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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코로나19 진단 키트 글로벌 선두주자 ‘씨젠’

2주 만에 키트 개발 ‘기술 내공의 힘’
속도•정확성•편리함 갖춘 K 방역 주역

이규열,김윤진 | 311호 (2020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씨젠이 코로나19 진단 키트로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며 수익과 명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전략적 민첩성을 발휘해 단 2주 만에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1)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하기도 전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개발을 개시한 ‘전략적 민감성’ 2) 과감한 결단으로 조직원의 집단적 몰입을 유도한 ‘리더십 통합’ 3) 다른 제품 개발을 중단하고 가용 인력과 시설을 총동원한 ‘자원 유동성’ 등 세 요소가 합을 이뤄 기민한 대응을 이끌어냈다.

둘째, 2006년부터 약 15년간 쌓아온 분자진단 기술력으로 경쟁사의 진입 장벽을 구축했다. 1) 정확하고 효율적인 진단을 가능케 한 ‘동시 다중 진단 시스템’ 2)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연구진의 부담을 줄여준 ‘AI 자동화 프로세스’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1월 말 한겨울에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수 없어 이틀 동안 라면으로 때웠습니다. 힘들고 졸리지만 서로 웃으며 바쁘게 움직이는 팀원들을 보며 신뢰를 확인했죠. 새벽 이른 시간에 제품 접수를 위해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에 내려가는 차 안에서야 잠깐 동안이나마 눈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접수를 마치고 의식이 몽롱하면서도 몸이 날아갈 듯한 가뿐함을 느끼며 본사로 돌아왔는데 그때 몽롱한 상태로 팀원들과 함께한 점심 식사의 감미로운 맛은 잊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19 진단 키트로 알려진 분자진단 기업 씨젠 개발팀의 어느 부장이 떠올린 2020년 2월이다.

그렇게 2020년 2월, 코로나19 진단키트 ‘Allplex 2019-nCoV Assay’가 출시됐다. 1월 초 223위였던 씨젠의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는 7월20일 2위까지 치솟았다. 불과 반년 만의 일이다. 순위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코로나19 진단 키트 덕분에 씨젠이 명실상부한 코스닥 바이오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시가총액뿐 아니라 실적도 급증했다. 증권업계는 씨젠의 올해 영업이익을 작년 대비 약 26배 성장한 5946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씨젠이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개발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단 ‘2주’다. 2주 만에 개발한 제품이 국내 점유율 과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국내 매출도 전 세계 매출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전체의 10%도 채 안 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인정받은 분자진단 기술력으로 현재 씨젠이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수출하고 있는 국가만 67개국1 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씨젠이 발 빠른 제품 개발로 국내외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씨젠의 이민철 부사장을 만나 전 직원의 몰입이 이끌어 낸 코로나19 진단 키트의 개발과 생산, 그리고 씨젠만의 독자적인 분자진단 기술력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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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민첩성 발휘해
코로나19 진단 시장 선점

IT 기업이 2주 만에 제품을 개발하는 것과 바이오 기업이 2주 만에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의미다. 바이오 업체는 통상 작업 속도가 빠르지 않다. 분자진단 키트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 통상 7년 이상 경력의 석•박사 연구원들이 67단계의 실험을 거쳐 1년 이상 매달린다. 이 기간을 2주로 단축한 씨젠의 성과가 얼마나 이례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씨젠이 코로나19 진단 시장의 선발주자로 치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전략적 민첩성(Strategic agility)2 을 발휘한 결과다. 전략적 민첩성이란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맞춰 기민하게 전략의 방향성을 바꾸는 능력을 뜻한다. 전략적 민첩성을 갖춘 기업은 선제적인 움직임으로 신사업 분야에서 지속적이고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전략적 민첩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민감성(Strategic sensitivity), 리더십 통합(Leadership Unity), 자원 유동성(Resource Fluidity)이라는 세 요소가 합을 이뤄야 한다. 씨젠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된 배경에도 이 세 요소의 유기적 결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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