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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우상(偶像)과 이성(理性)

경력 인재 잘 뽑으면 끝? 그다음이 문제다

상효이재 | 262호 (2018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기업은 점점 숙련된 경력직 채용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어렵게 경력직을 채용해도 이들을 회사에 적응시키고,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초기에 지원할지에 대한 관심과 고민은 여전히 부족하다. 뽑아줬으니 이제 네 능력을 증명해봐라는 ‘Sink or Swim’식 접근, 단순 정보 전달에 그치는 온보딩 프로세스는 성과 창출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은 신규 채용자가 맞닥뜨리게 될 조직의 문화 및 정치적 맥락을 신속히 파악해 직무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회사는 채용자를 단순히 ‘승선(온보딩)’시키는 것을 넘어 조직 내에서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하게끔 하는 ‘통합(인테그레이션)’을 목표로 신규 채용자를 관리해야 한다.

편집자주
필자들이 컨설팅 및 기업 생활을 하며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국내 기업의 실제 케이스를 바탕으로 조직운영상 흔히 범하기 쉬운 우상과도 같은 편견과 실수, 그로 인한 실패에 대해 되짚어 보고 탐색적으로 대안을 모색해봅니다.



Case story
지난 글, ‘경력직 채용의 눈을 가리는 세 가지 편견’
Case Story 요약
소프트웨어 기술 기반 강소기업 N사는 새로운 해외영업팀장으로 3명의 후보자 중 학벌과 스펙이 가장 좋은 대기업 출신 A 후보를 채용했다. 이른바 스타급 인재를 채용한 N사 경영진의 기대감은 매우 컸다. 하지만 1년 후, A 팀장은 성과는커녕 조직문화 및 맥락과 맞지 않는 성향으로 많은 갈등만 낳다가 퇴사했다. N사는 다시 새로운 해외영업팀장을 영입하려 하는데….

A 팀장이 회사를 떠난 직후 N사 경영진은 대책회의를 열었다. “괜히 스펙 좋은 사람을 뽑았더니 콧대만 높고… 우리가 이번에 많이 배웠습니다. 이력이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직무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도와 문제 해결의 의지와 열정이 높으면서도 우리 조직에 잘 섞일 수 있는 좋은 사람 한번 다시 뽑아봅시다.” CEO가 말했다.

인사팀장 K는 다시금 채용공고를 올리고 헤드헌터에게도 연락했다. 그러던 중 이전 A와 함께 최종 추천 명단에 올랐던 C 후보자와 다시 연락이 닿았다. 다행히 C는 여전히 N사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고 K 역시 이전에도 누구보다도 C의 경험이 현재 N사가 가진 맥락, 상황과 맞는다고 판단했기에 경영진에 이력과 지난번 인터뷰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 추천을 올렸다.

경영진은 C와 채용 절차를 진행하되 시간적·금전적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최신 채용 트렌드를 반영해 좀 더 엄격하게 회사와 후보자가 맞는지를 검증하기를 바랐다. K 팀장은 기본 면접 이외에 실제 업무 상황을 가정한 PT, 문제 해결 면접을 컨설팅사의 자문을 받아 진행했다.

C는 경력직 면접을 너무 거창하게 하는 것 아닌가 처음엔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그런 면접을 통해 오히려 그간 N사 경영진이 가지고 있었던 ‘스펙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고 자신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면접에 임했다. 모든 면접이 마무리된 후 경영진은 말했다. “그래, 우리 회사에는 저런 친구가 필요해.” 여러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후 C는 N사의 새로운 해외영업팀장이 됐다.

