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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링크샵스의 온라인 플랫폼 전략

도매상 ‘판매처 쑥쑥’ 소매상 ‘관리비용 뚝뚝’
폐쇄적 동대문 도매시장 온라인에 담다

김성모,임일 | 276호 (2019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의류 도매상과 소매상을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링크샵스(LinkShops)’가 대기업도 두 손 두 발 든 보수적인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전체 도매상의 절반 이상을 끌어모으며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1. 도매상은 옷을 만드는 일에, 소매상은 제품을 판매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결제, 배송 등 전체 중개 과정을 책임졌다.
2. 의류 소매상들의 시간 비용, 영수증 처리, 샘플 구입 등 페인 포인트를 적극 공략해 플랫폼에 끌어들인 뒤, 이를 이용해 도매상들을 섭외했다.
3. 오래전부터 내려온 동대문 도매시장만의 거래 방식을 플랫폼에 고스란히 담는 등 도매상·소매상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한연규(성균관대 영문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은 모두 잠든 자정부터 절정을 달린다. APM, 유어스 등 대부분의 도매상가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6∼8시까지 운영되기 때문이다. 청평화시장, 디오트는 자정이 돼서야 문을 연다. 기자가 찾은 5월30일 자정에도 동대문 거리는 분주했다. 큰 캐리어를 끌거나 지게를 진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디오트 상가 옆 골목에 들어서자 사람도 들어갈 것만 같은 큰 봉지(대봉)가 길 양옆에 잔뜩 쌓여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 눈인사를 하더니 똑같아 보이는 봉지들 사이에서 금세 자신의 것을 찾아갔다. ‘사입(仕入)삼촌’들이었다.

이들은 도매상과 소매상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 낮에 장사를 하는 소매상들이 밤마다 물건을 사러 동대문에 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돈을 주고 구매 대행을 위탁하는데 이렇게 의류를 대신 사주고 소매상에게 전달하는 사람들을 사입삼촌이라 부른다. “사입삼촌 사이에선 다양한 도매상과 친분을 맺는 것이 중요하다. 인기 의류를 얼마나 많이 떼올 수 있는지, 샘플(낱장)을 구해올 수 있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자와 동행한 김진범 링크샵스 사입팀 파트장의 말이다.

사입삼촌은 도매상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소매상을 유치한다. 도매상들은 매출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현금을 선호하는데 사입삼촌들이 현금다발을 들고 다니며 거래를 성사시킨다. 사입삼촌은 ‘유통’ 역할을 하지만 맡고 있는 소매상의 규모가 큰 경우 해당 업체와 비슷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들은 현금 거래를 원하는 도매상과 시간을 절약하려는 소매상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며 동대문 도매시장의 한 축을 차지해왔다.

동대문 도매시장은 보수적인 곳으로 손꼽힌다. 시장의 상가 주인들은 돈이 많아도 함부로 점포를 내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래하는 방식도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그들만의 ‘룰’이 있다. 이 같은 보수적인 문화는 도매상-사입삼촌-소매상의 공고한 관계가 한몫했다. 현장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상가에 들어서자 “장끼(간이영수증) 챙겨야지” “블라우스 흰 깔(색) 화밤(공장에서 아직 제품이 안 왔으니 화요일 밤에 다시 와라)” 등 일반인은 알 수 없는 대화들이 곳곳에서 오갔다.

2000년대 중반부터 동대문 도매시장을 바꾸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정부나 11번가 등 대기업들이 시장의 온라인화를 추진한 것. 하지만 경영 내역 공개에 부담을 느낀 도매업자들의 소극적인 반응에 전부 실패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동대문 도매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온라인 거래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한 업체가 대기업도 두 손 두 발 들고나온 동대문 도매시장을 온라인으로 고스란히 옮겼다. 바로 의류 도·소매(B2B) 중개 플랫폼 ‘링크샵스(LinkShops)’다.

2012년 7월 문을 연 이 업체는 동대문 의류 도매상과 소매상을 이어주는 온라인 중개 플랫폼이다. 도매상이 링크샵스 애플리케이션(앱)과 웹사이트에 옷 사진과 수치, 가격 등의 정보를 올리면 소매상이 제품을 골라 구입할 수 있다. 링크샵스는 수수료를 받고 결제 중개, 구매 대행, 배송 등 거래의 전 과정을 책임진다. 현금 거래가 대부분이었던 동대문시장의 도·소매 거래에 IT를 도입해 결제 정산과 관리를 투명화한 것이다.



김진범 파트장은 “링크샵스를 쓰면 도매상에겐 국내외 판매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고, 소매상은 제품 구입, 영수증 처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특히 소매상은 사입삼촌을 이용하다 보면 종종 현금 거래 사고가 발생하는데 링크샵스가 이런 부분을 다 책임지는 만큼 우려를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5월 말 현재 동대문 의류 도매상 2만 곳 중 1만여 곳 이상이 링크샵스에 가입돼 있으며 100만 개의 의류 상품이 링크샵스의 앱과 웹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2016년 30억 원이 안 됐던 이 업체의 월 거래액은 지난해 100억 원을 넘어서더니 올해 5월 말 현재 220억 원까지 돌파했다. 링크샵스는 보수적인 동대문 도매시장을 어떻게 파고들었을까. 국내 최대 의류 도·소매 중개 플랫폼으로 성장한 링크샵스를 DBR이 집중 분석했다.


DBR mini box I: 링크샵스 소개

2012년 7월 설립된 링크샵스는 동대문 의류 도매상과 소매상을 이어주는 온라인 중개 플랫폼이다. 기존에는 ‘사입삼촌’으로 알려진 이들이 의류 주문과 결제 등을 대신하며 동대문 도매상과 옷가게, 온라인 쇼핑몰을 연결해줬다. 링크샵스는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던 도매상-소매상의 주문 및 결제를 온라인으로 옮기고, 내부에 사입팀을 꾸려 사입삼촌을 대신하게 했다. 도매상이 옷 사진과 수치, 가격 등을 플랫폼에 등록하면 소매상이 제품을 골라 구입할 수 있다. 링크샵스는 도매상, 소매상, 사입팀에 필요한 앱을 제각각 만들어 도매상과 소매상의 거래 비용을 낮췄다.

올해 5월 말 현재 전체 동대문 도매상 중 절반 이상이 링크샵스에 가입돼 있으며 100만 개 이상의 의류 상품이 플랫폼에서 거래되고 있다. 링크샵스는 중개 수수료로 수익을 낸다. 도매상은 거래액의 1%, 소매상은 3%(해외 소매상은 8%)를 수수료로 낸다. 링크샵스는 현재까지 총 195억 원을 투자받았으며, 최근 월 거래액 220억 원을 돌파했다. 링크샵스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팀을 만들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추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소매상에게는 구매 데이터와 플랫폼에서 검색했던 내역들을 분석해 구매할 만한 상품을 추천해주고, 도매상에게는 제품 사진과 가격 등 기본 정보만 올리면 AI가 카테고리를 알아서 분류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의류 중개 플랫폼을 고민하다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서경미 링크샵스 대표는 2001년 대학 진학을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그런데 학기가 시작할 무렵 교통사고를 당해 학교에 다닐 수가 없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집안 사정도 어려워졌다. 그는 몸을 추스르고 라스베이거스의 한 기념품 가게에서 일을 시작했다. 어느 날 서경미 대표는 손걸레로 창문을 닦다가 물건을 계산하기 위해 계산대로 향했다. 그 순간 막 들어온 손님이 걸레를 집더니 가격을 물었다. 헤지고 구멍 난 걸레를 스카프로 본 것이다.

