사입과 자체 브랜드의 도입이라는 변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일반화되는 지금 발란이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품 매출을 올려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자금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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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은 어떻게 유통되는가

온라인 명품 플랫폼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 명품 유통 시장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명품의 유통망은 공식 유통망과 비공식 유통망으로 나뉜다. 여기서 공식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적합할지 모르지만 일단 제조사와 직접 계약할 경우 공식, 중간에 도매상이 낄 경우 비공식으로 생각하자. 공식 유통망의 경우 제조사가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경우와 에이전트를 통해 운영하는 경우가 모두 존재한다. 이 경로를 통해 우리가 잘 아는 플래그십스토어, 브랜드몰, 공식 온라인몰, 백화점, 프리미엄 아웃렛, 면세점 등에 명품이 공급된다. 이베스트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이 경로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파페치(FARFETCH), 마이테레사(MYTHERESA), 육스(YOOX) 등의 공식 온라인몰은 부티크와 계약해 상품을 공급받는 글로벌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이며 한국에는 이들을 중개하는 캐치패션이 있다.

비공식 유통망은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공급받는 부티크에서 시작된다. 부티크는 유럽과 미국 현지의 온•오프라인 숍에 상품을 공급하기도 하고 병행수입사를 통해 한국에 상품을 공급한다. 이 경로를 통해 명품이 공급되는 온라인 커머스 방식은 3가지가 있다. 병행수입으로 직접 수입해서 온라인 숍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 현지 온•오프라인 숍으로부터 상품을 구매 대행하는 방식, 병행수입사들을 공급자로 플랫폼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사업 모델이 혼재돼 있지만 이해를 위해 발란은 온라인 숍, 트렌비는 구매 대행, 머스트잇은 플랫폼으로 표시했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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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티크는 제조사와 계약을 맺고 명품을 유통하는 도매상이고 비공식망의 모든 명품은 이 부티크를 통해서 공급된다고 볼 수 있다. 병행수입도 이 부티크로부터 상품을 구매해 판매하는 것이고 구매 대행도 결국은 가격 경쟁력이 있는 부티크 혹은 현재 온•오프라인 숍을 통해서 상품을 구매한다. 즉, 부티크라는 브랜드들의 해외 도매상의 존재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 용어의 근거는 최근 크림과의 가품 논쟁으로 큰 상처를 입은 무신사의 사이트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무신사는 ‘부티크’라는 단어를 자신의 상품에 붙임으로 명품의 출처가 어디인지 명확히 구분해서 보여주고 있다. 무신사에서는 입점한 셀러가 명품을 판매할 경우엔 ‘병행수입’이라 표기하고 무신사 측이 직접 수입해 판매할 경우엔 ‘부티크’라는 표현을 상품에 붙이고 있다. 두 상품을 구분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티크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추가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의 본사, 현지 쇼룸 및 유명 숍으로부터 무신사가 직접 수입 또는 매입한 정품

무신사가 해외 부티크로부터 수입을 했으니 병행수입이지만 수입 업자가 무신사라는 이유로 ‘부티크’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흡사 부티크가 직접 무신사에 입점해 판매하는 느낌을 준다. 즉, 부티크는 브랜드와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브랜드 상품을 도매로 판매하는 기업을 의미하며 이들이 명품 플랫폼의 최초 공급자이다. 그 과정에 중간에 병행수입사가 끼기도 하고, 구매 대행이 서비스되기도 하고, 플랫폼이 직접 거래에 뛰어들기도 한다.

이 부티크라는 명품 플랫폼 공급자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브랜드와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한 오래된 사업자이기에 현재 플랫폼이 만들고 있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의지가 없다. 유럽의 도매상으로 변화에 느리고 보수적인 것이 기본적인 특징이다. 아직도 병행수입사가 많고 이들을 위한 오픈마켓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런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둘째, 이 시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상품의 신뢰 이슈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티크는 상품을 공급하지만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유통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가품 이슈로부터 자유롭다. 자신의 손을 떠난 상품에 대해 관여할 이유도, 책임도 없다. 하지만 공식 유통 채널 대비,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이 차이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고 새로운 유통망의 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즉, 이러한 부티크의 특징이 현재의 명품 플랫폼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최초 공급자인 부티크가 유통 채널을 관리하지 않기에 오늘의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구매자를 살펴보자. 기존 명품 시장의 구매자들은 모두 소수의 부자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MZ세대가 명품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물론 명품이라는 정의가 확대된 것도 젊은 소비자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엔 수백만 원짜리 가죽점퍼가 명품이었다면 이제는 수십만 원짜리 후드티가 명품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

