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1. 전대미문의 위기, ESG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라

ESG는 단순한 리스크 관리 지표 아냐
새 기회 창출할 성장 동력으로 삼아라

308호 (2020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지속가능 경영과 ESG
지속가능 경영은 ‘경영 활동을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확률(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적 수익성뿐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들을 고려해 계속해서 기업 가치를 높여나가는 경영 활동. 이때 고려되는 비재무적 요소들이 환경적 위험 요소,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로 대표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ESG 정보의 활용
투자자들은 다양한 ESG 투자 전략을 실천하기 위한 정보로 활용.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 도구나 인수합병(M&A) 의사결정 시 정합성(fit) 판단 기준으로 활용 가능.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는 지금껏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언택트(untact)나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와 같은 생소한 단어가 이제는 일상생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8%p가량 하락하고 있다.1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많은 국가가 다양한 형태의 경제회복책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은 EU의 5년 예산에 해당하는 7500억 유로 규모의 경제회복기금 조성에 합의한 상태2 며, 우리나라도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등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새로운 경영환경 변화에 적응하느라 여념이 없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그 영향력이 특정 지역,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경영환경 변화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향후 위기의 전개 방향이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는 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급증시키고 있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코로나19는 항공, 여행 산업뿐만 아니라 은행, 통신 등 거의 모든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029


기업의 지속가능성 3 을 논하는 틀로 학계에서 많이 쓰이는 이론 중 하나는 기업과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간 관계를 중시하는 이해관계자 이론(stakeholder theory)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이해관계자들은 거시적 관점에서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고 기업은 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사회(구성원)에 영향을 주며 살아가는 존재이므로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당연하다. 더욱이 오늘날 몇몇 기업의 경제적 파워(매출액)는 웬만한 국가(GDP)보다 높은 상황이다. 그런 기업들의 성장 혹은 쇠퇴가 초래하는 결과에 대해 국가나 지역사회, 개인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사회는 특정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030


기업의 지속가능성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기업이 하고 있는 활동, 즉 경영 활동을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확률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기업의 특징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그 기업의 재무 성과에 초점을 맞춰 지속가능성을 예측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매출액, 순수익 등이 그 예다. 경영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성과 달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출액 기준 상위 500대 기업 리스트인 ‘포천 글로벌 500(Fortune Global 500)’에 포함된 기업들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그 재무 성과를 달성하기까지의 ‘과정’에 좀 더 많은 관심이 기울여지고 있다. 이윤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대해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업 관행을 이해관계자들이 더 이상 간과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런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불변의 사실이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이해관계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은 이윤 창출 그 자체가 아니라 과정이다. 흔히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세대 간/지역 간 빈부 격차, 혹은 몇몇 대기업 중심의 경제력 집중과 밀접히 연결된 것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빈부 격차나 경제력 집중은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런 결과를 초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justice)의 부재’를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경제적 가치 창출보다 먼저 생각하겠다는 경영 철학이 지속가능하지 않듯 이제 경제적 가치 창출만을 염두에 두고 악행을 저지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결코 높을 수 없다. 경제적 가치 창출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준수하고, 그 결과 사회로부터 정당성(social legitimacy)을 확보한 기업만이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에 조직문화, 지향하는 목적 등과 같은 비재무적 요소에서 귀감이 돼 ‘가장 존경받는 기업(World’s Most Admired Companies)’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Best Companies to Work For)’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업(Change the World)’과 같은 리스트에 포함된 기업들은 이해관계자들의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 내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유사한 개념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다. 두 개념은 기업의 역할에 있어 경제적 가치 창출 외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사회적 가치의 ‘범위’ 설정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는 비재무 성과로 볼 수 있는데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니즈(needs)가 다양하므로 이들이 기업에 요구하는 비재무 성과 또한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한 비재무 성과는 일반적으로 ESG, 즉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로 요약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CSR는 ESG의 관점에서 차이가 존재하는데, 먼저 CSR는 ESG 3개의 요소 중 상대적으로 S(사회)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CSR에 관한 국제 표준인 ISO 26000의 7대 핵심 주제4 중 5개가 S(사회) 관련 주제이며, 나머지 2개가 각각 E(환경)와 G(지배구조) 주제에 해당된다. G(지배구조)에 관련된 주제 또한 기업 경영의 투명성, 이사회의 책임성, 그리고 이해관계자의 참여에 대한 내용으로 국한돼 있기 때문에 소유 구조나 주주 가치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렇듯 ESG 중 상대적으로 S(사회)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나 학계에서조차 CSR의 개념을 ‘사회공헌활동’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반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더욱 넓은 범위의 비재무 성과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ESG 3개 요소에 대해 각각 다양한 요인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특정 요소에 치우지지 않고 ESG 각 요소를 모두 균형 있게 강조하고 있다.