“무엇을 내놓아도 팔릴 정도로 그때 미국 경기가 정말 좋았다. 상가 주인들 사이에서는 가격표 끝에 ‘0’ 하나 더 붙여도 팔린다는 말까지 돌았다. ‘나도 뭘 팔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서경미 대표)

매일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한국 인터넷 사이트들을 뒤졌다. 팔 만한 물건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스탬프 방식의 네일아트 상품에 눈길이 갔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대학에서 돌려받은 학비 3500만 원을 몽땅 털어 제품을 샀다. 손톱 치장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에게 반드시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기념품 상점 한쪽 구석에 임대료를 내고 팔았다. 그러다가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자 이곳저곳에서 입점 요청이 들어왔다. 몇 달 후 서경미 대표는 한 유대인에게 8억 원을 받고 네일아트 판매점들의 사업권을 넘겼다.

“이후에도 네 잎 클로버 장신구도 팔고, 가발도 팔고 별거 다 팔아봤다. 그때만 해도 장사가 너무 쉽고 재밌었다. 그러다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업자와 함께 의류 사업을 하게 됐다.” 서경미 대표의 말이다.

그가 2005년 시작한 의류 사업은 도매상과 소매상을 이어주는 B2B 온라인 쇼핑몰이었다. 의류 도매상들의 제품 카탈로그와 매장 정보를 온라인에 올리면 소매상들이 직접 연락해 옷을 살 수 있게 했다. 말 그대로 ‘중개’만 해줬다. 알음알음 소개받은 도매상 몇 곳의 제품들을 웹사이트에 올렸는데 하루에 몇 건씩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사업 초기에는 사업이 생각보다 잘될 것처럼 느껴졌다. 서경미 대표는 “화질이 지금처럼 좋지도 않았는데 제품 사진만 보고 도매상에 연락해 주문하더라. 신기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서로 거래하던 사이라 신뢰가 있고, 대충 봐도 어떤 제품인지 알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은 장사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도매상과 소매상 양쪽 다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양쪽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고도 문제였다. 특히 소매상이 옷 대금을 도매상에게 보냈는데 제품을 받지 못 하는 일이 많았다. 소매상이 법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작은 규모가 많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그때 사업이 도매상과 소매상을 연결만 시켜주고 결제나 나머지는 두 사업자가 알아서 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계속 사고나 갈등이 생기는 것을 보고 ‘우리가 중개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계속 생겼다. 결제 등 중간 과정을 책임져주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서경미 대표의 말이다.

그가 정의 내린 중개자의 역할은 이런 것이다. “도매상은 옷을 만드는 일에, 소매상은 제품을 판매하는 데 집중하게 돕는다. 이들의 본연의 업무를 제외한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 서경미 대표는 동업자에게 “단순히 중개만 할 것이 아니라 결제 등 중간 과정을 책임져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바꿔보자”고 설득했지만 거절당했다. 충분히 사업이 잘되고 있고, 중간 과정을 책임지면 리스크가 그만큼 커진다는 의견이었다. 서경미 대표는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2008년 미국 사업을 동업자에게 맡기고 한국으로 향했다.

“사실 이때만 해도 동대문 도매시장은 전혀 몰랐다. 미국, 중국의 도매상들 중 한국인이 많아서 동대문도 시장 상황이 비슷할 줄 알았다. 큰 시장에서 사업 구상을 실현해 보이고 싶어서 무작정 동대문으로 갔다. 지나고 보니 참 무모했다.” 서경미 대표의 말이다.


의류 소매상들의 페인 포인트 공략
1. 링크샵스가 생각한 풀릴 수 있는 ‘숙제’
서경미 대표는 국내에 들어오자마자 수백 명의 동대문 도매상들을 만나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바이어가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물건을 팔아주겠다”고 설득했다. 그럴 때마다 도매상들은 “바쁘다”며 손사래를 쳤다. 물건을 더 팔아주겠다는데도 거절을 하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장사가 너무 잘돼 판로를 넓힐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주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 고민인 곳도 있었다.

“잘되는 도매상은 하루 매출이 1억 원이 넘었다. 돈 받으면 세어볼 새도 없이 쓰레기통에 던지고 그 위에 돌만 얹는 사례도 있었다. 시장 상황을 전혀 모르고 덤볐던 것이다.” 서경미 대표의 말이다.

시장 분위기도 미국과 달랐다. 알아듣기 어려운 업계 용어가 많았고, 상인들 간 기 싸움도 팽팽해 보였다. 점포 앞에 남의 물건이 넘어오면 발로 차버리는 도매상도 있었다. 이대로 사업을 시작하긴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이때 미국에서 사업을 하다 알게 된 한국인 도매상이 “동대문에서 직접 도매상을 운영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그는 중국과 동대문시장에서 도매상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동대문에 있는 매장 운영권을 넘겨주겠다는 것이었다.

서경미 대표는 잘됐다고 생각했다. 시장의 일부가 되는 것이 이들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미국에 있는 사업을 아예 정리하고 동대문 도매상가에 여성 의류 점포를 차렸다. 1년 동안 사람들을 사귀며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서경미 대표는 도매상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동대문이야말로 온라인 중개 플랫폼이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소매상들의 불편이 컸기 때문이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사입(仕入)’이다. 소매상이 옷을 떼려면 도매시장이 문을 여는 밤에 가야 한다. 낮에 옷을 팔고 밤마다 시장을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매상마다 거래하는 도매상이 수십에서 수백 곳에 달하는데 집집마다 찾아가 주문한 물건을 챙길 수 있을까.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방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소매상은 이동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두 번째 문제는 ‘샘플’이다. 소매상들은 상품을 대량으로 구입하기 전, 고객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소량으로 옷을 구매하고자 한다. 그런데 도매상들은 기존에 여러 번 거래를 해왔거나 특별한 관계가 없는 한 낱장 판매를 하지 않는다. 개인 고객과 구별하기 위한 도매상들만의 방식이다. 소매상들은 새로운 제품들을 여러 장 구매했다가 재고가 쌓여 손실을 입곤 하는데 일부 업체는 재고 문제로 문을 닫기도 한다.

“옷가게가 잘되려면 옷이 일단 다양해야 하지 않냐. 그렇다고 다양한 제품을 많이 사 놓으면 돈이 많이 들고 자칫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즉, ‘낱장 구매’는 소매상한테는 어떻게 보면 사업 성공과 직결된 문제다.” 서경미 대표의 말이다.

그렇다면 소매상들은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었을까. ‘사입삼촌’을 썼다. 사입삼촌은 소매상을 대신해 도매상마다 주문을 넣어주고 제품이 완성되면 물건을 수거해준다. 일부 업체는 배달까지 해준다. 능력 있는 사입삼촌들은 도매상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샘플을 구해다 주거나 주문이 몰리는 인기 제품을 먼저 챙겨다 주기도 한다. 사입삼촌은 보통 의류업에 종사하고 싶은 사람이거나 지인의 소개로 발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다수가 도매상을 차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여러 소매상의 사입을 맡은 삼촌들은 밑에 ‘새끼삼촌’ 여럿을 두고 있는데 이들 중 다수가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일을 한다. 그러다 보니 ‘신뢰’ 문제가 발생한다. 도매상에게 전달해야 할 대금을 챙겨 달아나는 ‘먹튀’가 종종 일어나는 것이다.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실수도 잦다. 보통 소매상 한 곳이 도매상 수십여 곳에서 수백, 수천 개의 물량을 주문한다. 여러 소매상의 사입을 맡으면 그만큼 들러야 하는 매장이 늘어난다.

