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구상한 ‘뉴리테일(New Retail)’이 현실화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해 유통망을 확보하고 이를 온라인 플랫폼과 연결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 대규모 전자상거래 및 물류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도 알리바바의 핵심 경쟁력 가운데 하나다. 알리바바가 선도하는 뉴리테일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및 모바일 환경의 특수성을 학습하고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구상해야 한다. 또 제품기획 단계에서부터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공급망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등 운영 측면에서의 혁신도 필요하다.
알리바바의 뉴리테일이란 무엇인가?마윈(马云) 알리바바 회장은 2016년 뉴리테일(New retail)
1
, 신제조(New manufacturing), 신금융(New finance), 신기술(New technology), 신에너지(New energy) 등 5가지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소위 ‘5신(新) 전략’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과 물류를 통합해 새로운 유통 혁신을 이루겠다는 뉴리테일은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제조 및 서비스 업계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는 최근 잇따라 새로운 유통 서비스를 선보이며 뉴리테일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들을 토대로 알리바바가 추구하는 뉴리테일의 구체적인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뉴리테일은 운영 효율성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이는 알리바바가 새롭게 선보인 식료품 체인점인 ‘허마셴성(盒马鲜生)’을 통해 구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주요 도시 300개 매장을 설치한 허마셴성은 빅데이터 기반으로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제로 수준의 결품률과 5% 미만의 폐기율을 기록하고 있다. 또 매장에서 5㎞ 이내의 가정에는 주문 30분 이내에 제품을 배달해주고 있다. 주문 및 배송 관리, 공급망 관리 등에서 탁월한 역량을 축적했기 때문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무인 편의점인 타오카페(Tao café)도 뉴리테일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모델이다. 타오카페는 알리페이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은 ‘타오바오 앱’을 다운받아 매장 입구 벽면에 설치된 QR코드를 찍고 이용약관에 동의하면 입장용 QR코드를 받고 매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매장 내에서는 센서가 입장한 고객의 얼굴을 인식해 타오바오 계정과 연동해준다. 쇼핑 후 제품을 들고 결제 구역 검색대를 지나면 자동으로 알리페이 결제가 이뤄지고 몇 초 후 결제 내역이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두 번째 특징은 상품과 서비스에 콘텐츠를 결합하는 ‘트랜스 리테일(Trans retail)’이다. 알리바바는 ‘상품+서비스+콘텐츠’로 유통을 정의한다. 이를 위해 미디어와 커머스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알리바바는 2016년 ‘디지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을 신설해 유쿠(優酷), 웨이보(微博)와 같은 미디어/SNS 플랫폼을 확장했다. 이를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연결해 고객의 ‘인지-고려-구매’에 이르는 단계별 행태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이 과정에서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서 ‘어떻게 브랜드를 인지시키고 화제를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제안부터, ‘어떻게 상품 이미지를 노출시켜야 클릭 수가 극대화되는지’ 등과 같은 구체적 정보까지 알리바바 플랫폼 내에 들어온 판매자들에게 제공한다. 이를 통해 판매자들이 오프라인과 비교해 더 높은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도록 지원한다.트랜스 리테일의 또 다른 중심축은 ‘알리페이’로 대표되는 지불 플랫폼이다. 알리페이는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55%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 지위를 자랑하며, 이를 통해 판매자 대출, 소비자 대출 및 펀드 운영 등 금융 사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세 번째로 알리바바는 ‘철저한 데이터 분석 역량에 기반해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리테일’을 추구한다. 대부분의 유통업체가 고객 경험을 중시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관통하는 고객의 인사이트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서비스에 반영하는 유통 기업은 많지 않다. 알리바바는 미디어, 상거래, 물류, 모바일 결제 및 금융 등 주요 사업 영역에서 상품 및 고객과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링쇼통(零售通)이 대표적인 예다. 링쇼통은 오프라인 영세 슈퍼마켓에 1㎞ 주변에 있는 고객 성향과 특징에 대한 분석 정보와 재고 관리, 마케팅 솔루션 등을 제공한다. 알리바바의 최적화된 유통망을 활용해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물류비를 낮출 수도 있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유통업계의 강자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영세 상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영세 상인들과 협력해 새로운 가치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적극적 인수와 파트너십을 통한 ‘뉴리테일 생태계’ 구축알리바바는 국내외 자본 시장에서 조달한 막대한 자금을 기반으로 뉴리테일 생태계 구축을 위한 인수합병 및 지분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뉴리테일 생태계 구축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고객 접점(Front office) 관점에서 오프라인 유통과 기존 알리바바 전자상거래플랫폼을 긴밀하게 연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식품, 패션, 전자 등 주요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유통 기업에 과감한 투자를 전개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 선도적인 식품 유통 기업인 산장쇼핑(三江購物)의 지분 33%를 인수하고 중국 최고 전자 유통 기업인 쑤닝(苏宁)과 합작 법인을 설립해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유통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17년 1월에는 2조7000억 원을 투자해 중국 최대 백화점 쇼핑몰 체인인 인타임 그룹의 지분 71%를 인수하기도 했다.
