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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연금 저축 장려 방법에도 ‘너지(nudge)’가 필요

곽승욱 | 355호 (2022년 10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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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Using Fresh Starts to Nudge Increased Retirement Savings” (2021) by J. Beshears, H. Dai, K. Milkman, S. Benartzi in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pp. 72-87

무엇을, 왜 연구했나?

우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최고의 효용, 만족, 이익을 가져다주는 선택이 분명히 있는데도 이와 거리가 먼 결정을 자주 내리곤 한다. 과식, 과로, 과음, 과도한 흡연은 이상적으로 하는 반면 운동은 너무 적게 하고 교육과 기술 개발 투자엔 소극적이다. 또한 은퇴 후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줄 수 있는데도 저축에는 인색하다. 모두 근시안적인(Myopic) 의사결정의 결과이고 그 대가는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다. 물론 이런 잘못된 행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많다. 셀 수 없이 많은 다이어트, 금주•금연, 연금 저축 증대를 위한 유료 또는 무료 프로그램을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에 실제로 등록하는 행위 자체가 생각보다 실행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점이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많은 프로그램이 등록을 촉진하는 장치를 마련한다. 예를 들어, 건강관리 센터는 여러 주에 걸친 금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연을 원하는 흡연자는 즉시 시작되는 프로그램 또는 몇 주 후에 시작되는 프로그램 중 선택해서 등록할 수 있다. 은행은 고객의 선택에 따라 정기 또는 저축 예금으로의 즉시 자동이체가 되거나 미래의 특정 시점에 시작되는 금융상품을 제공한다. 모두 선택 시점을 현재와 미래로 이분화해 프로그램 등록이나 서비스 가입이라는 서약과 그에 따른 이행 행위(Commitment)에서 오는 심리적 부담을 줄이도록 설계된 것이다.

최근 문헌에 따르면 목표를 추구하고 달성하고자 하는 동기를 유발하는 특별한 시점이 존재한다. 특히 어떤 날짜가 ‘새로운 시작 또는 새 출발’로 인식되는 순간이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적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존 베시어스(John Beshears) 교수 등으로 이뤄진 하버드대 연구진은 연금 저축을 늘리는 목표의 시작을 알리는 미래 시점을 새해, 봄의 첫날, 생일 등 새 출발이 연상되는 날짜로 설계(Framing)하면 사람들이 목표지향적 선택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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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의 실험에는 미국 4개 대학의 직원 6082명이 참여했다.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뉜 참여자들은 우편을 통해 퇴직연금기여율을 지금 즉시 늘리거나 또는 미래 특정 시점부터 늘리는 계획안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둘 모두를 기각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1그룹에 속한 참여자는 즉시 퇴직 연금 기여율을 높이는 계획안과 현재로부터 3, 4, 5, 6개월 후에 연금 기여율을 높이는 계획안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선택 자체를 포기할 수 있었다. 2그룹도 1그룹과 비슷한 과제를 수행했지만 미래의 특정 시점에 연금 기여율을 높이는 계획안에 새 출발을 암시하는 날짜가 추가됐다. 즉, 미래 특정 시점을 막연히 3, 4, 5, 6개월 후로 하지 않고 참여자의 다음 생일, 새해 첫날 또는 봄의 첫날로 지정했다.

연구 결과, 2그룹의 참여자가 선택을 포기하지 않고 두 가지 계획안 중 적어도 하나를 선택할 확률이 1그룹에 비해 약 30%p가 높았다. 미래 시점 계획안을 선택한 2그룹의 참여자 수는 1그룹보다 54%p나 많았다. 또한 우편 발송 후 8개월 기간 평균 연금 기여율도 2그룹이 1그룹보다 약 25%p 높았다. 새 출발 프레임이 즉각적인 연금 기여율 상승뿐만 아니라 연금 참여자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연금에 투자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고무적인 결과다.

연구진은 추가적으로 특수일 프레임을 적용한 플라세보(Placebo) 그룹으로 참가자들이 휴무일이나 기념일을 새 출발로 인식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3그룹을 구성했다. 추수감사절, 밸런타인데이 등 특별한 휴무일이나 기념일을 미래 특정 시점으로 지정한 3그룹을 2그룹의 새 출발 프레임과 비교한 결과, 즉각적인 또는 미래 연금 기여율 증가를 선택한 참여자 수가 2그룹이 3그룹보다 55%p 높았다. 우편 발송 후 8개월간 평균 연금 기여율도 2그룹이 3그룹과 비교해 31%p의 격차를 보였다. 선택된 특수일이 저축보다는 소비와 연관이 깊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수일이 우연히 새 출발을 암시하는 날짜(예: 1일이나 월요일)와 겹쳤다면 매우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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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근로자가 퇴직 연금에 더 많은 저축을 하도록 장려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확정기여형 연금 형태의 확산으로 인해 대부분 근로자는 퇴직 연금 기여금 및 기여율과 관련한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 또한 퇴직 후 생활수준이 떨어지는 일을 피하기 위해 더 많은 저축을 해야 함에도 연금 저축률은 여전히 너무 낮다. 현시점의 소비, 보상, 만족, 쾌락 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인 현재 편향(Present Bias)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새 출발 프레임은 현재 편향을 극복하고 연금 저축의 의미 있는 증가를 유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하고 목표지향적인 너지(Nudge)다. ‘몇 달 후’부터라는 막연한 미래 시점 대신에 ‘봄의 첫날’ ‘다음 생일’ 등과 같은 새 출발을 의미하는 날짜만 활용해도 미래를 위한 저축이 증가하니 과언이 아니다. 연금 저축 증대 못지않은 목표와 날마다 씨름하는 투자자, 경영진, 정책 입안자에게 영감(Inspiration)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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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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