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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워케이션 시대 효율적 커뮤니케이션

즉각적 피드백 전제로 한 소통 그만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져야

장재웅 | 350호 (2022년 0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워케이션은 직원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시간대에 일한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 워크’에 해당되는 업무 방식이다. 워케이션이 활성화되려면 커뮤니케이션의 패러다임이 동기에서 비동기로 전환해야 한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란 실시간이 아닌 시차를 두고 다른 시간대에 말하는 것, 즉시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이 전제된 상태에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워케이션을 도입할 때 집중 근무 시간을 설정하고, 커뮤니케이션 시차를 고려하고, 원하는 바를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글로 표현하는 방식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빚은 팬데믹은 우리가 오랫동안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라고 생각했던 곳들로의 여정에 지름길을 만들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재택•원격 근무의 대중화’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재택근무를 시도하는 기업들은 존재했다. 2000년대 초반 IBM, 뱅크오브아메리카, 야후 등의 글로벌 기업이 선도적으로 재택근무를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수년간의 재택근무 실험을 끝내고 2010년대 들어 대부분 사무실 근무로 회귀했다. 재택근무를 시행해보니 결국 구성원 간 협업과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했다는 이유였다. 이후 재택근무는 일부 소규모 IT 기업에서나 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판을 뒤집었다.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더 이상 재택근무가 비현실적이거나 불합리한 제도가 아니며 오히려 생산성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한 옵션임을 몸소 체험하게 됐다. 또한 재택근무 외에도 다양한 유연 근무 옵션이 실험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재택근무 혹은 원격근무가 근로자들에게 업무 장소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면 업무 시간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탄력 근무를 시도하는 기업들도 등장했고 이 둘을 합쳐 업무 장소와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등장했다. 더 나아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들 가운데는 아예 사무실 없이 전 세계 곳곳에 직원들이 흩어져서 일하는 WFA(Work From Anywhere, 자율근무제)를 시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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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워케이션(Worcation)’1 의 등장

그런가 하면 코로나19의 장기화와 함께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근무 형태가 바로 ‘워케이션’이다. 근무 공간을 단순히 회사에서 집이나 카페로 옮기던 재택근무에 비해 워케이션은 휴양지 등 집이나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워케이션이 코로나19 이후 완전히 새롭게 생긴 업무 형태는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업무 형태로 자리를 잡아오고 있다. 특히 워케이션이 대중화된 유럽의 경우는 프리랜서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생활할 곳을 선택하고 그곳에서 일을 하는 장기 체류와 관광이 혼합된 형태의 워케이션이 대중화돼 있다.2 이에 반해 최근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워케이션은 주로 기업 주도형으로 이뤄지고 있다. 즉, 코로나19 이후 업무 공간 및 시간에 대해 더 많은 자율성을 원하는 직원들에게 복지의 개념으로 회사가 비용 및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이 한국식 워케이션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워케이션을 통해 직원들에게 충분한 리프레시 기간을 제공하고 직원들의 사기와 창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업 주도형의 경우 워케이션 제도 사용 시 회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기간 및 방식, 대상 지역 등에도 제약이 있다는 점에서 아직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워케이션을 적극 도입한 대표적 기업으로는 네이버가 있다. 네이버는 지난 7월부터 강원 춘천에 있는 연수원과 일본 도쿄 거점 오피스를 활용해 워케이션을 실시하고 있다. 매주 직원 10명을 추첨해 최대 4박5일 동안 놀며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네이버 관계사 라인플러스는 한발 더 나아가 7월부터 시차 4시간 이내 해외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워크 2.0’ 근무제를 공식화했다. 근무 가능 지역은 라인의 주요 시장인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몰디브, 괌, 뉴질랜드, 사이판 등이 포함된다. 내년 3월까진 최대 90일 동안 체류 가능하다는 기간 제한이 있지만 향후 확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네이버 외에도 주로 IT 업계가 워케이션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4월부터 3명 이상 팀원이 모여 제주와 강원, 남해 등 원하는 곳에서 함께 생활하며 일하는 ‘함께 일하기’ 제도를 운용 중이다. 야놀자는 지난해 11월 강원도 평창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한 워케이션 제도를 시도해 본 이후 최근 전남 여수와 동해로 업무 가능 지역을 확대했다.3 대기업 중에는 CJ ENM과 한화생명 등이 워케이션 제도를 운영 중이다. CJ ENM은 지난해 제주도 월정리에 거점 오피스 CJ ENM 제주점을 마련했고, 한화생명은 강원도 양양에 워케이션 숙소와 사무실을 도입했다. 아직 초기 단계라 회사가 보유한 콘도나 연수원 혹은 회사가 임대한 임시 사무실 등을 활용해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수준이지만 워케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대기업들까지 이 제도에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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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에 대한 기업과 직원들 간 동상이몽

