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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만 원으로 내집 마련을? 영국의 ‘Help to Buy’

336호 (2022년 01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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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A Generalization of Ramsey Rule on Discount Rate with Regime Switching”(2018) by S. Park in Economics Letters, 170: 147-150.


무엇을, 왜 연구했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3.0%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것과는 정반대의 긍정적 평가다. 1 그러나 높은 부동산 가격과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 부채가 국내 금융 시장 안정성에 대한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이 2021년 하반기에만 두 차례 기준 금리를 인상한 만큼 국내 경제는 이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준 금리 인상의 여파로 대출 이자도 함께 오르는 추세다. 여기에 정부는 가계 부채 관리의 핵심 방안으로 2022년 1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2 규제를 전격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가령 2022년 7월부터 1억 원이 넘는 대출에 대해 DSR 40% 규제가 적용되는데 연 소득이 5000만 원이면 1년간 상환해야 할 원금과 이자가 총 2000만 원을 넘지 못한다. 이에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되고 가계 부채 관리는 한층 더 엄격해져 부동산 시장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필자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영국의 부동산 상황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DSR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영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때 LTV만을 고려한다. 특히 생애 최초 신규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Help to Buy’라는 제도를 전격 도입해 LTV를 최대 95%까지 적용해준다. 예를 들어 생애 최초로 런던 근교의 5억 원짜리 단독 주택을 구입하려고 하는 사람은 집을 담보로 최대 4억75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나머지 2500만 원만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면 5억 원짜리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영국에서는 어떻게 이러한 파격적인 부동산 정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영국 러프버러경영대 연구진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경기 주기를 고려한 이자율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부동산 정책 뒤에 숨겨져 있는 탄탄한 경제학적 정당성(Economic Justification)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마코프 국면전환모형(Markov Regime Switching Model)을 통해 이자율의 움직임과 경기 주기를 추가적으로 고려해 새로운 이자율 모형을 개발했다. 또한 1929∼2010년 동안 미국의 연간 소비 성장률 데이터를 활용해 이 모형의 모수를 추정한 후에 경기 주기를 고려한 이자율의 움직임을 수치적으로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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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보통 금융기관은 개인의 소득과 신용을 담보로 인적자본가치를 평가한 후 이에 상응하도록 가계 대출의 허용 범위를 결정한다. 연 소득이 1000만 원인 개인의 경우 현재 이자율이 2%라면 연 소득을 현재 이자율로 나눈 5억 원이 이 사람의 인적자본가치로 계산될 수 있다. 이상적인 경우에는 5억 원 전부를 대출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다양한 시장 마찰(Market Frictions) 3 이 존재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개인의 신용과 담보,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계 대출의 상한을 결정하게 된다. 인적자본가치에 비례해 가령 5억 원의 절반 또는 그 이하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상상하면 된다. 그런데 만약 인적자본가치를 계산할 때 사용되는 이자율이 경기 주기에 따라 변한다면 이는 가계 대출의 상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금융 시장에는 경기가 저점에서 정점으로 개선되는 기간인 경제 확장기와 반대로 정점에서 저점까지 위축되는 기간인 경제 수축기의 두 가지 국면으로 구분되는 경기 주기가 존재한다. 통상 금융 시장의 변동성은 경기 주기를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계 부채와 관련한 기존 연구는 경제 확장기와 경제 수축기의 경기 주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부채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기관은 호황기의 데이터에만 의존해 인적자본가치를 과대 계상하고 있었고 실제로 담보가 작더라도 대출을 크게 해주는 일이 빈번했다. 그러나 이러한 가계 부채 급증은 막상 경제 수축기가 도래하자 전체적인 부도율 및 연체율 상승을 야기했다. 이는 대출을 실행했던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에도 큰 악영향을 초래해 연쇄 부도와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졌다.

본 연구에 따르면 경제 확장기와 경제 수축기의 경기 주기를 고려할 경우 현재가 경제 확장기라고 할지라도 미래에 경제 수축기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현재가 경제 수축기라면 미래에 경제 확장기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이는 보통 경제 확장기에는 대출을 장려하고 경제 수축기에 대출을 제한하는, 이른바 경기 순행적(Procyclical) 재정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 확장기에서의 이자율 증가는 인적자본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가 경제 확장기라고 할지라도 미래 인적자본가치의 하락을 대비해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대출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한편 경제 수축기에서의 이자율 감소는 인적자본가치의 상승을 의미한다. 현재가 경제 수축기라고 할지라도 금융기관은 대출을 규제하기보다는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적자본가치의 상승을 반영할 여지가 생기고 이에 따라 대출을 완화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도 있다. 이는 경제 수축기에서의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평탄화(Smoothing)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내 집 마련을 위해서 대출은 불가피하다. 신규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통상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게 되는데 LTV가 70%이고 집값이 1억 원이라면 집을 담보로 최대 7000만 원(=70%×1억 원)을 은행에서 빌릴 수 있다. 시중 은행에서는 LTV를 40∼70%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LTV와 더불어 부채의 연간 원금과 이자의 총합(원리금)을 연 소득으로 나눈 DTI를 따져봐야 하는데 DTI가 50%라면 연 소득이 5000만 원인 상황에서는 최대 2500만 원(=50%×25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여기에 연 소득이 5000만 원인 사람이 기존에 자동차 구입을 목적으로 신용 대출을 2000만 원 받았다고 가정하면 DSR 50% 규제 적용 시 1000만 원(=50%×2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1500만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해진다. 요약하자면 1억 원짜리 집을 사려고 계획하고 있다면 최근 강화된 대출 규제로 최대 1500만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고 나머지 8500만 원은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사실상 주택 구입의 길이 막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15년 동안 국내외 사회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로존 금융위기, 2015년 중국 주식시장 붕괴와 은행 부문의 유동성 및 신용 위기의 확대, 2020년 글로벌 팬데믹 등 극단적 재난 사건을 지속적으로 경험해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 또한 경제 확장기와 경제 수축기의 반복을 이미 몇 차례 겪었다. 장기 시계 관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또 한 번의 경제 구조 변화를 예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판단하건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게 더 큰 대형 경제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경제 수축기가 확실시된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처럼 무조건 대출을 제한하고 규제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본 연구에 따르면 현재 상황이 경제 수축기라고 할지라도 미래에 경제 확장기가 도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 시계에서는 인적자본가치가 상대적으로 과소 계상돼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제 구조 변화를 반영한 이자율의 움직임을 따라 미국과 영국 등의 선진국은 오히려 경제 수축기 때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대출을 완화하는 이른바 경기 역행적(Countercyclical) 경제 정책을 실시해왔다.

2019년 IMF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37.92%로 일본(237.13%), 미국(104.26%), 영국(86.82%) 등의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다. 이렇게 GDP 대비 낮은 정부 부채 비율을 갖고 있는 국내 상황을 고려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확장기와 경제 수축기의 경기 주기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지금도 정부는 확장 재정 정책을 통해 대출을 완화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를 통해 국내 경제가 영국 Help To Buy 사례처럼 생애 최초 신규 주택 구입을 위한 부동산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현재의 부동산 위기를 극복하길 바란다.


박세영 노팅엄경영대 재무 부교수 seyoung.park@nottingham.ac.uk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재직한 후 싱가포르국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 관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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