두 번째, 알리바바는 미디어 기업 인수에도 적극적이다. 미디어와 커머스를 아우르는 ‘트랜스 리테일’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온라인상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동영상을 방영하는 미디어 플랫폼인 유쿠의 지분을 획득하고 차이나비전 미디어그룹을 약 8000억 원에 인수해 ‘알리바바 픽처스’를 설립했다. 알리바바는 이를 통해 고객의 디지털 경험을 미디어에서 상거래로 연계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세 번째는 이러한 고객 접점 및 경험의 통합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물류와 데이터 분석 역량 확보다. 알리바바는 물류 업체인 차이니아오(菜鸟)의 지분 51%를 확보하면서 중국 전역에 1일 배송이 가능한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알리바바는 각종 물류 기술 업체에 투자하며 AI와 로보틱스 기반으로 물류 및 배송을 혁신하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알리 리서치(Ali Research) 및 알리 클라우드(Ali Cloud) 등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 및 이를 분석 활용하는 계열사를 사업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이 기업들을 통해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해 서비스를 혁신하기 위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인타임 인수를 통한 ‘O2O 혁신’미국 아마존의 홀푸드마켓 인수는 온·오프라인 통합과 관련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통한다. 알리바바의 인타임백화점(銀泰商業) 인수도 여기에 필적할 만한 이벤트였다. 알리바바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인타임 인수를 통해 소비자, 상품, 그리고 매장 간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재구축하겠다’고 강조한다. 알리바바는 인타임 인수를 통해 디지털화(Digitalization), 옴니채널화(Omni-channelization), 플랫폼화(Platformization), 엔터테인먼트화(Entertainmentization) 등 4가지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첫째, ‘공급망의 디지털화’부터 살펴보자. 기존 중국 백화점은 한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매장운영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었다. 매장의 상품과 영업에 백화점이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자리를 빌려준 후 25∼30%의 임대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공급자 데이터를 판매 데이터(POS), 고객 관리 시스템(CRM)과 연결해 매장 내 판매 및 영업 활동을 획기적으로 혁신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알리바바 외에도 수천 개의 입점 업체가 함께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엄청난 작업이다.
두 번째는 옴니채널화를 통한 ‘O2O 서비스’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 중에 가장 혁신적인 시도는 지후드(Jihood)라는 O2O 연계 매장이다. 알리바바는 이 매장 내에 재고-판매-서비스 데이터가 통합 탑재된 ‘매직미러’를 배치해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있다.