“손글씨로 스프링노트에 하나하나 적으면서 확인을 해야 하는데 체크해야 할 것이 수백 개가 넘는다. 5000원, 1만 원 단위 현금을 계산하다 보면 더 주거나 덜 주는 계산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서경미 대표의 말이다. 이 때문에 소매상들은 믿을 만한 삼촌을 구하는 일을 옷 파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매상들에게는 세금계산서도 큰 골칫덩이다. 소매상은 소비 내역을 증명하기 위해 매달 간이영수증을 모아 세무처리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 월 거래액이 10억 원가량인 소매상의 예를 보자. 이 업체가 한 달 동안 모은 간이영수증을 차곡차곡 쌓으면 라면 박스 10개가 나온다. 이 간이영수증들을 매장별로 분류하고, 각각의 영수증을 복사해 사업자등록증 복사본과 붙인다. 이후 해당 도매상으로 가져가 내용이 맞는지 확인한 뒤 세무사에게 보낸다.

이와 함께 엑셀 파일에 내역들을 정리해 기록을 남겨둔다. 한 소매상은 “기장하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 간이영수증이다 보니 글씨 알아보기 힘든 것도 많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2012년 7월 서경미 대표는 온라인 도·소매 중개 플랫폼 ‘링크샵스’를 만들어 이 같은 소매상들의 문제를 해결했다. 30여 명의 직원으로 영업팀, 사입팀, 회계팀, 개발팀, 디자인팀 등을 꾸렸다. 주문을 처리할 사입팀은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사입삼촌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일 잘한다고 소문난 사람들을 설득해 데려왔다. 오영지 링크샵스 부대표는 “전 직원이 매일같이 동대문시장에 나갔다. 모두 시장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링크샵스’가 적힌 옷을 입고 나갔는데 부끄러워하는 직원이 많았다”며 웃었다.

DBR mini box II: 우여곡절 끝에 나온 플랫폼

장사만 해오던 서경미 대표는 어떻게 IT 플랫폼을 만들었을까.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도 처음에는 실수투성이였다. 먼저 카페24 같은 솔루션 업체의 웹사이트로 사업을 준비했다. 서경미 대표는 “돈만 주면 뭐든지 만들 수 있다는 건 착각이었다. 디자인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고,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하나하나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전문 제작 업체에 용역을 맡겼다. 그렇게 나온 웹사이트는 디자인도, 사이트에 배열된 항목들도 꽤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수정을 요청하면 업데이트도 제때 해줬다.

막상 서비스를 시작하려니 문제가 많았다. 서경미 대표는 처음 사업을 구상할 때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 해외 바이어들까지 동대문 도매상과 연결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중국 상하이에서도 도매상을 운영하면서 차곡차곡 준비해왔다. 미국에는 이를 위한 사무실까지 차렸다. 남편이 현지에서 30명이 넘는 직원들을 데리고 있었다. 그런데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외주 업체에서 외국 사용자들의 사용자경험(UX)을 이해하지 못한 채 홈페이지를 만든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물건 배송을 위해 주소를 입력할 때 한국에서는 서울시 중구 이런 식으로 나열이 되지만 미국에선 이와 반대로 돼야 한다. 이러한 부분이 기술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해외 결제였다. 2011년만 해도 직구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때다. 직원들은 쉽고 빠른 결제 시스템을 기대했지만 끝없이 등장하는 오류 메시지에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파도는 그다음에 몰아쳤다. 이번에는 아예 전문가를 개발 책임자로 회사에 들였다. 자체적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개발자를 미국에 데려가 비슷한 사업을 하는 해외 업체까지 견학시켰다. 그렇게 웹사이트의 주소가 나오고 플랫폼의 구성이 완성됐을 무렵 개발자가 사라졌다. 도메인 주소뿐만 아니라 그동안 개발하면서 남긴 기록과 모아뒀던 자료, 국내외 소매상들에게 받아놓은 주문 내역까지 모든 것을 통째로 들고 해외로 떠난 것이다. 서경미 대표는 그동안 쌓아뒀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렸다.

“미국에서 주문 들어온 게 많아 이를 채워주느라 수십억 원을 날렸다. 50명 넘는 직원들의 월급도 줘야 해서 정말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갔다. 부모님이 집과 땅까지 팔아 보태주셨다. 첫 아이를 임신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정말 힘들었다.”(서경미 대표)

이를 수습하는 데 반년이 넘게 걸렸다. 직원들은 하나둘씩 빠져나가 5명만 남았다. 몸은 무거워져갔고, 도망간 개발자를 찾아다니는 것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은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다 반지하 방 하나를 구했는데 월세 몇십만 원을 내지 못해 쫓겨났다. 서경미 대표는 “정부가 지원해주는 1인 창업자 사무실이 있어서 거길 들어갔는데 공간이 좁아서 5명이 돌아가면서 사무실에 들어갔다. 정말 민폐였다”며 웃었다.

그는 직원들과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정부의 창업 지원을 신청했다. 서경미 대표가 출산을 이틀 앞두고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1주일 뒤 합격 소식과 함께 정부 지원금이 나왔다. 더 기쁜 소식도 있었다. 투자자가 나타난 것. 2년에 걸쳐 총 30억 원을 투자한 투자사는 웹사이트와 앱을 개발할 수 있는 구글 출신의 엔지니어도 소개해줬다. 직원들을 뽑고, 과거 경험을 토대로 홈페이지부터 만들었다. 그렇게 ‘링크샵스’가 탄생했다.




2. 동대문 새벽 시장을 온라인에 담은 ‘링크샵스’
개발팀과 디자인팀은 인터넷 사이트에 이어 소매상이 쓸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 웹과 앱에 도매상들이 옷 사진과 수치, 가격 등의 정보를 올리면 소매상들이 제품을 골라 구매할 수 있게 했다. 결제가 이뤄지면 자동으로 영수증 처리가 돼 간이영수증을 매달 처리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없앴다. 처음에는 서경미 대표가 운영하는 도매상과 지인들의 상품을 플랫폼에 올렸다. 당연히 거래가 미미했다. 가만히 앉아서 입소문이나 우연에 기댈 순 없었다. 사업자들이 기존의 방식을 쉽게 바꿀 리 없기 때문이다.

서경미 대표는 과거 도매상들을 설득하려다 실패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소매상부터 설득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힘 있는 바이어(소매상)’를 섭외하면 도매상도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 것. 그러나 소매상들을 섭외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다른 스타트업처럼 각종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매상을 타깃으로 한 광고를 냈다. 결과는 실패였다. 소매상 역시 기존 거래 방식을 제쳐두고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업체에 일을 맡길 리 만무했다.

결국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서경미 대표가 도매상을 경험한 것이 도움이 됐다. 주변 도매상들의 인맥을 동원해 대형 쇼핑몰 리스트를 만들 수 있었다. 이후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의 대형 소매상들을 한 곳 한 곳 찾아갔다. 연 매출 100억 원이 넘는 곳들이었다. 처음에는 부정적인 분위기였다. 작은 규모의 신생 업체가 맡기에는 자신들의 규모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주문, 배송 사고가 날 것을 걱정했다.