C는 조직에 합류하자마자 불철주야로 업무에 매진했다. 그래서인지 예상보다도 빠르게 업무를 파악하고 매니저 회의 시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타 팀의 요청사항에 대한 피드백도 빨라서 기존에 정체됐던 타 부서와의 업무들이 조금씩 해소되기 시작했다. 3개월의 수습기간이 빠르게 지나갔고 경영진은 이번엔 정말 믿을 만한 인재가 들어왔다고 흡족해했다. 인사팀장도 이번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후, C 팀장은 회사에 사표를 낸다. 그는 “이 조직에서 모든 것을 감내하고 끌어가기엔 제 역량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다만, 스티브 잡스가 온다고 해도 이 조직에서 잘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라는 말을 남기고 회사를 떠났다. 경영진은 이번에도 화를 내며 사표를 수리하라고 지시했다. 회사 내 직원들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네…” “괜한 힘 빼지 말라니까 팀장이 너무 이상적이었어” “회사가 변하나 했더니 안타깝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완벽하진 않았을지라도 N사는 이번만큼은 채용의 포커스를 ‘문화적 적합성(Cultural Fit)’에 두고 성숙한 태도와 실체적인 경험을 가진 사람을 선발했다. 실제 C는 다수로부터 ‘태도’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다. 이번엔 왜 실패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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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자의 조직 적응을 위한 회사 차원의 노력 부족
1. SINK or SWIM의 오류
“사자는 새끼를 벼랑에서 떨어뜨려 살아남은 새끼만 키운다.”

이 말이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모르지만 이 속설이 단순 인지 차원을 넘어 우리 일터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말이 사실일까? 사실이 아닐 확률이 높다. 야생동물 사진작가와 전문가들의 목격담에 따르면 어미 사자는 오히려 정반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진 아기 사자를 필사적으로 구출해 낸다. 모성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단 야생에서 사자의 생존율은 높지 않다. 굳이 일부러 절벽으로 새끼를 밀어 떨어뜨리지 않아도 야생은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혹독한 시험의 연속이다. 왜 이런 이야기가 널리 퍼졌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조직이 이 속설과 궤를 같이하는 인력 운영 방침을 가지고 있다. ‘Sink or Swim’ 접근 방식이다. Sink or Swim은 많은 기업에서, 그들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경력직 직원을 평가하는 강력하고 실체적인 룰로 작동한다.

마이클 D. 왓킨스(Michael D. Watkins)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교수는 새로운 리더가 부임하면 처음 3개월간의 조직의 가치가 오히려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1 왓킨스 교수는 최소 6개월은 지나야 신임 리더의 순수 조직 기여도가 0을 넘어서게 된다고 말한다. 그의 연구는 ‘경력직’(외부 수혈) 리더와 ‘승진’(내부 출신) 리더를 구분하지 않았기에 경력직만으로 놓고 보면 그 기간은 더 길어질 것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새로운 리더의 초기 조직 적응기간을 줄이는 것이 조직 가치 향상에 큰 보탬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ink or Swim이 기업 전략 차원에서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접근인지를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근거이기도 하다.



DBR mini box: 인터뷰

본 인터뷰는 실제 경력직 리더(전·현직) 및 경영진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내용 중 대체로 공통적이며 전형적인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전·현직) 경력직 리더 대상
처음 어떤 부분이 힘들었습니까?
영입할 때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제공 및 지원해줄 것처럼 해놓고 막상 회사에 들어오니 다짜고짜 처음 회사에 오면서 합의했던 R&R과 목표를 벗어나는 무리한 요구와 압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문제 제기하면 ‘내가 언제 그랬냐’ 혹은 ‘회사 처음 다녀본 거냐? 왜 사람이 유연성이 없냐?’라는 식이었습니다. 동료들과 팀원은 ‘어떻게 하나 보자’는 자세였기 때문에 제대로 협조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건 우리 조직 스타일이 아니에요’ ‘이렇게 하시면 안 되는데…’ 등 텃세가 심했습니다. 물론 제가 회사를 그만둔 결정적 요인은 아니지만 적응 과정에서 정신적 소모가 상당히 컸습니다. 한편으론 저 스스로도 이직하면 반드시 겪는 당연한 일들이라 치부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조직 적응을 위한 노력이 회사 차원에서는 없었나요?
온보딩 프로그램 말씀하시는 건가요? 있긴 있었지요. 하지만 자사의 전략, 비전 등을 형식적으로 소개하거나 행정 처리 같은 일차원적 정보 전달에 머물렀습니다. 솔직히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에 잠시 숨돌리는 시간 혹은 오리엔테이션 시간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입사한 후에 제일 먼저 한 일은 인사팀에서 행정적인 안내를 도와준 일과 팀장님이 사업부 각 팀장님들을 소개해 준 일이 전부였어요. 그런데 이전에 국내 모기업에서 일했을 때도 그게 다였던 것 같아요. 다 그런 것 아닌가요? 그냥 한 바퀴 쭉 돌고 인사하는 정도? 조금 나았던 기억은 제가 기획부서였음에도 1주 정도 현장을 체험하게 해준 회사가 그래도 처음에 회사 문화와 일하는 방식, 누가 입김이 센지, 본사나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굴 찾아가야 하는지 등을 이해하는 데 그나마 도움이 됐던 것 같네요.


