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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의 CSR 약일까 독일까?

이동현 | 117호 (2012년 11월 Issue 2)

 

 

 

 Based on “Social Responsibility in New Ventures: Profiting From A Long-Term Orientation” (2012,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Vol.33, pp.1135-1153)

 

왜 연구했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lity)에 관한 연구들은 기존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들이 대부분이며 신생 벤처기업과 관련된 연구는 드물었다. 그러나 기업 생태계에서 벤처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벤처기업들도 환경오염이나 탈법적인 운영과 연관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에 관한 강조는 벤처기업들도 예외일 수 없다. 본 연구는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이들의 CSR 활동이 기존 기업의 CSR 활동과 비교할 때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고 특히 이들의 CSR 활동이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살펴봤다.

 

무엇을 연구했나?

기존 연구에 의하면 CSR 활동은 기업의 재무성과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은 제품 자체에 CSR 속성을 부여하거나(예 친환경 상품), 생산 과정과 기술 등에 환경 친화적이거나 에너지 절약적인 속성을 도입해서 경쟁자와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또한 CSR 활동은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강화시키거나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명성을 구축해 인재나 자금 확보에도 유리할 수 있다. CSR 활동은 법적 문제를 위시한 각종 경영 위험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반면 CSR 활동은 사업에 투입할 자원의 양을 감소시키고 경영자의 주의를 분산시켜 본연의 직무를 소홀하게 만들어 성과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편 벤처기업은신생기업의 불리함(liability of newness)’을 안고 있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CSR 활동의 긍정적 효과는 감소하고 부정적 효과가 강화될 수 있다. 우선 벤처기업이 자신의 주력 제품에 CSR 속성을 부여하기에는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다. 꾸준한 CSR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명성을 쌓고 이를 통해 갑작스런 위험으로 보호받기에도 사업을 해온 시간이 너무 짧다. 대신 CSR 활동에 소요되는 높은 비용이나 경영자의 역량 분산은 벤처기업의 재무성과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신생 벤처기업에서 CSR 활동은 재무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벤처기업일지라도 장기지향성(long-term orientation)을 갖고 있다면 CSR 활동이 재무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할 수 있다. 단기 효율성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벤처기업은 CSR 활동을 투자로 인식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좀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또한 장기지향성은 CSR 활동을 통해 당장의 법적 요건을 뛰어넘는 내부활동 기준을 설정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업 위험에 미리 대응할 수 있다.

 

어떻게 연구했나?

신용정보회사인 던앤브래드스트리트(Dun & Bradstreet)에서 발간한 2008캐나다 제조업체 디렉토리에서 창업된 지 8년 이하의 벤처기업들을 추출했다. 이 중에서 종업원 수 10명 이하의 소기업과 사업 분야가 다각화된 벤처기업들은 제외하고 CEO나 사장의 연락처가 정확히 표시된 벤처기업 846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재무성과와 장기지향성에 관한 내용들이 주로 조사됐으며 회수된 204개 중 부실한 자료를 제외한 196개 설문이 분석에 활용됐다. 196개 기업의 CSR 활동자료는 웹사이트 검색을 통해 수집됐다. 이 중 149개 기업은 웹사이트를 갖고 있었고 이들 웹사이트에 포함된 회사 소개, 기업의 역사, 미션 및 비전 자료 등을 분석해서지역사회’ ‘종업원 관계’ ‘환경’ ‘제품과 생산’ ‘기타 이해관계자 5개 범주로 CSR 활동을 분류했다. 최종적으로 수집된 149개 기업의 모든 자료들은 PLS(Partial Least Squares) 회귀를 통해 분석됐다.

 

무엇을 발견했나?

분석결과, 첫 번째 연구가설은 지지됐다. , 벤처기업의 CSR 활동은 재무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 연구가설도 지지됐다. 장기지향성은 CSR 활동이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긍정적인 조절작용을 했다. , 장기지향성을 갖지 못한 경우에는 CSR 활동이 여전히 재무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장기지향성을 가진 경우에는 CSR 활동이 재무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벤처기업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신생기업의 불리함때문에 이들의 CSR 활동은 재무성과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벤처기업들은 CSR 속성을 가진 제품개발이나 복잡한 이해관계자 관리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작은 규모와 짧은 업력 때문에 일정 시간이 걸리는 CSR 투자를 통해 혜택을 얻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기지향성은 벤처기업의 이러한 불리함을 극복하는 역할을 해줬다. 장기지향성은 직접적으로 벤처기업의 재무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장기지향성을 가진 벤처기업들의 CSR 활동은 재무성과에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왔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기업의 실제 CSR 활동과 CSR 홍보 효과는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웹사이트에 CSR과 관련된 해당 기업의 의지나 홍보 내용이 아무리 많아도 이것이 실제 CSR 활동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재무성과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연구의 한계 및 제안

