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al Science

비시장전략은 미래 리스크 줄여주는 장기적 투자

288호 (2020년 1월 Issue 1)

Political Science
비시장전략은 미래 리스크 줄여주는 장기적 투자

Based on “How to Build and Wield Business Power: The Political Economy of Pension Regulation in Chile, 1990-2018.”by Tomás Bril-Mascarenhas and Antoine Maillet in Latin American Politics and Society(2019) Vol. 61, No.1, pp.101-125.


무엇을, 왜 연구했나?

최근 칠레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면서 APEC 정상회의가 취소됐다. 칠레의 정국 불안정의 배경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빈부격차가 최고 수준에 달하게 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2016년에도 칠레 국민 수백만 명이 칠레 최대 연금 회사에 대한 반대 슬로건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 모든 건 피노체트 시절 확립된 민영화된 연금제도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빈부격차와 높은 공공 물가로 매우 고통스러운 경제생활을 하고 있는데, 민영화된 연금제도는 급여도 적고, 종종 지급이 연기되기까지 하는 등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마스 브릴-마스카레나스 아르헨티나 산마르틴 국립대 교수 등 저자들은 민주화 이전 피노체트의 연금 민영화 정책에 대다수의 유권자가 지속적으로 개혁을 요구해왔고, 실제 많은 개혁 시도가 있었음에도 칠레의 연금정책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는 1980년 연금 민영화를 선택했다. 이 연금 체제에서 노동자들은 월급의 10%를 연금으로 납입했지만 이후 돌아오는 연금액은 생활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본 연구는 24명의 칠레 고위공직자들을 인터뷰하고 다양한 데이터세트를 활용해 칠레의 연금기업들이 민주화 이후 피노체트 시절의 제도를 지속하기 위해 정치 영역에서 어떻게 힘을 사용하고, 축적했는지를 분석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저자들은 칠레 연금제도에 대한 현상 유지 정책의 재생산이 지속되는 원인으로 연금 산업이 그동안 만들어 온 장기간의 권력 토대 구축 투자(power-building investments)와 단기간의 정치적 행위의 혼합 효과를 꼽는다. 풀어서 설명해보면 칠레의 연금사업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전략을 사용해 자신들의 정치 영역에서의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정부 내 행위자들이나 사회적 행위자들의 선호를 재형성하고, 정책의 사회화 과정에 영향을 주고, 정부 내 행위자들과 강한 연대를 구축하기 위해 자원을 투입했다. 이 투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정책의 여지를 만들고, 관련 의제들을 정의하는 데 기여했다.

칠레 연금사업자들은 개혁 요구가 있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중도좌파정당도 포함된 정치 엘리트들에게 높은 봉급에 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했다. 이후 다시 정치 영역에서 중요행위자로 활동하는 것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정치행위자들에게 미래의 보상을 인식시켰다. 그리고 연금 운용 과정에서 칠레 경제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 자신들이 칠레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인식을 사회적으로 형성시키고,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관련 의제를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전파했다. 실제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노력들을 기반으로 한 정치적 활동이 성과를 내면서 개혁안이 자신들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기업의 활동과 산업의 발전이 칠레의 연금 산업과 같이 사회의 거악으로 인식되는 것은 좋지 않다. 하지만 기업들은 자신들의 사업과 산업 분야의 이익 보호를 위해 정치 영역과 사회 영역에 대한 지속적인 교류 및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보통의 기업들은 눈앞에 현안이 생겼을 때에야 정치사회 분야에 대한 활동을 펼친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오히려 기업의 이익을 훼손하고, 반작용만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구상할 때, 정치사회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검토하고, 이를 대비해 장기적으로 정치사회 행위자들과 교류해야 한다. 또 전달할 의제를 지속적으로 전파하는 등 장기적으로 비시장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필자소개 이성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통일학센터 선임연구원 unipeace@snu.ac.kr
필자는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비교정치경제, 한국 정치, 전환기 정의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