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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로봇산업 현황과 미래

인간과의 협업에서 감정 교감까지
로봇은 단순 투자 아닌 혁신 출발점

박현섭 | 252호 (2018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최근 많이 사용되는 로봇으로 협동로봇, 감정교감 로봇, 물류로봇, 착용로봇 등을 꼽을 수 있다. 소프트뱅크와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은 발 빠르게 로봇 기술 개발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페퍼(PEPPER)나 아마존의 키바(KIVA)가 대표적이다. 아디다스에서 운영하는 스마트 팩토리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 사례도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하다. 아디다스는 이 공장을 운영하면서 인건비 감축을 위해 동남아에 두던 생산기지를 독일로 이전한 것은 물론 단 10명의 인력으로 연간 50만 켤레 생산이 가능해졌다.



로봇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으나 간단하게는 인간을 모델로 해서 개발하는 모든 기술을 통칭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눈, 코, 귀 등으로 받아들인 외부 환경 신호를 감각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한다. 뇌의 인식, 판단, 계획, 학습 등과 같은 지능을 통해 만들어진 행동신호는 운동 신경을 통해 팔과 손으로 작업을 하게 하고, 다리로 이동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에 비춰볼 때 인간을 모델로 하는 로봇은 외부 환경을 감지(sense)하고, 상황을 인식(think)하며, 자율적으로 동작(act)하는 기계·전자로 구성된 지능 시스템을 의미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로봇은 사용 분야에 따라 제조용, 전문 및 개인 서비스용으로 구분되는데 국방, 의료, 물류, 교육 등 최근 들어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제조용 로봇은 일찍이 1950년대 개발돼 상용화됐으며 우리가 현재 접하거나 알고 있는 로봇은 대부분 2000년대 이후 탄생한 최근 기술의 산물로 발달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2016년 기준 글로벌 로봇 시장은 204억 달러 규모로, 제조용(131억 달러, 64%), 전문 서비스용(47억 달러, 23%), 개인 서비스용(26억 달러, 13%)으로 구성된다. 제조용 로봇은 자동차, 전자, 금속·플라스틱, 식음료 순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주요 산업은 이미 로봇 없는 공장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로봇을 사용하는 비용이 인건비에 비해 훨씬 낮아 공장에서 많은 로봇이 활용된다.

전문 서비스용 로봇은 수술로봇, 물류로봇, 농업로봇, 국방로봇 등으로 구성되며, 개인 서비스용 로봇은 주로 가정용 청소로봇이다. BCG에 따르면 제조용 로봇은 1950년대 이후 현재까지 전체 제조공정의 10% 수준에 도달했으나 향후 2025년까지는 전체 공정의 25%를 로봇이 담당하는 수준으로 활용도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조 인력의 주 공급원인 동남아 근로자의 인건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반면 로봇은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동시에 기술이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최근 많이 활용되는 로봇 제품의 특징을 살펴보고 우리 기업들이 이런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를 짚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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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로봇 종류별 상용화 시기 전망(출처:B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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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세계 로봇 시장 규모(출처: IFR World Robotics 2017)

로봇 제품, 어디까지 왔나
최근 많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로봇은 협동로봇이다. 협동로봇이란 인간 노동자와 협업해 작업하는 로봇을 말한다. 협동로봇에서의 키워드는 ‘안전’이다. 인간과 함께 작업하는 종류의 로봇인 만큼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동안 협동로봇은 고중량 물체 핸들링, 고속 운전 등 인간이 하기 힘든 분야에서, 인간과 분리된 별도의 공간에서 설치·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시설 비용, 공간 비용 외에 설치 시간 등 투입되는 자원이 컸고 유연한 대응이 어려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시도가 있었는데 우선 로봇 자체를 가볍게 해 충격 위험성을 낮췄고 운전속도를 제한해 작업자와 부딪혀도 다치지 않도록 설계했다. 이로 인해 충격 위험을 극복한 로봇 제품이 10년 전쯤 첫 출시됐고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작업자와 같은 공간 안에 로봇을 설치할 수 있게 되자 바로 옆에서 보조 작업을 할 수 있고 직접적인 제어가 가능해 졌다. 공장에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카페 로봇 등 일반 서비스 현장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TMR(Transparency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세계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103억 달러(약 11조 원)였으나 2024년에는 950억 달러(약 102조 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TMR은 협동로봇이 현재 포장이나 조립 등 작업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지만 활용도가 점차 커질 것이며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그 영역이 빠르게 넓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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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협동 로봇의 영역(출처: 융합연구정책센터)

