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우회상장→내부자거래→상장폐지 악순환고리 끊으려면…

125호 (2013년 3월 Issue 2)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2010 8,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네오세미테크가 상장폐지됐다. 2010 3월 말 회계법인의 감사 결과 분식회계가 적발된 후 5개월 만에 증권시장에서 퇴출됐다. 퇴출 전 거래가 중지될 시점의 시가총액은 무려 4000억 원대로 코스닥기업 중 26위에 해당했다. 시가총액으로 볼 때 역사상 가장 큰 기업이 상장폐지된 셈이다.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는 매년 수차례 발생하지만 이런 기업은 대부분 상장폐지 이전부터 경영상태가 부실하고 시가총액이 수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쪼그라든 상태에서 퇴출된다.

네오세미테크는 전혀 달랐다. 부실 징조가 전혀 없이 우량한 기업처럼 보이던 상태에서 갑자기 상장폐지됐다. 그 결과 무려 7000여 명이나 되는 소액주주들이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됐다. 최대 피해자는 277억 원을 날렸다고 한다.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 주주들은네오세미테크 주주연대라는 모임을 결성해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소액주주들이 집단으로 연대해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이른바집단 소송이라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2011년에는 대주주 횡령과 주가 조작 등으로 상장폐지된 씨모텍을 대상으로 수백 명의 주주들이 연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상에는 유상증자를 주관했던 동부증권까지 포함됐다. 2011 1월 한국증권시장에 상장됐다가 불과 두 달 만인 3월 분식회계가 적발돼 상장폐지된 중국 고섬 사태와 관련해서도 소액주주들이 한국거래소와 상장 주관사인 대우증권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분식이나 횡령을 저지른 회사들의 경영진뿐 아니라 회계법인이나 증권사, 관련 공공기관까지 소송을 당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앞으로는 이런 추세가 점점 더 확산될 것이다.

네오세미테크 사건과 관련해 독특한 점은 네오세미테크가 문제가 발발하기 직전인 2009 10월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는 점이다. 2009 10월 상장해서 2010 3월 거래정지됐으니 상장된 기간은 5개월에 불과하다. 이제부터 네오세미테크의 성장 배경과 분식회계, 우회상장 제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다

 

 

네오세미테크의 성장과 발전

네오세미테크의 창업주인 오명환 사장은 공학 박사 출신의 전문가다. 원래 LG전선에서 근무하다가 2000년 독립해서 회사를 설립했다. 초창기 근무하던 30여 명의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오 사장을 믿고 LG에서 함께 옮겨 온 석박사급 인력들이다. 초창기 네오세미테크가 상당한 기술 역량을 갖고 있었다는 의미다. 네오세미테크의 주 품목은 갈륨비소를 이용한 반도체 웨이퍼였다. 이 상품은 2001년 산업자원부에서 세계일류상품으로 인정받았고 회사는 최우수벤처기업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회사는 반도체 웨이퍼와 연관된 품목으로 태양전지 웨이퍼 사업에 진출했다. 태양전지 웨이퍼는 태양광발전 시 태양광을 흡수해서 전기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2006년 이 기술을 개발한 네오세미테크는 대만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기업과 수출 계약을 맺을 정도로 사업이 확대됐다. 그러자 네오세미테크는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자원 고갈과 환경보호, 녹색 성장 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자 네오세미테크는 더욱 각광받기 시작했다. 국내 여러 대기업들에 웨이퍼를 납품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코스닥시장의 스타주로 부상하면서 장관이 회사를 방문하는 일도 있었다. 2009년에는 지식경제부도 이 회사의 웨이퍼 제품을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했다.

이러면서 네오세미테크의 자산 규모와 이익이 급증했다. 설립 초기인 2001 130억 원에 불과하던 총자산은 2004 267억 원 정도였으나 2005 400억 원, 2006 810억 원, 2007 1000억 원, 2008 2200억 원으로 증가했다.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는 불과 1년 동안 두 배 이상 규모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당기순이익도 마찬가지였다. 2006 13억 원에 불과하던 이익이 2007 25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가 2008년에는 230억 원으로 무려 9배나 늘어났다. 매출액은 2007 315억 원에서 2008 1000억 원으로 3배 증가했다. 엄청난 성장 속도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빠른 성장을 토대로 2009 10월 네오세미테크는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했다. 우회상장이란 무엇이며 네오세미테크의 우회상장 과정은 어땠는지 살펴보겠다.

