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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전략

인재에게 자율권, 다양한 영역 융합
세계 팬 사로잡은 ‘방탄의 경영 한 수’

김남국 | 263호 (2018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글로벌 대중음악 시장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이례적 성공은 현지화를 포함한 치밀한 해외 시장 진출 전략 없이, 인지도나 미디어 활용 측면에서 충분한 자원을 갖지 못한 중소 기획사가 이뤄낸 성과란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도덕성 등 인성을 갖춘 인재를 등용했으며 이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며 역량을 키워냈다. 방탄 멤버들은 진심을 담은 가사와 음악으로 팬들을 감동시켰으며 다양한 영역을 융합하고 방대하면서도 정교한 세계관을 구축해 팬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켰다. 또 강력한 고객 지향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수많은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면서 고객과의 유대 관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는 필자의 저서 『BTS Insight 잘함과 진심(비밀신서, 2018)』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지난 9월 말 미국 뉴욕 시티필드야구장 앞에 한 소녀가 텐트를 들고 홀연히 나타났다. 10월6일 예정된 방탄소년단의 시티필드 공연을 앞두고 선착순으로 입장해야 하는 그라운드석에서 더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 아예 텐트를 치고 숙박을 시작한 것이다. 이 소식이 트위터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다른 팬들이 합류했고 시티필드 주차장은 거대한 텐트촌으로 변했다. 미국 방송사들은 이런 진풍경을 앞다퉈 보도했다.

시티필드 같은 대형 스타디움에서 공연이 가능한 가수는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10여 명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꽤 유명한 팝스타도 티켓 판매에 자신이 없어 다른 가수와 함께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티켓은 보통 두세 달 정도 판매한다. 하지만 방탄은 달랐다.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시야 제한석까지 총 4만7000여 장의 티켓이 불과 20분 만에 매진됐다. 공연 예매 트래픽이 한꺼번에 몰려 팬들이 여러 차례 접속해야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티켓을 오픈하자마자 매진된 것과 다름없다. 뉴욕 메트로는 원활한 공연 진행을 위해 추가 열차를 편성했고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뉴욕행 비행기에 방탄 음악을 들려주며 기장이 공연 축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영웅에 목말라하는 미국의 미디어들이 앞다퉈 방탄 소식을 전한데다 지미 팰런 쇼 등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지상파 예능에 방탄이 출연하면서 미국에서는 “옆집에 사는 83세 제리 할아버지도 방탄을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세 아티스트가 됐다.



K팝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남미를 포함한 서구 시장에서 거대한 팬덤과 영향력을 발휘한 K팝 스타는 방탄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비틀스의 미국 팝시장 공략을 뜻하는 ‘British Invasion’에 빗대 방탄의 활약상을 ‘Korea Invasion’으로 부르기도 한다. 2018년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방탄은 두 차례 1위를 차지했는데 이런 대기록을 달성한 가수는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프랭크 시나트라 등 소수에 그친다.

이런 예외적인 성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치밀한 전략적 의도나 기획부터 떠올리는 경영 전문가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방탄은 이와 관련이 없다. 그리고 방탄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자원도 부족했다.

방탄의 성공이 더욱 빛나는 이유
막강한 자원과 역량을 가진 거대 기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자주 쓴맛을 본다. 바로 ‘외국인 비용(liabilities of foreignness)’ 때문이다. 제도와 문화,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치밀한 기획과 전략을 토대로 현지에서 치열하게 학습해도 수익을 내는 데 10년은 걸린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방탄은 치밀한 글로벌 전략이 없었다. 한자 표현이 가능한 ‘방탄소년단(防彈少年團)’으로 정했는데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라면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는 분석이다. 서구 시장은 아예 공략 대상에 포함하지도 않았다. 방탄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는 방탄 데뷔 초기 “브라질은 비행기 값도 나오지 않는다” “엑소(EXO)로 중국에서 성공한 걸 보니 역시 SM이란 생각이 든다”는 말을 했을 정도다. 동아시아 시장에서만 성공해도 대박이라는 게 방 대표의 생각이었다.