두 번째는 감정교감 로봇이다. 소프트뱅크에서 내놓은 페퍼(pepper)가 대표적이다. 페퍼는 소프트뱅크가 2013년 인수한 프랑스 휴머노이드 개발업체 알데바란로보틱스(Aldebaran Robotics)에서 개발한 세계 최초의 감정교감 로봇이다. 페퍼는 사람의 감정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하도록 고안됐다. 로봇 내부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대신 클라우드 방식을 사용해 수집한 데이터를 전송하고 서버와 통신한 후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IBM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탑재해 다양한 외국어에 대한 자연어 대화 수준을 높였고, 각국 언어로 서비스를 준비해 미국, 대만, 한국 등으로 판매지역을 넓혀 가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일단 로봇을 200만 원 정도의 싼 가격에 공급하되 3년간 약정을 맺고 사용하도록 하면서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사용료를 징수하면서 3년간 약 1200만 원 정도 지불하도록 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애플의 아이폰처럼 페퍼의 사용 용도에 따라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업데이트하는 200~300개 회사가 OS 생태계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생태계 안에서 다양한 성능 개선이 이뤄지도록 하는 전략을 짰다. 이런 구조는 당장 큰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사람과 교감하는 경험을 축적하고 이에 맞는 애플리케이션 발달을 촉진해서 앞으로 시장 주도권을 키워갈 수 있는 소프트뱅크의 숨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 번째는 물류로봇이다. 아마존에서 활용하는 물류로봇이 대표적이다. 아마존은 주문받은 물품을 창고에서 찾아 포장하는 곳까지 가져오는 작업에 물류로봇을 투입했다. 2012년 물류로봇 회사 키바(KIVA)를 7억8000만 달러에 인수해 직접 제작하고 있다. 물류창고에서 주문 상품을 찾아 포장하는 곳까지 가져오는 일도 원래는 사람이 했다. 이 일을 하는 작업자는 근무시간에 통상 1000개 이상의 물품을 찾아 나르며 일평균 24㎞를 돌아다녀야 한다. 생각만 해도 근무강도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이 일을 로봇이 대체하면서 담당자의 직업적 고충이 해소됐음은 물론 물품배송 오류도 크게 줄었다. 2016년 기준 아마존의 20개 물류센터에서 4만5000대의 로봇이 이 일을 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와 연계해 주문 후 30분 이내 배달을 목표로 드론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창고에서 물건을 직접 꺼내오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2015년부터 아마존 피킹 챌린지(Amazon Picking Challenge)를 주도하는 등 자사 업무와 관련한 로봇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CJ대한통운이 창고관리용 물류로봇을 개발해 사용 중이다. 이마트는 매장에서 카트를 관리하는 로봇을 최근 선보였고, 편의점의 경우 인건비 상승에 대응해 무인화 및 매장관리 로봇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한편 호텔이나 병원 등에서는 룸서비스나 식사 배달, 문서 전달 등을 위한 물류로봇을 속속 도입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유진로봇의 고카트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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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많이 활용되는 로봇은 옷처럼 몸에 착용해 근력 등 신체 기능 강화를 돕도록 개발된 착용로봇(wearable robot)이다. 군인이 훈련을 할 때 통상 60㎏ 정도 되는 군장을 매고 이동하는데, 이를 보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된 것이 시초다. 지금은 재활 치료나 소방관 근력 운동 등의 용도로 확산되고 있다. 인간의 몸에 직접 착용하는 로봇인데다 센서 등을 부착해 정보를 얻어낸다는 점에서 가격이 매우 비싼 편이다. 일본에서는 공압을 이용해 착용 로봇의 가격을 낮추는 데 성공했고, 이렇게 개발된 로봇이 무거운 짐을 다루는 많은 곳에 적용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수록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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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 국내외 대표적인 로봇산업 참여 기업들

글로벌 기업 가운데 로봇 산업의 선두주자로 꼽을 수 있는 곳은 앞서 언급한 소프트뱅크와 아마존 외에 구글과 도요타 등이다.

2013년 로봇 기업 8개사를 인수하며 단숨에 세계 최고의 로봇 기술을 보유하게 된 구글은 2016년 로봇 스스로 물건을 잡는 기술 학습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면서 눈길을 끌었으나 2017년에는 대표적인 로봇 개발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소프트뱅크에 매각하면서 궁금증을 키웠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로봇 조작 분야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인데 물체를 스스로 인식하며 잡거나 한 로봇이 습득한 내용을 다른 로봇에 이전하는 기술 등을 발표하며 로봇 분야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드러내고 있다.