매직미러는 고객의 판매, 재고 데이터 등을 연계해 실시간으로 가장 적절한 상품을 제안하는 한편 굳이 판매원을 만나지 않고도 미러에서 결제까지 할 수 있다. (그림 1) 또 지후드 매장은 소셜데이터를 기초로 고객들의 선호도와 취향, 관심사 등을 파악해 매장 진열을 최적화하고 있다. 매장별로 최대 30%까지 지역 고객의 특성에 맞게 상품 배치를 바꿀 수 있다.세 번째, 플랫폼화(Platformization)를 위해 인타임의 재고 데이터를 티몰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연결해서 장기적으로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핵심 상품 가격의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광군제(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데이)에는 주요 상품에 대해 가격을 20∼30% 인하하면서 온·오프라인 매장의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 이런 노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은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을 혁신한다는 방침이다. 알리바바는 온·오프라인 플랫폼 연계를 위해 한 달 내에 인타임으로 상품을 반환하는 경우 공짜로 취소해주는 ‘free return policy’를 시험하고 있다. 고객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내고 있지만 영업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일각에서는 이 정책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네 번째, 알리바바는 오프라인 매장의 엔터테인먼트화를 위해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우선 한국의 라인 프렌즈와 제휴를 맺고 베이징 지점에 라인 캐릭터를 활용한 매장, 카페,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개설했다. 최근엔 영국의 ‘스카이테크스포츠(Skytech Sports)’와 함께 가상현실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유통사와 달리 상품의 판매가 아닌 ‘고객의 시간을 점유할 수 있는’ 공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차이니아오 인수를 통한 ‘물류 혁신’알리바바는 뉴리테일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물류망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물류업체 차이니아오의 경영권을 확보했으며 향후 15조2000억 원을 물류망 혁신에 투자해 ‘중국 전역 24시간 내 배송, 글로벌 전역 72시간 내 배송’을 실현할 계획이다.
알리바바는 빅데이터 기반의 물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물류 운영 모델은 고객이 발주한 후 벤더들이 상품을 물류 창고에 갖다 놓는 방식이라면 차이니아오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의 재고를 물류 창고 내에 미리 확보하고, 발주와 동시에 이를 배송하는 운영 모델을 지향한다. 알리바바는 이를 위해 중국 전역 7개 지점(우한, 진후이, 광저우, 청두, 톈진, 선양, 시안)에 거점 물류 센터를 설립하고 데이터 기반의 운영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뉴리테일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알리바바가 뉴리테일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 유통업계의 가장 큰 착각 중 하나는 ‘중국 유통업계는 우리보다 뒤처져 있으며, 별로 배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일본과 미국의 유통 기업에 대해서는 수많은 분석이 이뤄지고 있지만 중국 기업에 대한 자료는 찾아보기 힘들다. 필자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업계의 임원들에게 중국 벤치마킹을 권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 지난 10년간 이 믿음은 진실이었겠지만 최근 2∼3년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베인의 분석 결과, 전자상거래 유통 환경을 구성하는 고객 특성, 산업 인프라, 비용 구조 및 규제 등 다양한 요인들 가운데 중국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국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중국의 열악한 경제 인프라는 온라인 유통 혁신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에는 고객 정보 이용과 관련한 규제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진국보다 쉽게 제공할 수 있다. 또 인건비가 낮아 최소 비용으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유통업체의 신사업 진출(물류, 금융 등)이 여의치 않고 알리바바와 같은 혁신적 디지털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디지털 커머스 확산 및 이에 따른 유통산업의 재편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은 세계 7위의 유통산업 규모 및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상거래 침투율을 자랑하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알리바바를 포함한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어떤 형태로든 시장 진입을 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알리바바가 동남아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자다(Lazada)를 인수한 것처럼 한국의 주요 커머스 업체에 지분 투자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 시장에는 수많은 글로벌 유통 기업이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 경쟁 끝에 알리바바와 징둥(JD.com)이 시장 내 1, 2위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착실히 시장 지위를 다져 나간 기업과 급격히 쇠퇴한 기업의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국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게 쇠락한 유통 기업 중 하나가 카르푸다. 2008년에는 중국에서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선전했지만 2012년에서 2016년까지 대형 유통업체 내 점유율은 7%에서 4.9%로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2.6%에서 -0.9%로 급락하며 10위에 겨우 올랐다. 카르푸가 쇠락한 것은 편의점 등 소규모 점포의 확장이 예상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특정 지역에서 선도 지위를 구축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전국 네트워크를 확충했으며, 본사에서 매장을 긴밀하게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지난 5년간 가장 많이 성장한 유통업체 중 하나로 꼽히는 융후이(永輝)는 중국 남부와 남서부에서 집중적으로 매장 네트워크를 강화해 ‘지역 리더십’을 확보하는 한편, 신선 식품 공급자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상품 경쟁력을 대폭 강화했다. 융후이는 이들 공급자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공동으로 공급망을 관리했다. 또 2015년에는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으로부터 7000억 원을 유치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O2O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7년에는 텐센트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융후이는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업체의 공세가 이어졌던 지난 5년간 점유율을 3.9%에서 7.1%까지 확대했으며 영업이익은 2.3%에서 3.0% 수준으로 높였다. (DBR mini box Ⅰ ‘금융에서 전자상거래까지,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경쟁구도’ 참고.)
