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avioral Economics

기업 보고서는 정보지 아닌 혁신의 창구

320호 (2021년 05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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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Emotional and Attentional Influences of Photographs on Impression Management and Financial Decision Making” by Ang et al. (2020, Journal of Behavioral and Experimental Finance)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의 인상관리(Impression Manage- ment)는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인식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정보 전달 전략과 기법을 통칭한다. 뇌의 정보 처리 과정에 관여하는 각종 편향과 인지 및 기억의 한계를 고려해 인상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선호, 판단,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프는 기업의 각종 보고서에서 복잡한 투자, 재무, 회계 정보를 시각적으로 함축해 그 본질적 의미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중추적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긍정적인 투자 정보를 부각해 기업 실적과 전망에 대한 투자자의 편향된 인식을 효과적으로 유도 또는 조장하기도 한다. 대다수 인상관리 연구도 그래프가 투자자들의 기업에 대한 인식이나 투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근래 기업 인상관리 도구로 활용 범위가 넓어진 사진에 관한 관심과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몇 안 되는 사진 관련 연구도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쳤다. 호주 매쿼리대 앙 교수팀은 사진의 특성과 정보 전달 능력 및 기업 이미지 제고 잠재성을 고찰해 기업 인상관리 도구로서 사진의 위상과 효과를 새롭게 조명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사진은 글이나 그래프보다 주의를 끄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 보고서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과거 수십 년간 꾸준히 증가해왔고, 현재는 기업의 이미지를 창조, 전달, 제고, 확대하는 주요 매체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과 온라인 매체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더불어 사진을 이용해 기업 정보를 전달하고 표현하는 것은 국제회계기준의 규제 밖이어서 그 활용 범위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연구팀은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Literature Review)을 통해 사진이 가진 명료성, 몰입성, 독창성이라는 세 가지 특성과 역할에 주목했다. 투자자가 방대하고 전문적인 재무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려면 주의와 집중은 필수다. 그러나 투자자의 주의력과 집중력은 명확한 한계가 있다. 크기나 색깔, 선명도로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사진의 특성, 즉 명료성은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초기에 투자자의 주의를 사로잡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몰입성과 독창성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두 특성은 투자자의 감정을 끌어내는 효과가 만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몰입성은 간결하지만 임팩트가 강한 사진의 특성을 일컫는 데 감정을 자극하는 인물, 개체 혹은 장소와 같은 요소를 사진에 적절히 활용해 자부심, 열정, 애착과 같은 긍정적 감정뿐만 아니라 두려움, 분노, 수치와 같은 부정적 감정도 쉽게 불러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향수의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은 파리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모델이 향수의 매력에 푹 빠진 듯한 사진 한두 장에 고스란히 담을 수 있다. 독창성은 명료성을 강조하는 사진의 크기나 색깔과 같은 기계적, 기술적 요소보다는 사진 속 인물의 표정, 인상, 동작 등의 섬세하고 창의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춘다. 감정을 통해 인식과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면 훨씬 섬세하고 독창적인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정에 호소하는 인상관리는 인간의 의식적, 무의식적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개입해 판단과 선택의 방향을 좌지우지한다. 좋은 예가 햇살이 쨍쨍한 날의 주가가 흐린 날의 주가보다 높다는 행동경제학 연구 결과다. 온화한 날씨가 불러일으키는 행복한 감정은 이와 전혀 상관이 없는 주식에 대한 낙관적 견해를 자극해 주가를 올리는 원동력이 된다. 마찬가지로 명료성으로 주의를 끌고 몰입성과 독창성으로 감정에 호소하는 사진의 인상관리 효과는 감정의 포로인 투자자들과 만날 때 진가를 발휘한다. 정보의 본질적 의미를 변화시키거나 조작하는 행위를 ‘속성 프레이밍(attribute framing)’이라고 한다. 사진은 속성 프레이밍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기업이 사진을 활용한 인상관리에 심혈을 기울일수록 속성 프레이밍에 의한 정보 왜곡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 관점에서는 특별한 주의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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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교훈을 주나?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하고 감정을 우호적으로 유도하는 인상관리는 매우 어렵고 복잡한 작업이다. 사진의 크기, 위치, 구도가 달라지면 이를 보고 정보를 얻으려는 투자자의 관심은 어떻게 변하는지, 사진의 창의적 콘텐츠가 변함에 따라 감정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환자 케어에 전념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부각해 투자자를 감동하게 하려면 보고서에 어떤 유형, 색깔, 크기, 위치, 구도의 사진을 넣어야 할까? 어떤 스토리와 연출을 필요로 할까? 생체 반응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사진의 특성을 바꿔가며 동공의 변화나 뇌파 전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면 그에 따른 감정 변화도 파악할 수 있고, 감정을 자극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에도 한 걸음 가까워질 것이다.

미래의 기업 보고서는 단순히 회계 원칙을 적용해 기업 정보를 기술하고 전달하는 정보지가 아니다. 기업이 추구하는 변화나 세상을 투자자와 지속해서 교감하고 공유하는 혁신의 창구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1호 Power of Voice 2021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