최근 국내 기업들이 워케이션에 주목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젊고 유능한 인재 유입을 위해 이를 하나의 복지 제도로 활용하는 것이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 젊은 직장인들을 회사로 영입하고 이들을 오래 머무를 수 있게 하는 데 워케이션 등 유연 근무제가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워케이션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생긴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번아웃을 해결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3월 한화, 포스코, KT, 우아한형제들 등 국내 대기업과 IT 기업의 임원 및 인사 담당자 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워케이션이 ‘업무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61.5%에 달했다. ‘직무 만족도 증대’에는 84.6%, ‘직원 삶의 질 개선’에는 92.3%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문제는 국내에서 시행 중인 워케이션이 아직 초기 단계이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업 주도형으로 복지 차원에서 제공되다 보니 다양한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러한 제도의 혜택을 받는 직원과 받지 못하는 직원들 사이에 공정성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또한 이 혜택이 워케이션이 가능한 주로 저연차들에게 시범적으로 제공되면서 중간관리자 이상 직원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그중에서도 팀장이나 파트장 등 사무실에서 주로 업무를 해야 하는 중간관리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일하는 곳과 일하는 시간대가 달라지면서 벌어지는 커뮤니케이션 이슈 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워케이션을 시범 운영하고 있는 국내 한 기업 직원 및 팀장급 리더와의 인터뷰를 살펴보자.

CASE
워케이션을 도입한 한 IT 기업 내 ‘동상이몽’

A 매니저는 지난주부터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휴가를 내고 한 달 살기를 해보겠다고 다짐했는데 회사가 최근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하면서 그 수혜를 입게 됐다. 그 덕분에 오늘도 오전에 집중 근무로 할 일을 끝낸 후 오후부터 서핑 강습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회사에서 워케이션 대상자에게 주 4회 근무를 허용하면서 금요일부터 주말은 거주지를 벗어나 제주 명소 곳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A 매니저는 “새로운 제도 덕분에 회사와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며 “앞으로는 워케이션 가능 지역이 해외로도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 팀장 역시 워케이션이 직원들의 사기와 동기부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일단 팀장 입장에서 위에서 시키는 일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려 해도 직원들이 눈앞에 없고 연락도 잘되지 않아 속이 터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 회사에서는 워케이션 제도를 모든 직원이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지만 임원들과 수시로 회의를 해야 하는 팀장 입장에서 이 제도를 사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B 팀장은 “아직은 워케이션 대상자가 적어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코로나19 초기, 재택근무로 인한 혼란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 회사가 분위기에 휩쓸려 대책 없이 이 제도를 도입한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 필요