문화상품은 현지화(localization) 압력이 강한 대표적인 상품이다. 감성에 어필해야 하는 문화상품의 특성상 현지인들의 정서와 언어를 반영한 상품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상식이다. 과거 JYP가 원더걸스를 앞세워 미국에 진출했을 때 영어로 가사를 써서 미국 가수의 투어 공연 오프닝 무대를 맡는 방식으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 물론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더걸스는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 방탄은 여전히 한국어로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부르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K팝 기업들의 관행에 따라 일본 시장을 겨냥해 일본어 앨범을 냈는데 이게 사실상 유일한 현지화 전략 사례다. 서구 시장을 겨냥한 현지화 노력은 거의 없었다.

방탄은 신생 기획사 소속으로 선배 가수의 후광에 기댈 수도 없었다. 보통 인지도가 부족한 신생 아티스트를 지원하기 위해 소속사 선배 가수가 다양한 지원을 해주지만 중소 기획사의 첫 프로젝트였던 방탄은 이런 지원에 기댈 수 없었다. 단기간에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 지상파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사와 협상력을 발휘하기 힘든 중소형 기획사에 소속돼 있었기 때문에 방탄은 주로 케이블TV 예능 프로그램이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대중들과 만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속도는 더디고 인지도 상승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데뷔 초기 방탄소년단은 ‘힙합하는 아이돌’이란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대중음악 장르 가운데 힙합과 아이돌은 가장 조화하기 힘든 영역으로 꼽힌다. 그래서 두 요소를 조합한다는 발상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보낸 대중들이 많았다.

즉, 방탄은 서구시장을 겨냥한 치밀한 기획 없이, 로컬화 전략 없이, 선배 가수의 지원 없이, 지상파 예능 출연 없이, 아이돌과 힙합이라는 융합하기 힘든 요소로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런 여건을 극복하고 방탄은 서구 팝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강력한 팬덤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성공의 출발점은 인재 경영이다.



인성에 기반한 자율성
일반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는 인재의 구성 요소는 세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신체적 요소다. 힘, 근력, 외모 등이 여기에 속한다. 물리적 힘을 필요로 하는 조직이나 연예계, 일부 서비스업 등에서 신체적 요소는 여전히 가치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번째 요소는 기량이다. 마케팅 역량, 세일즈 역량, 연구개발 역량 등 특정 분야의 전문적 역량을 뜻한다. 현재 대부분 기업은 인재를 채용할 때 두 번째 기량 요소를 중시하고 있다. 세 번째 요소는 인성과 관련됐다. 도덕성, 끈기, 열정, 배려심, 협동심, 성설성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대부분의 연예기획사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요소를 중시한다. 탁월한 신체적 요소에 춤과 노래, 랩 같은 기량을 갖추고 있다면 영입 1순위가 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세 번째 요소를 중시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탁월한 신체와 기량은 당장의 가치 창출에 기여한다. 하지만 인성은 직접적으로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요소는 아니다. 게다가 인성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인성을 무엇보다 중시했다. 아무리 훌륭한 신체 조건에 출중한 음악 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인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바로 탈락시켰다. 또 심리상담 전문가를 초빙해 체계적으로 인성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방시혁 대표는 대중음악계에서 오랜 기간 작곡가로 활동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인성에 문제가 있어도 스타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래 가지 못했다는 경험을 토대로 인성 중심의 인재 육성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도덕성과 열정, 배려심 등을 갖춘 인재 선발은 곧 자율 경영과 연결됐다. 많은 연예기획사는 연습생들을 철저히 통제한다. 스케줄 관리는 물론이고 많은 양의 과제를 내주고 점검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또 불시에 소지품 검사를 할 정도로 엄격하게 연습생의 생활을 통제한다. 하지만 빅히트는 구체적으로 학습 내용을 통제하지 않았다. 연습생 스스로 일정을 정해 연습하도록 유도했다. 연습생들이 자율적으로 과제를 수행해오면 회사는 그 결과물을 토대로 지원과 육성을 하는 데 치중했다. 방시혁 대표는 “초등학교 4학년 정도만 돼도 스스로 사리 분별이 가능하다”며 자율 경영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인성을 갖춘 인재를 발탁하고 자율성을 부여하며 성장을 지원해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방탄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저마다 다른 강점을 갖고 있었다. 일부는 랩, 일부는 가창력, 일부는 춤에 특화된 재능을 갖고 있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랩은 잘하는데 춤에 관심이나 소질이 없는 멤버가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방탄은 방송가에서도 가장 난도가 높은 칼군무를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칼군무를 보고 ‘입덕(어떤 분야의 마니아가 됨)’한 팬들도 적지 않다. 춤과 관련한 재능이나 역량 측면에서 부족한 멤버들이 분명 존재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독보적인 칼군무를 완성한 것이다. 멤버들은 한때 하루에 무려 16시간을 춤 연습에 할애하기도 했다. 해외 일정이 있어도 반드시 일정 시간은 춤 연습을 했다. 최고의 완성도를 요구하는 회사의 일관된 방침과 지원, 동료들의 배려에 힘입어 방탄은 고난도 퍼포먼스를 소화하고 있다. 또 어떤 멤버는 작사나 작곡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끈기와 열정, 동료의 지원을 받으면서 음악적 역량을 키워냈고 결국 스스로 작사 작곡한 노래를 완창하는 단계에 이르기도 했다. 재능이 아닌 인성을 가진 인재를 채용했고 이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한 덕분이었다. 함께 성취를 이뤄가면서 팀워크는 더욱 단단해졌다.

