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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리스크 줄여주는 ‘시나리오 플래닝’보다 큰 맥락에서 타당성 고려하라

조나스 호프만(Jonas Hoffmann),알레한드라 팔레르모(Alejandra Palermo),스티브 처치하우스(Steve Churchhouse),라파엘 라미레즈(Rafael Ramírez) | 236호 (2017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질문

조직은 사업 격변기에 시나리오 플래닝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가장 개연성 높은 결과를 결정하기보다 타당성 있는 시나리오를 여러 개 탐색하라.

- 보다 큰 맥락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타당한 변화들이 가져올 영향력을 고려함으로써 시나리오를 개발하라.

-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세스에 다양한 사람들을 참여시켜라.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7년 여름 호에 실린 ‘Using Scenario Planning to Reshape Strategy’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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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기업들은 경제 변동, 예기치 않은 정치 사건, 자연재해, 그리고 파괴적 혁신으로 당혹스런 상황에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조직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임원들이 단일 성격의 조치들에 맞춰진 하나의 전략에 회사의 미래를 거는 대신 발생 가능한 미래에 대한 여러 견해들을 바탕으로 현재의 가능성들을 더 폭넓게 이해하는 노력을 통해 스마트 경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긴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목받기 시작해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에 이르러 기업 사회에서 그 가치를 확실히 인정받았다. 당시 로열더치셸그룹(Royal Dutch/Shell Group)은 1973년에 일어난 석유 파동1 에 대처하기 위해 이 기법을 활용했다. 그때 이후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들이 등장했지만 이 글은 그중에서도 소위 옥스퍼드 시나리오 플래닝(Oxford scenario planning)이라 불리는 방법론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2  이 접근법은 조직 내 각 부서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급의 개인 및 집단들이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검토하는 협력적 기법으로, 그 과정에서 현재 상황에 대한 집단의 이해를 재구성할 수 있다. (‘연구내용’ 참고)


DBR mini box I

연구 내용

이 기사는 학문적 방법론의 하나인 시나리오 기법과 업계에서 활용해온 시나리오 플래닝 관행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내용을 기초로 작성됐다. 해당 연구에는 학제 간 포럼인 옥스퍼드 퓨처 포럼(Oxford Futures Forum)을 통해 사회 생태학, 센스메이킹(sense making), 디자인 등 다른 분야를 시나리오 플래닝과 결합하는 방법도 포함돼 있다. 또한 옥스퍼드대의 임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해 제기한 구체적인 이슈들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특히 필자들은 임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163명의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조직이 사업 방향을 조정하는 데 시나리오 플래닝을 어떤 식으로 이용하고 있는지를 평가했다. 덧붙여, 필자들은 타당성, 확률, 불안정성, 혼란의 본질적 특징을 파악하는 철학적, 사회과학적 조사들도 병행했다. 이 기사의 대표 필자는 『Strategic Reframing: The Oxford Scenario Planning Approach (Oxford University Press, 2016)』과 『Business Planning for Turbulent Times: New Methods for Applying Scenarios (Earthscan, 2008)』라는 2권의 책을 공동 집필했으며 다수의 글에서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개념들을 검토해 왔다. 필자들은 키스 반 더 헤이덴(Kees van der Heijden), 안젤라 윌킨슨(Angela Wilkinson), 트루디 랑(Trudi Lang), 신시아 셀린(Cynthia Selin), 존 W. 셀스키(John W. Selsky), 제리 라베츠(Jerry Ravetz), 말로비 무케리제(Malobi Mukherjee) 등 여러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확률적(probabilistic) 접근법(최선/최악의 시나리오나 가능성의 비율로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3 이나 규범적(normative) 접근법(미래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당위성에 중점을 둔 방법)을 취하는 시나리오 플래닝과 달리 옥스퍼드 시나리오 플래닝은 타당성(plausibility)을 기초로 미래를 예측한다. 조직은 이 접근법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요소들을 인식하고4  그런 불확실성과 혼란을 몰고 온 원인들을 적극적으로 탐색한다. 이때 목표는 조직이 사업 환경을 재인식할 수 있도록 반복적이고 상호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지식과 통찰력을 창출하는 것이다.5

혼란(turbulence)과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uncertainty), 새로움(novelty)과 모호함(ambiguity)이 가득한 시기(옥스퍼드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TUNA 상황이라고 일컫는 상황)가 도래하면 조직은 보통 기존 가치사슬과 공동체, 심지어는 노력을 기울이는 전체 영역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다. 이런 상황은 조직에 다양한 수준의 불안과 동요를 몰고 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혼란 속에는 조직이 전략과 혁신의 방향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들도 숨어 있다.6