 

네오세미테크의 우회상장 과정

우회상장이란 비상장사가 상장사와 합병하는 형태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비상장사가 직접 주식시장에 상장되려면 증권거래소의 복잡한 상장심사 절차와 공모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상장회사가 거의 시장가치가 없는 유명무실한 상장회사와 합병하면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복잡한 과정을 피하고 뒷문을 통해 주식시장에 진입한다고백도어 리스팅(back door listing)’이라고 한다.

우회상장의 법률적 형태는 상장회사가 비상장회사를 합병하는 것이다. 합병한 후 회사 이름을 과거 비상장회사로 바꿔버리면 실질적으로는 비상장회사가 상장하는 셈이 된다. 비상장기업에서 현금을 이용해 상장회사의 지분을 인수하고 두 회사를 합병할 수도 있고, 현금을 동원하지 않고 주주 간 주식 교환을 통해 합병하기도 한다. 기존 상장회사가 껍데기만 남아 있던 유명무실한 회사였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비상장회사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합병한 후 비상장회사가 주도권을 가진다.

우회상장은 빠른 상장이 가능하다는 이점을 지닌다.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상장하려면 최소 2∼3년의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외부자금을 신속하게 조달할 필요가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그렇게 기다릴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다. 이럴 때 우회상장을 하면 주식시장에서 바로 외부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이점은 우회상장을 하면 복잡한 상장심사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상장심사 절차를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튼튼하지 않은 기업도 이 방법을 선택하면 감독당국의 감시를 교묘히 피해서 상장할 수 있다. 네오세미테크의 사례를 보면 이 두 가지 이점을 모두 노리고 상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오세미테크는 2009 10월 ㈜모노솔라를 통해 우회상장했다. 이 회사는 2006년 코스닥에 상장한 회사로 네오세미테크에 부품 및 자재 등을 공급하는 특수관계회사였다. 2008 9월부터 네오세미테크의 오 사장이 ㈜모노솔라 대표를 겸하고 있었다. 즉 우회상장 이전에 모노솔라의 경영권을 네오세미테크가 장악하고 있었던 셈이다. 상당수 증권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우회상장하는 네오세미테크의 미래에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우회상장은 모노솔라가 네오세미테크를 흡수합병하면서 상호를 네오세미테크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상장시 주가는 15150원이었다. 이때 시가총액은 6000억 원대 초반으로 코스닥 상장사 중 시가총액 기준 13위에 해당했다. 이후 주가는 약간 떨어져서 12000원대를 횡보했다.

 

분식회계 적발

네오세미테크가 2009년 우회상장을 통해 주식시장에 입성한 이유는 회사 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자금을 신속하게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술한 것처럼 2007년부터 회사의 성장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기 때문이다.

상장 직후 첫 번째 발행된 감사보고서에서 회계감사인인 대주회계법인은 네오세미테크의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다며의견거절을 선언한다. 회계법인은 재무제표를 감사한 후 감사의견을 제시한다.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않았다면적정의견, 일부 회계처리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면한정의견, 회계처리 방법에 동의할 수 없다면부적정의견, 감사의견을 내릴 만큼 충분한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다면의견거절을 낸다. 적정의견 이외의 의견을 받은 기업은 곧바로 거래가 중지되면서 그 이유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다.

