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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R&D 투자로 최상의 목표 이루려면

마르셀 코르스천스(Marcel Corstjens),그레고리 S. 카펜터(Gregory S. Carpenter),투시미트 M. 하산(Tushmit M. Hasan) | 268호 (2019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질문
기업의 R&D 투자가 목표에 따라 잘 이행되고 있는가?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1. 소비재 산업에서는 R&D 지출 규모가 가장 큰 기업들이 최상의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2. 더 적은 비용을 들이더라도 경쟁 시장과 고객 요구에 맞게 투자하는 기민한 기업들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3. 덩치가 크고 통제가 힘든 기업들은 연구개발(R&D) 중 ‘연구(R)’ 부문을 아웃소싱하거나 더 민첩한 혁신 업체를 인수해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9년 겨울 호에 실린 ‘The Promise of Targeted Innovation’을 번역한 것입니다.




연구개발(R&D) 투자의 제왕은 누구일까? 물론 하이테크와 헬스케어 업계를 들 수 있다. 두 산업이 각각 전 세계 R&D 지출액의 4분의 1 가까이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1 소비재 산업은 어떨까? 소비재 기업들이 쓰는 R&D 비용은 전체의 3% 미만이므로 이 산업은 하위권에 속한다. 2 그러나 이 회사들이 실제로 쓰는 돈은 하찮게 볼 수준이 아니다. 대형 소비재 기업의 경우 한 회사가 연간 10억 달러 이상을 R&D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가장 몸집이 큰 소비재 기업 중 하나인 프록터앤드갬블(P&G)은 지난 10년간 한 해 평균 약 20억 달러를 R&D에 썼다. 3

이런 거대 기업들은 막대한 R&D 지출을 통해 어떤 성과를 얻었을까? 매출 측면에서는 사실상 얻은 것이 없었다. 필자들은 산업별 분석을 통해 소비재 산업에서 R&D에 돈을 가장 많이 쓴 기업들이 수익에 있어서는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새로운 경쟁자들이 기존 브랜드를 계속 위협하는 상황에서 5년이나 성장이 정체됐다는 것은 분명 위험 신호다.

하지만 기업 단위로 보면 상황이 좀 애매하다. R&D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P&G나 유니레버 같은 기업들은 업계 평균에 비해 별다른 매출 상승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R&D 지출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일부 회사들은 R&D 투자액과 비례해 매출 상승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 예로 독일계 기업인 헨켈(Henkel)과 바이어스도르프(Beiersdorf)는 모두 매출이 증가했다. 프랑스 기업인 로레알(L’Oreal)과 영국의 레킷벤키저(Reckitt Benckiser)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들은 본 연구에서 화학 산업에 뿌리를 둔 헨켈과 로레알을 중형 지출 기업(medium spenders)으로, 나머지 기업들을 소형 지출 기업(modest spenders)으로 각각 명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경제학자 E.F. 슈마허(Schumacher)가 자신의 저서에서 주장했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사실일 수 있다. 4 물론 작고 반복적인 개선 작업을 통해 건강한 수익을 거둔다는 점진적 혁신의 개념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애플은 아이폰 신모델이 나올 때마다 점진적인 제품 개선을 통해 매출을 높여 온 것으로 유명하다. 브랜드가 있는 처방약들도 때론 이전 버전이나 복제약들보다 약간 더 개선된 데 불과하다. 하지만 경영자들은 여전히 기업의 규모가 R&D 생산성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수년간 쌓여 온 연구 결과들도 이런 통념을 뒷받침한다. 즉, 더 많은 자금을 쓸 수 있는 대기업이 결과적으로 더 많은 혁신, 더 나은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5 필자들의 분석 결과는 이런 주장이 적어도 소비재 업계에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투자 패턴
이 수수께끼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R&D 투자 규모가 완전히 다른 생활용품 회사 두 곳을 살펴보자. 바로 P&G와 레킷벤키저다. P&G는 R&D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지만 주요 지표에서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1998년부터 2017년까지 20년 동안 P&G는 R&D에 380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고, 같은 기간 레킷벤키저는 20억 달러를 썼다. 그런데 연간 수입의 3%를 R&D에 쓴 P&G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3.4%에 그친 반면 연간 수입의 1.5%를 쓴 레킷벤키저는 연평균 성장률이 9%에 달했다. 레킷벤키저가 P&G보다 3배 가까이 빨리 성장한 것이다. (그림 1) 더군다나 P&G에는 거의 20년 전 출시됐던 스위퍼(Swiffer)라는 청소용품 브랜드 이후로는 블록버스터라 부를 만한 브랜드도 없었다. 6 (그림 2) 물론 유명 브랜드를 만들지 않고도 R&D에 성공할 수 있다. 비용을 절감하고 유통기한을 늘리거나 제품의 편의성을 높이면서 여러 특허를 내는 대형 소비재 기업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P&G가 쏟아붓는 R&D 비용과 타이드(Tide) 세탁세제, 크레스트(Crest) 치약, 돈(Dawn) 주방세제 같은 유명 브랜드들을 개발했던 과거의 이력을 생각하면 이런 회사에서 블록버스터 혁신의 시동이 꺼졌다는 사실이 의아할 뿐이다.