명품의 특성상 구매자들은 자신의 구매가 가짜일 가능성을 최소화시키려 노력한다. 따라서 기존의 백화점, 면세점에서의 구매 활동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병행수입을 통해 백화점보다 훨씬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된 옵션은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 될 것이다. 즉, 명품 플랫폼의 한 축인 구매자들은 플랫폼이 주장하는 신뢰를 믿으면서 저렴한 가격을 추구하는 고객군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고객군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기에 명품 플랫폼이 현재의 1조 원이라는 시장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전체 24조 원이라는 명품 시장의 4∼5%에 불과하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은 어떻게 성립됐는가

플랫폼은 그냥 세상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 무언가 ‘아픈 곳(pain point)’이 있고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사업 방식이 그 아픔을 해결할 수 있을 때 성립되는 것이다. 플랫폼이라는 사업 방식이 이 아픔을 해결해 주는 시장도 있지만 플랫폼이 가진 특성과의 충돌로 인해 플랫폼 비즈니스로는 해결되지 않는 시장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명품 시장이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언뜻 명품 유통이 가진 공식 유통과 비공식 유통 간의 가격 차이는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적용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가격 정보의 단절, 즉 정보의 비대칭은 플랫폼이 해결해 낸 가장 대표적인 문제였다. 하지만 플랫폼이 성립되기 힘든 이유는 두 번째 문제점에서 발생한다. 플랫폼은 본질적으로 개방과 공유를 지향하기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신뢰와는 결이 맞지 않는다. 바로 이 점에서 플랫폼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남는다.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 병행수입이라는 역할을 담당하던 간접망 공급자들은 언어, 관계, 시간이라는 장벽 때문에 폐쇄된 시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즉, 아무나 진입할 수 없기에 제한된 수의 공급자들이, 제한된 물량으로 높은 수익을 누리던 그들만의 시장이었다. 그런데 그 시장에 플랫폼이 나타났고 급격한 성장을 만들어 냈다. 개방과 공유를 통해 성장이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한국 온라인 명품 커머스 플랫폼의 성장은 일반 상품처럼 공급 초과 상황에서 플랫폼의 등장이 대기 수요를 충족시킨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등장으로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커지면서 시장이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플랫폼들은 거래량의 증대를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리는 것이 절실했다. 결국 다양한 방식으로 명품의 공급이 많아졌다. 명품의 개념이 기존 럭셔리 브랜드에서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확대됐고 어느 순간부터 럭셔리 브랜드들의 공급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존 수십 개에 불과했던 명품 병행수입사들이 수백 개로 늘어났고 공급 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신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덕분에 가격은 낮아졌고 구매자들의 명품에 대한 진입 장벽도 낮아졌다. 플랫폼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한 것이 아니라 시장을 만들어 내면서 성장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두 가지 문제가 등장했다. 하나는 플랫폼이 상품에 대한 신뢰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과 또 하나는 다수의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은 정보의 불균형이라는 시장의 아픔을 바탕으로 생겨났고 MZ세대라는 새로운 고객의 유입과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덕에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장 환경이 바뀌고 있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플랫폼이 아직 신뢰라는 플랫폼 성립을 위한 가장 중요한 문제를 풀지 못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온라인 명품 커머스 플랫폼의 미래는?

명품 제조사들은 뒤늦게나마 세상의 변화를 수용하려 하고 있다.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출시하면서 보다 많은 새로운 세대를 직접 만나려 노력하고 있다. 이 노력은 결국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문제를 해결해낼지도 모른다. 아울러 고객을 직접 만나려는 노력은 결국 플랫폼과의 결별을 의미하기에 플랫폼을 떠나는 더 많은 ‘나이키’가 나타날 것이다.5 D2C가 일반화되고 가격 정보가 일관성을 찾으면 정보 비대칭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신뢰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적극적이다. 글로벌 대표 럭셔리 기업인 LVMH, 리치몬트, 프라다 3사는 2021년 아우라(Aura)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한 정품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제품에 전자칩을 내장하고 소비자는 이와 연동된 인증서를 발급받게 된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단계를 걸친 상품 이력과 소유권 증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제조사들과 달리 플랫폼은 빠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 결과 지금의 규모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이들 플랫폼 역시 신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보인다. 문제는 신뢰의 문제를 만든 주체가 바로 플랫폼이라는 사실이고 성장과 경쟁, 신뢰의 문제를 한꺼번에 풀어야 하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명품 플랫폼 간의 경쟁은 전형적인 플랫폼 경쟁의 모습인 규모의 경쟁이지만 그 경쟁의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일단 명품의 특성상 가격 비교는 구매자들의 필수적인 여정이기에 특정 플랫폼에 충성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공급자 시장이 크지 않았기에 부티크가 특정 플랫폼 혹은 병행수입사와 독점해 거래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플랫폼 간의 경쟁은 누가 많은 할인 쿠폰을 뿌리는가에 달려 있다. 즉, 셀러들은 동일 가격으로 판매하고 플랫폼이 가격 경쟁을 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플랫폼들은 직접 조달에 나서고 있고 이 과정에서 운영 자금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 이 경쟁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플랫폼의 구조를 보면 승자를 기다리기보다는 패자가 나오길 기다리는 것이 쉬워 보인다.

