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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재무적 헛소리 분별하려면 재무 지식 키워야

곽승욱 | 371호 (2023년 06월 Issue 2)
Based on “Individual Differences in Susceptibility to Financial Bullshit,” (2022) by M. Kienzler, D. Vastfjall, and G. Tinghog in Journal of Behavioral and Experimental Finance, 34:1-9



무엇을, 왜 연구했나?

“보이지 않는 것은 시간의 무한함을 초월한다.”

“지배 구조가 다양한 기업이 높은 수준의 자본 구조를 갖는다.”

“배당수익률은 주가 견인의 일등 공신이다.”

“고위험 주식에 투자하는 게 맞다. 잠재적 이익에 한계가 없으니까.”

모두 사실적, 인상적, 의미심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전혀 의미 없고 쓸데없는 말이다. 금융 시장엔 이런 그럴듯한 헛소리(Bullshit)1 가 차고 넘친다.

미국 철학자 해리 프랑크푸르트(Harry Frankfurt)가 “그럴듯한 헛소리의 본질적 문제는 엉터리, 거짓이라는 팩트보다 진실로 오해할 개연성이 큰 가짜라는 데 있다”라고 지적했듯이 그럴듯한 헛소리는 어떤 문제나 상황에 대해 진정성(진실을 전하거나 밝히려는 의지)과 신중함이 결여된 표현, 기술, 설명 등을 포괄하는 진실을 사칭한 혹은 진실 같은 거짓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금융 시장에서 상품이 마케팅되고 상품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은 소비자가 상품의 기능과 효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상품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50개 주요 미국 은행 웹사이트를 분석한 2019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사용된 용어나 문구의 58%가 너무 복잡해서 일반 고객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미국 밀레니얼세대의 73%가 보험 상품이 의도적으로 불투명하고 난해하게 설계됐다고 믿는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다. 금융사와 보험사가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고의로 상식적이고 명료한 설명을 회피하고 그럴듯한 헛소리를 사용한다는 의심이 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전적 의미가 아무리 명확한 전문 용어도 소통과 올바른 의사결정을 방해하면 그럴듯한 헛소리에 불과하다.

명확한 거짓, 가짜, 엉터리 정보뿐만 아니라 그럴듯한 헛소리를 분별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탐욕을 자극하는 허튼 주장이나 현상에 현혹되지 않고 심사숙고해 의사결정을 하는 데 익숙하다. 스웨덴과 미국의 연합 연구진은 그럴듯한 헛소리 분별력의 특성을 재무 분야에 적용해 재무 헛소리 분별력, 재무 이해력, 재무 건전성의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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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실험은 미국 성인 105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 형식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그럴듯한 재무 헛소리에 대한 분별력을 측정하기 위해 진실한 재무 정보와 진실을 사칭한 엉터리 재무 정보의 목록을 만들었다. 진실한 재무 정보는 저명한 사상가나 학자들(벤저민 프랭클린, 로버트 실러, 밀턴 프리드먼)의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재무 관련 글로 구성됐다. 재무 헛소리는 터무니없는 재무 관련 주장이나 엉터리 재무 지식을 무작위로 생성해 주는 웹사이트(www.makebullshit.com)에서 만들어진 거짓말의 집합이었다. 참가자의 재무 헛소리 분별력은 진실한 말을 제대로 구분하는 ‘진실 감수성(Profoundness Receptivity)’에서 헛소리를 제대로 구분하는 ‘헛소리 감수성(Bullshit Receptivity)’을 빼서 계산했다. 두 감수성은 리커트 척도로 수량화해 재무 헛소리 분별력은 최저 –5(헛소리 분별력 최하), 최고 +5(헛소리 분별력 최고)의 범위를 갖는다.2 객관적 재무 지식은 16개의 재무 관련 글3 을 읽고 올바로 참과 거짓을 판별하는 횟수로 측정했다. 올바로 판별한 횟수가 늘수록 객관적 재무 지식이 높은 것으로 간주한다.