리더들이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 부하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코로나19 초창기에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당시 급작스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재택근무가 이뤄지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직원들이 과연 제대로 일하는지, 업무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관리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관리자들은 부하 직원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오는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리스크로 인지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평소보다 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에 집착했다. 매일 아침 메신저 접속 여부를 체크하고 수시로 사내 메신저나 단톡방에 지시사항을 올린 뒤 대답이 얼마나 빨리 오는지를 체크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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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집착은 재택근무에서나 가능하다. 워케이션은 재택근무보다 한층 더 고도화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워케이션은 직원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시간대에 일한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 워크’에 가깝다. 하이브리드 워크는 직원들에게 업무 공간과 업무 시간 양쪽에서 모두 자율성을 주는 방식으로 직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100% 사무실 근무를 선택할 수도 있고, 100% 원격근무를 선택할 수도 있으며, 이 둘을 적절히 섞을 수도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근무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뿐만이 아닌 업무 시간 역시 직원들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 워크를 시행하는 기업의 직원들 중에는 외국의 도시나 휴양지 등에서 체류하면서 일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워케이션이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시차가 나는 다른 지역에서 근무를 하는 것도 허용하는 회사들이 있다. 따라서 워케이션 제도는 향후 하이브리드 워크와 유사한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과거처럼 수시로 메신저 접속 여부를 체크하고 즉답을 요구하는 방식을 고수할 경우 생산성도 떨어뜨리고 워케이션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도 못한다.

결국 워케이션이 지금보다 더 폭넓게 다양한 기업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바로 동기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으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비동기(Asynchronous)’라는 단어를 이해해야 한다. 비대면이 공간적 개념이라면 비동기는 시간적 개념이다. 다른 공간에서 원격으로 대화하는 것을 비대면 대화라고 한다면 실시간이 아닌 시차를 두고 다른 시간대에 말하는 것이 비동기 대화다.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사무실 근무나 동 시간 때 공간만 달리한 채 근무하는 재택 및 원격근무 상황에서는 동기 커뮤니케이션이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여기서 동기 커뮤니케이션이란 회의, 전화같이 정보를 전달하는 당사자들이 같은 시간을 점유하면서, 때로는 같은 공간까지 점유하면서 진행하는 실시간 상호 소통을 말한다. 즉, 실시간으로 업무 내용을 공유하면서 일하는 방식이다. 반면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즉시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이 전제된 상태에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메신저, e메일, 게시판 등으로 이뤄진다. 하이브리드 워크나 워케이션 등이 도입돼 공간이 다르고 일하는 시간도 서로 다양해지는 상황에선 화상회의나 전화통화 등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장기화로 우리는 줌, 슬랙 등 디지털 협업 툴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해졌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간의 분리에 익숙해진 것이지 시간의 분리에는 여전히 취약하다. 그래서 워케이션이 활성화되고 조직 내 구성원들이 이 제도의 장점을 두루 누리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가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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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

사무실이라는 공간에 모여서 근무할 때 리더들은 본인들이 필요할 때,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바로 실무자들을 불러서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직접 확인하면서 업무를 진행해 왔다. 이렇듯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으로 업무가 진행되면 리더의 질문이나 업무 지시에 빠르게 응답하는 것이 일 잘하는 사람의 주요 덕목으로 여겨진다. 바로 반응하고 빠른 일 처리를 하는 사람들, 질문에 바로바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들, 눈앞의 일들을 보이게 처리하는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인정받는다.

하지만 워케이션을 위시한 하이브리드 워크 상황에서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보다 비대면 소통의 중요성이 커진다. 더 이상 리더들은 자신이 원할 때면 언제든 부하 직원을 “잠시 이리 와달라”고 부를 수 없다. 그들이 눈앞에 있지도 않고 그들의 업무 시간이 리더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e메일, 업무용 메신저, 각종 디지털 협업 툴 등이 비대면 소통 도구로 떠오른다.

비대면 근무 환경 아래서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보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각자 일하는 환경의 차이를 수용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최근 다수의 기업에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회사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룰을 정하고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꼭 비대면 근무 상황이 아니어도 근무 환경에서 응당 지켰어야 할 효율적인 소통 방식이었을지 모른다. 오히려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도 ‘즉각성’에 집착해 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짜 일(Fake work)’을 하는 데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메신저와 알림, 참석 이유도 알 수 없이 불려 들어가는 회의, 틈만 나면 진행 상황을 물어보는 상사, 자동화되지 못해 루틴하게 해야 할 잡무 등이 대표적인 가짜 일의 예다.