진심의 출력
철학자 이지영 교수의 저서 『BTS 예술혁명(파레시아, 2018)』에 따르면 아이돌 그룹 빅뱅과 걸그룹 트와이스의 노래 가사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베이비’다. 하지만 방탄소년단 노래의 최다 반복어는 ‘나’였다. 또 빅뱅의 경우 사랑, 재미, 행복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트와이스는 스위트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방탄의 노래에는 노력, 인생, 노(No), 롱(wrong) 등 청춘의 화두나 사회적 부조리 비판에 활용되는 부정어 등이 다수 등장한다.

대중음악이 주는 대표적인 가치는 환상이다. 많은 아이돌은 환상에 집중한다. 하지만 방탄은 유독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 이야기를 소재로 자주 다뤘다. 많은 아이돌은 흥행 전문 작곡가가 만든 곡을 연습해서 무대에 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방탄은 달랐다. 방시혁 대표는 줄곧 방탄 멤버들에게 진짜 마음과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라고 요구했다. 단지 일정이나 연습 방법에서의 자율성만 보장해준 게 아니라 음악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물론 이게 처음부터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초기 방탄 멤버들은 진짜 감정이나 생각보다는 남들에게 멋있어 보일 수 있는 가식적인 가사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방시혁 대표는 이를 모두 ‘빠꾸’시켰다. 이런 과정이 이어지면서 방탄 멤버들은 그들의 진짜 마음을 노래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는 동시대의 젊은 청춘들에게 지역과 문화의 경계를 뛰어넘어 공감대를 울렸다.

예를 들어 ‘뱁새’라는 노래에서 방탄은 3포세대, 5포세대로 불리는 요즘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아무리 노력해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불공정한 게임의 룰이 세팅돼 있기 때문에 아예 룰 자체를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쩔어’라는 노래에는 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청춘들을 매도하는 기성 언론 등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N.o’에서는 청춘들을 지나친 경쟁의 악순환으로 몰아넣은 기성세대를 비판하며 남의 꿈에 갇혀 살아서는 안 된다고 호소한다.