서경미 대표는 이들을 꾸준히 설득했다. 현금뿐만 아니라 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고, 세금계산서 처리를 1장으로 끝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제, 배송 등 중간 거래 전 과정을 링크샵스가 책임진다는 것도 어필했다. “수수료를 갑자기 올려 달라고 한다거나 배송 사고를 일으키는 사입삼촌이 많아서 사실 온라인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소매상들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었다. 한두 곳에서 해보겠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때부터 사업이 본격화됐다.” 서경미 대표의 말이다.

사실 초기에는 링크샵스도 사업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았다. 일단 소매상이 가입하면 회계팀과 사입팀, 영업팀이 매장으로 출동했다. 이들은 소매상이 최근 3개월간 거래했던 내역(간이영수증)을 살펴보고, 기존에 거래한 도매상들의 리스트를 정리했다. 문제는 해당 소매상이 거래하는 도매상 중 대부분이 링크샵스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매상이 요청한 주문 중 대부분이 플랫폼에 없는 상품들이었다.

결국 ‘반쪽짜리 플랫폼’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도매상에 직접 연락해 주문을 넣고, 물건을 찾아 전달하는 방식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온라인 사입삼촌’ 역할을 한 것이다. 배송은 외주 업체를 썼다. 그런데 도매상-소매상의 온라인 연결이 안 돼 있고(오프라인으로 주문 처리), 배송도 외주 업체를 쓰다 보니 ‘주문 실수’나, ‘배달 사고’가 일어났다. 고객은 흰색 블라우스를 5장 주문했는데 막상 받아 보니 3장밖에 없거나 아예 주문 자체가 안 들어간 경우도 발생했다.



그럴 때마다 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했던 소매상들은 ‘엄한 고객’으로 돌변했다. 이는 소매상들이 사입삼촌에게 맡겼을 때도 발생하던 일들이었지만 소매상들은 링크샵스에는 강하게 항의했다. 기대치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서경미 대표는 “처음에 사업 스토리나 서비스가 괜찮아 보인다며 기대한 곳들이 실수가 발생할 때마다 크게 실망했다. ‘사업 초기라 그렇다’ ‘원래 이런 일들은 있지 않았느냐’고 할 수 없었다. 대구든, 부산이든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러한 경험 덕분에 링크샵스는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링크샵스는 주문, 결제만 되던 플랫폼에 서비스를 하나둘씩 늘려나갔다. 고객들이 필요하다는 서비스가 있다면 일단 시도하고 봤다. 첫 번째가 ‘단골 브랜드’ 기능이다. 대부분의 소매상은 주로 거래했던 곳에 다시 주문을 넣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신상품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도매상, 소매상 모두 ‘여성 의류’나 ‘남성 의류’ 등 특징이 있고 청바지, 니트 등 취급하는 제품도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웹과 앱에 단골 브랜드라는 메뉴를 만들어 소매상이 곧바로 자신들이 거래하는 도매상들의 제품만 볼 수 있도록 했다. 소매상이 제품을 최대한 빠르게 고를 수 있도록 해 시간 비용을 낮춘 것이다.

올해 초에는 대형 소매상을 대상으로 인터넷 사이트(VIP링크샵스)를 새로 만들었다. 링크샵스는 대형 소매상들이 새로 거래할 도매상을 찾기보다 기존에 거래해 온 도매상에서 대부분의 거래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 사이트에서는 사업자가 로그인하면 첫 페이지에 기존 거래 도매상의 제품만 뜨도록 만들었다. 물론 메뉴에서 찾아 들어가면 신규 도매상의 상품도 찾아볼 수 있다. 이용료를 따로 받진 않는다. “대형 소매상에는 거래처가 아닌 업체의 상품들이 불필요한 정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하루에 업데이트되는 정보가 수만 개이기 때문에 검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장난이 아니다. 소매상의 거래 시간을 아끼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다.” 서경미 대표의 말이다.



DBR mini box III: 링크샵스로 성공한 인터넷 쇼핑몰 ‘더제이수’

경남 김해에 사는 송수연 더제이수 대표(31)는 ‘옷 잘 입는 공대 누나’로 통했다. 대학에서 전기를 전공한 그는 친구들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주는 것을 즐겨했다. 그만큼 본인이 옷에 관심이 많았다. 시간이 나면 옷을 보러 다녔고, TV에 배우가 나오면 옷부터 눈길이 갔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서 프로그래밍을 하던 송수연 대표는 어느 날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의류 쇼핑몰을 차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주변에서 크게 말렸지만 회사 다니면서 모아뒀던 돈과 퇴직금을 모두 쏟아부어 10평 남짓한 규모로 옷가게부터 차렸다.

“온라인 쇼핑몰을 열기 전에 고객들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시장 조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오프라인 매장부터 차렸다.” 송수연 대표의 말이다.

반년이 지나고 온라인 쇼핑몰 ‘더제이수’를 열었다. 프로그래밍을 전공하던 그에게 인터넷 사이트를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사업이 커지자 고민이 생겼다. 가장 큰 문제는 ‘거리’였다. 사는 곳과 도매시장의 거리가 너무 멀었던 것. 동대문 도매시장과 경남 김해의 거리는 380㎞. 처음에는 매주 낮에 쇼핑몰을 운영하고 밤에 버스를 타고 5시간을 달려 동대문 거래처를 찾았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신상품을 구하려면 어쩔 수 없이 현장에 가야 했다. 밤잠이 부족했다.

그래서 ‘사입삼촌’을 구했다. 사입삼촌을 통해 도매상에 주문을 넣고 샘플을 받았다. 그런데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송수연 대표는 “밤마다 주문이 잘 들어갔는지, 배송이 잘됐는지 불안해서 삼촌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삼촌이 중개자 역할을 잘하면 좋은데 소통이 잘 안 돼서 두 번이나 사입삼촌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2017년 9월 링크샵스를 알게 됐다. 송수연 대표는 링크샵스에 가입해 옷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매출은 꾸준히 상승했다.

9억 원이었던 연 매출은 링크샵스를 이용하고 16억 원으로 늘었다. 현재 더제이수의 연 매출은 36억 원 정도다. 직원 수도 11명까지 늘어났다. 송수연 대표는 사업 성공의 비결로 링크샵스를 꼽는다. “매번 서울까지 올라오지 않고도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 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링크샵스의 도움이 없었으면 사업이 커지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링크샵스와 함께 사업을 더 키우고 싶다. 더제이수도 링크샵스처럼 이름 있는 ‘브랜드’로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낱장 판매’다. 링크샵스는 옷을 ‘1장’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소매상들이 다양한 샘플 제품을 구매해 고객들의 반응을 볼 수 있도록 한 것. 이 덕분에 소매상들은 자칫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했다가 재고가 쌓일 일이 없어졌다. 사진만 보고 1장을 샀다가 생각했던 것과 실물이 다를 수 있지만 직접 동대문시장을 다녀오거나 사입삼촌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덜 들어가기 때문에 소매상들은 크게 반겼다.