이 같은 가짜 일이 늘어나는 것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특징 때문이다.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은 즉각적인 피드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중요한 일보다 급한 일이 우선시된다. 실시간으로 울려대는 알림으로 인해 눈앞의 급한 일부터 처리하려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누구나 눈앞에 여러 개의 일이 동시에 벌어지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부터 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정작 개인과 조직을 위해서 중요한 일에 충분한 시간을 투입할 수 없도록 만든다. 특히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는 각종 알림은 자연스럽게 우리로 하여금 ‘멀티태스킹’을 할 것을 강요한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을 만들다 방금 온 e메일을 확인하고 답신을 보낸 후 또다시 울리는 메신저에 답을 하는 것처럼 한 가지 업무에서 다른 업무로 주의를 전환하는 행동은 집중을 방해하고 일의 초점을 흐리게 한다. 또한 매번 처음에 하던 업무로 돌아오기 위해서 우리는 소중한 인지 자원(Cognitive resources)을 소비하게 된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방해 요소로부터 신경이 분산됐다가 원래 하고 있던 작업에 다시 정신을 집중하는데 평균적으로 20분이 걸린다고 한다.4 또한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게 인간은 멀티태스킹을 하지 못한다. 우리가 멀티태스킹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행동들은 정확히 말하면 정신적인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여러 가지 업무를 널뛰며 빠르게 적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심각하다. 정신과 의사인 글렌 윌슨(Glenn Wilson) 킹스컬리지 런던대 교수는 실험을 통해 e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을 주고받으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업무 과정에서 IQ가 10 정도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밤새 잠을 자지 못하는 것과 같다. 윌슨 교수는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에 대한 집착은 정신적 예리함을 감소시켜 업무 수행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조직의 일하는 방식의 중심이 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가장 큰 장점은 개인의 몰입도를 높여 성과를 개선시킨다는 점이다. 중요한 일이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동안 그 일에 집중해야 한다. 주의 깊게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관련 자료를 살피고, 생각을 정리하고, 전체 그림을 그리는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조직의 주류 커뮤니케이션 습관이 되면 누구나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진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는 생산성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하에서는 직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업무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업무 만족도와 내재적 동기 부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질을 높이기도 한다.

워케이션을 조직에 정착시키는 법

결국 워케이션이 지금보다 더 대중화되고 모든 직원이 워케이션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 하지만 텍스트 기반 커뮤니케이션만으로 업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다른 공간에서 다른 시간대에 일해도 회사에는 촌각을 다투는 중요한 일이 생길 여지가 있다. 그 때문에 어느 한 가지 소통 방식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둘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조직에서 어떻게 일이 진행되고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를 보면 그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알 수 있고 조직원들은 이런 현상이 장기화될수록 그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스스로를 맞춰간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우리 조직이 갖고 있던 문제는 실시간 소통 위주의 문화를 너무 오래 유지해 왔다는 점이다. 워케이션을 조직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과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의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습관과 인식을 바꾸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변화된 환경과 일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단계별로 변화해 간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워케이션과 같은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워케이션과 하이브리드 워크를 적용할 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신경 써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

1. 집중 근무 시간을 설정해보자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조직의 표준이 되기 위해서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조직의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모든 직원이 지켜야 할 ‘집중 근무 시간’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집중 근무 시간이란 모든 직원이 최소한 이 시간만큼은 ‘온라인’인 상태를 말한다. 이를테면 한국 시간을 기준으로 오후 2∼4시는 전 세계 어디에 있는 직원이든 메신저나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해 접속하는 것이다. 이 시간을 활용해 회의나 콘퍼런스 콜 등을 진행하고 회사 차원에서 공지할 만한 사항을 전달하는 시간으로 삼는다. 이런 제도가 시행되면 비대면 상황에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강제할 때 따라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물리적, 시간적으로 서로 떨어져서 일하는 직원들이 겪을 소외감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2. 커뮤니케이션 시차를 고려해 업무를 진행하자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어쩔 수 없이 대기 시간이 발생한다.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상대가 이 메시지를 언제 보고 대응할지도 알 수 없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의 성패는 대기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있다. 가장 쉽게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별도로 알림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상대방을 쪼는 것이다. 이는 현재와 같은 재택근무 상황에서는 시도해볼 만하다. 하지만 워케이션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 워케이션이 대중화가 되면 동료 직원은 다른 국가에서 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한창 일하는 시간이 상대방에게는 휴식 시간이나 혹은 출근 전 시간이라면 별도로 알림을 보내거나 전화하는 행위 자체가 실례가 되는 것이다.