DBR mini box I
텐센트는 게임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 PC와 모바일 메신저 등과 같은 SNS 서비스로 중국 시장 내 영향력을 확장했다. 반면 알리바바는 중국 내 독보적인 전자상거래 업체로 급성장했다. 각 분야에서 최강자 자리에 오른 이들은 핀테크, 신유통 등 새로운 서비스 분야에서 맞붙고 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치열한 경쟁이 중국 내 디지털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 페이 전쟁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분야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다. 한때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80%의 점유율을 보이며 시장을 독점했다. 알리바바가 인터넷 거래를 활성화시킨 제3자 결제 시스템과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고안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모바일을 이용한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는 2011년부터 본격화했다.
하지만 2014년 텐센트가 위챗과 연동된 위챗페이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리서치업체인 이관(易观)에 따르면 2017년 3분기 기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모바일 결제 시장점유율(거래액 기준)은 각각 53.7%, 39.3%다. 위챗페이가 시작됐던 2014년 기준 알리페이가 70%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위챗페이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텐센트는 소비자들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재미있는 마케팅을 통해 위챗의 위상을 높였다. 2014년 중국의 설날인 춘제에 선보인 홍바오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온라인상으로 한국의 세뱃돈과 비슷한 개념인 홍바오를 전송하는 서비스였는데 하루 만에 사용자 500만 명을 확보했고 2000만 건의 거래를 중개했다. 설 연휴 내내 사용자 800만 명, 4000만 건의 현금 거래가 이뤄졌다. 이때 위챗페이를 사용하는 충성고객도 함께 늘어났다. 2015년부터 시행한 ‘현금 없는 날’ 행사도 위챗페이를 확산하는 데 일조했다. 매해 8월1일부터 8일까지 9일 동안 오프라인 매장에서 위챗페이를 쓰면 상품권이나 현금을 제공하는 이벤트다.
위챗페이의 위력은 위챗이라는 강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온다. 고객들은 위챗을 사용하면서 콘텐츠를 구매하고 각종 공과금 납부, O2O 서비스 결제, 송금 등의 서비스도 이용한다. 2018년 3월 기준 월 사용자 수가 10억 명을 돌파하면서 위챗페이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2. O2O 기업 인수 각축전
O2O 시장에서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중국 내 잘나가는 O2O 기업 인수전을 벌이며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메이퇀디엔핑(美團点評)과 어러머(餓了麽)가 대표적인 예다. 알리바바는 2018년 초 어러머를 90억 달러에 인수했다. 어러머는 일 주문량 100만 건을 기록 중인 음식 배달 서비스 플랫폼이다. 어러머에 맞서는 경쟁업체는 메이퇀이다. 텐센트는 2017년 10월 약 40억 달러를 메이퇀에 투자해 최대주주가 됐다.
공유 자전거 서비스에서도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주도권 잡기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2017년 알리바바는 2위 공유 자전거 업체인 오포에, 텐센트는 1위 공유 자전거 업체인 모바이크에 각각 투자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오포와 모바이크의 시장 경쟁을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대리전’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두 회사의 자전거 모델과 성능은 다르지만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장착하고 있어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모바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모바이크와 오포 모두 텐센트의 위챗페이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를 통해 결제가 가능하다.
