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모펀드는 비공개로 소수의 투자자에게 대규모 자금을 모아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한 뒤 일정기간 내에 기업 가치를 향상시켜 새로운 투자자에게 되팔아 고수익을 창출하는 펀드를 말한다.
한국 기업이 사모펀드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간단한다. 일반 기업의 경영진이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기업 가치 향상과 관련해 사모펀드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사모펀드가 투자 기간에 기업가치 상승보다 재무 개선을 통한 단기 수익 극대화에만 몰두해 ‘사모펀드=먹튀 자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우량 사모펀드들은 투자 대상 기업의 재무개선뿐 아니라 운영 측면의 효율성을 개선해 기업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를 실천해 오고 있다.
1980년대 ‘사모펀드 컨설팅’ 시장을 개척한 베인&컴퍼니의 조사에 따르면 1969∼2006년 설정된 미국 사모펀드 가운데 상위 25%는 평균 내재수익률(IRR)이 36%에 이른다. 이는 S&P 500 기업 중 상위 25%의 평균 내재수익률인 28%에 비해 8%포인트 높은 수치다.
사모펀드의 다섯 가지 전략적 실사
1980년대 일부 사모펀드가 고수익을 올린 이후 신규 자금이 사모펀드 시장에 대거 쏟아졌고, 사모펀드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경쟁이 치열지면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 자산을 낮은 가격에 매수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자금 조달 환경 또한 과거처럼 쉽지 않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시장 여건은 경기 변동에 더 민감해지고 있다. 이러한 기업 환경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재무 개선 이외에 투자 대상 기업의 운영상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운영상 가치 향상은 달리 말해 투자한 기업의 현금 흐름(cash flow)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최고의 사모펀드들이 지속적으로 매력적인 수익률을 내기 위해 추구하는 방법이다. 우수 사모펀드들은 인수 첫해 경험상 신뢰할 수 있고 반복 가능한 프로세스를 통해 적극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과제를 추진했다. 이 결과 투자기업의 자본 비용 대비 현금흐름투자수익률(cash on cash return)이 업계 평균의 2.5배를 웃돌았다. 이러한 고성과 창출의 출발점은 바로 해당 기업의 ‘최대 잠재치를 산정하는(define the full potential)’ 것이다.
그렇다면 사모펀드는 투자기업의 최대 잠재치를 어떻게 정의할까. 사모펀드가 투자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기업이 어디서 어떻게 돈을 버는지, 왜 그 기업에 투자하고자 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모펀드는 다음의 다섯 가지 부문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실사를 수행한다.
①시장 수요 분석: 시장 수요의 주요 동인은 무엇인가? 이 동인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이 변화가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②고객 분석: 이 기업의 고객 특성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③경쟁사 분석: 이 기업 경쟁사들의 주요 동향은 어떠하며,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가? 이러한 변화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④환경 분석: 향후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 변화, 규제 변화 등은 무엇인가?
⑤기업 운영 분석: 이 기업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실제로 어디서 어떻게 돈을 버는가?
실사 결과 예상되는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사모펀드는 3∼5년에 걸친 투자 기업의 목표 가치를 설정한다. 이 목표 가치는 필요한 경우 새로운 경영 철학을 적용하거나 필요한 변화 달성에 성공한다는 가정 아래 설정된다.
치열한 경쟁 시대에 사모펀드가 경쟁자보다 더 많은 인수대금을 지불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해당 기업의 사업 운영 현황이 통념상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을 때만 경쟁자보다 높은 인수대금을 지불한다.
우수 사모펀드들은 인수대상으로 삼은 기업 또는 그 기업이 속한 산업과 관련해 모든 것을 안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장 수요의 주요 동인들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분석한다. 또 고객 및 공급업체의 주요 의사결정권자와 인터뷰를 수행한다.
이러한 분석 작업을 통해 사모펀드는 투자 대상 기업의 최대 잠재치가 무엇인지, 3∼5년 뒤에 어떤 가치를 지닐 것인지를 결정한다. 또한 최대 잠재치에 도달하기 위해 주력해야 할 핵심 과제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우수 사모펀드들은 핵심 과제 3∼5개에만 집중하는 것은 물론 동시에 투자 대상 기업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명확히 파악한다. 이는 해당 기업이 중요치 않은 사안에 시간·돈·역량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다.
대부분 사모펀드의 관심사는 최대 잠재치에 도달하는 기간이다. 많은 사모펀드가 투자기업이 최대 잠재치에 도달하는 기간을 3∼5년으로 추정한다. 이는 해당 기업에 평균적으로 투자하는 기간과 일치한다. 지속적인 사업 영위를 목적으로 할 때 기대하는 기업의 수익률과 인수 후 재매각을 목적으로 할 때 기대하는 기업의 수익률은 다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명한 사모펀드들은 지속적인 사업 영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률도 염두에 둔다. 언젠가 해당 기업을 다른 매수자에게 매각하기 위해 투자한 기업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3∼5년은 출발점이지 도착점이 아니다. 기업을 소유하는 사모펀드가 네다섯 차례 바뀌어도 바뀌는 사모펀드마다 모두 양호한 수익률을 올리는 기업이 있다. 이런 기업들은 이전의 소유주이던 사모펀드가 시작한 핵심 과제를 차기 사모펀드가 이어받아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