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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ASD 장애 특성이 매몰비용 편향 줄여줘

곽승욱 | 351호 (2022년 08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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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When the Cost has Sunk: Measuring and Comparing the Sunk-Cost Bias in Autistic and Neurotypical Persons” (2021) by N. Rogge in Journal of Economic Psychology.

무엇을, 왜 연구했나?

요즘 어딜 가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극 중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를 가진 우영우 변호사는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소송을 승리로 이끈다. 우영우의 동료, 친구들은 심리적, 업무적으로 우영우의 버팀목이 돼 준다. 한편으로 의아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ASD 장애인과 함께 일을 해본 적이 없으며 살면서 이들을 본 적 없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과연 ASD 장애인과 함께 일하며 높은 성과를 거둔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그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정신의학협회에 따르면 ASD는 사회적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의 장애와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을 포함하는 일련의 신경 발달 장애로 자폐증의 여러 유형을 총칭한다. 전 세계 인구의 약 0.6%에서 2% 사이가 ASD로 분류되고 EU와 미국에서만 각각 약 670만 명, 490만 명이 ASD를 겪고 있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도 ASD를 가진 사람의 50∼60%가 타인의 큰 도움 없이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하고 중요한 경제적 결정도 독립적으로 내린다.

다양한 편향이 사람들의 판단, 선택,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많은 행동경제학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하지만 편향이 ASD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ASD 장애인의 생각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는 미흡하다. 이러한 연구는 ASD 장애인과 그들의 가족, 친구, 동료, 더 나아가 보건•의료 종사자와 비장애인이 편향으로 인한 오류를 최소화하도록 돕는 의사결정 지침과 행동 규칙을 수립하는 초석이다.

벨기에 뢰번가톨릭대 로그 교수의 매몰비용 편향(Sunk Cost Bias)과 ASD 사이 상관관계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몰비용 편향은 인간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미 지출해 회복 불가능한 비용(매몰비용)을 무시하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합리적 의사결정자라면 매몰비용을 배제하고 현재와 미래의 비용만을 고려해야 한다. 로그 교수는 매몰비용 편향이 최적(Optimal) 의사결정을 방해하는지, ASD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매몰비용 편향 효과의 차이는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해 편향과 ASD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임과 동시에 장애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에는 ASD 장애인 221명과 비장애인 111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는 모두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에 있는 비영리 자치 단체를 통해 모집했다. 이 단체는 ASD를 가진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봉사단체로 명성이 높은 곳이다. 참가자는 온라인 설문 조사를 통해 6가지 매몰비용 관련 의사결정 과제를 리커트 척도1 (1∼6)로 평가했다. ‘1’은 최대의 매몰비용 편향, ‘6’은 제로 매몰비용 편향을 나타낸다. 가까운 친구의 결혼식에서 낭독할 축하의 말을 준비하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이 상황에서 평가자는 나름 재밌었다고 생각하는 고교 학창 시절 추억을 중심으로 축하문을 작성하는 중(인사말 작성 연습으로 어느 정도 시간을 쓴 후)에 더욱 의미 있고 재밌었던 태국 여행 추억을 떠올리고 축하문을 다시 쓸까 말까 고민한다. 쓰고 있던 고교 시절 추억 중심의 축하문을 계속 쓰는 선택은 리커트 척도 1, 쓰던 글을 멈추고 태국 여행 중심의 새로운 축하문 작성을 시작하는 선택은 리커트 척도 6에 해당한다. 극장 영화 감상, 귀금속 구매, 음악 콘서트 참석, TV 영화 감상, 첼로 학습 등 나머지 5가지 과제에서도 매몰비용 편향과 관련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즉, 이미 지불한 금액이나 연습 시간은 매몰비용을 의미하고 이들이 증가하면 매몰비용도 커진다.

전체 표본 분석 결과, 평균 매몰비용 편향 점수는 약 3.08로 제로 매몰비용 편향을 나타내는 ‘6’과는 거리가 멀었다. ASD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매몰비용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ASD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해 산출한 평균 점수는 각각 3.17과 2.89로 ASD 장애인이 매몰비용 편향에 훨씬 덜 영향을 받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ASD 장애인이 직관적 추론에 의존하는 정도는 비장애인의 절반, 분석•논리적 추론에 의존하는 정도는 비장애인의 약 2배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ASD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비교해 수학, 체계적 법칙, 논리 등을 사용해 체계적 추론을 하는 경향이 더 강하고 감정이나 주먹구구식 어림짐작을 이용하는 직관적 추론 경향은 더 약하다는 공감•체계화(E-S, Empathizing-Systemizing) 이론2 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과제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록 매몰비용 편향에 빠질 가능성도 함께 커졌다. 이는 매몰비용이 올라갈수록 매몰비용 편향도 덩달아 심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남녀노소의 차이도 관찰됐다. 여성이 남성과 비교해 매몰비용 편향에 조금 더 취약했다. 비슷하게 고령자가 젊은이보다 매몰비용 편향의 희생자가 되기 쉬웠다.

또한 ASD 장애인의 경우 과제 평가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수록 매몰비용 편향은 감소했다. 반면 비장애인은 과제 평가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매몰비용 편향을 줄이지 못했다. 더불어 ASD 장애인은 과제 수행을 위해 비장애인보다 10%p 더 많은 시간을 썼다. 이는 ASD 장애인이 휴리스틱이나 편향보다는 의도적 노력과 이성적 판단에 더 의존해 과제를 수행했다는 의미다. ASD 장애인 간 차이도 확인됐다. ASD 증상이 뚜렷한 참가자가 ASD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참가자보다 매몰비용 편향에 덜 영향을 받았다. 적어도 매몰비용 편향의 세계에서는 ‘ASD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매몰비용 편향의 심리적 요인 중 하나는 손실회피성향(Loss Aversion)이다. 손실이 주는 고통은 이익이 주는 기쁨보다 2배 이상 크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손실의 영역에서는 확실한 손실보다 불확실한 손실에 대한 선호가 매우 커진다(위험 추구 현상). 매몰비용을 무시하는 건 손실을 확실히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투자자는 이를 피하려는 매몰비용 편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ASD 장애인도 이런 편향을 완벽히 피할 수 없지만 그 영향력을 감소시킬 수 있는 유익한 행동 특성을 갖고 있다.

ASD 장애인은 영화에서 종종 천재로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ASD는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방해가 되기 쉽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ASD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매몰비용 편향에 영향을 덜 받는다는 사실은 ASD 장애인에게 명확하고 유익한 장점을 일깨워 의사결정 시 자신감을 배가할 수 있다. 또한 가족, 친구, 동료, 고용주가 매몰비용 편향을 비롯한 인지 편향과 관련된 의사결정 상황에 직면할 때 훌륭한 조언자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이 이들의 특성을 활용할 수도 있다. AI 학습용 데이터 가공 스타트업 ‘테스트웍스’는 ASD 장애인들을 고용해 이들의 높은 집중력과 기억력, 섬세한 판별 능력 등 장점을 활용한다.3

인간은 상부상조해야 바로 설 수 있는 존재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도 어찌 보면 매우 상대적이고 상징적이다. 치료나 복지 지원을 위해선 부득이한 분류지만 구별하고 차별할 목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오히려 ASD를 비롯한 여러 장애는 서로가 가진 단점을 보완해주라는 불편하지만 친절한 일깨움이 아닐까.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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