3. 원하는 바를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글로 표현하라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메시지를 여러 번 주고받을 필요가 없도록 한 번에 구체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실시간 커뮤니케이션하듯이 인사말만 던져놓고 상대방의 답변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을 상대방이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잘 정리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즉,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져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것이다. (DBR minibox ‘구술의 문화에서 기록의 문화로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라’ 참고.) 이때 비대면 상황임을 고려해 상대방이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업무 진행 상황이나 목적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또한 글쓰기 방식도 읽으면 바로 이해가 되도록 간결하게 작성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질문이 여러 개라면 질문과 함께 예상되는 상대방의 답변에 대한 나의 의견을 함께 묻는 것도 좋다.

[그림 2]는 워케이션 상황에서 메신저 활용의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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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는 일하는데 넌 놀고 있냐?’
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에서 워케이션은 젊은 직원들이 수혜자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리더들의 눈에 워케이션을 쓰는 직원들이 좋게만 보이기 어렵다. 특히 워케이션을 도입한 조직의 리더들은 근접 편향에 빠질 수 있다. 사무실에 꼬박꼬박 출근해 눈에 자주 띄는 직원에게 나도 모르게 좋은 평가와 보상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리더가 이런 오류에 빠져 있으면 워케이션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워케이션을 도입한 조직의 리더는 조직 내 불필요한 오해나 불만이 쌓이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문제를 조정하고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는 수용적 조직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워케이션을 활용하는 직원이 있는 팀에서 회의를 진행할 때는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 위주로 회의가 진행되게 해서는 안 된다. 팀원 일부가 회사에 나와 있다고 하더라도 팀 미팅을 무조건 줌으로 함으로써 모든 구성원이 동일하게 모니터에 등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회의 중 발언권 역시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 위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제적으로라도 돌아가면서 발언을 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좋다. 모든 회의는 녹화해 이를 언제든 볼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것이 좋다. 회의할 시간에 접속을 할 수 없는 다수의 원격 근무자가 언제든 회의 영상이나 회의록을 열람하면서 회사의 주요 이슈들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도 회사에 나오지 않은 사람의 의견이 배제되지 않도록 서베이나 인터뷰를 통해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경청하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상황에 따라 일의 방식은 바뀐다. 그리고 지금은 워케이션을 비롯해 직원들에게 더 큰 자율성을 주는 업무 방식들이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는 시대다. 이미 다양한 유연 근무의 혜택을 맛본 MZ세대 직장인들을 강제로 사무실로 모아놓고 일할 수 있는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앞으로 기업들은 더욱더 적극적으로 워케이션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수록 조직 구성원 개개인은 이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높여야 할 것이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DBR mini box : 구술 문화에서 기록 문화로

짧게 툭 말하지 말고, 명확하게 정리한 메시지로 소통을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보통 텍스트 위주로 이뤄진다. e메일이나 메신저가 대표적인 예다. 또한 최근 인기를 끄는 슬랙 등 업무용 메신저는 말로 서로 소통하기 힘든 하이브리드 워크 상황에서 좋은 커뮤니케이션 툴이 될 수 있다. 채팅 기능 외에도 e메일처럼 주제별로 이야기의 스레드(thread)를 쌓아가는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댓글, 피드백을 주제별로 쌓고 히스토리 등을 정리해 놓으면 다른 시간대에 일하는 팀원이 나중에 접속해도 기존에 협의된 내용과 대화를 읽어가면서 업무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하면 맥락 없이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의 단점을 보완하고 업무 내용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다.