경영진 대상 인터뷰 결과
온보딩 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큰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으론 역시 일을 직접 접하고 부딪히는 것이 가장 빠른 적응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프로그램 도입, 운영에 드는 비용 대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회사에서 모르면 안 되는 행정 사안, 스킬 등만 하루 이틀 안에 알려주고 빨리 실전 투입을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2. 승선(On-boarding)의 초점
물론 모든 기업이 Sink or Swim을 공식화하진 않는다. 어느 정도 규모와 체계가 갖춰진 기업들은 경력직 직원을 위한 ‘온보딩(on-boarding)’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에서 ‘On-boarding Program’만 검색해도 약 300만 개 이상의 정보가 검색될 정도로 직장 적응을 돕는 기업 프로그램은 활성화돼 있다.

다만, 문제의 원인은 이 프로그램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느냐에 있다. 대다수 기업은 온보딩 프로그램의 초점을 행정적, 형식적, 기술적 정보 전달에 맞추고 있다. 그리고 온보딩 프로그램을 도입한 회사라 할지라도 경영자의 인식이 프로그램의 중요성이나 가치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 때문에 많은 경력 입사자는 여전히 새로 합류한 기업의 인력 운영 정책에 대해 ‘Sink or Swim’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느낀다. 특히 당장 보여줘야 할 가시적 ‘성과’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리더’급 인력일수록 그 부담은 좀 더 커 보이기 마련이다. 공채 중심 문화가 자리한 우리나라 환경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이곤젠더(Egon Zehnder)와 제네시스 어드바이저(Genesis Advisors)의 조사 결과는 ‘승선(온보딩)’의 초점이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곤젠더의 설문(588명 대상)에 따르면 2 경력직 리더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역량이나 경영 기술 부족이 아니라 조직문화와 사내 정치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약 70%가 조직 규범과 관행에 대한 이해 부족을 지적했다. 약 65%는 조직문화에 대한 적응 부족을 말했다. 어떻게 하면 실패율을 줄일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건설적인 피드백, 사내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 조직과 팀 내 역학관계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응답자의 약 60%는 새 직장에 적응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고 답했고, 약 20%는 9개월이 넘게 걸렸다고 답했다.

한편 제네시스 어드바이저는 전 세계 인사팀 리더 198명을 대상으로 자신이 속한 회사의 온보딩 활동을 평가하게 했다. 3 대부분의 회사가 회사의 행정 업무, 비즈니스 오리엔테이션, 법적·절차적 업무와 같은 형식적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와 팀원 간의 상호 조율을 지원하는 활동에 대해선 약 절반만이 긍정적 평가를 했고 조직문화, 사내 정치적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3분의 1도 미치지 못했다. 이곤젠더의 조사로 되돌아가 보면 온보딩 프로그램에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 중 80% 이상이 이러한 회사의 지원이 조직의 초기 적응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일련의 데이터는 온보딩 프로그램이 신임 리더들의 빠른 조직 적응을 돕는 중요한 기제임을 보여준다. 특히 본디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초점’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무공간과 자원을 배정해주고, 행정 서류 처리 절차를 일러주고, 홈페이지 한 번 둘러보면 알 수 있을 법한, 건조한 회사 홍보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 신임 리더가 새로운 직무에서 맞닥뜨리게 될 문화, 정치적 난관 같은 실질적 장애물을 뛰어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앞선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제로 경력직 직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이 되는 핵심 인력과의 네트워크, 현장의 독특한 문화와 금기시해야 할 것 등 조직의 정치 및 심리적 요인에 대한 정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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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에서 통합으로 가는 길
왓킨스 교수 등 전문가 그룹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 4 에서 이 논점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차별화된 ‘용어’를 제시한다. 바로 ‘통합(intergration)’이다. 신임 리더가 단순히 본인이 속한 조직의 외연과 직무를 이해하는 수준이 ‘승선’이라면, ‘통합(intergration)’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신입 구성원을 조직 내에서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해내는 구성원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통합 프로그램의 핵심은 현 조직 맥락에 비춰 신임 및 경력직의 ‘소프트 스킬(Soft Skill)’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즉, 조직문화가 프로그램에 녹아들어 있어야 하며, 또 신규 입사자가 완벽하게 조직에 융화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소프트 스킬은 앞서 DBR 257호 ‘경력직 채용의 눈을 가리는 세 가지 편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마케팅, 재무, 회계, 인사 등에 대한 전문 직무스킬과 지식 등을 아우르는 하드 스킬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협상, 팀워크, 리더십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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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우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적합한 구성원을 ‘채용’하는 것이 ‘채용’의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채용의 성패는 조직 맥락에 부합하는 ‘자질과 태도’를 가진 적확한 사람을 찾는 것을 넘어 그들의 조기 ‘통합’까지 조직에서 책임진다는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에 달려 있다.

