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의 목적은 기업 경쟁력 강화와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일 것이다. 그렇다면 리쇼어링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과제들은 무엇일까. 먼저, 산업을 다각화해 ‘히든 챔피언’을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 ‘Made in Korea’라는 국가 브랜드를 갖춰나가야 한다. 성공 사례들도 적지 않다. 과거 임금 상승으로 한국을 떠났던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품질 문제를 겪은 뒤 다시 부산 사상공단에 제품 개발을 맡겼고, 태광실업과 창신INC 같은 OEM•ODM 전문 기업들을 탄생시켰다. 해외에서 정착한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것만이 리쇼어링은 아니다. 해외로 진출하려는 제조 기업들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국내 생산기지 증설을 독려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리쇼어링으로 이해해야 한다.
1. 한국 경제와 제조업
돈이 돈을 부르는 세상이다. 지구상의 금융시장 규모는 실물경제의 규모를 넘어선 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단기금융시장(money market)과 자본시장(capital market)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 이상을 웃돌고 있다.11 “Financial Markets in Korea,” 2017년도 한국은행 보고서
닫기 금융산업의 성장은 기업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데, 기업은 자사주 거래나 채권 발행의 레버리지를 이용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지주회사를 설립해 지배구조를 강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이 금융시장에서 창출한 레버리지 효과는 궁극적으로 자사주의 가치에 기반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회사에 심각한 품질 문제가 발생해 대량의 리콜 사태가 이어지고, 이로 인해 큰 손실이 발생한다면 주식가격은 수직 낙하할 것이고 신용평가 또한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재무 상태가 악화된 기업은 적대적 인수합병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자본시장의 존재는 실물경제의 틀 안에서 활동하는 기업에 양날의 칼이다.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 하듯이 제조 기업은 기업 본연의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에 충실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때, 금융시장이 제공하는 달콤한 혜택도 즐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