두 회사가 O2O 기업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각 사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두 회사는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인수한 업체의 결제수단을 독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러머는 알리페이를, 메이퇀은 위챗페이를 통해 결제할 수 있다. 둘째, 빅데이터 확보다. 데이터 확보를 위한 움직임은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경쟁적인 공유 자전거 투자에서도 잘 나타난다. 중국 치타빅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공유 자전거 이용자 수는 2억2700만 명 정도다. 2019년에는 약 3억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도시에 진출한 두 공유 자전거 회사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약 90%에 달한다. 사용자들이 늘어날수록 데이터의 가치도 높아진다.
3. 신유통 대격돌
알리바바가 다양한 신유통 서비스를 내놓자 텐센트도 연합전선을 구축해 대응하고 있다. 텐센트는 중국 내 2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JD.com)과 함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신유통 산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7년 12월 텐센트와 징둥은 3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웨이핀후이(唯品会) 지분 12.5%를 8억6300만 위안에 인수했다. 여기에 중국 최대 슈퍼마켓 중 하나로 꼽히는 융후이마트 지분 5%도 사들였다. 프랑스 유통업체인 카르푸와도 제휴했다. 텐센트의 SNS와 모바일 결제 시스템, JD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경쟁력 있는 용후이 오프라인 매장이 연합해 알리바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텐센트의 움직임이 알리바바에 상당히 위협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텐센트가 확보하고 있는 위챗 유저들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위챗페이 덕분이다. 게다가 O2O 서비스 경쟁에서도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비슷한 점유율을 보이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드론을 이용해 배송 서비스를 하는 등 혁신적인 물류 서비스를 보유한 징둥의 최대주주인 것도 텐센트의 강점이다. 만약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의 연합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다양성을 확보해 나간다면 알리바바의 신유통 서비스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
요약하자면, 특정 지역과 상품 카테고리에서 독보적 리더십의 확보(특히 신선식품 분야는 아직 전자상거래 업체가 제대로 공략하지 않은 영역으로, 여기에서의 리더십을 확보한 업체들은 시장 지위를 방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급자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한 공급망 혁신, 새로운 매장 포맷의 지속적인 시도 및 확산, 디지털 기업의 지분투자 혹은 투자유치를 통한 ‘DNA 교환’ 등이 생존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알리바바와 같은 지배적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한국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참고할 필요가 있는 전략적 접근법이다.
소비재 브랜드, 유기적 옴니채널 경험 제공해야알리바바 플랫폼에 입점한 주요 브랜드 간의 경쟁 구도는 오프라인과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을 장악해왔던 전통의 대형 브랜드 가운데 뉴리테일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 점유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반면 태생적으로 온라인이나 모바일 기술을 잘 활용하는 소형 독립 브랜드나 뉴리테일의 새 규칙을 학습한 기존 브랜드들의 점유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 고객과 데이터 관련 새로운 프레임워크 구축뉴리테일에 적응한 브랜드들은 제품 인지부터 구매 후 추천에 이르기까지 구매 과정 전반에 걸친(end-to-end) 고객 경험을 잘 설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또 데이터와 스마트 기술을 운영에 접목해 조직 내 데이터 장벽을 허물고 있다.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가장 화제가 된 색조 화장품 브랜드는 마리 달가(Marie Dalgar, 玛丽黛佳)다. 이 브랜드는 밀레니얼 고객의 디지털 쇼핑 행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마리 달가는 웨이보 등 SNS 플랫폼을 통해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고객과 소통한다. 판매 채널은 온라인 위주로 운영하며 선별적으로 혁신적인 오프라인 매장 포맷을 실험한다. 마리 달가는 텐마오 화장품 페스티벌 기간 동안 ‘색조화장품 무인 판매기’를 설치해 3일 만에 립스틱 1600개를 판매했다. 무인 판매기 한 대당 립스틱 판매량은 오프라인 매장의 1주일 판매량에 해당한다.또 레고 같은 기업들도 디지털 환경에서 고객들의 행동 패턴을 면밀히 분석해 구매 확률을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특정 브랜드를 검색하는 고객들과 브랜드 없이 일반적인 제품 카테고리나 구매 목적(장난감, 선물 등) 등 비브랜드 검색을 하는 고객들에게 서로 다른 상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B2C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은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별로 상품 이미지까지 맞춤화해서 보여줄 정도로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맞게 상품 구성과 홍보, 가격 전략을 유연하게 구사하는 브랜드들은 온라인 시장에서 성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과거에는 CRM 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 의사결정을 내렸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분석하며 소위 ‘test-and-learn’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2. 운영 모델의 유연성 및 효율성 향상뉴리테일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개별적 니즈를 파악해 제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상품 개발 사이클도 단축하는 등 운영 효율성을 크게 높여야 한다. 선도적인 기업들은 고객과의 능동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제품 설계와 기획에 이를 활용한다. 특히 이들 기업은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또 공급망의 효율성도 높이고 있다.
