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골드만삭스가 세계를 두 번 놀라게 했다. 첫 번째 뉴스는 2009년 2분기 흑자가 무려 34억 달러에 이른다는 소식이다. 시장의 이익 예측치를 두 배나 초과한 수치다. 불과 수개월 전 100억 달러라는 엄청난 공적 자금이 골드만삭스에 투입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역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올렸다니 사람들이 놀라는 게 당연하다. 이 뉴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금융위기가 거의 끝나고 투자은행 업계가 부활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두 번째는 골드만삭스의 2009년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2008년의 36만 달러보다 2배 이상 증가한 77만 달러에 이를 거라는 뉴스였다. 직원 1인당 연봉이 한국 돈으로 10억 원 정도라니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이 뉴스에 전 미국은 발칵 뒤집어져 엄청난 논란이 벌어졌다. 골드만삭스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골드만삭스의 이익이 이렇게 높은 수준이라는 게 과연 사실인지에 대한 의심이다. 둘째는 무려 100억 달러의 공적 자금을 받은 회사가 총 8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연봉을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게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이냐는 논란이다. 골드만삭스를 둘러싼 두 논란을 차례로 살펴보자.
골드만삭스 이익 규모, 과연 진짜일까?
우선 골드만삭스가 이런 놀랄 만한 이익을 기록한 것이 사실일까? 회계 장부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으니 이익 수치 자체는 사실이다. 문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숫자가 탄생했느냐는 점이다. 여기에는 3가지 놀라운 회계 비법이 숨어 있다. 첫째, 골드만삭스는 회계 연도를 변경해 일부 손실이 2009년도 장부에 반영되지 않도록 했다. 원래 골드만삭스의 회계 연도는 12월부터 시작한다. 즉 2008 회계 연도는 2007년 12월에 시작해 2008년 11월에 끝나고, 2008년 12월부터는 2009 회계 연도가 시작한다.
그런데 골드만삭스는 2009 회계 연도부터 회계 기간을 변경, 2009 회계 연도의 시작일을 2009년 1월로 변경했다. 즉 2008년 12월 한 달이 2008년 회계 연도와 2009년 회계 연도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도록 빼버린 셈이다. 이 미아가 된 2008년 12월 한 달 동안 골드만삭스는 무려 13억 달러의 세전 손실을 기록했다. 물론 이런 사실은 2009년 1분기 보고서에 자세히 공시되어 있다. 회계 기간을 바꾸는 일도 합법이긴 하다.
둘째, 미국 금융 당국이 회계 기준을 개정한 2009년 1분기부터는 금융 자산을 시가 평가 방식으로 적용해 발생한 평가 손익을 이익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골드만삭스 역시 개정된 회계 기준에 따라 자산 가치가 하락한 금융 자산, 특히 부동산 관련 파생 상품들의 평가 손실을 상당 부분 반영하지 않았을 거라고 추측한다. 골드만삭스가 내부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인들은 회계 장부에 반영되지 않은 평가 손실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없다. 골드만삭스가 부실을 숨기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이유다.
당초 골드만삭스 경영진은 금융위기의 발생 가능성을 미리 예견하고 금융위기 전 가장 위험도가 높은 파생 상품들을 대부분 다른 금융 기관에 매각했다. 그 덕분에 골드만삭스는 월가 투자은행(IB) 중 이번 금융위기의 악영향을 비교적 덜 받은 축에 속했다. 필자는 골드만삭스가 과거부터 철저하게 시가 평가 회계 기준을 적용해왔으므로 회계 처리 방법을 변경해 부실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추측한다. 오히려 골드만삭스는 보유 자산의 상당 부분을 매우 보수적으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은 회사다.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