기존 기업에 비해 업력이 짧은 벤처기업이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CSR 활동을 추진한다면 재무성과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을 실증연구를 통해 밝혔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연구다. 하지만 벤처기업의 재무성과마저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한 점은 본 연구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또 웹사이트가 기업의 CSR 활동에 관한 신뢰성 있는 자료원이지만 여전히자기 보고(self-reported)’ 형식이므로 객관성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향후 CSR 관련 이슈들이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후속 연구에서는 벤처기업들이 이런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연구들이 진행되면 좋을 것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로 연구 활동을 하기도 했다. 명강의>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자기동정, 실패를 극복하는 긍정의 길

 

Based on “Self-compassion increases self-improvement motivation”, Juliana G. Breines & Serena Chen (2012)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8(9), 1133-1143.

 

왜 연구했나?

‘꺾이지만 않으면 강해진다(Was mich nicht umbringt, macht mich starker)’는 말이 있다. 니체의 명언이다. 직역하면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이다. 역경은역경에 처한 사람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그러나 니체의 명언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죽지 말아야 한다. , 역경에 꺾이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단점이 없는 사람이 없고,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때로는 그 실수가 너무나 치명적이어서 삶이 망가지기도 한다. 실수는 누구나 하고 인간적 결함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인데 어떤 사람은 잘 극복하고, 어떤 사람은 역경 앞에 꺾인다. 그 차이 중 하나가 자신의 실수와 단점에 대한 접근방식이다. 역경을 이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자기동정(self-compassion)이다. 자신에 대해 동정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실수를 딛고 일어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자기동정의 긍정적 측면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지만 비판의 소리도 있다. 자기만족감에 빠져 자신의 실수와 단점을 바로잡지 못하게 할 수 도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자기동정은 자신의 결함에 대해 눈감게 할까, 아니면 자신의 단점을 직시하도록 해 자기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무엇을 연구했나?

자기동정은 자신에 대한 태도다. 자기 자신에게 가혹하지 않고 자신을 이해하는 태도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불완전하기에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세다. 이러한 자신에 대한 동정적인 태도는 낙관성과 삶의 행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자기동정은 자기존중(self-esteem)과 달리 자신에 대한 평가는 아니다.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쓸모 있는지, 혹은 없는지에 대한 평가 없이 자신에 대해 동정적이면 된다. 잘못한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에 대해 동정적이기에 중대한 실수를 범했어도 자기 비하에 빠지거나 잘못을 외면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자기동정은 잘못된 행위 자체를 인정하기에 자기합리화와 구분된다. 자기동정적인 태도는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어” “나 스스로에게 친절해야지” “나 스스로를 돌봐야 해”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해혹은나의 단점은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야등과 같은 표현으로 잘 나타난다. 자기동정의 이런 특성은 사람들이 실패를 딛고 일어서 자기향상(self-improvement)을 이루는 데 중요하다. 자기 자신의 인간적인 결함에 대해 따스하면서도 이해하는 자세를 통해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또 다른 실패의 두려움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어떻게 연구했나?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소재) 연구팀은 4차례의 실험을 통해 자기동정이 자기향상 동기화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했다. 실험1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이 가장 부끄럽게 여기는 단점을 한두 문장으로 기록했다. 다음 단계에서 참가자들을 3개 조건(자기동정, 자기존중, 대조)으로 나눴다. 자기동정 조건의 참가자들에게는 동정적이고 이해하는 관점에서 자신의 단점을 돌아보는 글을 3분간 쓰라고 했다. 자기존중 조건의 참가자들에게는 자신의 긍정적인 특징을 강화하는 관점에서 자신의 단점을 돌아보는 글을 쓰도록 했다. 대조집단의 참가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끝으로 참가자들은 자신의 단점을 극복했는지 여부와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 쓰도록 했다. 실험2에서는 실험1의 수치심이 드는 단점 대신 도덕적으로 잘못해 죄책감이 들도록 한 행동을 기록하도록 했다. 다음 단계에서 참가자들을 실험1처럼 자기동정, 자기존중, 대조 등 3개 조건으로 나눴다. 실험1과 달리 대조집단의 참가자들에게는 취미를 즐겼던 순간을 쓰라고 해서 다른 실험조건의 참가자들과 같은 식으로 글을 쓰고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잘못을 반복할지, 사과할지, 앞으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지 등에 대한 내용에 답했다. 실험1이 자기동정과 마음가짐의 변화의 관계를 탐구한 반면 실험3은 자기동정과 자기향상과 관련된 행동변화(시험 부정행위 이후 잘못을 만회하기 위한 노력)의 관계를 연구했다. 실험4에서는 자기동정을 통해 문제해결을 성공적으로 하려는 성향이 강화되는지 살펴봤다.