대주회계법인의의견거절소식이 발표된 날은 2010 324일이었다. 대주회계법인은 회사의 재무자료를 신뢰할 수 없으며 회사가 개발비를 부풀리고 유형자산과 이익을 과대계상하고 있으며 매출을 중복 계상하는 등 회계기록이 극히 방만하게 이뤄지고 있어 회계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고의견거절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회사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내부통제제도에 대한 검토의견도 별도로 발표했다. 상장 직전까지 회계감사를 해온 인덕회계법인에서는 아무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적정의견을 계속 발표해왔는데 새로 감사를 맡은 대주회계법인에서는 재무제표가 심각한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의견거절이 발표되자 네오세미테크의 주식은 증권시장 규정에 따라 즉시 거래정지됐다. 이때 주가는 8500원이었다.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금감원과 청와대, 여야 정치인들에게 피해를 보상해 달라거나 회사를 살려달라는 투서를 보내기도 하고 감사가 잘못됐다며 감사인을 협박하는 사례도 있었다. 부정을 저지른 회사가 아니라 부정을 발견한 감사인을 협박해서 감사의견을 바꾸라고 요구한 것이다. 네오세미테크에서는 분식을 인정하지 않고 회계자료에 대한 해석 차이라고 변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주회계법인과 네오세미테크는 재감사 약정을 체결했다. 그 결과 3개월 동안 상장폐지가 유예됐다. 그러나 3개월 후 발표된 재감사 의견 역시의견거절이었다. 회사의 회계기록 자체를 전혀 신뢰할 수 없으므로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2010 2월 회사가 최초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2009년 매출액이 1453억 원, 영업이익이 313억 원, 순이익이 274억 원이었는데 3월에 대주회계법인의 감사 이후 수정된 재무제표에는 매출액 979억 원, 영업이익 19억 원, 순손실 224억 원으로 나타났다. 재감사를 통해 공표된 재무제표는 매출액 187억 원, 영업손실 150억 원, 당기순손실 838억 원이었다. 매출액이 8배 정도나 부풀려졌던 것이다. 재감사 결과 네오세미테크는 결국 정리매매를 거쳐 증시에서 퇴출됐다. 퇴출 시점인 2010 823일 정리매매가격은 295원이었다. 15151원에 상장한 기업이 불과 1년도 안 돼 휴지조각처럼 급락한 셈이다.

 

상장폐지 이후 밝혀진 추악한 진실

상장폐지 후 대주주의 여러 추악한 모습이 속속 알려졌다. 대주주인 오 사장 및 몇몇 경영진은 회사 사정을 미리 알고 의견거절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 보유하던 주식을 대규모로 내다팔았다. 내부자 거래를 한 것이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네오세미테크의 오 사장은 2007년 친인척 명의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83회에 걸쳐 이 페이퍼컴퍼니에 웨이퍼를 수출하는 것으로 장부를 조작했다. 가짜 웨이퍼를 홍콩으로 배에 실어 보내고 수출했다고 매출로 회계장부에 기록했다. 장부만 가짜로 만든 것이 아니라 정식 선적서류를 갖춰 가짜 상품을 홍콩으로 보내는 식으로 치밀한 사기를 준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2000억 원대의 가공 매출이 발생했다.

또한 이 페이퍼컴퍼니에서 92회에 걸쳐 물품을 가짜로 수입하면서 거래대금 519억 원을 해외 비밀계좌로 빼돌렸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인 2010 8월 오 사장은 동생 여권을 이용해 마카오로 출국, 잠적해버렸다. 상장폐지와 거의 동시에 도망친 것이다. 마카오를 통해 중국으로 넘어가버리면 오 사장의 소재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 횡령한 519억 원을 가지고 숨어서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으니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길이 없어졌다. 이런 내용을 보면 대주주가 처음부터 사기를 치기 위해 재무제표를 조작하면서 상장을 준비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대주주의 도덕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사례다.

2007년부터 급증한 다른 회사들에 대한 해외 수출도 대부분 재구매한다는 조건이 붙은 수출이었다. 판 물품을 네오세미테크가 다시 구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재구매한 내용은 회계장부에 기록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 분식을 했다. 2006년 이후 네오세미테크의 화려한 성장은 실체 없는 거짓이었다. 2006년 매출이 270억 원이었는데 재감사 후 수정된 2009년 매출액이 187억 원일 정도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늘어난 매출은 모두 가짜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증권거래소는 공시 관련 규정을 강화했고 금융감독원은 우회상장 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규제안을 내놨다. 네오세미테크뿐 아니라 당시 우회상장한 여러 기업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우회상장 심사과정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우회상장을 하더라도 직상장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심사를 받아야 하고 금감원에서 지정한 감사인에게 감사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됐다. 그 결과 기업이 우회상장할 때 누릴 수 있는 이점 두 가지가 모두 사라져서 2011년 이후 우회상장 기업 숫자가 급감했다.