때로는 깊은 절망과 어두웠던 과거 경험을 담은 노래도 등장한다. 방탄 멤버 슈가는 ‘The Last’라는 곡을 통해 과거 우울증과 강박, 대인기피증 등으로 정신과를 갔었고 심지어 극단적인 시도까지 해봤음을 암시하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연예인은 대중에게 꿈과 선망의 대상이다. 현실에서 충족하지 못한 꿈을 대신 실현시켜주며 만족감을 주는 존재가 바로 연예인이다. 대중들은 TV 화면이나 무대 퍼포먼스를 통해 드러나는 환상적인 모습을 소비한다. 당연히 부정적인 모습은 최대한 감추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방탄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자주 노출한다. 어둡고 암울했던, 그래서 감추고 싶은 이유가 차고 넘치는 과거 고통까지도 노출한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과 감정, 좌절과 고통까지도 노출한 방탄의 가사는 국적과 문화를 초월해 전 세계 청춘들의 마음을 울리는 원천이 됐다. 유튜브가 대세 미디어로 부상하면서 원저작자의 영상이나 콘텐츠를 보고 반응하는 모습을 담은 소위 리액션 영상이 새로운 영향력을 행사하는 파생 콘텐츠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의 리액션 영상 가운데 유독 오열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방탄의 2018년 앨범 가운데 ‘Magic Shop’이란 노래를 들은 한 외국 네티즌은 리액션 영상에서 눈물을 터뜨렸다. 이 노래에 ‘내가 나인 게 싫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이란 가사가 나온다. 눈물을 흘린 네티즌은 이 가사와 똑같은 생각을 실제로 해본 경험이 있었으며 같은 경험을 토대로 방탄이 만든 음악이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에 눈물샘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외국인 성인 남성은 ‘하이라이트 릴’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에서 극중 제이홉이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 데려간 엄마가 아이에게 “눈 가리고 있어, 열 셀 동안 절대 눈뜨면 안 돼 알겠지?”라고 말하고 초코바 하나를 옆에 놓은 채 아이를 버리고 가는 장면을 봤다. 이 남성은 더 이상 영상을 보지 못하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며 자리를 떴다. 실제 이 남성은 어린 시절, 별거 중이던 아빠가 유치원 졸업파티를 해줘서 너무나 행복했는데 파티가 끝나고 아빠가 이제는 다시 만나지 못한다고 말하며 떠났다고 한다. 상실과 외로움, 이별 등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던 점이 공감의 가치를 극대화하며 국적과 문화를 초월해 전 세계 수많은 청춘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문화적 차이를 넘어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원천 가운데 하나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방탄의 음악 그 자체였다.



융합의 미학
2018년 5월 트위터를 자주 사용하는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은 깜짝 놀랐다. 갑자기 싱귤래리티(singularity·특이점)란 단어가 수백만 건 이상 리트윗되면서 전 세계 실시간 트윗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 기술 스스로가 기술을 발전시키는 싱귤래리티가 곧 도래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관련 트윗이 폭발하면서 과학자들은 놀라운 기술적 돌파구가 등장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방탄의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인트로 곡을 발표했는데, 그 노래의 제목이 싱귤래리티였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 노래를 공개한 후 전 세계에서 트윗이 쏟아지면서 관련 개념에 관심이 많았던 과학계가 뜻하지 않게 들썩인 사건이다.