무엇을 발견했나?

● 실험1: 참가자들이 주로 꼽은 자신의 단점은 사회관계에서 오는 것들이었다. 자신감 부족, 사회적 불안감, 부끄러움, 인간관계의 불안정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개인적 결함에 대해 자기동정적 접근을 한 참가자들이 자기존중 혹은 대조집단의 참가자들에 비해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여기는 믿음이 더 강했다.

● 실험2: 참가자들이 주로 죄책감이 든 행동은 배신, 부정행위, 부정직 등이었다. 실험1과 같이 자기동정적 접근을 한 참가자들이 자기존중 혹은 대조집단의 참가자들에 비해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다.

● 실험3: 자기동정적 접근을 한 참가자들이 자기존중이나 대조집단의 참가자에 비해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욱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 실험4: 자기동정적 접근을 한 참가자들이 자기존중이나 대조집단의 참가자에 비해 문제해결을 성공적으로 하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실패를 통해 배우지 못하는 자세는 대체로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자신의 부정적인 면만 강조하는 자기비하(self-deprecation)와 자신의 잘못을 덮어 버리고 긍정적인 점만 강조하는 자기고양(self-enhancement)이다. 자기동정을 통해 자기비하 혹은 자기고양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인간적인 약점, 실패, 과오 등 잘못된 행동에 대해 외면하지 않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인간 그 자체에 대해서는 수용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자기존중을 중요하게 여겼다. 어려움이 있어도 나 스스로에 대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말 것을 요구했다. 심지어 거울을 보며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야를 매일 큰 소리로 외치며 자기존중감을 높이도록 했다. 그런데 이런 서구 심리학계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기존중감에 대한 강조가 자기중심주의로 이어지는 부작용 때문이다. 자기존중감의 인위적 향상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은 더 있다. 자기존중감은 자신이 사회에 쓸모 있는 존재인지를 가늠하는 일종의 지표역할을 한다. 그런 지표를 인위적으로 향상시키면 지표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게 된다. , 자신이 실제로는 사회적으로 쓸모 없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향상시킨 자기존중감 때문에 이를 깨닫지 못하게 된다.

실패는 누구나 한다. 누구에게나 인간적 결함은 있다. 잘못에 대해서는 회피하지 말고 인정하자. 다만 잘못했다고 해서, 인간적인 결함이 있다고 해서 자학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를 이해하고 따스한 자세를 갖도록 하자.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누구나 실수하고, 누구에게나 결함이 있다. 꺾이지만 않으면 강해진다. 꺾이지 않으려면 자신에게 동정적일 필요가 있다.

 

안도현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연구소 선임연구원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언론을 잘 활용해 기업건전성 높이자

 

Based on “Who Blows the Whistle on Corporate Fraud?”, Alexander Dyck, Adair Morse, and Luigi Zingales, Journal of Finance, 2010

 

무엇을 연구했나?

파이낸스 분야에서 이제까지 주목해왔던 것은 경영진이 주주(shareholder)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소위 말해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이라고 한다.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으로 분식회계 등 일종의 사기에서부터 경영진이 과감하게 투자하지 않고 복지부동하는 것도 포함한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잘 디자인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엔론 스캔들이라는 커다란 충격을 겪은 후 미국이 Sarbanes-Oxlye Act라는 기업지배구조 강화법(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이사회에 회계 전문가를 반드시 포함할 것 등)을 통과시킨 것이 좋은 예다. 경영진이 다른 마음을 먹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사람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게 만드는 메커니즘에는 사후적인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적발돼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연구는 경영진과 주주 사이의 갈등 및 대리인 비용을 분석하면서 각도를 완전히 달리한 것이다. 이 연구는 경영진의 잘못된 행위를 누가 발견하느냐에 초점을 뒀다.