혁신에 있어서 레킷벤키저와 P&G의 엇갈린 운명은 회사 주가에서도 엿볼 수 있다. 1998년부터 2017년까지 P&G의 주가는 겨우 2.5배 증가한 반면 레킷벤키저의 주가는 7배 이상 증가했다. 7 회사의 가치 평가에는 R&D 비용이나 혁신 활동 외에도 다른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 필자들이 다양한 변수를 가지고 매출 함수를 모델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내용’ 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회사가 혁신 활동을 통해 얼마나 성장할 수 있고, 얼마만큼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바탕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확신을 얻는다.


DBR mini box: 연구내용
본 글은 두 가지 정보 출처를 토대로 작성했다. 첫 번째는 유럽경제공동체(European Economic Community)에서 최근 발간한 자료다. 이 데이터는 여러 업종과 국가에 있는 2500개 기업의 R&D 효율성을 측정하기 위해 수집됐다. 또한 컴퓨스탯(Compustat)이 제공하는 1989년부터 2016년까지의 마케팅 데이터로 이 자료를 보충했다. 조사 기업들의 매출 수치는 콥-더글러스 생산함수(Cobb-Douglas production function)로 모델링했으며 이 함수에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노동과 자본 투입량을 종속 변수로 사용했다. 다만, 필자들은 R&D와 마케팅 투자액을 추가 변수로 넣어서 각 요인이 매출에 작용하는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산업별 분석에서 소비재 기업들을 보면 마케팅 투자는 평균적으로 매출과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갖고, R&D 지출 규모는 매출과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반대로 필자들이 벤치마크로 삼은 제약 산업에서는 마케팅과 R&D 지출 모두 매출과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러나 기업별 분석으로 들어가면 소비재 산업에서 R&D가 매출에 별 영향을 못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전부 들어맞지는 않았다. 일부 기업들이 더 적은 예산을 갖고도 목표에 따른 선별적 R&D 투자를 통해 상당한 매출 신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반면, 자금을 가장 많이 투자한 기업들은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서로 다른 혁신 철학
필자들은 두 기업의 상이한 실적을 어떻게 설명할까? P&G와 레킷벤키저가 구현하려는 혁신 철학이 다르다는 것을 한 가지 요인으로 든다.

필자들은 P&G나 유니레버 같은 대형 소비재 기업들이 선호하는 접근법을 아이작 뉴턴의 제3 법칙인 ‘작용-반작용 법칙’에 비유한다. 모든 작용에 대해 동일한 힘의 반작용이 일어난다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형 투자에는 대형 성과가 따를 것으로 기대하면서 블록버스터급 투자 위주로 밀고 나간다. 그러나 R&D에 아낌없이 자금을 투입하고도 P&G는 더 이상 스위퍼 같은 히트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필자들은 이와 정반대의 태도를 R&D 투자에 대한 로렌츠식 접근법이라 부른다. 카오스 이론의 아버지인 MIT의 수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의 연구 결과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로렌츠는 기상 패턴을 조사하면서 작은 행동이 거대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도 있다. 기상 시스템 안에서 파닥거리는 곤충 한 마리의 영향력이 증폭될 수 있듯이 기업, 고객, 경쟁사, 공급사, 인플루언서들이 얽혀 있는 복잡한 시장 시스템 안에서는 혁신의 영향력이 증폭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 이런 세상에서는 빅 아이디어가 죽을 수도 있고, 레킷벤키저의 경우처럼 스몰 아이디어가 흥할 수도 있다.

레킷벤키저에는 막대한 R&D 예산도 없었고, 스타급 연구원도 없었다. 그래서 적은 금액이나마 베스트셀러 브랜드를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 예산을 집행했다. 회사는 베스트셀러 브랜드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그리고 소비자들은 개선된 제품에 얼마나 비용을 더 지불할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심층 소비자 조사를 실시했다. 점진적인 혁신을 추진한 셈이다.