방탄 음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고정된 영역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영역을 끊임없이 융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에 힙합의 요소를 아이돌 방식에 융합한 데 이어 라틴, 트로피컬 EDM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혼합했다. 이뿐만 아니다. 문학, 예술, 철학, 영화, 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등 지속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방탄은 팬들에게 인문학 서적을 읽히는 아이돌로도 유명하다. 방탄의 2016년 앨범이 소설 『데미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자 데미안 서적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했고, 2018년 발매된 앨범의 수록곡 ‘Magic Shop’은 소설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미술가게』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책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2018년 앨범 수록곡 ‘134340’은 명왕성에서 영감을 얻었다. 명왕성은 한때 지구와 같은 태양계 내 행성으로 분류됐지만 행성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결국 행성 지위를 박탈당했고 대신 134340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명왕성은 계속 돌고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지위가 박탈된 것에서 영감을 얻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돌연 이름과 지위를 빼앗긴 상황으로 연결하는 참신한 가사를 만들어냈다. 방시혁 대표는 한때 화학 관련 서적을 추천해달라는 트윗을 날리는 등 경계를 초월한 융합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의 본질은 이질적인 요소의 결합이다. 이질적 요소가 결합하면 익숙함과 참신함이 공존하게 된다. 문학, 과학 등의 요소가 대중음악으로 유입돼 적절히 결합하면 기존 대중음악이 가질 수 없는 참신함을 갖추게 된다. 조나 버거 와튼스쿨 교수는 이를 ‘최적 독특성’이란 개념으로 표현한다. 너무 익숙하거나 너무 참신하면 고객 만족도가 떨어진다. 고객들은 적당히 익숙하면서 동시에 참신한 요소를 갖췄을 때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넷플릭스가 시가총액으로 디즈니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콘텐츠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추천 엔진을 꼽을 수 있다. 넷플릭스 추천 엔진의 핵심은 고객의 취향을 파악해 최적의 영화를 추천해주는 데 있다. 그런데 넷플릭스 엔진은 고객의 취향을 단순히 추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매번 비슷한 유형의 액션 영화만 추천해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질림 현상이 나타나 고객 만족도가 떨어진다. 넷플릭스 추천 엔진의 핵심 경쟁력은 고객의 취향에 부합하면서도 다소 도전적이며 참신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영화를 추천해주는 역량이다. 방탄은 끝없는 융합을 통해 새로운 요소를 지속적으로 주입하며 고객 만족도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토리로 생명력을 불어넣다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연구팀은 스토리 형태로 구성된 것과 그렇지 않은 여행 브로슈어를 실험 참가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선호도를 측정했다. 여행 정보는 완전히 똑같은 내용이었다. 다만, 구성 방식만 달랐다. 스토리 방식으로 구성한 브로슈어는 ‘인도의 수도 델리에 도착해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타지마할을 관람하고 다음 날에는…’ 형태로 구성됐다. 반면, 같은 정보를 파워포인트에서 자주 등장하는 리스트 형태로 스토리 없이 구성한 브로슈어를 제작해 일부 실험 참가자들에게 보여줬다. 연구 결과, 스토리 형태로 구성된 브로슈어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

더욱 흥미로운 점도 발견됐다. 두 브로슈어는 모두 인도 여행에서 잠자리가 불편할 수 있다는 내용 등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도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불리한 내용이 주는 부정적 영향이 스토리 형태로 구성된 브로슈어를 읽은 참가자들에게는 훨씬 덜했다. 즉, 스토리 형태로 정보를 받아본 사람들은 불리한 정보를 보더라도 그 상품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별로 갖지 않게 된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스토리 형태로 정보를 받아들일 때에는 스토리의 전체 맥락이 소비자들에게 훨씬 중요해진다. 여행에 대한 벅찬 감동과 즐거움이 주가 되는 가운데 이를 잠재적으로 해칠 수 있는 요소는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됐다. 반면, 스토리 구조 없이 리스트 방식으로 구성된 브로슈어를 본 소비자들은 부정적 요소에 대해 긍정적 요소와 같은 수준으로 동등한 관심을 갖게 됐고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큰 영향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사한 연구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예를 들어, 특정 화장품 브랜드에 대해 스토리를 노출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선호도나 구매 의향이 훨씬 높게 나타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진 후속 연구 결과도 일관된 결과를 보여줬다.