옥스퍼드 접근법이 가진 중요한 특징은 기업이 속한 직접적인 사업 환경(사업 관련 거래들이 일어나는)과 기업이 운영되는 더 넓은 환경, 혹은 맥락 사이의 차이를 구분한다는 점이다.7
원칙적으로 필자들의 접근방식도 이 두 가지 층(layer)에 집중한다. 첫 번째 층은 직접적인 사업 환경으로 회사의 공급업체, 고객, 경쟁사, 협력사, 기타 이해관계자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두 번째 층은 조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체들을 뛰어넘는 모든 요인들로 구성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두 번째 층이 어떤 식으로 첫 번째 층을 변모시키는지 탐색한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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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옥스퍼드 시나리오 플래닝은 다양한 사업 환경을 검토하는 데 활용돼 왔다. 그 예로 인도에서 소매 유통의 미래, 멕시코의 관광산업, 글로벌 배송 환경의 변화8 , 유럽특허청의 향후 역할 등을 들 수 있다.9  필자들의 경험으로 보면 기업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활용하는 방식도 다르다. 모든 조직에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세스를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한 모범사례는 몇 개 찾을 수 있었다. 이런 조직들의 특징은 첫째, 최고경영진뿐 아니라 외부 집단까지 아울러 다양한 분야에 속한 사람들로부터 폭넓은 지식과 견해들을 끌어냈다는 점이다. 둘째, 조직은 물론 참여자들 모두 통찰력을 얻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자원을 투자했다.

셋째, 성공적인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세스는 개연성 있는(probable) 미래가 아닌 타당성 있는(plausible) 미래들을 검토하고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미래 시나리오들의 개연성을 정확한 확률로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10  결과적으로, 옥스퍼드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은 시나리오에 확률값을 매기지 않고, 그 대신 참여자들의 관점에서 타당하고, 도전적이며, 유용하다고 여기는 시나리오들을 확인하고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각 시나리오는 조직이 활동을 전개하는 더 큰 맥락의 시스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화들과 관련된 이야기로 구성된다.11

이 기사에서 우리는 옥스퍼드 접근방식을 통해 시나리오 플래닝을 수행한 두 사례를 살펴볼 것이다. 첫 번째 사례는 항공기와 해양, 에너지 산업에 동력 장치를 공급하는 선도 기업인 롤스로이스(Rolls-Royce plc)의 이야기다. 두 번째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로, 화학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는 왕립화학회(Royal Society of Chemistry·RSC) 사례다. 이 두 조직이 경험했던 내용을 설명하면서 시나리오 플래닝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기회 및 도전들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할 것이다. (‘시나리오 플래닝 실행하기’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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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 실행하기

다음은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옥스퍼드 접근법의 중요한 특징들이다.


1. 시나리오 플래닝은 전략을 수립할 때 어떤 것들이 프레임에 포함돼야 하고, 또 어떤 것들은 빠져야 하는지를 명시적으로 결정한다.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세스에서 중요한 것은 조직의 전략 자체보다 전략을 개발하는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다. 프레임은 가정들로 구성되고, 이런 가정들은 전략이 개발되는 방식을 암암리에 결정한다. 예를 들면, 시나리오의 기준 시점, 고려할 요인들의 범위, 시나리오 플래닝을 경쟁적 프로세스로 진행할지, 아니면 협력적 프로세스로 진행할지, 시나리오 플래닝을 연간 사업 계획 수립의 일환으로 한 번에 진행할 것인지, 전략을 조직 내 공유할지, 아니면 기밀로 유지할지 등이 프레임에 따라 결정된다.

2. 시나리오 플래닝은 한정된 수의 시나리오를 제안함으로써 조직으로 하여금 현재의 맥락과 미래의 타당한 맥락들을 재인식하게 만든다. 가령 RSC에서 개발한 시나리오들은 시나리오마다 학문 분야 간 관련성과 과학자와 인공지능 간 관련성이 다르게 나타났다.

3. 시나리오 플래닝은 반복적인 리프레이밍(reframing)과 재인식 작업에 달려 있다. 전략가들은 맥락적 환경 요인들을 가지고 여러 가지 프레임을 구축함으로써 사업 거래를 하는 주체들이 시나리오마다 다른 역할을 맡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시나리오에서 공급자였던 주체가 또 다른 시나리오에서는 협력자가 되기도 한다. 이런 사실은 전략가들로 하여금 기존에 갖고 있던 가정들을 재검토하고, 고려해야 할 새로운 질문들을 제기하면서 현재 전략에 활용된 역할들의 조합을 다시 검토하게 한다.