이 회사가 식기세척기용 세제 브랜드인 피니쉬(Finish)를 점진적으로 개선한 사례를 보자. 레킷벤키저는 이 제품을 출시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헹굼 성분을 추가했다. 또 몇 년 후에는 물줄기를 부드럽게 하고 물 자국이나 점이 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품에 소금 성분을 넣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세척 도중 도자기 그릇들이 깨지지 않게 보호하는 성분도 포함했다. 전부 작은 변화들이지만 소비자 조사 결과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평가하는 기능들이었다.

레킷벤키저의 접근법은 대형 소비재 기업들이 오랫동안 선보였던 일반적인 ‘버저닝(versioning)’ 방식과는 다르다. 버저닝이란 다음 분기의 매출 목표를 달성하고 소매점의 진열대 공간을 사수하기 위해 기본 브랜드에 새로운 모델이나 사이즈를 추가하거나 약간의 변형을 가미하는 것을 말한다. 제품 버저닝 덕분에 소비자들은 다양한 맛의 감자칩 같은 스낵과 무수히 많은 종류의 탄산수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에는 문제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잡성이 증가한다. 특히 생산과 물류 관리가 복잡해지고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반면 레킷벤키저는 개선 제품이 나올 때마다 라인 전체를 감안해 진열대 공간을 더 이상 확보하지 못하는 버전은 출시를 중단한다.

레킷벤키저의 R&D 프로젝트들은 몸집이 큰 경쟁사들의 프로젝트들보다 리스크가 적고 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 그렇지만 프로젝트마다 회사가 세운 성과 목표는 원대하다. 회사는 매년 매출의 일정 비율이 신제품이나 기존 제품의 개선 모델에서 나오기를 기대한다. 또 영업 및 마케팅 임원들은 회사가 매출 목표를 달성하거나 초과 달성하면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 성과급은 직원들이 R&D 기반의 제품 개선을 지지하고 관련 제품 출시를 위해 노력할 동기를 부여한다. 8


대형 지출 기업들은 어떻게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까?
그래서 씀씀이가 큰 뉴턴식 기업들이 R&D 투자에서 더 나은 성과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들은 이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발견했다. 로렌츠식으로 선회하거나, 유망한 신규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사’들이거나, 마케팅과 R&D 간의 적극적인 협력을 촉진하는 것이다.

작은 베팅을 늘리고 큰 베팅을 줄이기. 뉴턴식 기업들이 R&D에 계속 큰돈을 쓸 계획이라면, 혹은 그래야만 한다면 투자를 지금보다는 잘해야 한다. 9 잠재적 이익을 종잡을 수 없는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큰 베팅을 줄여야만 한다. 대신에 (1) 소비자의 요구 (2) 작은 혁신이 가져올 수 있는 큰 가치 (3) 혁신이 도입될 시장의 유통업체 및 경쟁사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작은 베팅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회사든 파괴적 혁신으로 시장에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마당에 우리가 먼저 파괴적 혁신을 도모하면 안 되나요?” 그러나 소비재 기업들의 경우 이런 시도가 꼭 바람직하지는 않다. 어떤 회사가 마케팅이나 다른 방식으로 성공해 왔다면 뛰어난 혁신을 이루는 R&D 역량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쩌다 한 번씩 획기적인 제품을 내서 시장이나 회사의 운명을 극적으로 바꿀 수는 있겠지만 시장의 판세를 뒤흔드는 혁신이 갑자기 등장하는 일은 드물다. 그런 혁신은 대개 크고 중요한 문제뿐만 아니라 여러 작은 문제를 오랜 시간 해결해 온 결과로 일어난다. 가령, 애플의 아이폰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무선 전화 기술에 대한 연구가 수십 년간 이어진 결과였고, 온라인 유통의 제왕인 아마존이 새롭게 선보인 체인 무인 소매점인 아마존 고(Amazon Go)도 스마트폰과 컴퓨터 비전, 머신 러닝 기술 발전의 결과였다. 과학사에 길이 남을 획기적 이론들도 사실 인과관계가 약해 보이는 발견들을 발판으로 완성됐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비유클리드기하학(non-Euclidean geometry, 유클리드기하학 중 ‘직선 밖의 한 점을 지나면서 그 직선과 평행인 직선은 오직 한 개’라는 평행선 공리를 반박하는 이론-역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예로 든 혁신들도 겉보기엔 유레카 순간처럼 갑자기 튀어나온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연구원과 엔지니어 부대가 수십 년간 비공식적으로 수행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시장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이런 작은 성과들을 발견하고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영국의 사이클 팀이 또 다른 좋은 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에 둔 영국 팀은 강력한 우승 후보가 아니었다. 그러나 메달은 원했다. 팀에서 ‘작은 성과들의 선봉장’을 맡고 있던 맷 파커(Matt Parker) 감독은 경쟁에서 우위를 얻으려면 사소한 일들에 신경 써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 10 그는 선수들에게 손을 꼼꼼하게 씻고 여행할 때도 가장 편한 개인 베개를 갖고 다니라고 권했다. 영국 팀은 경기 전 타이어에 알코올을 뿌려 표면 점성을 높였고 선수들마다 자전거 안장 아래에 작은 기록 측정기를 달았다. 또 경기가 있을 때면 감염을 막기 위해 팀 전용 버스로 이동했고 선수들에게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생선 기름과 몽모랑시 체리(Montmorency cherry)를 먹였다.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2012년 올림픽에서 영국의 트랙 사이클 선수들은 전원이 준결승전보다 결승전에서 더 나은 기록을 달성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스타급 선수들이 거의 없던 영국 팀이 런던올림픽의 트랙 사이클과 로드 사이클 부문에서 총 14개의 메달을 땄다는 점이다.