같은 내용을 담고 있어도 스토리 형태로 정보가 구성되면 훨씬 영향력이 커진다. 기억하기도 쉽고, 기억이 더 오래 저장된다. 또 스토리는 기쁨, 재미, 감동 등 정서적 반응을 유발하는 효과도 월등하다. 그래서 많은 기업은 스토리텔링을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방탄은 스토리텔링의 차원을 한 단계 뛰어넘은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중가요 아티스트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독특한 방식에 도전한 것이다. 바로 방탄 세계관(BU·BTS Universe)이라고 하는 거대한 스토리 라인을 구축한 것이다. 대부분 아티스트는 노래나 앨범별로 단순한 몇 가지 스토리를 담아내는 데 그친다. 하지만 방탄은 여러 앨범에 적용되는 거대한 세계관을 담은 스토리 구조인 BU를 정립하고 이 속에서 여러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7명의 방탄 멤버가 주인공이며 뮤직비디오나 음반을 통해 이들이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며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BU에는 ‘시간과 공간을 이동하는 게 가능한 세계’라는 식의 룰이 설정돼 있다. 여러 룰을 토대로 구성된 세계관하에서 개별적인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으며 새로운 BU 스토리가 공개될 때마다 스토리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거나 흥미로운 설정을 추가하게 된다.

이런 접근을 영화나 게임 업계에서 활용한 사례가 있다. 스토리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세계관하에서 개별 서사를 이어가다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스토리를 발전시키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블리자드의 게임들이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1, 스타크래프트2,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같은 스테디셀러 게임들을 보유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개별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애를 쓰지만 전체 게임을 관통하는 소설과도 같이 단단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이에 기초해 개별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워크래프트의 주연으로 등장한 캐릭터가 스타크래프트의 주연급 조연으로 등장하는 식의 사례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또 블리자드의 신작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의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게 했고 하오스(시공의 폭풍)라는 게임은 오버워치의 콘텐츠를 가져다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전체 세계관하에서 개별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가 서로 연결되도록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마블의 영화도 마블유니버스라는 하나의 세계관하에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아이언맨, 토르, 캡틴아메리카 등 개별 주인공은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가기도 하지만 마블 세계관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 시리즈에 걸쳐 플롯, 설정, 캐스팅, 캐릭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신작이 나와도 전작의 스토리 설정과 연결되며 때로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처럼 한꺼번에 모여 스토리를 전개하기도 한다.



개별 스토리 하나로 승부하는 것에 비해 세계관을 토대로 개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접근 방식은 확실한 장점이 있다. 우선 스토리에 대한 고객들의 몰입도가 훨씬 높아진다. 개별 이야기가 전체 세계관의 일부이기 때문에 개별 이야기를 이해하고 난 고객들은 전체 스토리 속에서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은 열망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더 강한 몰입감을 갖게 된다. 또 고객들 스스로 이야기의 해석과 관련한 더 큰 자율권을 얻게 된다. 개별 이야기 구조 속에서 이뤄지는 스토리에 대한 해석에 비해 전체 세계관과의 연계 속에서 이뤄지는 해석은 확장 가능성과 자율성이 비교할 수 없이 크다. 이 과정에서 세계관을 해석하고 나름의 관점을 덧붙인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양산되고, 이런 콘텐츠들은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강화하면서 새로운 고객의 유입을 촉진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낸다. 특히 개별 스토리와 세계관은 상호 작용을 하면서 발전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특정 스토리는 아무리 확산되더라도 정점을 지나면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계관 속에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면 고객들은 새로운 스토리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이어갈 수 있다.

이런 접근은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우선 신작 콘텐츠의 연착륙이 가능하다. 스토리 라인이 연계되는 연작 소설이 고객들의 관심을 계속 끌어모으듯 이전 콘텐츠와 연계된 신작 콘텐츠는 고객들에게 큰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다. 따라서 과거 콘텐츠 이용자의 상당수를 새로운 콘텐츠 이용자로 끌어올 수 있다. 신작 콘텐츠에 관심을 가진 신규 고객은 세계관으로 연계된 과거 콘텐츠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서로가 상호 보완적으로 고객의 충성도와 몰입도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관 속에서 정교한 스토리라인이 구축되면 다른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도 용이해진다. 실제 블리자드는 오버워치를 소설과 영화로도 제작해 게임을 통해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고객들과 접점을 형성했다.