 

어떻게 연구했는가?

LUIGI ZINGALES(미국 시카고대) 2명의 학자들은 1996년에서 2004년 사이 미국 대기업에서 일어난 216건의 배임, 횡령, 사기 사건을 분석했다. 여기에는 Enron, HealthSouth, Worldcom 등 유명한 사건들도 포함됐다.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광범위하게 분석해서 경영진의 잘못된 행위를 누가 발견했는지 밝혀냈다.

 

결과와 시사점은 무엇인가?

분석 결과, 경영진의 잘못된 행위를 발견한 주체 중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7%, 회계감사인이 10%였다. 소송을 통해 드러난 사례는 3%에 불과했다. 법이나 감독기관에 의해 범죄 행위가 밝혀지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는 의미다. 파이낸스 관점에서 채권자 또는 주주가 경영진을 감시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완전히 틀리거나 또는 완전히 맞다고 하기에 모호한 결과가 나왔다. 배임, 횡령, 사기 행위가 채권자, 주주 또는 그들의 대리인에 의해 발견된 경우는 38% 정도였다. 이 연구의 가장 놀라운 발견은 기존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고용인(17%), 언론(24%)에 의해 경영진의 잘못된 행위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이제까지는 주주와 채권자들이 금전적 이해관계(monetary incentive)가 강하기 때문에 경영진 감시에 더 적극적일 것이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결국 기업 경영 관련 정보에 접근해 경영진을 감시할 수 있는 주체는 고용인과 언론이었다. 두 번째로 언론은 경영진을 감시할 인센티브를 지닌다. 큰 사건을 다루면 전 국민적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평판 유인(reputation incentive)이라고 한다.

위와 같은 두 가지 사실은 경영진의 견제와 감시에 대한 재미있는 영감을 준다. 우선 주주나 채권자, 감독기관 등은 경영진의 횡령, 배임, 사기를 적극적으로 발견하기에는 인센티브 측면에서 이익보다 비용이 크다.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다.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언론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대리인 비용을 줄이고 기업의 시장가치를 올리는 데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창민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changmin0415@gmail.com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금융연구소 자본시장팀(증권, 자산운용 담당)을 거쳐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하버드대 Edmond J. Safra Center for Ethics의 리서치 펠로이기도 하다. 재무(Finance),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와 자본시장(Capital Market) 분야에서 활발하게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제품 사면 마음에 여유도 생긴다

Self-Affirmation through the Choice of Highly Aesthetic Products” by Claudia Townsend and Sanjay Sood (2012,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August, pp.415-428)

 

연구의 배경

아름다움은 어떤 효과를 줄까? 아름다움은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가치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선량하다고 생각하는 편향을 가진 사람도 많다. 이른바뷰티 프리미엄(beauty premium)’이다. 이런 현상이 제품에서도 나타날까. 매력적 디자인의 제품은 소유자에게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이러한 자기확신(self-affirmation)의 과정은 마음의 여유로 이어질 수 있을까.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주 상처를 입는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다. 즉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이를 도와주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매력적 디자인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에게 확신을 가져다주고 좀 더 개방적이고 유연한 마인드를 제공하면서 심적 여유를 낳는다. 결과적으로 디자인이 아름다운 제품은 구매자에게 심리적 혜택을 준다.

 

연구의 주요 발견점

● 첫 번째 실험에서는 책상램프와 계산기를 상대로 3개 집단(자기확신/자기불확신/통제) 사이에 고사양(매력적 디자인 또는 고기능성 탑재) 옵션과 저사양 옵션 간 선택비율 차이를 살펴봤다. 자기확신 집단의 경우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골라 왜 중요한지, 그와 관련된 중요한 과거 경험을 적게 했으며, 자기불확신(self-disaffirmation) 집단의 경우 가장 의미 없는 가치를 적고 왜 그것이 일반인에게 중요한지 적게 했으며, 통제집단의 경우 전날 오후에 무엇을 했는지 적게 했다.