4. 플래닝 과정에 참여하고 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학습자로 간주돼야 한다. 이는 시나리오 플래닝 활동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객관적인 태도로 조직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진행자를 영입하거나 프로세스 전담 직원을 정하면 이런 객관성을 더 쉽게 달성할 수 있다.

5. 시나리오 플래닝은 다양한 형태의 미약한 신호들을 감지하도록 기획된다.i 이런 신호들은 워낙 새로운 현상이어서 약할 수도 있고(시나리오 플래닝은 그 현상이 더 오랫동안 존재했다면, 그리고 더 강력했다면 어땠을지를 고려한다), 관리자들이 반응하는 다른 신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할 수도 있으며(시나리오 플래닝은 어떻게 하면 그런 신호들이 더 뚜렷하게 부각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춘다), 지배적인 문화나 전략, 혹은 전문적 프레임으로 인해 약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시나리오 플래닝은 참여자들로 하여금 또 다른 프레임을 통해 그런 신호들을 살펴보게 한다). 약한 신호들을 탐지하기 위해서는 시나리오를 개발할 때 개연성이 있는 요인들 대신 타당성이 있는 요인들에 집중해야 한다.


 


롤스로이스의 시나리오 플래닝

롤스로이스는 1906년, 영국에서 고급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로 설립됐다. 이제는 자동차 제조업에서 손을 뗐지만(BMW가 롤스로이스의 관련 사업을 인수했다), 롤스로이스는 비행기를 비롯한 여러 산업에 필요한 동력 장치를 디자인, 생산, 유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회사는 이 분야에서 약 5만 명의 직원들과 함께 138억 파운드 규모의 매출을 창출하며12  대형(wide-body) 항공기 엔진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장비 판매를 통해 전적으로 수익을 내기보다는 항공기 운항 시간에 따라 전력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으로 매출을 창출한다. 13


롤스로이스는 상당한 제품 주문량과 애프터마켓(aftermarket, 제품 판매 후 추가로 발생하는 서비스 수요-역주) 사업의 안정성 덕분에 2008년 금융위기에서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4년 초반에 이르자 회사는 여러 어려움에 봉착했다. 대형 항공기 주문의 주기적 감소, 중국 경제의 성장률 하락, 그리고 소비재 시장의 호황이 끝나면서 산업용 엔진 시장 역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가 하락은 해양 및 에너지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롤스로이스의 민간 원자력 사업까지 어려움을 겪게 됐다. 개별 사건들이 서로 연관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상황은 롤스로이스의 사업에 전면적인 타격을 줬다. 롤스로이스는 2014년과 2015년에 실적 경고(profit warning, 특정 기간 이익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주들에게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역주)를 다섯 번이나 발표했고 주가도 50% 이상 떨어졌다. 한 행동주의 투자자(activist investor, 기업의 지분을 대량 확보한 뒤 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투자자)는 롤스로이스의 지분을 10% 이상 매입했으며 회사를 분할하라고 주장하는 논객들도 있었다.

2015년 7월에 새로운 CEO가 선임되면서 롤스로이스는 사업을 다각도로 개선하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그해 여름, 회사의 고위경영진 수십 명은 옥스퍼드대의 임원 교육 과정에 참여했는데 과정 초반에 시나리오 플래닝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수업이 있었다. 그리고 임원들 중 일부가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전사 차원에서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세스를 이행해 보자는 내부 로비를 벌이기 시작했다. 2040년까지 롤스로이스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요인들을 찾아내고14  그와 관련된 전략적 질문들을 개발하자는 게 요지였다. 경영진은 이런 제안에 합의했고, 이사회와 논의를 거쳐 이후 몇 달간 미래 시나리오들을 개발하고 검토하는 일련의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실행해 나갔다. 이 과정에는 본 글의 필자 몇 명도 참여했다.

프로세스
롤스로이스에서는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세스에 착수하기 위해 각 사업부, 부서, 지역에서 중간관리자 및 임원 25명을 선발했다. 2016년 초에 계획된 3일간의 워크숍에 앞서 프로젝트 그룹 일원에게는 회사의 미래와 관련 있다고 생각되는 폭넓은 주제들에 대해 연구하라는 미션이 부여됐다. 해당 주제에는 무어의 법칙의 미래, 모조 부품 감별 기법(그리고 진품과 모조품의 차이), 환경적인 관심과 이동 패턴 등에 따른 운송 관련 니즈의 변화 등이 포함돼 있었다.