방탄소년단의 BU는 인쇄 매체, 뮤직비디오, 음악, 포스터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방탄의 뮤직비디오 가운데 BU의 설정과 스토리라인을 따르는 뮤직비디오나 영상에는 ‘BU Certified’라는 설명이 붙어 있어 스토리라인을 따라갈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 뮤직비디오가 아닌 서사만을 위한 영상을 별도로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표 2]에 별표로 표시된 영상들은 뮤직비디오 영상이 아니라 별도 음원이 출시되지 않은, 세계관 서사의 진행만을 위해 제작했다.



거대 콘텐츠 인터랙션
미국 라이프(LIFE)誌는 서기 1000년부터 2000년까지 1000년 동안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발명품을 선정했다. 전기, 페니실린, 컴퓨터, 인터넷, 전화 등 쟁쟁한 경쟁자를 뚫고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힌 건 바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다. 사실 인쇄술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동아시아 국가들은 구텐베르크에 앞서 인쇄술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하지만 동아시아 인쇄술이 싼값에 책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어려웠던 반면 구텐베르크의 인쇄 기술은 포도주 공정 등에서 사용되던 압착 기술 등이 적용돼 싼값에 대량의 인쇄물을 제작할 수 있었다. 결국 소수 지배층이 독점했던 지식의 대중화가 실현됐다. 성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졌고 종교개혁 선언문이 인쇄술 덕분에 대중에게 유포됐다. 프랑스혁명, 미국혁명 등 역사의 대변혁도 지식과 정보를 대중에게 유포할 수 있었던 인쇄술 덕분에 현실화할 수 있었다. 결국 미디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구텐베르크 인쇄술 이후 책, TV, 신문, 라디오 등 수많은 새로운 매체가 등장했지만 본질적으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명확했다는 점이다. 지식이 대중화했지만 여전히 미디어 콘텐츠는 소수 전문 인력이 생산했다. 책을 내려 해도 출판사의 선택을 받은 사람만이 가능했다. 미디어 콘텐츠는 전문 저널리스트가 돼야 생산이 가능했다. 사회적 어젠다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편집 권력 역시 소수가 보유하고 있었다. 미디어 회사의 간부, 출판사의 간부 등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이 사회적 어젠다를 정하는 중심 역할을 담당했다. 필자는 이런 미디어를 경계형 미디어로 정의한다.



하지만 구텐베르크 인쇄술이 가져온 단절적 변화에 필적하는 새로운 혁명적 변화가 일고 있다. 바로 기존 경계형 미디어를 대체하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이다. 이 미디어는 누구라도 생산자가 될 수 있다. 특히 편집 권력은 고스란히 대중이 행사한다. 이런 무경계 미디어에서는 권력 구조가 완전히 재편된다. 미디어 생산자 혹은 편집자가 갖고 있는 권력은 해체되고 대중들이 실질적이 편집권과 유통권을 장악한다.

미디어를 통해 정보와 지식 혹은 콘텐츠를 전달해 영향력 혹은 사업적 성과를 창출하고자 하는 조직은 경계형 미디어와 무경계 미디어에서 완전히 다른 전략을 취해야 한다. 경계형 미디에서 기업은 내부 기준에 따라 엄격한 기준에 맞게 콘텐츠를 제작해 대중에게 배포한다. 하지만 무경계 미디어에서는 위계보다는 자율성,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보다는 수평적 소통이 훨씬 중요하다. 무경계 미디어에서 자율성을 가진 창작자들이 마음껏 콘텐츠를 만들어 내보내고 대중이 소비할 콘텐츠를 선택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위계 구조의 컨펌이나 의사결정 절차는 중요하지 않다. 미디어 기업 등 일부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위험하다. 대중과 함께 만들어가고 대중과 소통하며 콘텐츠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갑을관계에서 벗어나 대중과 대등한 입장에서 소통하는 수평적 마인드 역시 필수적이다.