실험 결과, 이미 자기확신 과정을 거친 집단의 경우 매력적 디자인 옵션에 대한 선택비율이 20%에 불과했지만 통제집단과 자기불확신 집단의 경우 각각 46%, 47% 비율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 결과는 매력적 디자인 선택을 통해 자기확신의 욕구가 대리 충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기확신이 결여된 집단은 매력적 디자인을 훨씬 더 선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차이는 고기능성 제품 선택에 있어서는 나타나지 않았기에 자기확신은 매력적 디자인 선택에서만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두 번째 실험에서는 우선 커피메이커와 무선마우스에 대해 고사양(매력적 디자인 또는 고기능성 또는 고경험성 탑재)과 저사양 간 선택을 하도록 유도했다. 고사양 선택 조건의 실험에서는 고사양과 저사양 간 가격을 같게 함으로써 실험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고사양을 선택하도록 유도했으며 저사양 선택 조건의 실험에서는 고사양이 저사양에 비해 6배 비싸게 함으로써 자연스레 저사양을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그 다음, 이 두 실험의 피험자들에게 의료실험용 동물 사용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게 했으며 이후 자신의 의견에 대한 반박 글을 보게 하고 그 아티클과 저자에 대한 평가를 하게 했다. 그 결과, 매력적 디자인을 선택한 집단(5.6)이 평범한 디자인을 선택한 집단(5.0)에 비해 더 우호적 평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력적 디자인 제품 선택을 통해 자신확신이 충족된 경우 반대 의견을 받아들이는 등 좀 더 개방적 마인드가 나타남을 증명한 것이다. 고기능성과 고경험성 제품 선택에 있어서는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 세 번째 실험에서는 한 회사의 CFO로서 1000만 달러를 R&D 분야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비재파트와 산업재파트 중 하나를 고르도록 지시했다. 이후 피험자는 자신이 선택한 파트의 5년치 예상 수익 정보를 받았는데 자신의 결정이 잘못된 것임을 지각하도록 조작했다. 그 다음은 칫솔홀더와 선글라스를 대상으로 실험2와 유사하게 고사양(매력적 디자인 또는 고기능성 또는 우수 브랜드 탑재) 또는 저사양을 선택하도록 조작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고사양 선택 조건의 실험에서는 고사양과 저사양 간에 5% 가격차이만 나게 해 고사양 선택을 유도했으며 저사양 선택 조건의 실험에서는 둘 간에 8배의 가격차이를 두어 저사양을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그 다음 피험자에게 800만 달러의 추가예산이 확보됐는데 두 파트에게 각각 얼마나 추가 할당을 할 것인지 적도록 했다. 또한 자신의 선택에 대한 느낌도 질문했다. 그 결과 매력적 디자인을 선택한 그룹(270만 달러)이 평범한 디자인을 선택한 그룹(370만 달러)에 비해 앞서 실패한 파트에 대한 추가 예산 할당을 더 낮게 했다. 매력적 디자인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자기확신이 충족됐기에 투자 실패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같은몰입 상승(escalation of commitment)’이 낮게 일어난 것이다. 또한 자신의 선택에 대한 만족, 자신감, 자신에 대한 긍정 등에 있어서도 매력적 디자인을 선택한 그룹이 더 높게 나타났다. 고기능성과 우수브랜드의 제품 선택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의 시사점

그동안은 자신의 가치에 대한 확신(self-affirmation)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자신의 능력을 떠올리게 하는 등의 긍정적 생각을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게 대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 연구는 특정제품 선택, 즉 아름다운 디자인의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자기확신이 달성될 수 있고 더 나아가 마음의 여유까지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연구는 기업에아름다움을 제공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는 시사점을 준다. 이 연구를 읽고 나면 제품 자체의 디자인에서부터 제품 패키지나 용기 디자인, 광고판이나 간판, 현수막 디자인, 종업원 유니폼 디자인, 매장 인테리어 디자인에 이르기까지아름다운 디자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디자인프리미엄을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로부터의 선택확률을 높일 수 있으며 그 제품에 대한 인지부조화까지 방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같은 값이면, 혹은 소비자가 감내할 수준 내에서의 가격이라면, 매력적 디자인의 제품, 프로모션, 공간, 사람을 제공하는 것이 소비자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될뿐더러 기업에도 매출 상승과 로열티 확보라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자기확신이 약한 그룹에게 디자인 마케팅이 타깃팅된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사회적 위협이나 불안,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자기확신이 약한 여성 또는 10, 20대의 젊은 층에게 디자인의 심리적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예쁜 디자인의 제품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괜히 찾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약해진 자기확신을 강화시키기 위해 예쁜 제품을 찾는 무의식이 발현된 것인지도 모른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marnia@dgu.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등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 이동현 | - (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
    -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저자
    dhlee67@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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