우리는 텍스트로 소통할 때 아무래도 더 시간을 들인다. 말은 휘발성이 강하지만 글은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특히 e메일이나 업무용 메신저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을 전제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툴이기 때문에 한 번 글이나 메시지를 보낼 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히 담아서 보내야 한다. 이를 통해 메시지를 받는 사람 역시 그 내용을 보고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된다. 그 때문에 조직 내 불필요한 메시지들이 줄고 커뮤니케이션의 질이 높아진다.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의 순기능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기업으로는 미국의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가 있다. 창업 11년 만에 ‘페이팔’의 대항마로 떠오른 스트라이프는 매달 개발자를 위한 매거진을 발간하고 자체 출판사를 만들 정도로 글쓰기에 진심이다. 회사의 창업자이자 CEO인 패트린 콜리슨은 사내 메일에 각주를 사용할 정도로 글쓰기에 정성을 다하면서 모범을 보인다. 그는 직원들이 글쓰기에 참고할 수 있는 표준화된 템플릿을 마련하기도 했다.

스트라이프는 왜 글쓰기를 강조할까? 패트린 콜리슨은 크게 3가지 이유로 설명한다. 첫째로 시간의 효율성이다. 글로 생각을 공유하면 발표자가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 위해 청취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둘째로 지식 공유다. 글은 발표자의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하는 데 탁월하고 작성된 문서는 사내 직원들에게 한 번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로 글은 정확한 소통을 가능케 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미를 잘 전달하는 글을 쓰려면 실질적인 내용으로 완성해야 한다. 말로 전달하는 것보다 깔끔하게 정리된 글로 전달했을 때 오해의 소지가 줄어든다. 스트라이프는 글쓰기가 어려운 사내 직원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비즈니스 글쓰기를 제안했다.

첫째, 각주 사용을 권장한다. 본문에 중요 정보를 기입하고 주변 정보는 하단에 각주로 넣어서 핵심 정보를 먼저 전달한다. 이는 e메일 분량을 최소화해서 읽는 사람의 시간을 절약해주고자 함이다.

둘째, 사내에서 사용할 샘플 문서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직원들은 규격화된 샘플 문서를 보고 내용의 시작을 어떻게 할지, 어떤 톤으로 써갈지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갔다.

셋째, 이미지와 그래프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시각 콘텐츠를 사용하면 읽는 이의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넷째, 문단은 짧게, 특히 첫 문단은 두세 문장으로 줄이고 소제목과 번호 등을 활용해 글에 휴식을 주며 가독성을 낮추는 복잡한 언어를 사용하지 말고 자주 수정하도록 한다. 이는 읽기 쉬운 글을 쓰기 위한 방법론이다.

다섯째, 동료끼리 서로의 글을 점검해주는 문화를 형성한다. 글은 내가 보는 것보다 남이 보는 것이 좋다. 작성자는 쓰고 고치는 과정에서 글의 논리에 익숙해져서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렵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이전에 우리의 일하는 방식은 말, 즉 구술 중심이었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에도 직장인들은 e메일을 쓰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PPT를 만들었지만 이는 구술 중심의 일하는 방식을 보조하는 성격이 강했다. 관리자 입장에서도 일일이 보고서를 읽는 것보다 직원들이 눈앞에서 쉽게 브리핑해주는 것이 더 나았다. 관리직들이 직접 e메일을 쓰거나 메신저를 보내는 일은 어쩌면 시간 낭비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이 시대의 소통법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우리의 업무 환경은 이미 말에서 글쓰기로, 구술 문화에서 기록 문화로 전환되고 있다.


참고문헌
『호모 스크립투스:구술의 시대에서 기록의 시대로(가제)』, 장재웅•장효상 저, 미래의 창, 2022(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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