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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라도 현금흐름 좋으면 “GO”?

최종학 | 45호 (2009년 11월 Issue 2)
2007년부터 LG전자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남 용 부회장은 그간 많은 혁신을 이뤄냈다. 특히 최고 마케팅 책임자, 최고 구매 책임자 등 주요 임원을 외국인으로 영입한 그의 결정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남 부회장은 2007년 말부터 자신을 제외한 LG전자의 최고경영진(C레벨) 8명 중 무려 6명을 파란 눈의 외국인으로 채웠다. LS 및 GS 그룹과 분리한 후 상대적 침체기를 겪었던 LG전자는 남 부회장이 CEO에 오른 후 화려하게 부활했다. 다른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던 2008년 후반기부터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남 부회장은 이런 이유에서 회사 안팎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필자는 E-MBA 과정 수업을 진행하던 중 어느 기업의 중견 간부로부터 남 용 부회장이 한 발언의 의미를 해석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자는 “남 용 부회장이 ‘당기순이익이 적자라도 현금흐름이 흑자라면 그 사업을 퇴출시키지 않고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는 걸 들었다. 이를 이익보다 현금흐름에 중점을 두고 사업의 진출이나 퇴출을 결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나. 그리고 이 말이 과연 옳은지도 궁금하다”고 물었다.
 
필자는 다른 수강생들에게 이 질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그랬더니 “요즘과 같은 불황기에는 현금 보유가 중요하므로 현금흐름을 보고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맞다”라는 주장과 “아무리 현금흐름이 흑자라도 이익이 적자라면 장기적으로 그 기업을 유지할 수 없다. 이익에 중심을 두고 의사결정을 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이 맞섰다. 서울대 E-MBA에 다니는 학생들 중에는 기업에서 상당한 경력을 쌓은 중견 간부들이 많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분들이 모여 있어 학생들이 교수로부터 배우는 것 못지않게 서로에게서 배우는 것이 많다. 그래서인지 양측이 내세우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 용 부회장의 발언, 즉 ‘현금흐름에 따라 사업의 퇴출 결정을 내린다’는 말은 맞는 이야기다. 다만 이 원칙은 남 부회장이 그런 말을 한 배경, 즉 사업의 단기적 퇴출 결정에만 해당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회사를 장기적으로 운영할 때는 현금흐름보다 이익에 중심을 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익과 현금흐름에 대한 사례
어떤 기업이 신사업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신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새로 공장을 짓고 기계 장비를 구입하는 등 상당한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이때 공장 건설과 기계 구입에 투자하는 자금이 5000억 원, 공장과 기계의 수명은 10년이라고 가정해보자. 감가상각비 계산 방법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제일 간편한 정액법을 사용하면 연간 고정원가인 감가상각비는 대략 500억 원 정도 발생한다. 공장 운영을 위한 인건비, 광고비, 기타 판매관리비 등은 모두 변동원가이며 매출액의 20% 정도라고 가정하자.
 
생산 첫해에는 이 공장에서 생산된 신제품이 아직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을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매출액이 500억 원 정도라고 가정해보자. 첫해 해당 제품의 당기순손실은 500억 원(매출액)에서 100억 원(변동원가, 매출액의 20%)과 500억 원(고정원가, 감가상각비)을 뺀 마이너스 100억 원이다. 세금 효과를 제외하면 이 회사는 첫해에 1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셈이다.
 
그러나 현금흐름만 보면 이 회사는 첫해에 마이너스 4600억 원 (매출액 500억 원에서 투자금 5000억 원과 변동원가 100억 원을 뺀 금액)을 기록한다. 즉 현금흐름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적자다. 이런 예는 사업 초기 대부분 발생한다.
 
두 번째 회계연도부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해 매출이 1500억 원으로 증가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회사의 이익은 1500억 원(매출액)-300억 원(변동원가)–500억 원(고정원가)= 700억 원이다. 현금흐름으로 계산하면 1500억 원(매출액)–300억 원(변동원가)=1200억 원 이다. 즉 현금흐름과 이익이 모두 양(+)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고민할 필요 없이 제품의 생산을 계속해야 한다.
 
두 번째부터 일곱 번째 회계연도까지 유사한 시장환경 속에서 이익과 현금흐름이 모두 양을 기록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8차 회계연도에 시장 환경이 급변해서 이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고 하자. 경쟁사가 첨단 기능 신제품을 개발해서 시장점유율을 늘리자 해당 제품의 매출액은 다시 500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때 이 제품은 1차 회계연도와 마찬가지로 1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다. 그러나 현금흐름은 500억 원(매출액) – 100억 원(변동원가)=400억 원이다. 즉 남 부회장의 언급처럼 현금흐름은 양이지만 당기순이익이 음(-)인 상황이다.
 
만약 이 적자 기록이 사업 시작 초창기에 나타났다고 생각해보자. 아직 제품 수요가 많이 늘지 않았을 뿐이고, 향후 제품 수요가 증가해서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면 당기순이익이 적자라도 당연히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매출액이 늘지 않아 당기순이익은 적자지만 현금흐름만 흑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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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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