로봇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온 도요타는 인간생활 지원, 재활, 원격제어 기술 등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로봇에 관심을 보여왔다. 2016년에는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과 로봇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설립하고 약 2조 원을 투자했고, 최근에는 원격제어를 적용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발표했다.



네이버는 2015년 9월 향후 5년간 로봇, 무인자동차, 스마트홈 등 미래성장 분야에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17년 10월에는 로봇 개발 시제품 9종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로 로봇 제품을 이용한 OS 및 클라우드 플랫폼, 회화가 가능한 HCI 기술, 딥러닝,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기술 등에 해당된다. 최근에는 국내 산업용 로봇 1위인 현대중공업지주와 생활밀착형 로봇 사업을 위한 공동 협약을 맺었다. 현대중공업지주 로봇 사업 부문은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점유율 1위의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갖춘 곳으로 서비스 로봇의 안정적인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와 비즈니스 노하우를 전달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CES 2017에서 로봇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2003년 시작한 청소로봇 산업을 통해 확보한 딥러닝 기술과 자율주행, 제어,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앞세워 로봇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허브(Hub) 로봇이나 잔디 깎기 로봇, 공항 로봇 등을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공항 로봇은 공항 이용을 위한 정보를 안내하거나 청소하는 로봇 등인데 인천국제공항에서 현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2017년부터는 로봇 기업 인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보행재활용 외골격로봇을 아이템으로 창업한 SG로보틱스, 감성 관련 인공지능 벤처인 아크릴, 로봇 구동 모듈부품 전문기업인 로보티즈 등에 잇따라 투자했으며 최근에는 제조용 로봇 기업인 로보스타의 경영권을 인수해 로봇의 자체 생산기반을 갖췄다.

2014년 11월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며 지상·공중 무인화 로봇 사업 확대 및 의료로봇 신규 개발 추진 등 로봇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한화테크윈은 2017년 3월 협동로봇 HCR-5를 출시하면서 민간용 로봇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이 로봇은 무게가 20㎏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으며 복잡한 프로그래밍 없이 사용 가능한 유저인터페이스(UI)와 터치식 작업지시화면, 로봇을 손으로 직접 움직여 작업을 지시하는 직접 지시 기능 등을 통해 편의성을 확보하고 충돌을 감지해 자동으로 정지하는 기능(collision detection)을 탑재해 안전성을 높였다.

두산로보틱스는 2017년 12월 연 생산량 최대 2만여 대의 협동로봇 공장을 준공하고 4개 모델 양산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2018년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진출해 연간 1000대 이상, 양산 5년 차인 2022년에는 연간 9000대 이상의 협동로봇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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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불러올 변화들
인공지능과 함께 로봇은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며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경제원리를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로봇은 인간을 대체하거나 보조하는 제품이므로 결국 기능/성능 및 가격 면에서 인간과 경쟁하는 관계다. 인간의 노동 능력에는 큰 발전이 없는 반면 임금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와 달리 로봇은 기능과 성능이 계속해서 향상되고 있고 가격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이 지속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여기에 고령화·저출산의 사회적 변화는 노동력의 부족을 가져와 로봇 수요를 더욱 높일 수밖에 없다. 아큐트로닉스 로보틱스(Acutronics Robotics)에 따르면 5년 후에는 안내로봇이, 10년 후에는 요리로봇이, 15년 후에는 안전로봇이, 20년 후에는 자율 수술로봇이 실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기술의 발달은 산업적 측면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당장 보이는 현상은 리쇼어링(Reshoring)이다. 리쇼어링은 해외에 나갔던 자국 기업들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로봇 시대 전에는 제조공장들이 싼 인건비를 찾아 동남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겨 갔지만 로봇 적용으로 인건비 부담이 줄어들면 물류비용이나 행정적 시간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동남아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디다스(Adidas)의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다. 스피드 팩토리는 아디다스가 구축한 무인생산 시스템이 적용된 신발 제조 공장이다. 아디다스는 이를 통해 1980년대 독일에서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하기 시작한 이후 30년 만에 독일로 제조 기지를 옮겨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0~20년 뒤에는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에서 일자리의 56%가 자동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인 의류 및 신발 제조 분야에 필요한 인력이 가장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신발 제조라인의 근로자 75% 이상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에 집중돼 있으며 신발 제조인력이 전 세계적으로 15개 국가에 50만 명 정도 있는데, 이들에게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아웃도어 제품 기업이 국내로 신발 제조 기지를 이전하는 사례가 2017년 있었다. 트렉스타가 주인공이다. 이 회사 신발 제조 공장의 자동화 시설 설비에 정부 지원금 40억 원이 투입됐고 2018년 6월 로봇 6대가 생산 활동에 투입됐다. 트렉스타는 이 로봇을 활용해 신발 제조공정을 자동화하고 유통망과의 자동 연계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전에는 일평균 1200켤레 생산을 위해 45명의 근로자가 필요했지만 로봇 도입 이후에는 8명만으로도 같은 양의 생산이 가능해진다.

