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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비즈니스

‘하이볼’ 앞세워 맥주 시장 빼앗은 위스키처럼
주류 시장 ‘빅블러’ 활발

Article at a Glance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주류업계도 최근 몇 년 사이 ‘빅블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위스키 시장에서의 ‘하이볼’의 인기다. 일본에서 90년대 이후 소비 부진으로 큰 위기를 겪던 위스키 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 위스키에 탄산수와 레몬 등을 섞어 마시는 하이볼을 적극적으로 프로모션해 위기를 극복하며 새로운 주류 카테고리를 개척했다. 국내에서도 샴페인을 타깃으로 삼아 탄산을 용해하는 방식을 활용한 ‘복순도가 손막걸리’나 고체 막걸리 ‘이화주’ 등이 경계를 무너뜨리는 혁신을 통해 빅블러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주식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들의 특징을 보면 대부분 ‘빅블러’ 현상을 선도하는 기업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서 빅블러 현상이란 ‘흐릿해진다’는 뜻의 영어 단어 ‘블러(blur)’를 적용한 신조어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에 영역의 경계가 섞이고 모호해지며 지속적으로 융복합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스스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IT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테슬라부터 모바일 기업으로 출발해 금융업에도 진출한 카카오뱅크, 충전 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돈을 맡아가며 커피값을 결제하는 스타벅스 등이 빅블러 현상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그렇다면 가장 보수적인 산업이라 불리는 주류 업계에서도 이런 현상을 목격할 수 있을까.

보수적인 주류 업계에서 역발상으로 성공한 일본

주류 업계가 보수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역사적인 이유가 크다. 100년 역사는 물론 1000년 역사를 가진 업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독일의 바이엔슈테판의 경우 서기 1040년에 양조 면허를 취득했으며 기네스의 경우 2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잘만 만들어 놓으면 백 년의 기업을 일굴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에도 수백 년 된 사케 양조장이 즐비하게 있으며 우리에게도 100년 역사를 가진 양조장이 의외로 많다. 조선 중후기 여성들이 기록한 『음식디미방』 등 고문헌을 보면 음식과 술 빚기가 같이, 늘 함께 등장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술은 음식만큼 중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위스키 업체들을 들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권위적이며, 정통성을 고집하고, 럭셔리 이미지를 주로 내세운 위스키가 서민적이고 다가가기 쉬운 이미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위스키 소다인 ‘하이볼’이다. 위스키에 얼음과 탄산수, 그리고 레몬 및 민트를 넣어 마시는 일종의 칵테일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의 위스키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양은 많다. 일본에서는 3000원대부터 있을 정도로 가격 접근성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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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볼의 어원은 영국과 미국 두 가지 스토리가 있다. 골프를 칠 때 공이 올라간 사이 빠르게 마신다는 뜻에서 나왔다는 설과 미국 서부 시대에 기차 출발을 의미하는 볼이 올라가면 기차역 바 손님들이 기차를 타려고 시켜놓은 위스키에 탄산수를 타 빨리 마셨다는 설이 공존한다. 하지만 어원과 상관없이 위스키를 희석해서 마시는 문화를 발전시킨 것은 일본이다. 이유는 일본인들의 숙취 해소 능력이 떨어져서다. 일본인의 숙취 해독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파악한 1 산토리는 1960년도부터 위스키에 물, 얼음, 탄산수 등을 섞어 마실 수 있게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위스키를 일본식 청주인 사케 정도로 마실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 과음을 피하라는 의미로 남은 위스키를 맡기는 킵(Keep) 문화도 만들어 냈다. 흥미롭게도 킵 문화가 생기니 주문량은 더 많아졌다. 술이 남더라도 다음에 또 오면 된다는 안도감에 한 병 더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재방문율도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이러한 마케팅 수단으로 일본 위스키 산업은 1980년대 초까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시장의 성장을 예측한 산토리는 이후 문화적 상품과 접목한 고급 제품을 출시하게 된다. 이때 쓰인 소재는 바로 클래식 음악이다.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오크통의 원액을 배합(브랜딩)하는 과정을 진행하는데 이러한 배합을 통해 ‘브람스 교향곡 제1번 4악장’과 같은 맛이 나게끔 기획했다고 홍보하며, 이 곡을 제품의 CM송으로도 활용했다. 이렇게 출시된 제품이 바로 ‘히비키’라는 제품이다. 히비키라는 네이밍 역시 교향곡(交響曲)의 향(響)을 일본식 훈음으로 부른 것이었다. 그 결과, 히비키는 위스키 애호가들에게는 클래식이라는 고급 취향을 향유한다는 자부심을 주었고,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맛으로 표현된 음악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하며 한번 맛보게 하는 전략이 됐다. 기존의 애호가와 신규 시장을 모두 노린 전략이었고, 그 결과 일본을 대표하는 위스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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