Case story 결론
다시 앞에 예로 든 N사 사례로 돌아가 보자. C 팀장이 퇴사를 한 후 우리는 N사 인사팀장 K와 만나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다. 조직의 ‘통합’ 노력에 대해서도 몇 마디 나눴다. 인사팀장은 충분히 공감하는 듯 보였다. 인사팀장 K는 “부족한 자원 아래에서도 나름대로 경력자들을 ‘온보딩’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너무 형식적이었다”라고 실토했다. 새로운 인력을 찾는 것과 별도로 회사(N사) 내에서도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조직문화적 적응에 초점을 맞춘 통합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채 헤어졌다.

얼마 후 K는 새로운 경력직 리더 통합프로그램을 기획해 봤다며 우리에게 자료 하나를 보내왔다. 기존의 온보딩 테이블에 ‘조직문화’ 교육을 포함한 것이었다. 그가 보낸 조직문화 프로그램은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과연 K는 이대로 다음 ‘해외영업’팀장 채용에 성공할 수 있을까?

댄 케이블(Dan Cable) 런던경영대학원(London Business School) 교수,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브래들리 스타츠(Bradley Staats) 노스캐롤라이나대 키넌-플래글러경영대학원 교수는 어떤 통합 프로그램이 직원의 생산성과 조직의 적응을 돕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간단한 A/B Test를 진행했다. 5 이들은 한 기업에서 새로운 직원 그룹을 서로 다른 세 가지 프로그램에 각각 무작위로 배정해 그 효과성을 측정했다. 첫째, 전형적 직무 정보 교육이다. 직무와 자사의 HR제도 등에 대해 교육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둘째, ‘조직문화’ 교육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조직문화를 소개하고 기업에서 인정하는 고성과자(High Performer)의 성공 경험을 공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인사팀장 K가 구성한 프로그램 테이블과 거의 동일한 방식이다. 셋째, 구성원이 실제 회사의 문제 해결 과제 일부를 짧은 시간이나마 배정받아 풀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의사결정, 행동을 리뷰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마지막 세 번째 문제 해결 프로그램이 앞선 다른 두 프로그램보다 월등한 효과를 보였다. 세 번째 문제 해결 프로그램에 속한 그룹이 다른 두 그룹보다 첫 6개월간 퇴사율이 33% 더 낮았고, 더 높은 직무 만족도와 업무 수행 역량을 보였다. 이 결과를 두고 “지금까지 ‘조직문화’가 온보딩과 통합의 초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더니 아니잖아?”라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두 번째 ‘조직문화’ 프로그램은 회사 문화에 대한 정보를 단선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무늬만 조직문화인 프로그램이다. 이것만으로 그 회사의 실체를 제대로 엿볼 수 없다. 이는 기업 홈페이지에 나온 회사의 ‘가치’와 ‘문화’를 그럴싸한 미사여구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조직원들조차 믿지 않는 포장된 조직문화를 가르친다고 신입직원이 조직의 속성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반해 세 번째 프로그램은 ‘조직문화’를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입체적인 접근을 통해 오히려 피교육자(신입직원) 관점에서 실체적 조직 속성 및 문화를 파악하는 데 좀 더 용이하도록 내용이 구성돼 있다. 회사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강점을 어떻게 발현할 수 있을지를 상상하고, 이를 문제 해결 세션을 통해 적용하고, 그 과정에서 조직에 속한 사람과 주고받는 피드백과 상호작용을 통해 조직의 실체적 속성과 문화를 자연스레 파악하고 엿볼 수 있는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지는 것이다. 또한 회사 입장에서도 신규 입사자의 강점을 파악하고, 그의 소프트 스킬을 파악하고, 이를 피드백해 앞서 언급한 통합이 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단순히 회사를 이해하는 일방적 프로그램이 아니라 회사도 경력직 입사자를 이해하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기존 프로그램과 큰 차이가 있다.