패션산업의 빠른 변화도 수작업에 의존하던 신발 산업에 대한 로봇 도입을 부추겼다. 기존의 패션산업은 관례상 3~6개월을 주기로 트렌드 변화를 시도해 왔지만 패스트패션이 주류로 자리 잡은 요즘은 제품 주기가 2주 정도에 불과하다. 신발이나 의류 생산 주기도 자연히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복잡한 제품 관리와 물류 시간 단축, 시장과의 자동 연계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고, 로봇은 자연스럽게 필수 생산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DBR mini Box: 아디다스(Adidas)의 스마트 팩토리: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

아디다스가 2006년 독일 안스바흐에 세운 스피드 팩토리는 아디다스와 독일 정부, 아헨공대가 3년 이상 심혈을 기울인 합작품이다. 이 공장은 지멘스의 마인드 스피어(Mind Sphere, 클라우드 기반의 개방형 IoT 운영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20개 이상의 기업들이 참여해 각종 센서와 시스템을 구축했다. 실시간 공정관리는 물론 주문형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서 실시간 트렌드를 반영한 최신 디자인의 신발 및 의류들을 곧바로 생산해 판매하기 위해서다. 이 공장에서 2016년 9월 첫 제품 ‘아디다스 퓨처크래프트 M.F.G.'를 선보이면서 관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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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① 깔창부터 신발 끈까지 고객 맞춤형
다른 신발공장처럼 똑같은 소재, 똑같은 디자인의 신발을 계속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이 주문을 넣으면 로봇이 원단 직조에서 마감까지 순식간에 해치운다. 신발 스타일과 깔창, 소재, 색깔, 신발 끈까지 고객이 원하는 그대로, 완전 맞춤형(full customized)으로 생산된다.

② 신발 한 켤레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시간
현재 독일 안스바흐의 스피드 팩토리에는 2개 생산라인에 6대 로봇이 있다. 고객이 디자인과 색깔을 고르고 아라미스라는 모션 캡처 기술로 신발을 주문하면 24시간 안에 배송받을 수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초고속 3D프린터가 150개에 달하는 신발 자재를 개별적으로 인쇄하고 로봇이 이를 자동으로 조립한다. 실시간 생산 후 O2O 배송업체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한다. 과거 맞춤 생산의 경우 주문 후 받을 때까지 5주 이상 걸리곤 했다.

③ 10명이 연간 50만 켤레 생산 가능
스피드 팩토리의 생산량은 연간 50만 켤레다. 여기에 배치된 인력은 단 10명. 저임금을 위해 해외에서 운영했던 생산기지에서 연간 50만 켤레를 만들어내려면 근로자 600여 명이 필요했다. 아디다스는 2020년까지 미국 애틀랜타와 독일 안스바흐 등 두 개의 스피드 팩토리에서 연간 100만 켤레의 신발을 생산해낸다는 계획이다.

장점
① 급변하는 트렌드에 즉각 대응
현재의 ‘대량 생산’ 시스템에서 디자인에서 매장 진열까지의 과정에는 통상 18개월이 소요된다. 18개월 이후 유행할 디자인을 예상하고 선택하는 것은 물론 대량의 재고 관리와 마케팅 진행 등은 모두 기업의 리스크다. 스피드 팩토리는 전체 과정을 10일 이내로 단축할 수 있으므로 생산과 소비 사이의 괴리를 극복할 수 있다.

② 재고 부담 급감
스피드 팩토리는 소비자가 제품을 주문하면 생산에 들어가는 E2E(end to end) 솔루션이다. 온디맨드(On demand)와 온서플라이(On Supply)의 결합이며 제조와 서비스의 융합이다. 당연히 재고 관리에 따르는 여러 문제가 크게 줄어든다.
③ 저임금에 대한 의존도 축소
이제까지 아디다스 운동화는 중국이나 베트남 등 아시아권의 저임금 공장에서 사람 손에 의해 일일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 시장의 인건비가 꾸준한 상승 추세인데다 사람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스피드 팩토리를 통해 아디다스는 당장의 인건비 부담을 줄인 것은 물론 향후 계속적인 의존도 역시 크게 낮췄다.