방탄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방탄은 초기부터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지 못했기 때문에 SNS 등 무경계 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최소한의 규칙(욕설 금지, 개인 계정 만들지 않기, 노출 사진과 심각한 엽기사진 올리지 않기, 음주 트윗 하지 않기)만 정해놓았고 자율적으로 방탄 멤버들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고객과 소통하도록 용인했다.

이 과정에서 방탄은 엄청난 콘텐츠를 생산해 유튜브,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제공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유튜브에 ‘BTS’라는 검색어를 넣는 순간 게임이 끝난다는 말이 돌 정도다. 즉, 방탄은 유튜브에서 BTS를 검색하는 순간 방대한 콘텐츠를 만나게 되고 이런 ‘떡밥’의 유혹에 한 번 빠져들면 계속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방탄은 데뷔 초부터 ‘마르지 않는 떡밥’ 전략, 즉 앨범 제작 등을 위해 공식 활동을 할 수 없는 공백기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했다. 콘텐츠 유형도 방대하다. 먹방, 만담성 예능 콘텐츠, 음악방송, 무대 뒷이야기, 일상 등 모든 소재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심지어 여행 중에 단편 영화를 찍어 유튜브에 올린 멤버도 있다. 방탄 팬들은 오리지널 영상을 재가공하거나 편집한 콘텐츠, 리액션 영상, 안무 커버 영상을 배포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들며 거대한 콘텐츠 생태계를 함께 구축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18년 가장 많이 성장한 K-pop 채널 1위와 3위를 방탄소년단이 차지했다. 1위를 기록한 ibighit는 소속사 공식 채널로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가 제공되는 채널이다. bangtan TV는 방탄소년단이 찍은 자체 예능프로그램이나 공연장 뒷이야기, 멤버들이 찍은 로그, 에피소드 등을 올리는 채널이다. ibighit는 2018년 7월 1000만 구독자를 돌파했다. 유튜브 등을 통해 강력한 미디어 파워를 형성한 셈이다.

진심을 울린 노래와 가사, SNS를 활용한 수평적 소통을 통해 결국 방탄은 팬클럽 아미와 함께 가치를 창출하는 동반자가 됐다. 예를 들어, 미국 아미들은 2017년 ‘MIC Drop’이란 방탄 노래가 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이 노래를 빌보드 핫100차트 10위권에 진입시키겠다는 KPI(핵심성과지표)를 세웠다. 그리고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 방침을 만들어 아미에게 배포하고 실행에 옮겼다. 이 지침에는 ▲아이튠즈와 구글플레이, 아마존에서 음원 구입 ▲유튜브 뮤직비디오 스트리밍 재생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 구글플레이뮤직에서 스트리밍(150번 스트리밍은 1번 다운로드로 계산됨) ▲라디오에 신청곡 보내기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소셜아티스트상 수상을 위해 ▲트위터 BTS 계정 팔로 및 리트윗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 및 게시물에 의견 달기 ▲페이스북 방탄 공식 계정 좋아요 누르기 및 게시물 댓글 달기, 공유하기 등 실제 빌보드에서 상을 주기 위해 점수를 산정하는 기준을 분석해서 방탄소년단 점수를 높일 수 있는 아주 구체적인 방안을 실천했다.

인성을 갖춘 인재들에게 자율성을 주며 역량을 끌어올렸고, 이들의 진짜 마음을 담은 음악을 만들었으며, 다양한 영역을 융합해 참신함을 제공했고, 방탄 세계관을 통해 정교한 서사를 담아내며, 무경계 미디어를 활용해 고객과 수평적 소통을 이어가면서 방탄은 팝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전과 다른 새로운 경영을 모색해야 하는 기업들에 방탄의 성공 스토리는 큰 교훈과 시사점을 제공한다.

필자소개 김남국 편집장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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