ESG 평가 방법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경영 활동을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확률’로 이해한다면,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이 그 확률을 높이기 위해, 즉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경제적 수익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 환경적인 위험 요소 등 비재무적 요소들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나가는 경영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재무적 측면의 지속가능경영 판단 여부를 위해 사용되는 보편적 기준이 ESG다. 기업의 비재무 성과에 대한 관심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한 이후 자본주의 본질에 대한 회의가 등장하면서 증가하기 시작했고 이를 반영하듯 학계에서도 ESG 관련 연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5

ESG에 대해 학계와 산업계 모두 공통적으로 갖는 관심은 ESG의 효과성, 즉 기업의 비재무 성과가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 어떠한 장점을 갖는지에 대한 것이다. 먼저, ESG 성과가 높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므로 장기적으로 볼 때 ESG 성과가 낮은 기업에 비해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표 1]은 ESG 성과를 반영한 펀드와 반영하지 않은 펀드의 올해 3월까지의 총수익률(total returns, TR)을 비교한 것으로 ESG 펀드가 장기 수익률이 더욱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032


ESG 등 비재무 성과가 갖는 또 다른 장점은 자본 조달에 있어서 유리하다는 점이다. [그림 2]는 2015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전 세계 및 신흥시장에서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일수록 자본비용(cost of capital), 자기자본비용(cost of equity), 부채비용(cost of debt) 모두 낮아진다는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ESG 측면에서 우수한 기업은 경영 활동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할 때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033

현재 투자 목적의 ESG 평가 지표 중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모델은 2003년부터 MSCI가 제공하고 있는 ‘MSCI ESG 평가(MSCI ESG Rating)’다. 전 세계 7000여 개 기업(자회사 포함 시 1만3000개)이 평가 대상이며, MSCI에서 산출하는 다양한 ESG 관련 지수에 편입된 기업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국내 기업의 경우에는 2011년부터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100개 기업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후변화, 천연자원, 오염 및 폐기물, 환경적 기회(이상 E 요인) 인적자원, 제품에 대한 책임, 이해관계자의 반대, 사회적 기회(이상 S 요인) △기업 지배구조, 기업 행동(이상 G 요인) 등 총 10개 대분류 아래 37개의 구체적 항목을 정해 놓고 평가한다. ESG 부문별 점수와 가중치를 종합해 최종 10점 만점의 평가점수를 산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AAA, AA(이상 Leader 그룹), A, BBB, BB(이상 Average 그룹), B, CCC(이상 Laggard 그룹) 등 총 7개 수준으로 나눠 등급을 부여한다. MSCI는 이를 토대로 평가 대상 기업에 대한 분석 결과를 리포트 형태로 제공하며, 다양한 테마(ESG 관련)의 주가지수를 구성한다. 특성상 정량 지표 중심의 평가여서 많은 기관투자가가 펀드 등 각종 금융상품을 운용할 때 MSCI의 ESG 평가 결과를 활용하고 있다.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역시 MSCI ESG 평가와 함께 널리 사용되는 지표 중 하나다. 글로벌 금융정보사 S&P 다우존스(Dow Jones)와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 로베코샘(RobecoSAM)이 개발한 지표로, 1999년 이래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2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해 왔다.6 MSCI의 ESG 평가와 달리 재무적 성과와 비재무적 성과를 경제/환경/사회(EES) 측면에서 종합 평가한다. 특히, 총 61개 산업 분류에 따라 산업별 평가 항목 및 가중치를 적용해 산업 특성을 잘 반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구체적으로 지배구조, 리스크 관리, 윤리강령(이상 경제적 측면), 환경 경영 보고(환경적 측면), 인적자원 개발, 인적자원 관리, 근로환경, 기업 시민의식, 지역사회 및 사회공헌(이상 사회적 측면) 등의 공통 평가 항목과 각 기업이 속한 산업별 평가 항목을 조합해 점수를 매긴다. 평가 항목 내 관련 이슈를 평가하는 문항 수는 총 100개로, 세부 문항별 획득 점수와 평가 항목에 따른 가중치를 통해 100점 만점의 합산 점수를 도출하는 식이다. 이처럼 ESG 요소들의 구체적 내용은 평가기관마다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1) E(환경) 측면에서는 환경오염의 방지, 기후 및 생태계 변화에 대한 대응 2) S(사회) 측면에서는 서비스, 인권 및 노사 문제, 공정성, 지역사회와의 상생 3) G(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이사회와 소유 구조, 이해관계자의 권익 보호 등의 내용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7