이는 야구에서 시작해 이제는 유명해진 ‘머니볼(Moneyball)’ 전략과 비슷한 면이 있다. 머니볼은 야구 경기의 승리가 해당 경기에서 팀이 날린 홈런 수보다 1루 이상 진출한 주자 수와 더 연관성이 높다는 개념이다. 11 머니볼 개념의 창시자이자 오클랜드 애슬레틱스(Oakland Athletics)의 전 단장, 현재는 구단에서 야구 운영 부문 부사장인 빌리 빈(Billy Beane)은 이런 통찰력을 바탕으로 안타를 잘 치든, 볼을 잘 치든 출루율이 높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당시로써는 급진적인 발상이었다. 당연히 이런 선수들의 몸값은 홈런율이 높은 강타자들보다 훨씬 저렴했다. 빈 단장은 이 방법으로 작은 투자를 큰 수익으로 바꿔 놓았다. 애슬레틱스보다 선수 영입에 2, 3배씩 많이 투자한 팀들보다 더 많은 경기에서 승리한 것이다. 결국 다른 팀들도 머니볼 전략을 따라 했다. 오늘날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에서 선수 평가와 경기력 분석에 고급 통계 분석을 활용하는 일은 흔하다.

1999년부터 2011년까지 레킷벤키저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던 바트 베흐트(Bart Becht)는 기업 세계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혁신을 위해서는 가끔 홈런을 날리고 안타는 많이 쳐야 합니다. 야구에서도 홈런만 쳐서는 이기기 힘드니까요.” 12



새로운 아이디어 얻기. 뉴턴식 기업들이 알아야 할 것이 또 있다. 이런 대기업들이 상품 개발과 판매는 잘할지 몰라도 회사 규모와 조직 구조의 특성상 깊이 있는 연구나 발명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는 파괴적 혁신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이런 주장을 한다. 대기업들은 주력 산업을 선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상 유지에 위협이 될 만한 일은 대개 피한다는 것이다. 잃을 게 가장 많기 때문이다. 13

따라서 뉴턴식 기업들은 외부에서 도움을 구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R&D 중 ‘연구(R)’ 기능을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규모는 작아도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 문화가 강한 기업들이 더 나은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 이는 제약산업에서 오랫동안 활용된 모델이다. 14 대기업들이 더 탄탄한 R&D 이력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요즘 거대 제약사들은 신약 발굴의 초기 단계를 중소기업이나 대학 연구소에 일임하는 추세다. 그리고 혁신 결과가 상당히 유망해 보이면 아웃소싱 업체를 아예 인수하거나 이후 활동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다.

네슬레와 스위스의 초콜릿 제조사 바리칼리보(Barry Callebaut)가 최근 맺은 계약을 보면 소비재 기업이 혁신 아이디어를 사들이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랫동안 초콜릿 업계는 다크, 밀크, 화이트 초콜릿이 장악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바리칼리보는 소위 ‘제4의 초콜릿’이라는 루비 색상의 초콜릿 제품을 선보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 회사는 카카오 콩의 붉은 빛깔을 유지하면서 파우더를 만드는 공정을 고안해 냈다. 그리고 루비 초콜릿이 수백 년 역사의 초콜릿 상품군에 일어난 큰 변화이자 네슬레가 80년 전 화이트 초콜릿을 개발한 이래 천연 색상으로 상품화한 첫 신상이라고 홍보했다. 네슬레는 회사의 초콜릿 제품 라인에 활기를 더하고자 바리 칼리보와 계약을 맺고 6개월간 루비 초콜릿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그리고 제4의 초콜릿을 바 타입 키캣(KitKat) 제품의 신규 모델로 선보였다. 이 제품은 밸런타인데이를 기점으로 일본에서 출시돼 큰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15

루비 초콜릿이 진정한 혁신인지, 한낱 마케팅의 승리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양쪽 논리는 다 그럴듯하지만 어쨌든 이 제품이 브랜드가 없는 작은 회사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바리칼리보는 R&D에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주류 제과업체가 아니라 일개 PL(private-label, 유통업체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상품-역주) 상품 제조사였다.