 

 

우회상장 제도의 보완과 문제점

금감원이 2010년 도입한 우회상장 규제의 핵심은 엄격한 심사 외에 비상장법인의 가치를 평가할 때 수익가치를 10% 할인한다는 점이다. 즉 비상장사가 10억 원을 벌었다면 이를 10% 할인한 9억 원만 인정해서 가치를 평가한다.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종합해 비상장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비상장기업 재무제표는 부풀려지기 쉬우므로 재무제표에 보고된 이익 수치의 10%를 디스카운트하겠다는 취지다. 과거 우회상장을 할 때 비상장회사의 가치를 부풀려 상장하면서 대주주가 큰돈을 버는 문제점이 종종 발생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상장회사 가치는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시가로 측정하면 되는데 비상장회사는 시가가 없기 때문에 가치평가 과정을 통해 가치를 결정한다. 이후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의 가치를 비교해 양사 합병비율이 결정된다.

사실 이런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다. 민간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을 정부가 강제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만약 정확한 회계자료를 작성하던 회사라면 10% 디스카운트를 받으면 오히려 손해다. 우량한 회사라면 손해를 보면서 우회상장할 이유가 없다. 이 제도 때문에 2009년 큰 관심을 받으며 우리나라에 도입됐던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제도가 실패했다. 스팩은 우회상장을 양성화하자는 제도인데 10% 디스카운트되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우회상장하려는 기업이 없으므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금감원에서 마련한 것처럼 지정감사인 제도를 도입해 우회상장하려는 비상장회사에 감사를 강화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민간 기업들 사이의 합병 시 가치 평가는 전문가들에게 맡겨두면 된다.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지정감사인에게 충분한 시간과 보수를 주고 일반적인 감사보다 더욱 엄격히 감사하도록 하면 된다. 대주회계법인이 네오세미테크의 문제점을 발견해낸 것처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엄격히 감사를 실시한다면 문제점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우회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에도 마찬가지로 더욱 엄격한 책임을 부과하면 된다. 가치평가를 담당하는 외부기관을 회사가 선정하지 않고 금감원이 직접 지정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감사인 지정제도와 유사한 방식이다. 회사가 평가기관을 선택하면 아무래도 평가기관이 독립적으로 공정한 가치평가치를 제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합병 시점에서 결정된 합병비율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있다면 주식매수청구권을 이용해서 주식을 회사에 매각할 수 있다. 결국 재무제표를 잘 살펴보고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주주들이라면 문제점이 있을 때 사전에 발견하고 투자를 철회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셈이다. 회사의 실상은 거의 알지 못하면서 언론에 보도되는 장밋빛 미래만 보거나 풍문만 듣고 투자하는 주주라면 이는 자기 책임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렇게 투자하는 사람들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를 한다고 봐야 한다. 잘 알지 못하는 상품을 사면서 요행에 의지해 돈을 벌 것을 기대하는 행위가 바로 투기다. 그러니 자신의 투기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투기와 달리 투자는 자신이 잘 아는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다. 만약 나중에 회사 재무제표가 가짜로 드러나면 그때 회사나 대주주, 증권사, 회계법인에 소송을 걸어서 잘잘못을 따지면 된다.

, 우회상장한 회사에 상장 이후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서 그 문제가 전부 증권사나 회계법인이 제대로 의무를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회계법인은 감사할 때 해당 회사의 모든 자료를 전수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자료만 표본으로 추출해 표본조사를 한다. 네오세미테크처럼 회사가 의도적으로 분식을 숨기려고 하면 이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감사인에게 감사를 충분히 할 만한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비상장기업은 외국과 비교할 때 감사보수가 매우 낮기 때문에 적정 감사시간의 절반도 제대로 투입하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다. 따라서 우회상장 시점이라면 상장회사 소액주주들은 비상장회사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면밀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네오세미테크의 우회상장 시 다수 애널리스트들이 장밋빛 보고서를 발표했다는 사실을 되돌아보더라도 소위 전문가 집단에서도 회계분식을 찾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할 수 있다.

 

분식의 조짐은?