당면한 재무적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뜻하는 ‘재무 이해력’은 5단계 리커트 척도(1: 최저, 5: 최고)로 측정했다. ‘재무 건전성’은 신용카드 사용액 매월 일시 상환 여부, 급여 일부 저축 여부, 자동차 또는 주택보험 가입 여부, 신용카드 한도액 초과 사용 여부, 전기·수도·가스 요금 납부 여부, 지출 기록 작성 여부 등 15가지 대표적 재무 행위에 대한 평가를 역시 5단계 리커트 척도로 측정해 가중 평균한 수치로 측정했다. 이들 수치가 높아지면 재무 이해력과 건전한 재무 행위를 할 가능성이 향상된다.

연구 결과, 참가자의 86%가 0보다 큰 재무 헛소리 분별력을 획득해 대부분 참가자가 재무 헛소리와 재무 진실을 구별하는 능력을 어느 정도 소유했음을 보여줬다. 특히 참가자의 객관적 재무 지식이 탁월하면 재무 헛소리에 현혹될 가능성이 작았고 재무 이해력은 높았다. 헛소리 변별력 향상과 재무 이해력 제고는 재무 불안을 안정시키는 효과로 이어졌다.

헛소리 분별력의 차이도 개인 특성에 따라 극명했다. 분별력이 최하인 참가자는 자기 과신4 이 매우 심했고 분별력이 최고인 참가자는 객관적 재무 지식이 남달랐다. 자기 과신은 재무 헛소리에 대한 저항력을 무너뜨리는 내부의 적이고 객관적 재무 지식은 저항력을 끌어올리는 외부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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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재무 지식은 헛소리 분별력을 증진하는 데 멈추지 않고 바람직한 재무 행위(재무 건전성)를 촉진하는 매개 효과도 발휘했다. 재무 헛소리 분별력이 재무 이해력, 재무 건전성과 직접적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는 추가 결과를 고려할 때 객관적 재무 지식의 매개 효과가 더욱 의미 깊다. 자기 과신을 경계하고 배움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사리 분별을 제대로 하고 올바른 재무 행위를 몸과 마음에 새기는 정도(正道)다.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른 재무 헛소리 분별력 격차도 뚜렷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재무 헛소리 분별력이 개선됐고 여성의 분별력이 남성보다 우수했다. 고소득층의 헛소리 분별력은 저소득층에 뒤처졌다.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재무 문제에 대한 경계가 느슨하게 됨을 고려할 때 그리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 종교와 교육 수준은 헛소리 분별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재무 분야는 투자자나 소비자의 건전한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재무 헛소리의 온상이고 그 피해는 헛소리에 현혹돼 투자하고 소비하는 서민에게 고스란히 전이된다. 재무 헛소리 분별력은 재무 헛소리에 취약한 사람들을 사전에 선별하고 이들을 돕는 맞춤형 개입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더불어 고려할 점은 객관적 재무 지식이 헛소리 분별력과 재무 이해력, 재무 건전성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헛소리 취약 계층이 재무 이해력을 높이고 건전한 재무 행위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객관적 재무 지식을 함양할 다양한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헛소리는 재무 분야에만 국한된 골칫거리가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인터넷, 인공지능, 그리고 일상에 무수히 떠다니며 우리의 판단과 선택을 오염시킨다. 바이러스 감염은 입과 코를 마스크로 막으면 어느 정도 예방된다. 하지만 헛소리는 눈과 귀로 침투하기 때문에 예방이 더욱 어렵다. 헛소리의 생산과 전파를 차단하려는 외적인 규제, 제도, 습관, 너지를 지속적으로 고안하고 개선해야 한다. 동시에 침투한 헛소리를 걸러내는 심리적 정화 장치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지식을 갈고닦아야 한다. 배움의 과정에서 지혜와 건강한 습관이 파생한다. 즐거움은 보너스다.
  • 곽승욱 곽승욱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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