MSCI와 DJSI뿐만 아니라 국내 및 해외에는 수많은 ESG 평가지표가 존재하고 있다. ESG 평가를 수행하는 기관들은 서로 다른 평가 방식(기업 공시자료 활용 또는 기업 설문 조사)과 평가 대상, 평가 항목 및 가중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평가 결과 또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표 2]는 ESG 평가와 관련한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MSCI와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 두 기관에서 산업별 ESG 평가 결과(순위)를 비교한 것으로 두 평가기관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령, MSCI에서 1등을 차지한 유틸리티 산업이 서스테이널리틱스에선 10등이고, 서스테이널리틱스에서 2등을 차지한 임의 소비재(consumer discretionary•자동차, 백화점, 레저 등 경기나 재정 상태에 따라 소비 패턴의 변동이 심한 소비재)가 MSCI에선 8등이다.

034


이렇게 기관마다 다른 ESG 평가 결과는 어떠한 평가 결과를 신뢰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초래할 수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가 이뤄졌지만 평가 방법에 있어서는 아직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ESG 평가지표의 표준화에 대한 논의가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경제포럼(WEF)과 글로벌 회계법인들은 비재무 성과 또한 회계 기준과 같이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고자 ESG 핵심 측정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8

ESG 정보의 활용

투자자들은 이런 전문 평가기관들이 내놓은 ESG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투자 전략(네거티브 스크리닝, 포지티브 스크리닝, 지속가능성 테마 투자, 임팩트 투자, ESG 통합, 기업 관여 및 주주활동주의, 규범 기반 스크리닝 등 9 )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북미나 유럽의 연기금들은 ESG를 주요 투자 기준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기금 등 공적 기금이 아닌 일반 투자기관에서도 ESG를 활용한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BlackRock) 역시 ESG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천명한 건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특히 이 회사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대응에 동참하지 않거나 전체 매출의 25% 이상을 석탄 화력 생산으로 벌어들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자사 투자 포트폴리오(액티브 운용자산)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올해 초 발표했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아닌 기업들은 ESG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우선, 기업은 위험 관리의 도구로 ESG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2005년부터 2015년 사이에 S&P 500에서 파산한 기업의 90%가 파산 전 5년 동안의 ESG 스코어가 저조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의 ESG 스코어를 통해 기업은 자사 ESG 요인과 연관된 각종 위험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은 M&A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도 ESG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간 ESG 수준 유사성은 후보 기업 선정과 실사 및 합병 후 ESG 기준의 통합에 이르기까지 M&A의 전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ESG 수준이 유사한 기업 간 M&A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성과가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M&A 실무자들의 대부분은 M&A 관련 의사결정에 있어서 ESG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10

기업이 리스크 관리나 M&A 정합성(fit)을 판단하기 위한 목적 외에 좀 더 적극적으로 ESG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ESG 요소를 기업의 전략과 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먼저 ESG 관련 이슈, 특히 E(환경) 문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현재 환경 리스크가 비즈니스 성장에 있어서 가장 큰 위협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ESG와 관련해 해외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투자 대상 기업들이 환경 리스크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여부다. 산업화에 따른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기업이 오랜 기간 지목돼 왔을 뿐만 아니라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도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발생됐다고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11 국내 50대 그룹의 지속가능 경영 이슈 중에서도 S(사회) 및 G(지배구조)의 비중은 감소한 반면 E(환경) 관련 이슈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12

