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한국의 알파세대는 글로벌 알파세대와 마찬가지로 스마트 기기 사용에 익숙해 정보 검색과 습득 능력이 뛰어나고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다. 적지 않은 사교육 부담으로 자정 넘어 온라인에서 함께 놀 친구를 찾는 건 한국 알파세대만의 특이점이다. 과거 세대들보다 똑 부러지는 알파세대는 뛰어난 디지털 소양과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하려는 가치관을 결합해 지구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래의 주역으로 자라날 것이다.
“헤이 구글, 포켓몬 기라티나가 진화하면 뭐가 돼?”
초등 2학년인 우리 집 꼬마는 요즘 포켓몬에 푹 빠져 있다. 포켓몬 카드를 수집하기 위해 당근마켓을 들여다보고, 동네 산책을 나갈 때면 스마트폰을 갖고 나가 ‘포켓몬 고’를 한다. 아기 때부터 스마트 기기에 익숙했던 아이는 한글을 모르던 서너 살 무렵에도 음성 검색으로 궁금한 것을 찾아보고, TV나 컴퓨터 화면을 아이패드처럼 드래그하며 원하는 영상을 재생하려고 했다. 이런 아이의 행동이 생소해 웃음을 터뜨리다 ‘우리 세대와는 다른 디지털 신인류가 탄생했구나’라고 생각하곤 했다.
필자는 1982년생으로 밀레니얼세대 초등 맘이다. 다시 말해, 알파세대를 자녀를 둔 밀레니얼 부모다. 20년 가까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오는 일을 하고 있으니 직업적으로도 알파세대와 매우 밀접한 관계다. 현재는 동아사이언스의 ‘어린이과학동아’ 편집장으로 초등학생을 독자층으로 삼는 과학 잡지를 제작하고 있다. 오프라인 잡지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어린이기자단, 시민과학 프로젝트 등을 운영하며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생각과 표현을 매일 접하고 있다.
○린이? “차별적 표현이잖아요”
알파세대는 2010년 이후 태어난, 2022년 현재 기준으로 초등 고학년 이하 어린이를 가리킨다. 필자가 오랫동안 만나온 어린이들이 바로 한국의 알파세대다. 최근 몇 년 사이 알파세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부쩍 커진 걸 느낀다. 2020년 말 출간된 『어린이라는 세계』란 김소영 작가의 에세이가 베스트셀러가 된 뒤 여러 미디어에서 어린이라는 존재를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날이 제정된 지 100주년 되는 해로 어린이를 주제로 한 콘텐츠가 다양하게 만들어지며 어린이 인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덕분에 어린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오랫동안 어린이는 미숙한 존재로 여겨졌다.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어떤 것에 갓 입문했거나 실력이 부족한 사람을 ‘○린이’라는 신조어로 부를 정도였다. 올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주린이’(주식 초보자), ‘골린이’(골프 초보자) 등 ‘○린이’가 쓰이지 않도록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린이라는 표현은 아동이 권리의 주체이자 특별한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하는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아동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슈가 됐던 두 기관은 “○린이는 어린이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정감 있게 표현하는 것으로 차별적 표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이 표현의 사용 여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같은 논의 과정의 문제는 정작 어린이의 생각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어린이가 해당 이슈의 당사자이지만 어린이에게는 자신의 의견을 직접 표현할 공론의 장이 없다. 그래서 어린이과학동아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토론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린이를 차별적 표현으로 생각하는지’ 물었다. 토론터는 어린이들이 사회적 안건이나 과학 이슈에 대해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한 온라인 커뮤니티다. 이 토론터를 통해 259명의 어린이가 활발하게 의견을 남겼는데 62.5%가 차별적 표현이라고 응답했다. 문화체육관광부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어른들과는 생각이 사뭇 다른 것이다. 베스트 댓글로 뽑힌 한 어린이는 “소파 방정환 선생님께서 어린이를 존중하기 위해 만든 단어를 ‘부족한 사람’이란 의미로 쓰는 걸 아시면 깜짝 놀라시겠다”며 “어린이는 모든 것에 미숙하지 않다. 오히려 어른보다 습득하고 적응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고 강조했다. 한편 차별적 표현이 아니라고 본 한 어린이는 “어린이가 점점 성장해나가는 것처럼 ‘헬린이(헬스를 처음 시작한 사람)’ 같은 단어는 그 분야에서 조금씩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의미로 쓰였다”며 “이것을 비방이라고 주장하는 건 지나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