만약 회계법인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제대로 감사를 수행했는데도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는 회계법인의 책임이 아니다. 회계법인에 소송을 제기했을 때 논점은 분식회계의 발생 여부가 아니라 회계법인이 제대로 감사했는지 여부다. 앞에서 설명한 네오세미테크의 사례에서는 홍콩 소재 페이퍼컴퍼니와의 거래에서 가짜 물건을 수출하고 서류만 제대로 갖춰둔다면 한국 회계법인이 네오세미테크의 회계장부를 표본 조사한 후 가공의 수출이라는 점을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상당수 소액주주들은 이런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무조건 회계법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감사는 검찰이나 경찰이 하는 범죄에 대한 수사가 아니기 때문에 수출서류 자체가 가짜인지, 또는 가짜 상품을 수출했는지를 감사를 통해 밝혀내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분식의 조짐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명확하지는 않지만 네오세미테크의 경우 몇 가지 분식을 의심할 만한 조짐이 있었다. 분식회계가 적발되기 이전인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네오세미테크의 요약된 영업성과를 살펴보자. ( 1)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엄청나게 급증했다. 이에 반해 영업현금흐름은 2007년을 제외하면 계속 적자며 큰 변화가 없다. 이익은 계속 증가하는데 벌어들이는 현금이 없으므로 가공의 매출이 발생해서 이익이 증가하는 것은 아닌지 추측해볼 수 있다. 영업이익이 증가한다면 영업현금흐름도 비슷한 추세로 증가하는 것이 정상이다.

또한 영업현금흐름-투자현금흐름으로 계산하는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이 매년 음(-)이라는 점도 이상하다. 회사가 정상적이라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투자가 수행돼야 한다. 그런데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이는 자금이 미미한 수준이므로 투자할 자금이 만성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모자라는 자금은 재무현금흐름을 통해 외부에서 차입하거나 증자를 통해 조달해야 한다. 네오세미테크의 투자현금흐름을 보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엄청나게 큰 자금을 계속 투자에 사용하고 있었다. 매출액이나 이익의 화려한 증가와 달리 회사 내부에서는 버는 돈보다 들어가는 돈이 더 많았던 셈이다.

운영자금이 모자라므로 회사는 외부에서 계속 자금을 조달했다. 비상장회사는 외부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 1>에서 재무현금흐름으로 적힌 금액이 외부에서 조달한 금액이다. 2005∼2008년 외부에서 조달한 순자금 1505억 원(4년치 재무현금흐름의 합계) 515억 원은 증자, 나머지 990억 원은 차입을 통해 조달했다. 2008년 수치를 보면 외부에서 조달하는 금액이 전년보다 상당히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그래서 우회상장을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해서 외부자금을 손쉽게 조달하려고 했다가 깐깐한 감사를 통해 분식회계가 적발된 것이리라. 대주회계법인의 재감사 결과 2008년 실제 이익은 274억 원 적자로 판명됐다. 영업현금흐름은 84억 원 적자였다. 이 정도로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 1>을 자세히 보면 상당히 수상하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이 네오세미테크의 상장 전 감사인인 인덕회계법인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인덕회계법인은 피해자들에게 피해액의 9% 정도를 지불하는 선에서 타협한 바 있다. 이는 인덕회계법인이 분식 징후가 있었는데도 제대로 감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투자는 자기 책임이다

어떤 제도를 도입하든 회계분식이나 상장폐지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런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는데 신이 아닌 한 문제를 모두 예방하는 완벽한 제도를 마련할 수는 없다. 주식시장에서 한탕 하고 도망가려는 사람은 어느 국가에든 존재하는 법이다. 전 세계적인 불경기로 국내 경기도 어려운 현재 같은 시점에서는 사기 치려는 사람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여러 편의 글에서 강조한 것처럼 이런 문제나 피해를 줄이려면 제도 정비는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워런 버핏이 이야기한 것처럼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열심히 읽고 그에 따라 투자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정답이다. 도박하는 심정으로 아무렇게나 투자한 후 우연히 성공하면 스스로를 자랑하고 실패하면 감독당국과 회계법인, 증권회사, 언론, 정치인 등 남 탓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 결국 투자는 자기 책임으로 하는 것이다. 내가 내린 의사결정의 모든 결과는 내 탓이지 남 탓이 아니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동시에 받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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