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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미트박스’의 플랫폼 전략

투명한 연결과 건강한 생태계 구축..공급자-고깃집 모두 열광한 ‘양면 플랫폼’

이미영,권기환 | 246호 (2018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육류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는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육류 생산자(도축업자나 육류 수입업체)와 소비자(식당이나 정육점)를 직접 연결해 고객 가치 창출에 성공했다. 미트박스는 과도한 유통마진, 가격 정보 불투명 등 B2B 시장 참여자들이 느끼는 핵심 문제점을 파악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직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투명한 가격정책과 양질의 공급업체 확보 등을 통해 플랫폼 생태계의 건강성도 확보했다. 또 물류 전문기업인 오뚜기OLS와 제휴를 맺고 효과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육류 직거래 서비스를 원활하게 실행했다. 대금지불 관행도 개선했다. 이 플랫폼을 통해 육류 소비자들은 더 싼 값에 안정적으로 좋은 제품을 확보했고 육류 공급자들은 새로운 시장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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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시작한 온라인 육류 도매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 창업자들은 음식점이나 정육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웹사이트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고기를 주문하면 30% 정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육류 생산자(수입업체, 도축업자와 같은 1차 육류 가공업자를 지칭함)와 구매자(중소 음식점, 정육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직접 연결하면 중간 유통상인들의 마진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문 방식은 간단했다. 미트박스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원하는 육류 부위, 브랜드, 가격을 모두 따져보고 원하는 만큼만 주문하면 됐다. 최소 주문량은 1박스. 3∼4㎏ 피스(고깃덩어리를 세는 단위) 3∼4개 정도의 양이 들어간다. 오후 3시까지만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사업장으로 고기가 도착했다. 배송된 고기는 품질이나 상표 모두 중간상인들에게 샀던 것과 똑같았다. 가격이 싸다는 점만 달랐다. 한 푼이 아쉬운 자영업자들로선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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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태원에서 무한 리필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미트박스를 이용하면서 한 달에 직원 한 명의 월급 수준인 2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절감됐다”고 말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2000만여 원의 이익이 생기는 셈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니 서비스의 질도 달라졌다. 언제 폐업할지 모르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구상할 수 있게 됐다. 더 좋은 메뉴나 재료 개발에도 집중할 수 있었다.

미트박스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했다. 2014년 4000만 원에 불과했던 거래액은 2015년 89억 원, 2016년 352억 원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2017년엔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875억 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미트박스와 거래하는 음식점도 늘었다. 2016년 9월에 거래했던 식당은 51곳에 불과했다. 2018년 1월 기준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국내 자영업 식당 20만 곳 가운데 1만7243곳이 미트박스를 통해 고기를 구입한다. 식당과 개인 고객을 포함한 회원 수는 약 3만 명으로, 월평균 10%씩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이면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벤처캐피털들도 미트박스의 성공 가능성에 주목해 잇따라 투자에 나섰다. 2016년 3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30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2017년 실리콘밸리에 근거지를 둔 알토스, 국내 유명 투자회사인 스톤브릿지캐피탈 등이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함께 80억 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미트박스는 강력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1) 주식 거래 시장을 방불케 하는 가격 경쟁 시스템 도입으로 가격 정보 투명성 및 가격 경쟁력 확보 2) 물류회사 오뚜기OLS와의 협업을 통한 물류비용 최소화 등을 통해 B2B 온라인 육류 도매 플랫폼을 성공시켰다. 축산 유통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성을 해결한 육류 거래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구축한 미트박스의 성공 요인을 DBR이 분석했다.

100번의 생각보다 한 번의 실행이 낫다


1. 국내 최초의 B2B 육류 도매 거래 플랫폼

미트박스 공동 창업자인 김기봉 글로벌네트웍스 대표는 지점만 200개가 넘는 보쌈 프랜차이즈를 운영해온 사업가다. 식자재 유통회사 아워홈에서 10여 년간 육류 수입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육류 유통과 관련한 구조적인 문제를 발견했다.

육류의 가격은 중간상인들을 한 번 거칠 때마다 무섭게 뛰었다. 중간상인들이 공급업체에 지불하는 가격을 훤히 알고 있던 김 대표 입장에선 답답한 일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30% 이상 부풀려진 가격에 고기를 사서 보쌈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주위의 많은 자영업자은 재료비 및 인건비 상승과 경기 불황 때문에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김 대표는 불합리한 축산 유통 구조를 언젠가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 대표의 꿈은 든든한 동지를 만나 현실로 바뀌었다. 경북대 ROTC(학군장교)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온 오랜 친구인 서영직 글로벌 네트웍스 사장이 어느 날 불쑥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 사업을 제안했다. 김 대표가 선물한 삼겹살이 방아쇠가 됐다. 서 사장은 동료들과 함께 삼겹살을 맛보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먹었던 고기와는 맛이 달랐다. 그는 김 대표가 친구에게 특별히 고급 삼겹살을 준 것이라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 대표의 답은 뜻밖이었다. 자신이 보낸 고기가 1㎏당 5000원 남짓, 그가 받은 4㎏짜리 삼겹살 한 피스가 2만∼3만 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평소에 먹는 고기보다 훨씬 맛있고 질이 좋았는데 가격은 내가 알던 것보다 쌌다. 이런 차이가 모두 불합리한 유통구조에서 나왔다는 김 대표의 말에 문제를 해결할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서 사장은 게임회사 웹젠 출신으로 전략기획업무를 담당했으며 웹젠을 나온 후 창업을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서 사장은 IT를 활용하면 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유통 구조 전체보다는 즉각적인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 일부 시스템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신생 스타트업이 생산자부터 일반 소비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축산 유통구조 전체를 모두 바꾸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판단했다. 선택은 B2B였다. 육류 생산자와 식당·정육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연결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중간마진이 크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자영업자들은 미트박스의 새로운 유통구조를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자영업자를 타깃으로 잡으면서 초기 사업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었다. 일반 소비자에겐 공급업체에서 받아온 고기를 그대로 팔기 어렵다.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2차 가공 작업을 해야 한다. 필연적으로 가공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반면 음식점이나 정육점은 스스로 2차 가공이나 조리를 한 후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즉, 1차 가공을 담당하는 육류 공급자로부터 고기를 공급받아 자영업자에게 전달하면 2차 가공을 할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자영업자를 상대로 하면 배송비 외에 추가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B2B 육류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미트박스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했다. 2017년 기준 전국에 등록된 음식점은 60만 곳. 여기에 공급하는 B2B 육류시장의 규모는 약 13조 원으로 추산된다. 2010년 대비 20%나 성장한 수치다. 외식 비중이 높아지고,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B2B 육류시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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