기업들이 환경 리스크를 고려할 때 기준점으로 삼아야 할 시장은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작년 12월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EU를 최초의 탄소중립 대륙(탄소 순 배출량 0)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대륙 차원에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구체적 실천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이처럼 EU가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는 경제 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이 양립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가능성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13 유럽 그린딜 발표를 계기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다른 나라에서도 본격화될 것이다. 물론 참여 정도나 관련 규정의 입법화 속도는 나라마다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위해 환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단적인 예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약한 나라에서 생산된 상품을 수입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carbon border taxes)가 도입된다면 탄소 순 수출국이며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중대한 경영환경 변화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으로 대변되는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전환 움직임이다. RE100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2050년까지 100% 사용하겠다는 장기 계획하에, 적어도 2040년까지는 90%, 2030년까지는 60%를 달성하겠다는 글로벌 기업들의 자율적 캠페인으로 9월 말 기준 전 세계 260여 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RE100 캠페인이 시작된 주된 이유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대의명분과 함께 친환경 기업으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지만 경제적 계산도 깔려 있다. 미국, 영국,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이 석탄 발전과 비교해 봤을 때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14 현재 RE100 참여 기업들 상당수는 자사와 거래하는 협력사에 대해 재생에너지 전환 노력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RE100 가입 기업의 절반 정도가 기존 협력업체에 대해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해 만든 제품을 납품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몇몇 대기업도 애플(Apple)과 같은 고객사로부터 RE100 동참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RE100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재개편 과정에서 가치사슬상의 협력 업체들에 더욱 빠르게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공급망 재개편 과정에서는 새로운 협력업체의 선정 기준이 중요해지는데15 이때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해 원자재를 납품할 수 있는 공급업체들은 그렇지 못한 기업들에 비해 경쟁우위를 갖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DBR mini box I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권고안

지난 2015년 12월 출범한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CFD)는 G20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의 위임을 받아 만들어진 금융안정위위원회(Financial Stability Board, FSB)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 정보를 투명하고 일관성 있게 공개해 투자자들과 여러 이해관계자가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도록 도와주는 기준을 개발하기 위해 만든 임시 조직이다. TCFD가 지난 2017년 제시한 권고안은 기후 관련 위험을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 기후변화로 인해 실물 부문에서 발생한 물적 피해가 금융 부문으로 파급되는 리스크)와 이행 리스크(transition risk,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 리스크)로 구분했다. 그리고 이들 위험과 그에 따른 기회를 재무 정보 공개에 반영하기 위한 4대 영역, 즉 △지배구조(기후변화 위험과 기회에 관한 이사회의 감독과 경영진의 역할) △경영 전략(기후변화의 장단기 위험과 기회가 경영 전략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 △리스크 관리(기후 관련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조직의 절차) △지표와 목표(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를 평가하는 지표와 목표)에 관한 지침을 소개했다. 비록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G20 재무장관들의 위임을 받아 발표된 권고안으로 이미 세계 주요 투자자들이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037