물론 사업 초기 링크샵스도 주문이 들어오는 낱장을 모두 구할 수 없었다. 링크샵스는 고민 끝에 회사 자금으로 여러 장을 구매해 1장을 배송해주는 전략을 썼다. 나머지는 링크샵스가 재고로 떠안았다. 서경미 대표는 “소매상들에게 그만큼 중요한 서비스다. 회사에서는 이를 일종의 마케팅비용이라고 생각했다. 현재는 낱장 판매를 해주는 도매상들이 많다. 링크샵스는 소매상들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실시간 확인 서비스’다. 링크샵스는 소매상이 주문, 배송과 관련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보통 사입삼촌에게 주문을 맡기면 소매상은 물건이 도착하기 전까지 도매상에서 수량을 잘 전달했는지 알기 어렵다. 전화나 메신저로 이를 공유하는 삼촌들이 일부 있기는 했지만 부족한 수량은 언제 받을 수 있는지 등의 소매상이 궁금할 만한 내용을 충분히 전달받기는 어려웠다.

이는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 도매상은 물건을 최대한 팔고 싶기 때문에 주문이 들어오면 일단 받는다. 그러다 보면 요청이 몰리는 인기 상품은 배송이 밀리게 되는데 그렇다고 주문한 순서대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요 거래처나 대형 소매상이 배송을 재촉하면 도매상은 이들부터 챙겨준다. 시장에 가면 사입삼촌이 도매상들로부터 ‘화밤’ ‘수밤’ ‘목밤’ 같은 답변을 많이 듣는데 이는 공장에서 제품이 안 왔으니 해당 요일에 다시 오라는 의미다.

이 같은 ‘미송(미배송, 입고지연)’은 소매상한테는 골칫거리다. 고객한테 그만큼 배송이 늦어지게 되고, 이는 회사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서경미 대표는 “도매상들이 쓰는 앱과 사입팀이 쓰는 앱을 따로 만들어 각자가 얻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게 했다. 소매상이 최대한 상황을 빨리 파악해 고객과 공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결국 동대문 도·소매 거래를 온라인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11월에는 당일 배송 서비스도 시작했다. 링크샵스는 사입한 옷들의 배송을 외부 택배 업체에 맡겨왔다. 그러다 보니 소매상들이 주문을 빨리 해야 했고, 최종 수령까지는 너무 오래 걸렸다. 보통 일반 택배 업체들은 오후 4시 정도면 주문을 마감한다. 4시 이전에 주문한다고 해도 이틀 후에야 받아볼 수 있었다. “배송에 걸리는 시간도 거래비용이라 생각했다. 이를 줄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서경미 대표의 말이다.

링크샵스는 경남(부산, 김해, 양산), 충청도 지역부터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물건을 받아볼 수 있게 했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지난해 6월에는 서울과 경기도 지역으로 대상을 확대했고, 올해는 이 지역을 더 늘릴 계획이다. 원활한 배송을 위해 링크샵스는 CJ택배와 업무 제휴를 맺었다.



소매상 모여들자 도매상도 합류

사실 서경미 대표가 2008년 동대문에 오고 난 뒤 꾸준히, 제일 많이 공을 들였던 것이 도매상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는 3년간 동대문에서 의류 도매 점포들을 운영하며 최대한 많은 도매상을 사귀었다. 플랫폼에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틈만 나면 도매상들을 만나러 다녔고, 한 사람을 사귀면 그를 통해 다른 사람을 소개받았다. 지나가다가도 도매상이 보이면 일단 앉혀 놓고 커피를 마셨다. 상가 3곳의 직원 절반 이상과 친분을 쌓았다. 이들을 통해 도매상들의 고충이나 상가 운영, 대형 도·소매상들의 정보도 얻었다.

“무작정 옆에 앉아서 자식 자랑 들어드리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도 링크샵스 직원들은 이유가 없더라도 직접 찾아가 도매상분들과 대화한다. 지나고 나니 그게 결국 고객 관리였더라.”(서경미 대표)

그런데 기대했던 인맥은 통하지 않았다. 경기가 꺾여 판로 걱정을 시작한 도매상들이 있었지만 링크샵스에 선뜻 가입하겠다는 곳이 없었다. 세금 때문이었다. 온라인화를 하면 경영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세금이 많이 나올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링크샵스는 전략을 다르게 가져갔다. 도매상들에게 링크샵스에 대한 홍보를 최대한 하지 않고 소매상 섭외에 집중했다. 소매상이 가입하면 주문을 위해 도매상들을 찾았는데 이때 ‘B2B 중개 업체’라는 소개를 하지 않고 소매상 이름을 말하면서 주문을 넣고 물건을 찾아갔다. 이 때문에 처음 도매상은 링크샵스를 사입삼촌 업체로 여겼다. 링크샵스는 소매상 가입이 점차 늘어나 한 도매상에서 여러 업체의 물건을 주문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그때만 해도 도매상들은 ‘링크샵스란 사입삼촌 잘나가네’라고 생각했다.

일부 도매상은 주문을 받을 때 업체명에 소매상 대신 ‘링크샵스’라고 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도매상은 링크샵스를 ‘대형 소매상’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링크샵스는 시장에 이름이 알려지고 나서야 도매상들에게 어떤 업체인지 설명했다. 동시에 링크샵스에 가입하면 수많은 소매상에게 제품이 소개돼 판로가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링크샵스의 설득에 도매상들이 하나둘씩 가입하기 시작했는데 매출이 늘어난 곳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한 도매상은 2016년 11월에 링크샵스에 가입한 이후 연 매출이 13억 원 증가했다. 거래처 역시 3000곳이나 늘었다. “링크샵스에 가입하면 장사가 잘된다”는 이야기가 돌자 먼저 가입하겠다는 곳이 생겨났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도매상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었다. 청평화시장에서 10년 넘게 매장을 운영한 한 도매상은 “이 상가는 거의 다 (링크샵스를) 쓰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는 계절별로 잘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는데 그래도 쓰기 전보다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경미 대표는 “우리가 어떤 회사인지 실컷 소개하고 다녀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를 직접 보여줘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의류 시장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경기가 꺾이면서 도매상에서 소매상으로 갑의 지위가 점차 넘어가고 있었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과 대형 의류몰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대부분 거래 내역을 투명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온라인화가 피할 수 없는 추세라는 것을 알아챈 도매상들이 점차 늘어났다.

링크샵스는 2017년 초 도매상들만 쓰는 도매상 앱을 만들었다. 도매상이 전용 앱을 통해 소매상의 주문을 확인하고, 재고 현황 등을 소매상과 공유하길 기대했다. 그렇게 되면 소매상, 도매상 모두 거래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매상이 기존 방식을 포기하지 않았다. “도매상을 설득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기존처럼 주문은 카카오톡으로 해’였다. 사입팀이 매번 찾아가서 ‘내일은 꼭 좀 깔아주세요’라고 하기도 하고, 억지로 다운받아드리기도 하고 그랬다.”(오영지 부대표) 지난해 초까지는 여러 도매상이 메신저나 전화로만 주문을 받았다.

