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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인공지능 의료 비즈니스, 이미 시작된 미래

AI 최첨단 기술에만 매료되지 말고
시장을 흔들 킬러 솔루션 들고 나와야

정규환 | 296호 (2020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의료 AI 솔루션 상용화의 흐름이 하드웨어 중심 의료기기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의료기기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의료 영상 분석, 진단 보조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이 시장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신기술 및 신제품의 수용을 촉진할 만한 ‘킬러 솔루션’을 내놓아야 한다.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면서도 비용 효율적인 선택지임을 증명하고, 기존 시스템과 통합했을 때 전체적인 임상 워크플로를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여러 소프트웨어를 모은 통합 의료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확산을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보다 한발 앞서 경고한 기업이 있다. 다름 아닌 캐나다의 작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블루닷(BlueDot)이다. 2003년 사스를 겪은 뒤, 감염병을 미리 예측해 대응해보자는 취지로 캐나다 의사인 캄란 칸이 설립한 이 회사는 작년 12월31일 ‘바이러스가 확산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전 세계 뉴스, 항공권 발권 자료, 실시간 기상변화, 의료 시스템 현황, 동물과 곤충의 동태 등의 빅데이터를 기계 학습으로 분석해 바이러스의 창궐과 대유행을 예상한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마비시킨 지금, AI 기술은 감염 진단을 위한 유전자증폭기술(RT-PCR)이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술만큼이나 질병 퇴치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AI는 한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개발된 진단 키트의 설계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신약 개발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국내 유전체 분석 회사인 테라젠이텍스는 AI에 기반한 단백질과 화합물의 바인딩 예측(친화력을 수치화하는 분석 방식) 모델을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물질을 발굴한 바 있다. 1 AI로 코로나19 환자의 폐 영상을 분석해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거나 환자의 경과를 관찰하려는 시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중국 우한의 의료진과 선전의 의료 AI 기업의 협력 연구팀은 CT 영상을 바탕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폐렴과 일반적인 지역사회 획득 폐렴을 구분하는 기술 COVNet을 개발, 영상의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라디올로지(Radiology)에 발표하기도 했다.2

국내에서는 의료 AI 솔루션 기업인 뷰노가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보조하거나 환자의 경과 관찰 연구에 활용될 수 있도록 흉부 X선 기반의 폐렴 탐지 솔루션과 흉부 CT 기반의 폐렴 정량화 솔루션을 전 세계에 무료 공개했다. 동종 업계 기업인 루닛도 자사의 AI 기반 흉부 X선 판독 보조 솔루션을 무료로 배포했다. 이처럼 새로운 감염병의 진단 및 치료법 개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AI의 활약상이 갑자기 가능해진 것은 아니다. 최근 수년간 급속도로 발전해온 의료 AI 기술, 그리고 이를 다양한 임상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발해 온 기업들이 있었기에 발 빠른 대응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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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의 등장과 발전

병원은 그 자체로 거대한 데이터센터다. 환자 진단과 치료에 따른 데이터가 생산되고 저장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 데이터는 빅데이터의 4가지 속성인 4V, 즉 크기(Volume), 다양성(Variety), 수집 속도(Velocity), 신뢰도(Veracity)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 데이터 크기의 측면에서는 의료진이 진료에 참고하는 데이터 용량의 200배 이상이 수집되고 있으며, CT와 MRI 같은 의료 영상 촬영 건수는 연간 10억 건이 넘는다. 이에 반해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의과대학협회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10만 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2030년까지 의사 7600명, 간호사 15만8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아울러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은 시공간별로 큰 격차를 보인다. 예를 들어, 전 세계로 넓혀보면 인구 100만 명당 200명에 가까운 영상의학 전문의가 있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100만 명당 2명도 안 되는 국가도 있다. 또 시간별로 보면 심야 시간대에 응급실에서 CT나 MRI 영상을 판독할 수 있는 응급실 영상의학 전문의는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기준 영상의학 전문의 3700명 중 0.27%뿐이다. 이 때문에 심야 시간에 들어온 환자의 영상 판독은 대개 당직 근무 중인 전공의가 담당하거나 다음 날까지 지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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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규환kyuhwanjung@gmail.com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

    정규환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는 2015년 딥러닝 기반 의료 데이터 분석 기업 ‘뷰노’를 공동 창업하고 CTO를 지내며 연구개발을 총괄했다. 포항공대에서 산업경영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SK텔레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등에서 빅데이터 및 AI 관련 연구 개발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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