워크숍 첫날, 참석자들은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포스터 형태로 만들어 발표했다. 그리고 참석자들은 4개의 소그룹으로 나뉘어 2040년 롤스로이스의 사업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각 시나리오는 롤스로이스의 사업 환경과 관련돼 있으면서 타당하고, 기업의 현재 전략을 뒷받침하는 일부 가정들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워크숍 둘째 날에는 소그룹별로 개발한 시나리오 초안들을 참석자 전체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의 피드백에 따라 이 초안들은 통합되고 추려져 3개의 안이 완성됐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효율과 공동 협력이 표준이 되는 고도로 연결된 세상이 그려졌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인도와 중국이 선진 기술로 미국과 경쟁 구도를 이루고, 다른 국가들은 그런 정세에 맞출 수밖에 없는 새로운 세계 질서의 등장이 예고됐다. 그리고 마지막 시나리오에서는 일부 집단이 디지털 이익을 독점하고, 나머지 집단들은 소외되는 극도로 양분된 (그리고 불평등한) 디지털 세상이 예측됐다.

워크숍 마지막 날, 참석자들은 다음 4가지 전략적 질문들을 중심으로 3가지 시나리오들을 최종 점검하고 평가하는 회의를 했다.

● 디지털화는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예를 들어, 디지털 기술이 사회와 사업 방식을 어떤 식으로 급격하게 재구성할까?

● 2040년에는 어떤 요인들이 회사와 종업원 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까? 예컨대, 장기 고용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 변화가 조직 구조에 어떤 영향을 발휘할까?

 어떤 조건들이 신흥 시장의 미래를 좌우할까? 이를테면, 정치적 요인이나 이민 제한 정책 같은 이슈들로 인해 글로벌화 트렌드가 얼마나 약해질까?

● 기술은 어떤 경로로 발전할까? 가령, 미래 기술은 동력 시스템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성과
3일간의 워크숍에 이어 롤스로이스 경영진은 이 시나리오들을 기초로 2016년 전략을 수립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관련 내용을 폭넓은 전략 공동체 및 회사의 고위임원들과 공유해 나갔다. 이러한 결정이 의미하는 바는 어떤 투자 계획이든 실무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선 이 3가지 시나리오의 영향력을 먼저 고려해야 하고, 그런 영향력을 어떤 식으로 억제하거나 이용할지 판단해야 한다는 걸 뜻했다. 이런 조건에 부합되지 않는 투자 계획은 승인될 수 없었다. 말하자면, 2016년 전략 개발 프로세스에서 도출된 새로운 투자 계획을 결정하는 근거로 시나리오가 사용됐던 것이다. 이미 시나리오에서 제시한 미래의 윤곽들은 뚜렷해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디지털 미래가 전개되면서 일부 집단은 혜택을 받지만 또 다른 그룹들은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 없이 거의 분명해졌다. 롤스로이스에 따르면 이 시나리오들은 회사가 2017년 전략 개발 프로세스를 밟을 때도 기준이 됐다.

 

RSC에서 추진한 시나리오 플래닝

롤스로이스가 조직의 향후 사업 방향을 판단하기 위해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세스를 이행했다면 RSC는 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 향후 20년간 화학이 어떻게 진화해 나갈 것인지, 그리고 그런 변화가 산업 및 학계, 사회 전체에 어떤 파장을 미칠 것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시나리오 플래닝을 활용했다.

과학적, 사회적, 기술적 트렌드는 사람들의 삶과 일하는 방식을 급속히 변화시켰다. 이런 변화들은 화학자들의 역할은 물론 화학의 본질 및 적용 방식에도 영향을 줬다. 화학은 우리가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원리를 원자와 분자 수준에서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데 기초를 이루는 성숙한 학문이다. 또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고, 생물학 및 천문학 같은 다른 학문들과 상호작용한다. 더 나아가 질병을 치료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식량, 물 등을 개발하며,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것처럼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도 핵심 역할을 한다.15  화학이 새로운 기회 및 책임들에 직면하면서 이런 근본적인 질문이 나왔다. “사람들은 화학의 미래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16

RSC의 미션은 과학과 인류의 이익을 위해 화학의 우수성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학회의 뿌리는 의사, 학자, 제조업자, 기업가 등이 포함된 77명의 과학자들이 런던화학학회(Chemical Society of London)를 설립한 18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RSC는 전 세계에 5만50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화학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전문가 단체로서 명성을 갖고 있다.

2014년 12월, RSC는 폭넓은 목표들에 따라 장기적인 계획 수립 프로그램을 착수했다. 프로그램을 시나리오 플래닝이라고 부르지는 않았지만 그 목적은 화학의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앞으로 10∼15년간 화학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고,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었다.