링크샵스는 도매상들의 가입이 어느 정도 늘어나자 결단을 내렸다. 모든 도매상이 온라인으로만 주문을 받게 한 것이다. 한 달 동안 이러한 소식을 도매상들에게 전달한 뒤 7월부터 오프라인 주문을 전면 중단했다. 오영지 부대표는 “큰 결심이 없으면 온라인으로의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해 결정했다. 처음에는 큰 사고 없이 넘어가나 했는데 도매상들 사이에서 ‘링크샵스가 장사가 잘되니 변했다’는 희한한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소문의 배경은 이랬다. 링크샵스는 주문을 온라인으로 일원화하면서 수수료 수령 방식을 변경했다. 현금으로 받던 수수료를 소매상에서 받은 대금에서 제외하고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도매상은 이를 두고 ‘수수료가 올랐다’고 판단했다. “공문으로 돌렸는데 전달이 전혀 안 됐던 거다. 오해를 풀러 상가를 찾아갔는데 이모님들한테 둘러싸였었다. 이때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동대문은 아직 얼굴을 보고 이야기해야 하는 구나’ ‘우리가 직접 찾아가서 형, 누나 우리 이렇게 돼요’ 하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 생각했다.”(오영지 부대표)

사실 링크샵스가 도매상 주문을 온라인으로 일원화한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도매상들이 가장 본질적으로 원하는 것은 매출 증대일 것이다. 링크샵스가 성공하려면 매출을 증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줘야 한다. 돈을 얼마나 더 벌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으면서 도매상들이 링크샵스라는 창구에서 매출이 상승한다는 걸 실감하게 만든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도매상들의 온라인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과거에는 플랫폼에 올라가는 도매상들의 제품 사진을 링크샵스가 대신 찍어줬다. 그런데 점차 도매상들이 온라인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뜨면서 직접 제품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곳이 늘어났다. “온라인에서 쇼핑몰들이 제품 사진에 신경을 쓰듯 도매상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요새는 사진도 대부분 직접 찍어서 등록해주시고 옷에 대한 정보도 상세하게 보내주시는 곳이 많아졌다.” 서경미 대표의 말이다.

링크샵스 가입자도 빠르게 늘어났다. 링크샵스에 가입된 도매상 수는 2015년 1200곳에서 2017년 약 5500곳, 올해 5월 말 현재 1만1000곳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이 링크샵스에 올린 상품 수도 2만8000개에서 7만 개, 27만6000개로 늘어났다. 플랫폼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품 수만 130만 개에 달한다. 이 덕분에 2016년 30억 원이 안 됐던 링크샵스의 거래액도 지난해 말 100억 원을 돌파하더니 최근 220억 원을 넘어섰다.



‘적’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된 링크샵스의 사입삼촌들

링크샵스가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이외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있다. 사입팀을 꾸리는 것이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이 사업의 핵심으로도 볼 수 있다. 온라인에서 거래가 이뤄지지만 실제 업무는 대부분 사입팀이 한다. 사입팀은 소매상이 상가별 마감 시간까지 웹이나 앱에서 주문을 넣으면 새벽 3∼4시까지 도매상을 돌며 해당 제품들을 수거해 4∼5시쯤 상품들을 차에 실어 보낸다. 또 도매상과 소매상의 가입을 설득하고 거래 시 양쪽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것도 사입팀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동대문시장에서 일을 잘하는 사입삼촌을 수소문했다. 서경미 대표는 그에게 ‘4대 보험’ ‘안정적인 월급’을 카드로 내밀었다. 그렇게 2명의 사입삼촌을 구해 사입팀을 꾸렸다. 물량이 많을 땐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입삼촌에게 비용을 내고 맡겼다. 사업이 점점 커지면서 사입팀 인원을 늘려나갔다. 그런데 규모가 커지기 시작할 무렵 문제가 생겼다. 사업 초기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던 동대문 사입삼촌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 이들의 구도는 택시기사와 우버·타다의 운전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쪽의 일거리가 늘어나면 한쪽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경미 대표는 “한 사입팀원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표님 요새 협박을 많이 받아요. 정말 칼 맞을 것 같아서 복대 차고 다녀야 할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한동안 잠이 안 왔다. 다행히 대부분이 프리랜서이거나 사업자 등록이 되지 않은 분들이어서 집단적인 반발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안 시장 내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삼촌들 사이에서는 ‘링크샵스에 가는 건 배신행위’라는 분위기가 흘렀다. 인원을 늘려야 하는 링크샵스는 난감했다. “한 명씩 만나서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온라인 추세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입삼촌들이 있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팀을 늘려나갔다.” 서경미 대표의 말이다. 이후 링크샵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도매상과 소매상에서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자 위협감이 사라졌다. 오히려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입삼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링크샵스가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사입삼촌들의 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현재 링크샵스에는 30명 이상의 사입팀이 근무하고 있으며 계속 채용을 늘려가고 있다. 링크샵스 개발팀은 주문 들어온 제품의 빠른 수거와 배송을 위해 2017년 초 사입팀이 쓰는 전용 앱(삼촌앱)을 만들었다. 이 덕분에 소매상들은 제품을 빠르게 받을 수 있게 됐고 주문·배송 등과 관련한 정확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받을 수 있다.

삼촌앱은 매일 소매상들의 주문을 정리해 사입팀별로 동선을 짜준다. 그러면 팀원들은 동선에 따라 상가를 돌며 자신에게 할당된 제품을 수거한다. 이 과정에서 주문한 수량을 다 받지 못하면 사입팀이 앱을 통해 해당 소매상에게 ‘흰색 블라우스 5개 수령, 나머지 5개는 화요일 예정’같이 관련 내용을 공지한다.



“도매상도 이런 변동 상황을 도매상앱에서 알려주는데 수많은 주문을 다 챙기기 어렵기 때문에 놓치는 경우가 많다. 삼촌들이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를 챙긴다. 소매상이 급하게 특정 상품을 요청하거나 요구사항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전달하고 결과를 남기는 역할도 한다.” 오영지 부대표의 말이다. 삼촌앱은 도매상과 소매상의 소통 창구, ‘연결고리’인 셈이다.

삼촌앱은 사입팀의 동선을 최적화해주는 역할도 한다. 과거 사입삼촌들은 고객별로 동선을 짜서 움직였다. A 소매상이 도매상 10곳에서 상품 300개를, B 소매상이 도매상 6곳에서 200개를 주문했다고 가정해보자. A 소매상을 맡은 삼촌은 도매상 10곳이 있는 디오트, 청평화시장, apm 등을 돌며 제품 300개를 수거할 것이다. B 소매상을 맡은 삼촌 역시 도매상 6곳이 있는 상가들을 돌게 되는데 이러다 보면 동선이 겹쳐 마주치는 일이 발생한다. 이러한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링크샵스는 상가 기준으로 동선을 짰다.

주문이 들어오면 시스템이 상가별로 주문을 정리한다. 사입팀원들은 디오트, 청평화시장 등으로 나뉘어 제품을 수거하고 집합장소에서 소매상 기준으로 다시 분류해 배송한다. 제품을 모으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크게 줄지 않았다. 청평화시장이나 디오트 등 동대문 상가들이 대부분 내부가 미로처럼 복잡해 건물 내에서 동선을 짜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개발팀이 나섰다. 알고리즘을 개발해 최소한의 이동으로 상품을 거둘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어렵게 동선 시스템을 개발했더니 이번에는 ‘주소’ 문제가 발생했다. 도매상들은 계약 문제로 상가 내에서 자리를 옮기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그런데 ‘가열 1번’에서 ‘다열 40번’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이전의 주소인 ‘가열 1번’을 그대로 쓰는 도매상이 있었던 것이다. 주소는 그대로인데 사업자명을 바꾸는 도매상도 적지 않았다. 링크샵스는 사입팀을 통해 이러한 변동사항을 바로바로 기록해 동대문 도매 상가들을 ‘지도화’했다.

