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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으로 다시 읽는 역사

이순신의 영웅적 면모와 아쉬움

최중경 | 354호 (2022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이순신 제독의 전술가로서의 위대함은 총통과 신기전을 활용한 선체 파괴에 중점을 둔 전술, 평저선의 특성을 응용한 전술, 조란탄과 거북선 등 신무기의 활용, 병참선의 중요성을 이해한 점 등에서 드러난다. 또한 경영자로서 이순신은 작전 계획 단계에서부터 부하 장수들을 참여시키면서 그들의 재능을 최대한 활용했으며 군영 안에서 자급자족하는 경제를 실현했다. 다른 한편,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목숨을 잃지 않고 한양에 올라와 역성혁명을 꾀했다면 조선의 미래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순신 제독1 은 지난 40년간 한국인이 존경하는 인물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영웅 중 영웅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순신 제독의 영웅적인 면모를 익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업적을 요약하면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일방적으로 조선군이 일본군에게 밀리고 있을 때 첫 승전보(옥포해전 승리)를 의주로 피난 간 조정에 알렸을 뿐 아니라 임진왜란 내내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또 군수물자와 무기를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조정에 생활필수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고 기개가 높았던 이순신은 무과시험에 급제해 관직에 진출한 후에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 모함도 당하는 바람에 하급 무관으로 전전했다. 임진왜란 직전에 전라좌도 수군통제사로 발탁됐는데 종6품 벼슬에서 정3품 벼슬로 승진한 것이어서 당시 기준으로 극히 예외적인 발탁이었다. 포병장교였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툴롱(Toulon)전투에서 공을 세운 후 대위에서 소장으로 승진한 것과 비견될 정도로 이는 조선을 구한 신의 한 수가 됐다. 모함을 받아 삼도수군통제사 자리에서 물러나 모진 고문을 당했는데 극적이게도 풀려나서 백의종군하다 다시 선조의 부름을 받고 삼도수군통제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단 12척의 전함으로 서해를 통해 한양으로 가려는 대규모 일본함대를 격멸해 일본군의 전투의지를 꺾고 전쟁의 흐름을 바꿨다. 마지막 노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뒀지만 정작 본인은 전사함으로써 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이번 글에서는 이순신의 위대성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역사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그의 한계 또한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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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영웅적 면모

1. 전술 혁신

이순신은 해전의 전술 개념을 바꿔 일본 해군을 질 수밖에 없는 궁지로 몰아넣는 천재적인 군사적 재능을 보였다. 그 당시의 해전 전술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다 같이 적선에 올라가 일대일로 겨루는 단병접전 개념이었다. 대포를 쏘아 돛대를 부러뜨린다거나 물이 새게 해서 적선의 기동력을 떨어뜨린 후, 적선에 갈고리를 걸어 끌어당겨 적선에 올라타고 격투를 통해 적군을 제압하는 방식(소위 월선 공격)이었다. 그런데 이순신은 공격의 주안점을 대포와 불화살로 적선의 선체를 부수거나 태워서 침몰시키는 데 뒀다. 인명 살상이 아니라 선체 파괴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러한 전술 혁신은 파괴력 있는 대포와 장거리를 날아가는 대형 화살이 필수적이었는데 조선군의 총통과 신기전이 제 구실을 했다.

이순신의 전술은 단병 접전에 능한 일본 해군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들었다. 조선 해군은 조총 유효 사거리 밖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조총보다 유효 사거리가 긴 총통과 신기전 불화살로 선체를 공격했다. 유효 사거리가 짧은 조총은 아무런 위력을 발휘할 수 없어 일본군은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사면에 총통을 장착한 돌격선으로 거북선을 운용해 근거리 포격전까지 구사하면서 일본 해군의 전투 의지를 꺾어 버렸다. 군사 천재로 평가받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창안한 군사 전술인 중앙 배치 전략(Strategy of Central Position)은 적군을 두 덩어리로 분리한 후 화력과 기동력을 이용해 각개 격파하는 전술인데 적군이 속아줘야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이순신의 새로운 전술은 적이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훨씬 탁월했다.

2. 평저선(平底船)의 특성 응용

조선 해군의 주력 전함인 판옥선은 풍력과 함께 보조 동력으로 노를 저어 배를 움직이는 일종의 갤리선(Galley)으로 바닥이 평평한 평저선이었다. 판옥선은 조선 초기부터 주력 전함으로 활약한 맹선(猛船)이 전투력이 떨어진다는 판단하에 왜구의 침략이 빈번했던 명종 때 개발한 신형 전함이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배의 바닥이 뾰족한 역삼각형 형태인 첨저선(尖底船)이 일반적인 형태였으며 일본 해군의 주력 전함도 첨저선이었다. 평저선은 첨저선에 비해 물의 저항이 많아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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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중경choijk1956@hanmail.net

    한미협회장

    필자는 33년간 고위 관료와 외교관을 지냈고 동국대 석좌교수, 고려대 석좌교수, 미국 헤리티지재단 방문연구원, 한국공인회계사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미 협력을 증진하는 민간 단체인 한미협회 회장과 자선단체 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NGO인 한국가이드스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저서로는 『청개구리 성공신화』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 『역사가 당신을 강하게 만든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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