마이클 왓킨스 교수 등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아티클 ‘On-boarding isn’t Enough’에서 신입 리더 관점에서 그들이 조직 적응 과정에서 증명해야 하고 또 중요한 지점을 보다 세분화해 전략적으로 지원할 것을 제안한다. 6

일련의 프로그램은 조직 역시 신입 및 경력직원의 특성과 맥락을 파악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조직맥락 적합성(Cultural Fit)이 높은 구성원을 채용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적합(Fit)’하다는 것이 아니다. 적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구성원과 조직이 서로를 이해해가며 실체적으로 피팅(Fitting)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직과 새로운 직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신입 및 경력직원이 반드시 습득하고 이행해야 할 조직의 놈(Norm)은 ‘이식’하고, 일부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율’하며 강점은 ‘강화’하고자 하는 운용전략 및 태도가 ‘채용, 온보딩’ 단계에서부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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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의 끝은 채용이 아니다
구글을 포함한 많은 선진 기업은 기업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을 ‘채용’이라 말한다. 그만큼 채용은 중요하면서도 동시에 어려운 일이다. 단지 자질이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만으로 채용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절벽에서 밀어 살아남는 것을 보거나 물에 빠뜨려 뜨는 것이 최선이라는 자위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채용이 채용으로 끝나선 곤란하다. 채용한 새로운 구성원이 빠른 시일 내에 조직에 적응하고 조직과 통합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신임 경력자나 리더의 관점에서 조직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

만약 운 좋게 문화적 적합성이 높은 경력자를 영입했다 해서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가능성은 가능성일 뿐 회사는 그 가능성을 실체화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경력 입사자가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조직의 정치/문화적 맥락에서 채용자가 실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주시하며 단기간의 ‘통합’을 꾀해야 한다. 채용의 끝은, 채용이 아니다.


필자소개 상효이재(相效利齋) path_work@naver.com
상효이재는 조직의 소통과 성장을 탐구하고, 경영의 우상과 이성을 분별해 더 나은 조직 운영 방법을 찾고자 하는 지식 소사이어티의 이름이다. 서로 본받고 배움으로써 이로운 공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상효는 상효이재 공동 대표 운영자이자 기업교육·조직개발 컨설턴트다. 대기업에서 영업, 전략, 마케팅을 경험하고 기술 강소기업의 전략마케팅 리더를 거쳐 현재 기업교육·조직개발 컨설턴트로 재직 중이다.

이재는 상효이재 공동 대표 운영자이자 기술 스타트업의 인사(People & Communication) 리드를 맡고 있다. 기업 위험·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 및 대정부 커뮤니케이션(Public Affairs) 전략 컨설턴트, 조직인사 컨설턴트를 자유롭게 오가다 현재 80여 명 규모의 제조 인더스트리 딥러닝 기반 기술 스타트업의 인사 리드로 재직 중이다.
  • 상효이재 | 기업과 컨설팅 회사에서 조직인사, 기업 위험/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퍼블릭 어페어즈(Public Affairs) 전략 컨설팅 영역을 두루 경험했다. 포스트 테일러리즘 철학 기반의 조직, 문화, 전략, 변화 관리에 관심을 두고 조직과 개인의 실질적인 성장과 통합을 돕고 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인사 부문을 리드했고 현재 핀테크 스타트업 피플&컬처(People &Culture) 실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네이키드 애자일(미래의창, 장재웅 공저)』이 있다.

    re.jae@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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