이 덕분에 뜻하지 않은 수확도 생겼다. 도매상과 소매상이 사업자명 때문에 종종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정보 업데이트가 빠르게 되면서 이러한 문제가 사라진 것이다. 도매상이 사업자명을 바꾸면 관련 계좌도 바뀌는데 소매상이 이를 모르고 이전 계좌로 대금을 지불하는 일이 더러 일어났다. 일부 도매상이 대금을 받고도 이전 사업장이 폐쇄됐다는 이유로 간이영수증을 끊어주지 않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서경미 대표는 “시장의 변동 상황이 실시간으로 링크샵스에서 체크되면서 이런 문제가 사라졌다. 거래의 불확실성을 없앤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과 목표

링크샵스는 도매상과 소매상의 거래 비용을 더 줄이기 위해 빅데이터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인공지능팀을 만들고 관련 전문가들을 채용했다. 빅데이터 분석과 딥러닝 등을 통해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소매상에게는 구매 데이터와 플랫폼에서 검색했던 내역들을 분석해 구매할 만한 상품을 추천해주고, 도매상에게는 제품 사진과 가격, 원단 등 기본 정보만 올리면 AI가 카테고리를 알아서 분류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실제로 링크샵스는 ‘데이터 기반’과 ‘이미지 분석’ 두 가지 연구를 진행 중이다.

6월13일 현재 링크샵스 앱에서 ‘여성’ 항목에 들어가면 약 65만 개의 상품이 나온다. 하루에 업로드되는 제품만 5만 개에 달한다. 소매상은 플랫폼에서 잘 팔릴 상품을 최대한 빠르게 고르길 원할 텐데 이같이 많은 상품에서 원하는 제품을 고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링크샵스 인공지능팀은 소매상들의 구매 데이터와 링크샵스 내에서 검색했던 행동들을 기반으로 추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A 소매상의 구매, 행동 패턴과 A 소매상과 비슷한 제품을 취급하는 소매상들의 소비 내역을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A 소매상이 구매할 만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인공지능팀은 수개월간 관련 연구를 진행한 끝에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보통 개인화 추천에서는 민감도, 재현율 등의 항목을 보고 얼마나 추천이 제대로 되는지를 확인한다. 재현율은 소매상이 실제 구매한 상품 중 추천 서비스가 추천한 상품의 비율을 뜻한다. 민감도는 실제 구매한 상품과 구매하지 않은 상품을 잘 구분하는지 평가하는 척도로, 재현율은 실제 구매만 측정하지만 민감도는 구매 및 비구매를 모두 측정해 이를 더 정확한 척도로 사용한다. 넷플릭스의 민감도는 0.95(1점 만점, 1점에 가까울수록 완성도가 높음)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링크샵스도 0.80으로 선행 연구에서 꽤 높은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 인공지능팀은 이 수치를 더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물론 연구를 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 의류는 유행이 빨리 바뀌는 편이다. 소매상마다 얼마나 빨리 이를 따라잡는지도 제각각이다. 인공지능팀은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위해 다양한 기간의 데이터를 입력해 연구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4주 거래 데이터를 학습해 향후 1주일을 예측시켜보기도 하고 3개월을 학습해 다음 3개월을 예측해보기도 했다. 다양한 시도 끝에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이미지 분석도 준비 중이다. AI가 소매상이 구매한 상품의 사진 이미지를 분석해 이와 유사한 스타일의 상품들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링크샵스는 도매상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동대문 도매상은 물건을 제작할 때 ‘노하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 어떤 스타일의 제품을 디자인할지, 물건을 몇 개나 만들면 재고가 남지 않을지 등을 전부 사업자의 판단에 의존해 실행해왔다. 전부 오프라인으로 거래해왔기 때문이다. 링크샵스는 앱과 웹사이트를 통해 도매상들의 데이터를 모두 저장하고 있다. 현재 사업 현황을 알려주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매상이 만든 제품의 예상 판매량 등을 제공해 고객의 재고를 최소화하는 것이 링크샵스의 목표다.

전정호 링크샵스 전략커뮤니케이션 팀장은 “단순히 현황 파악만 시켜드리는 것이 아니라 소매상의 구매 패턴, 트렌드 변화까지 공유하는 역할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올해 3월 링크샵스는 창업 지원 사업도 시작했다. 막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한 사업자(새싹사장님)를 대상으로는 업계 용어부터 사입까지 실제로 사업하는 데 필요한 부분을 교육해주고 있다. 콘텐츠는 잘 만드는데 사입이나 제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는 마케팅과 고객 응대 등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해준다.

“새로 의류 사업을 계획한 사람이 능력이 있어도 고생만 하다가 포기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 동대문 도매시장이 보수적이라 쉽게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대문 도매시장이 잘 유지되고 활성화되려면 새로운 분들이 많이 시도하고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경미 대표의 말이다.

현재 대부분의 대형 도매상이 링크샵스에 가입돼 있다. 링크샵스는 나머지 도매상들도 플랫폼 내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링크샵스의 월 거래액 중 약 10%가 중국, 홍콩 등 중화권에서 나오고 있는데, 올해 중국을 필두로 해외 마케팅을 시작할 예정이다. 동대문패션관광특구협의회에 따르면 동대문 의류 시장의 경제 규모는 15조 원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거래액만 500억 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현금이 오가는 해외 거래까지 포함하면 4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금도 중국 등 해외에서 링크샵스 앱을 통해 주문을 하면 3일 내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오영지 부대표는 “동대문 도매시장의 강점은 해외 바이어들도 잘 알고 있다. 직접 한국을 찾아오는 것과 사입, 결제의 어려움 때문에 적극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 링크샵스의 장점을 알고 가입한 중국 바이어들이 이미 꽤 있다”고 말했다.

링크샵스가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동대문 도매시장이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패션 클러스터’로 통한다. 동대문에는 30여 개의 패션 상가들이 모여 있다. 이 중 22개가 순수 도매 상가다. 이 도매 상가를 중심으로 신당동, 창신동 등 반경 5㎞ 내에 수많은 봉제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당일 들어온 주문을 새벽에 만들어 다음날 출고할 수 있는 이유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만큼 애초에 거래비용이 낮은 편이다.

게다가 동대문 도매시장은 그 어떤 곳보다 ‘신상’이 많이 나오는 곳이다. 동대문 도매상은 매주 5∼10개의 신상품을 디자인해 물건을 만든다. 도매상 하나당 연평균 300여 개의 신상품이 나오는 셈이다.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를 수직 계열화해 하는 SPA 브랜드에서도 신상품이 이같이 많이 나오진 않는다. 디자이너 한 명이 많이 디자인해봐야 1년에 100개가 안 된다.”(서경미 대표) 품질이 뛰어난 것도 강점이다.