단점
① 인간 노동의 완전 대체는 불가
롤스테드 아디다스 CEO는 2017년 4월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약 120단계에 달하는 운동화 제조 과정 중에 운동화 끈을 끼우는 것 같은 섬세한 작업은 아직 로봇이 배우지 못했다”며 “아시아의 반자동 생산 시설이 완전 자동화된 로봇 기반의 생산 시설보다 훨씬 생산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디다스 임원인 질 스테야트는 한 인터뷰에서 “스피드 팩토리는 절대 아디다스의 모든 생산을 대체할 수 없으며 둘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말했다. 공장을 디지털화한다고 해서 인간의 노동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한계이자 극복할 점이다.

② 일자리의 지속적인 감소
아디다스가 독일에 스피드 팩토리를 세우면서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았다. 현재 미 애틀랜타의 스피드 팩토리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150명 정도다. 리쇼어링이 일어나더라도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많지 않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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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들에 대한 제언
로봇은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 사회 및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못한 상태인 데다 기술적 발전도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로봇에 대한 대처를 크게 두 가지로 찾아보고자 한다.

첫째, 수요 기업 측면에서는 로봇을 회사 경쟁력 요소로 보고 적극적인 기술 도입에 나서야 한다. 로봇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으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누가 먼저 도입하느냐에 따라 향후 경쟁력은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출처: BCG).

① 기업 내에서 로봇을 활용할 곳이 있는지 찾아본다. 납기, 품질, 원가 절감 등 기업의 핵심 경쟁 요소에서 로봇이 대응방안이 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병원의 수술로봇, 패스트푸드점의 주문 KIOSK 도입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② 로봇 도입을 전략적 관점에서 결정한다. 로봇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제품 구성 및 인력 구성에서 변화를 가져오며 납기, 품질 등의 향상을 통해 기업 이미지, 관리 체계, 영업 등에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의 경우 납기 단축, 물류비용 절감 등을 위해 로봇 활용을 통한 제조공장 본국 이전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③ 검토하고 바로 실행하라. 로봇과 같은 첨단기술은 선점의 이점이 충분히 있다. 아마존은 KIVA에서 물류로봇을 구매해 사용하다 회사 자체를 인수했다. 타 로봇기업에서 KIVA를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에는 5년이 걸렸는데 아마존은 이미 한 발 더 앞서간 제품과 운영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④ 구매할지, 자체 제작할지를 분석하라. 판매되고 있는 로봇을 사용할 경우 기업 전용의 사양을 반영하기 어렵고 후발기업들이 동일 로봇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⑤ 인력을 양성하라. 로봇의 설치, 운영 등을 외부에 의존하게 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로봇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자체 보유할 필요가 있다.

⑥ 정부 정책을 바꿔 가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라. 로봇 도입은 대부분 처음 시도되는 상황이라 안전, 노사, 인력 교육 등 관련 단체나 정부의 협력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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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산업에서 극복해야 할 도전 과제 10가지(출처: Science Robotics)

둘째, 공급 기업 측면에서는 사용성 및 핵심 부품에 대한 혁신적인 기술을 고민해야 한다. 세계 드론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DJI 사례를 보자. 드론은 이미 50년 전에 관련 기술이 존재했던 제품이다. DJI는 마니아 중심으로 형성됐던 드론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는데 이는 기술 개발과 양산에 꾸준히 투자한 덕분이다. DJI는 남녀노소 누구나 드론을 쉽게 날릴 수 있도록 차별화했고 모터를 비롯한 핵심 부품을 자체 제작해 가격 면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갖췄다. 로봇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변 장치와 로봇 동작 프로그래밍 등 전문가 수준의 준비 작업에 시간, 인력, 비용 등이 요구된다. 모터, 감속기 등 재료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은 대부분 특정 부품업체가 공급하고 있어 가격 및 납기 등에서 협상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로봇은 아직 사용자가 쉽게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가격은 핵심 부품에 좌우되고 있다. 일반 작업자도 쉽게 운용할 수 있도록 쓰기 쉬운 로봇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필자소개
박현섭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연구교수 hsubpark@kaist.ac.kr
필자는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생산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를 비롯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그룹,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로봇PD 등을 거쳤다.
  • 박현섭 | 필자는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생산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를 비롯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그룹,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로봇PD 등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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