아이디어를 살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혁신 결과물이 아니라 혁신 업체를 사들이는 것이다. 유니레버가 회원제 면도기 판매 업체인 달러세이브클럽(Dollar Shave Club)을 인수한 사례나 펩시코가 가정용 탄산수 기기를 발명한 소다스트림(SodaStream)을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경우 모두 규모가 큰 기업들이 자신들이 잘하는 활동인 마케팅과 상품개발에 주력하면서 회사에 필요한 혁신 업체는 외부에서 확보한 사례다.

마케팅과 R&D의 협력 강화. 마지막으로 뉴턴식 기업들은 혁신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마케팅과 R&D 직원들의 협력을 촉진하는 것이다. 마케팅과 R&D가 협력하면 어느 한 부서가 주도할 때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많다. 16

대개 R&D가 주도권을 쥐고 마케팅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하이테크 업계를 살펴보자. 연구원들과 개발자가 오랫동안 회사를 이끌어 온 인텔이 친숙한 예다. 17 인텔은 자사의 프로세서가 시장을 선도해 온 덕분에 제품을 프리미엄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었다. 인텔 프로세서는 속도와 가격 면에서 최상의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경쟁사인 AMD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동일한 성능의 제품을 개발해 냈다. 인텔은 AMD를 고소했지만 소송에서 패했다. 기존 방식을 고수할 경우 가격 전쟁과 제품 대중화로 인해 프로세서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인텔의 고위경영진은 유명한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브랜딩 캠페인을 개시했다. 새로운 캠페인은 인텔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크게 높이면서 컴퓨터 구매자들의 머릿속에 인텔 프로세스를 확실히 각인했다. 인텔의 R&D 직원들이 그들의 힘과 자원을 마케팅에 기꺼이 넘기지 않았다면 회사는 오늘날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소비재 기업에서는 마케팅이 R&D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향이 있다. 마케팅을 통해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재 산업에 속한 거대 기업들 입장에서 마케팅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도 없고, 간과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R&D 직원들도 자기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회사 안팎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규 아이디어를 탐색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회사가 인수할 만한 매력적인 후보들을 발견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의 ‘R’ 활동이 벌어지고 있는 연구소나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더 잘 파악하고 관계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이뿐 아니라 R&D 직원들은 자기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R&D 부서에도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을 주도하고 최고의사결정자들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직원이 필요하다. 그래야 상품을 계속 개발하고 출시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을 가진 관리자가 R&D팀에 없다면 지금이라도 인력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외부에서라도 그런 인재를 찾아라.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게 최선일까? 혁신에 대한 기존의 접근법을 답습하는 많은 대형 소비재 기업이 매출과 성장 정체로 고전하고 있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집중적인 베팅을 하고,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사들이고, R&D와 마케팅 부서의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큰돈을 투자하든, 적은 돈을 투자하든 똑같이 더 나은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 이런 전술은 레킷벤키저처럼 비교적 규모가 작은 소비재 회사들 사이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네슬레나 애플 같은 다른 대기업들도 똑같이 그 혜택을 입고 있다. R&D를 통해 더 큰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예산을 어디에 쓸지도 고민해야 하지만 그 예산을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필자소개 마르셀 코르스천스 · 그레고리 S. 카펜터 · 투시미트 M. 하산
마르셀 코르스천스(Marcel Corstjens)는 유니레버가 후원하는 프랑스 퐁텐블로 인시아드경영대학원의 마케팅 명예교수다. 그레고리 S. 카펜터(Gregory S. Carpenter)는 제임스 팔리(James Farley)와 부즈 앨런(Booz Allen)이 후원하는 시카고 노스이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의 마케팅전략 교수다. 투시미트 M. 하산(Tushmit M. Hasan)은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주립대의 박사 과정 학생이다. 이 기사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0207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감사의 글
필자들은 본 연구에 유익한 조언을 해 준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의 블라켈리 맥셰인(Blakeley McShane) 교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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