서경미 대표는 “동대문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 패션 클러스터에 가면 도매상에 한국인들이 많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눈썰미가 좋아서 괜찮은 디자인을 벤치마킹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손기술이 좋아서 품질도 좋은 편이다.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자라 같은 제조유통일괄(SPA)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동대문 도매상의 위기가 대두되기도 했지만 링크샵스는 동대문 도매상이 이를 극복할 만큼의 강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동대문 도매시장과 해외 소매상들의 연결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해외 도매상들로 발을 넓힐 계획이다. 글로벌 도매 클러스터들을 플랫폼화해 전 세계 소매상들과 연결해주겠다는 전략이다. “과거 중국에서 싼 가격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메이드 인 차이나’ 때문에, 혹은 제대로 물건이 안 올까 봐 거래를 안 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를 해결한 게 알리바바다. 링크샵스도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전 세계의 좋은 옷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서경미 대표)


시사점 및 향후 과제

링크샵스는 플랫폼 비즈니스 중에서도 좀 독특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아마존이나 우버와 같은 보통의 플랫폼에서는 구매자와 판매자 혹은 승객와 운전자를 연결해주고 이들끼리 거래를 하도록 하는, 소위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링크샵스도 동대문의 도매상과 전국의 소매상을 연결해준다는 B2B 플랫폼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링크샵스의 직원인 ‘사입팀’이 전통적인 ‘사입삼촌’의 역할을 대신해 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양면시장 플랫폼에서는 결제와 같은 서비스는 플랫폼이 제공하지만 그 외에 배송과 같은 거래에 관련된 활동은 거래 당사자가 처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비해 링크샵스에서는 사입팀이 제품의 수거, 배송, 주문 상태 정보 입력 같은 활동도 같이해 주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 이런 차이는 링크샵스가 동대문이라는, 독특한 작동방식을 가지는 오프라인 시장과 밀접하게 결합해서 돌아가는 플랫폼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링크샵스 사례에서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몇 가지 시사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 기존 시장을 대체하는가, 아니면 보완하는가?
아마존이나 국내의 G마켓, 인터파크 등의 B2C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은 등장할 당시에 기존의 시장과 경쟁, 혹은 대체하는 성격이 컸다. 기존의 점포가 이들 온라인 사이트에서 거래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존의 시장이나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소매점과 경쟁하고, 더 나아가서 대체하는 성격의 것이었다. 이에 비해 링크샵스는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에서 활동하는 기존의 도매상과 소매상의 거래를 더 원활히 도와주는 B2B 성격의 플랫폼이다.

이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기존의 시장과 경쟁하는 B2C 플랫폼은 기존 시장의 작동방식을 따를 필요가 없다. 오히려 기존 시장과는 차별화되는 파괴적 혁신을 도입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경쟁에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링크샵스와 같은 B2B의 경우에는 기존의 시장에 얼마나 잘 녹아 들어가는가가 성공의 관건이 된다. 기존의 시장과 잘 결합하기 위해서는 기존 시장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행, 비즈니스 주체 간의 관계 등에 대한 깊은 지식이 필요하다. B2C 플랫폼도 기존 시장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기존 시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B2B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B2B도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경쟁에 중요하지만 그런 혁신도 기존 시장의 작동 원리 안에서 이뤄질 때 더 잘 받아들여지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서경미 대표가 동대문에서 수년간 다양한 비즈니스를 실제로 하면서 비즈니스의 작동 원리와 도매상, 소매상의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고, 사입팀 직원들이 실제로 동대문에서 사입삼촌으로 오랫동안 일했다는 것이 링크샵스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2. 오프라인의 참여자를 모집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최근 수많은 O2O(online-to-offline 혹은 offline-to-online) 플랫폼 비즈니스가 시도됐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부족 내지는 과소평가, 그리고 그에 따른 초기 최소 규모(critical mass) 달성 실패다. 어떤 플랫폼이든 일단 제대로 굴러가기 위한 최소 규모가 돼야 생존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플랫폼이라도 사용자 수가 최소 규모가 안 되면 만들어내는 가치가 크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가 떠나고, 사용자가 떠나면서 플랫폼의 가치는 더 줄어드는 악순환에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의 카카오택시는 물론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한 페이스북이나 우버 등도 대부분 출범 초기에 최소 규모를 달성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DBR No. 191, 2015, 고승연, 임일, ‘오프라인을 제대로 이해한 온라인 강자 ‘국민 택시 앱’으로 O2O의 새 장 열다’ 참고.) 이 과정에서 많은 경우 과소평가되는 것이 참여자를 모집하는 데 따르는 노력과 어려움이다. 플랫폼 초기에는 아무리 좋은 플랫폼이라도 사용자가 스스로 찾아오지 않는다. 특히 B2B 플랫폼의 경우에는 사용자를 설득해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다. 링크샵스의 서경미 대표와 직원들이 초기에 도매상에게 가입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최소 규모를 달성하고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굴러가도록 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링크샵스와 같은 양면시장 플랫폼은 참여자를 모집할 때 양쪽(도매상, 소매상) 중 어느 쪽을 먼저 공략해야 하는지를 전략적으로 잘 판단해야 한다. 당연히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힘이 강한 쪽을 먼저 공략해야 한다. 링크샵스가 초기에 도매상을 설득하기 어려웠던 점은 도매상은 링크샵스 플랫폼을 먼저 도입할 유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매상이 참여하고 링크샵스를 통해서 소매상의 주문이 들어온 다음에야 도매상들은 참여할 유인이 생긴 것이다. 이와 같이 양면시장 플랫폼의 경우는 초기 참여자를 어떻게 모집할지에 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3.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
링크샵스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유의해야 할 것은 추가적인 가치 창출과 경쟁에 대한 대비라고 생각된다. 이 두 가지는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현재 링크샵스가 계획하고 있는 부가적인 서비스, 예를 들어, 도매상이 제품을 올리면 AI를 활용해서 자동으로 분류를 해준다든가 아니면 소매상이 관심 있을 만한 신상품을 맞춤형으로 제시하는 것 등이 새로운 가치창출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서비스와 가치는 고객을 잡아두고 경쟁자의 진입을 막는 중요한 경쟁무기가 될 것이다.

여기서 플랫폼의 작동원리 중 하나인 ‘네트워크 효과’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링크샵스와 같은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가 상당히 강하다. 즉, 도매상, 소매상과 같은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다른 참여자와의 거래를 통해서 얻는 가치가 커지기 때문에 링크샵스와 같은 선발기업이 유리하다. 즉, 고객들은 같은 조건이라면 당연히 참여자가 많은 선발기업을 선택하기 때문에 선발기업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 그렇지만 링크샵스와 같은 유료 서비스의 경우에는 후발기업이 낮은 수수료를 무기로 시장에 들어올 수가 있다. 이렇게 되면 그냥 있으면서 고객을 뺏기거나 아니면 같이 수수료를 낮춰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대체로 무료 플랫폼보다 링크샵스와 같은 유료 플랫폼이 이러한 취약점이 있는데 필자는 이를 ‘수익성의 저주’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 이유는 유료 플랫폼은 수익이 금방 발생하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경쟁자가 낮은 가격을 무기로 그 수익을 치고 들어올 수 있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무기는 링크샵스의 강점을 살려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링크샵스는 선발기업으로서 잠재적인 후발 경쟁자보다 참여자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고, 이들로부터 수집한 정보가 있다. 그래서 이 정보를 사용해야만 만들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면 좋은 경쟁무기가 될 것이다. 맞춤형 서비스는 똑같은 알고리즘을 사용해도 데이터가 많은 쪽이 더 정확한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가 많은 선발기업이 유리하다. 아마존의 추천 시스템은 이미 잘 알려진 사례이고, 우버도 승객의 탑승 데이터를 분석해서 운전자에게 현재의 상황에서 승객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여기에는 당연히 AI와 추천 알고리즘이 사용된다. 그런 점에서 링크샵스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는 링크샵스의 미래 경쟁에서 매우 중요한 서비스이며 어쩌면 더 많은 자원과 노력을 투입해서 전략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필자소개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il.im@yonsei.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정보기술의 사용과 영향,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 김성모 |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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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일 임일 |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il.lim@you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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