실제로 블랙록은 TCFD 권고안을 따르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했으며, 일본의 공적연금펀드(GPIF), 네덜란드연기금(ABP)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도 TCFD 참여를 선언했다. 영국의 경우엔 런던증권거래소의 프리미엄 부문 상장 기업에 대해 TCFD 관련 정보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 우리나라 환경부도 대기오염 물질 배출 정보 관리위원회를 출범하고 국내 정부기관 중 최초로 TCFD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TCFD 권고안에서 제시한 4가지 영역에 대해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환경 관련 경영 현황 및 계획을 선제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2020년 9월 기준으로 전 세계 1440개 기업 및 기관이 TCFD 참여를 선언했다. 그중에서도 영국의 자동차 기업 롤스로이스(Rolls-Royce)는 시나리오 기법(Scenario Planning)을 활용해 TCFD 권고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i 롤스로이스는 2016년 기후변화의 위험을 인식하고 자사의 경영 전략에 이를 반영하기 위해 시나리오 기법을 적용해 왔고, 2018년 컨설팅 기업 노르만파트너스(NormannPartners)와 공동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 및 기회, 자사의 전략을 수립해 공개했다. 이들은 먼저 환경적 요인으로서 기후변화가 자사에 어떠한 위험 및 기회로 작용할지 분석하고, 기후변화에 따라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또한 각 시나리오하에서 기후변화가 자사의 경영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수익과 비용, 공급망 등 다각도로 측정하고 평가했으며, 그에 따른 자사의 대응 방안을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 포트폴리오, R&D 및 역량 개발 등 다양 측면에서 수립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전략 수립 시 전략, 기술, 인사관리, IR 등 여러 부서의 임원이 모두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 내용을 전사적으로 공유했다.



038


시사점

대다수 국내 경영자에게 ESG 관련 이슈는 경영 리스크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활동 정도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ESG는 기업의 경영 활동에 대한 제약이 아니다. 기업 스스로 자사의 지속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다. 이를 잘 활용해 단순한 리스크 관리 목적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ESG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조직 내에 형성돼야 한다.

지속가능경영은 특정 부서에 있는 몇몇 임직원이 기존의 경영 활동에 단순한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라 ESG의 본질을 경영 전반에 걸쳐 적용하려는 전사적 노력이어야 한다. 즉, 기업 수준(corporate level)부터 사업 수준(business level), 기능 수준(functional level)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전략의 수립 및 실행을 위해 ESG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지속가능경영과 관련된 목표 설정 및 달성 수단의 구체화도 필요하다. ESG와 관련된 수많은 평가지표를 동시에 개선하거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자사가 경쟁하고 있는 산업의 특징이나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구체적인 중장기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특히 핵심성과지표(KPI)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필요한 경영 자원의 재분배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지속가능경영의 결과를 기업 내•외부의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KOSPI 시가총액 20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기업은 2020년 8월 초 기준 73개에 불과하다. 지속가능경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ESG 관점에서 자사의 현황을 개선하기 위해 추구한 경영상의 변화 및 목표 달성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해 그 결과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공시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ESG 요인에 대한 현황 파악 및 향후 추진 전략이 좀 더 구체화될 수 있고 기업과 이해관계자 간 정보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경영에 대해서도 전략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회가 기업에 요구하는 사항이나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구체적 지표는 향후에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추세나 외부 요구 사항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세계 최대의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기업 목표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화학을 창조한다(We create chemistry for a sustainable future)’로 천명하고 있다. 무엇(what)을 하고, 왜(why)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스프는 경제적 성공을 환경 보존 및 사회적 책임과 연계하려는 노력을 전략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특히 자사가 경쟁하고 있는 화학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ESG 중에서 E(환경)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순환경제 구축을 통한 환경 보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작년 1월엔 해양 폐플라스틱 감소 및 재활용 촉진을 위해 ‘플라스틱 쓰레기 근절을 위한 연합체(Alliance to End Plastic Waste)’를 다른 화학기업들과 함께 결성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 화학기업 중에서 최초로 지난 7월 비록 일부 제품에 국한하긴 했지만 ‘제품의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of Products)’ 정보를 제공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즉, 원료 구매부터 공장 출시까지의 전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의 총량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바스프는 제품의 탄소 발자국 정보 공개 대상을 차차 늘려 내년 말까지 전체 제품(약 4만5000개)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바스프는 고객사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탄소 배출의 구체적 현황을 파악하고 향후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ESG를 단순히 과거 지향적 자료(backward-looking data)로 활용하기보다는 미래 지향적 계획(forward-looking plans)의 일환으로 활용하려는 바스프의 리더십이 빛나는 이유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 교수 jayrhee@korea.ac.kr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새너제이주립대(San Jose State University) 교수로 일하다 2001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기업지배구조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 사회적기업센터 소장 및 지속가능경영 연구그룹장을 겸임하고 있고,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책임 투자 분과) 위원, 중소벤처기업부 상생협력분과 전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발전목표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