네슬레(Nestlé)는 ‘One Set Inventory’를 기치로 공급망을 통합해 상당한 성과를 봤다. B2B, B2C, O2O(offline to online)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합 관리하면서 하나의 허브를 통해 다양한 채널로 즉각적인 제품 출하가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네슬레의 재고 회전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으며 온라인 제품 품절률이 22%에서 5%로 감소했다. 물류 비용을 절감하면서 배송 효율성은 크게 높아졌다. 현재는 약 80%의 주문을 당일 혹은 익일 배송으로 처리하고 있다.뉴리테일 시대에 마케팅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온라인 환경에서 소비자들의 수많은 행동은 데이터로 축적되고 있으며 이런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메시지와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새로운 지식을 획득하며 고객과의 관계를 혁신적으로 재정립할 것이다. 마케팅은 더 이상 브랜드 비용이 아니라 브랜드 자산으로 생각하는 관점의 전환이 뉴리테일 시대에는 반드시 요구된다.
DBR mini box II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해외 진출 전략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신흥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2015년 폭스콘, 소프트뱅크와 함께 인도에서 가장 큰 전자상거래업체인 스냅딜에 투자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동남아 온라인 쇼핑몰업체인 라자다(Lazada)는 사실상 알리바바의 자회사처럼 운영되고 있다. 2016년 4월 10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2017년 10월 1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전체 지분의 83%를 확보했다. 연 1조 원 이상의 거래액을 기록하는 인도네시아의 전자상거래업체인 토코피디아(Tokopedia)에도 1조 원을 투자해 영향력을 확대했다.
텐센트는 차량 공유 서비스, 배달앱 등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2017년 10월 인도판 우버인 올라(OLA)에 10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 1위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인 고젝(Go-JEK)에도 12억 달러를 투입했다. 특히 고젝의 경우 신선식품 구매, 음식 배달 서비스, 청소 서비스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돼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신흥시장의 1, 2위 업체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자사의 서비스를 단시간에 현지화하기 어렵고, 각종 인프라 투자 비용도 많이 드는 만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현지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택한 것 이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미국, 일본 등의 기업들은 직접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취하다 실패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우버는 동남아시아 사업 부문을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Grab)에 넘겼다. 2014년 일본의 전자상거래업체인 라쿠텐(楽天)은 동남아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3년 만에 35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사업을 접었다. 현지 시장의 수요를 잘 파악하지 못했고 현지 인력관리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태 NP에쿼티 파트너스 이사 hyuktae.k2@gmail.com |
송지혜 베인앤드컴퍼니 코리아 소비재유통 부문 파트너 Jihye.song@bain.com필자는 2013년부터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중국 IT기업 자문회사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하면서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공유 자전거 스타트업 오포 등의 비즈니스 전략과 인사 관리 등의 자문을 담당했다. 이후에는 벤처캐피털 NP에쿼티파트너스에서 상하이와 서울, 싱가포르를 오가며 중국 및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및 투자를 도와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