신뢰 확보 측면에서 모든 플랫폼은 200∼300% 보상과 같은 사후적인 프로세스에 집중하고 있다. 플랫폼이기에 거래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언제나 사후적일 수밖에 없다. 플랫폼들은 보증보험, NFT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아직은 신뢰 수준을 경쟁자 대비 현격하게 바꿔낸 사업자는 없다. 물론 방법을 찾아낸다 해도 나만의 것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명품 플랫폼은 공급을 늘리면서 시장을 성장시켰다. 그 결과 명품이 갖춰야 할 신뢰라는 가치를 일정 부분 훼손시킬 수밖에 없었다. 업계 인터뷰를 통해서 얻은 비공식 데이터이기는 하지만 고객의 가품 의심이 발생했을 경우 플랫폼에서 가품으로 결론짓는 비율이 20% 수준에 달한다고 한다. 전체 거래 건수에서 가품 의심이 접수되는 비율이 얼마일지 알 수 없지만 낮지 않은 수준으로 보인다. 결국 명품 플랫폼이 기존 유통망을 대체하면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신뢰라는 가치를 회복, 아니 상승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머트발 3사는 기존의 사후적 대응이 아니라 사전적으로 플랫폼의 프로세스 자체에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구매 대행이 가품이 섞일 가능성이 높은 방식이라 하지만 트렌비의 경우를 보면 플랫폼이 개입하기 가장 쉬운 사업 방식이기도 하다. 따라서 트렌비가 상품의 이력을 블록체인을 활용해 보증하는 방법은 분명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 이력 관리는 브랜드나 부티크 수준에서 시작돼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한 노력은 분명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노력을 하고 있는 기업이 이미 존재하니 이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6

생각해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아마존이나 쿠팡처럼 플랫폼이 자체 물류센터를 통해 상품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다. 플랫폼의 물류센터에 입고 후 정품 확인, 그리고 보관 후 판매라는 프로세스가 만들어지면 가능하다. 문제는 국내 병행수입사들이 이 과정에서 플랫폼을 신뢰할 수 있는가다. 상품이 고가이고 동일 상품을 유통하는 수입상이 많다면 플랫폼 관리 과정에서 상품이 섞일 수 있다는 의심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머트발 3사는 사업의 돌파구로 B2B를 생각하고 있다. 투자를 통해 유치한 자금을 바탕으로 부티크로부터 상품을 구매해 도매상의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하는 것은 부티크는 신뢰를 핵심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머트발과 같이 시장에 떠오른 신생 플랫폼들은 부티크와 거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오랫동안 거래해온 병행수입사나 병행수입사들에 B2B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전트만을 신뢰한다. 따라서 플랫폼 입장에서 단기간에 B2B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머트발 3사가 모두 명품 도매를 시도하지만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이론적으로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미래는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제조사들은 느리게나마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고객과 직접 만나는 방법을 찾아나섰다. 아울러 생존을 앞에 둔 플랫폼 간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고 그 방법은 현재로선 가격 할인이 유일하다.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 이유는 단지 경쟁이 치열해서만은 아니다. 과거 명성을 누렸던 명품 병행수입사들이 플랫폼을 떠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는 아직 플랫폼이 완성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플랫폼은 참여자들의 인정을 통해 성립된다. 경쟁을 거쳐 결국 시장을 지배하고, 마침내 성공이라는 단어를 얻게 된다.

이론이든 현실이든 온라인 명품 커머스 플랫폼들은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경쟁 상황이 빠르게 마무리되면서 독점적 사업자가 이익 규모를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어 낼 수 있다면 분명 미래는 다를 것이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지금이 어쩌면 온라인 명품 시장의 ‘구조 조정’이 가장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시점일지도 모른다.


이승훈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iloveroch@gmail.com
필자는 모니터그룹, AT커니, 마케팅랩 등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한 후 SK컴즈 싸이월드 사업본부장, 네이트닷컴 본부장, SK텔레콤 인터넷 전략본부장, 무선포털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인터파크 총괄 사장, CJ그룹 경영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네모파트너즈의 대표 파트너이자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플랫폼 이론의 정립을 위한 연구 및 강의를 진행한다. 저서로는 『플랫폼의 생각법』 『중국 플랫폼의 행동 방식』 『구독전쟁』 『시작은 옷가게 목표는 플랫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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