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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세계를 향해 진화한다

앤드루 그랜트 | 16호 (2008년 9월 Issue 1)

수년간에 걸쳐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에 노출되면서 이제 중국은 비즈니스의 지평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과거 대부분의 중국 기업은 국영기업, 외국 기업과의 합작기업, 100% 외국인 소유 기업 등 세 가지 카테고리 가운데 하나에 속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면서 이를 설명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해졌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일부 거대 국영기업은 정부 규제를 발판으로 여전히 일부 산업 분야를 독식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국영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 노출되면서 동일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중국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반면에 다른 두 카테고리의 기업, 즉 외국 기업과의 합작 기업 및 100% 외국인 소유 기업은 비교적 최근에 생겨났다. 점차 글로벌화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은 유기적 성장을 하거나 인수 등을 통해 해외 사업 확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레이더망을 피해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는 중국의 ‘성장기 기업(restless adolescents)’들은 조용히 그러나 조직적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역량을 축적해 가고 있다. 또한 혁신기업과 기업가들은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을 추진하면서 중국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따라서 다국적 기업들은 이들 ‘성장기 기업’과 혁신기업들의 존재를 파악하고 앞으로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이들 카테고리를 구분하는 경계선 역시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하나 이상의 카테고리에 속해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가장 역동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상당수가 여전히 국영기업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경영진은 자신들의 기업이 소유권이라는 측면에서 어디에 속하든지 상관없이(100% 민간 소유에서부터 100% 국가 소유까지 다양한 소유권 형태가 존재함) 중국 고객들과 경쟁사, 공급업체,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잘 파악해야 한다.(‘중국 CEO들의 비즈니스 수행 방식’ 참조) 
 
[DBR TIP] 중국 CEO들의 비즈니스 수행 방식

오늘날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을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은 전망과 경력이 서구 기업의 CEO들과 사뭇 다르다. 이러한 차이점을 알아두면 다국적 기업의 경영진이 다소 이해하기 힘든 중국 CEO들의 행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다국적 기업이 중국 기업과 경쟁을 하는 데 있어서도 일종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서구 경영진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이들은 중국 국영기업의 CEO다. 중국 국영기업 CEO들은 대부분 민간과 공공 부문을 오가며 다양한 커리어를 쌓는다. 예를 들어 국영기업에서 1개 성(省)을 담당하는 임원으로 출발한 이는 성의 공산당 당직을 거쳐 국영기업의 CEO 자리에 오른다. 이후 공산당 직책으로 복귀해 주요 도시의 시장이나 성의 통치자가 된다. 이 사람의 최종 커리어는 중앙정부나 공산당의 고위직으로 중국 국무원이나 정치국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전형적인 국영기업 CEO의 커리어는 기업과 정치권을 오가며 형성된다. 따라서 국영기업 CEO들은 정치, 특히 공산당 내의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한다. 이들은 회사의 장기적인 전략적 의사결정을 중국 인민회의 연례 총회에서 결정되는 계획이나 외국 정상들의 중국 방문, 새로운 정부기구 발족 등과 같은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와 연계시킨다. 이러한 기업과 국가 간의 상징적인 관계로 인해 이들 CEO는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일반적인 기업의 목표를 넘어 사회·경제적 목표까지도 추구하고 있다.
 
차이나모바일의 농촌 시장 확대 전략은 국영기업이 어떻게 국가 발전 목표를 지원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지 잘 보여 주는 사례다. 2004년 이후 차이나모바일은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수백만 명에게 무선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이는 정부의 농촌 지역 인프라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중국 정부는 무선 통신 네트워크로 농촌 지역을 연결하는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함으로써 중국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목표는 국영기업 CEO들이 매출 창출과 더불어 가장 우선시하는 기업 목표이기도 하다. 사실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의 CEO들은 수익 개선과 같은 단기적인 재무 목표보다 매출 증대,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 우위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이처럼 공장을 가동하고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성장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은 결국 중국 기업의 입장에서 다양한 사업 분야와 시장을 섭력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외국계 기업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제대로 그 니즈가 충족되지 못하는 분야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항생제와 같이 제약 시장의 최대 30%를 차지하는 규모가 큰 제품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대신 암치료제나 혈압약 등 규모는 작지만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치료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CEO들은 선진국 기업의 CEO에 비해 철저한 시장 분석이나 시장 조사, 고객 선호도 분석에 덜 의존하는 편이다. 대신 많은 중국 CEO들이 직관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고, 새로운 산업 동향이나 변화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비용절감에 특히 중점을 둔다.
 
이러한 경향은 다국적 기업에 있어서 기회다. 예를 들어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딜러 전략은 고객을 유인하기에 유리한 지역에 저비용 설비를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다. 고객에게 고품격 쇼룸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는 거의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GM은 고객 서비스 기준을 적용할 때 딜러가 쇼룸에 들어선 고객을 맞을 때 몇 초가 걸려야 하고, 전화벨이 몇 번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아야 하는지 등 세부적인 수준까지 엄격하게 정하고, 모든 딜러 숍이 이 기준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 다국적 기업의 고민을 다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중국 제약회사들은 여전히 중국 내에서 70%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GM은 다른 외국계 자동차 회사뿐 아니라 중국 자동차 회사들과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이 그나마도 이러한 접근방식을 취하지 않는다면 성공은 더욱 기대하기가 힘들어진다. 따라서 다국적 기업이 어떻게 경쟁할지를 정한다면 중국 기업과 경영진을 잘 이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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