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썼던 유명한 문구이다. 빌 클린턴은 이 문구를 활용해 당시 현직 대통령인 공화당 조지 H. W. 부시와 억만장자 로스 페로를 물리치고 미국 제42대 대통령에 당선됐고, 연임에도 성공했다. 그리고 미국은 초호황을 누렸다. 당시 클린턴은 무엇을 노렸으며, 미국 경제는 왜 좋아졌을까? 클린턴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불황을 파고들었고, 경제 우선 정책을 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외국 기업과 자본의 유치였다. 한 예를 들어보자. GE Japan과 소니 USA가 있다고 가정하자. GE Japan은 본사는 미국이지만 일본에서 사업을 하며, 소니 USA는 본사는 일본이지만 미국에서 사업을 한다. 이 두 기업 중 실제 미국 경제에 더 보탬이 되는 기업은 어디일까? 로버트 라이시(Robert B. Reich) UC버클리대 교수는 1990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Who Is Us?(누가 우리 편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미국에 세금을 내는 기업, 미국 국민에게 일자리를 주고 기술을 가르치는 기업인 소니 USA가 GE Japan보다 훨씬 더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런 그를 클린턴 전 대통령은 노동부 장관으로 중용하며 초호황의 기틀을 다졌다.
우수한 기업이 국가에 제공하는 것은 세금, 일자리, 기술뿐만이 아니다. 해당 국가의 시장을 더욱 세련되게 만들고 시장의 수요를 키워준다. 또 관련 클러스터를 형성해 해당 산업이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즉, 기업과 투자 유치는 해당 지역 및 국가 경쟁력 강화에 절대적 역할을 한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대기업에 구애 전략을 펼친 것도 삼성전자, 현대차, SK, LG그룹의 대규모 투자가 결국 미국의 경제와 국가 경쟁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최근 국제 정세가 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국의 보호주의 정책 등으로 인해 글로벌 세계화의 움직임이 퇴행하고 자원과 식량의 무기화, 공급망의 충격이 발생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전 세계 국가들은 치열하게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경제 전쟁에서는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기가 더욱 어렵다. 우리 편이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지원을 해줬는데 사실 우리 경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면 매우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급망의 충격으로 해당 산업의 ‘비즈니스 생태계’의 중요성이 커졌고 입지를 초월한 강력한 우방이 누구인가가 중요한 경영 판단으로 떠올랐다. 이제는 어떤 지역이나 국가에서 생산할 것인지에 관한 입지 경쟁력이 단순한 ‘경제적 효율성’ 차원을 넘어서 비즈니스 생태계의 ‘안정성’ 측면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국가 차원에서 투자 유치의 영향력이 몇 배 더 증가했을 뿐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도 입지 선택의 리스크가 커진 것이다.
영국에서 독립한 가난한 나라였지만 규제를 철폐하고 법인세를 낮춰 인텔과 같은 글로벌 유수 기업들을 유치해 오늘날 1인당 GDP 세계 2위를 달성한 아일랜드의 사례는 국가 전략적인 차원에서 투자 유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한국 정부 또한 이를 참고해 비즈니스에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며 기업은 이를 감안해 앞으로 경제적 효율성뿐 아니라 비즈니스 생태계의 안전성을 고려한 투자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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