RSC는 학회 리더들이 고민하길 원했던 몇 가지 중요한 질문들을 확인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화학의 본질은 어떻게 변할까?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는 학부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을까? 전통적으로 미래의 중요한 발전을 이끌었던 블루스카이 연구(blue-sky research, 순수한 호기심 및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기초 연구-역주)를 지원하는 공공 자금이 없어진다면 미래의 연구는 어떤 식으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까? 점점 더 정교해지는 기술과 컴퓨팅 기법들은 새로운 가설을 분석하고 실험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까?17

프로세스
RSC는 학회 리더들과 선별된 선임 관리자들과 함께 여러 요인들을 폭넓게 협의하는 1일 워크숍을 소집했다. 워크숍은 학회 전체에서 선정된 관리자급 회원들로 하여금 화학의 변화 양상을 더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중요성을 체감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워크숍을 통해 RSC가 담당할 새로운 역할을 규정하는 다음 단계가 정해졌다.

이에 따라 RSC는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다단계 과정에 돌입했다. 3개월 동안 진행된 1단계에서는 RSC 리더들이 산업계, 정부, 학계에서 선정한 주요 이해관계자 50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를 실시함으로써 앞으로 발생 가능한 트렌드들을 확인했다.

그런 다음에는 전화 인터뷰를 했던 이해관계자 중 몇 명을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2차 인터뷰의 목적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견해를 더 깊이 이해하는 한편, 화학계 주요 인사들의 관심과 지원을 미리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주제가 도출됐다. 그중 일부 주제들은 화학 분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예컨대 연구 자금 마련을 위한 새로운 기회 등). 또 다른 주제들은 새로운 기술이 화학 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 그리고 지적 자산, 시장, 사회적 요인들의 변화가 미치는 파장 등에 관한 질문들을 제기했다.

RSC는 이런 주제들을 가지고 미래의 변화에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미약한 시그널들을 확인하기 위해 전일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숍을 3개로 나눠 (2개는 런던, 1개는 보스턴에서) 진행했다. 워크숍 목적은 기업의 경영진, 학자, 정책 결정자들이 좀 더 적극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미래에 대한 대화를 촉발하는 데 있었다. 각 워크숍에는 약 10명의 관련 인사들이 참여했다.

화학 분야 리더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가정들을 시험해 보기 위해 RSC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시나리오를 개발했다.

● 첫 번째 시나리오는 화학이 이 세상에 가져다줄 수 있는 혜택에 초점을 맞췄다. 즉, 기후 변화, 물 부족, 천연자원 고갈 같은 전 세계적 도전 과제들에 대한 해답을 주고, 노령 인구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 두 번째 시나리오는 화학 분야에서 자동화와 분권화가 더 심화된다면 화학 실험을 준비하고 수행하는 방식이 어떻게 바뀔지에 초점을 맞췄다.

● 세 번째 시나리오는 화학이 하위 분야들로 점점 더 세분화됐을 때, 미래 화학자들의 연구 활동에 미칠 악영향을 다뤘다.

● 네 번째 시나리오는 화학 연구를 후원하는 공공 자금이 줄어들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파장을 탐색했다.

결과
이들 시나리오는 RSC의 장기 전략을 개발하고, 화학 분야의 리더들이 관습적 사고에서 탈피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자극했다. RSC에서 기존에 장기 전략을 수립하던 팀은 화학 공동체가 당면한 기회와 도전들을 성찰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계속 담당하고 있다.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세스를 통해 발견한 사실들은 RSC와 관련 공동체들이 더 폭넓게 수용할 수 있도록 2016년에 보고서로 나왔다.18  RSC의 리더들은 이런 시나리오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활동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면 오픈 액세스(open access, 누구나 자유롭게 학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역주) 및 오픈 사이언스(open science, 공공의 연구 성과를 개방하고 공유하는 것-역주) 트렌드에 발맞춰 화학 교육의 미래와 학술적 소통을 더욱 발전시키는 신규 프로그램에 착수하고, ‘미래적 사고’에 관한 RSC의 담화(전 세계 회원들과 함께 하는 RSC의 일반 회담 및 회의 포함)에 더 폭넓은 청중들을 참여시키며 학회의 고위관리자 및 외부 감독 기관과 전략적 대화를 나눔으로써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는 일 등이 포함돼 있었다.



RSC 감독위원회가 2017년 7월에 승인한 신규 전략의 각 요소들은 시나리오 플래닝 과정에서 확인된 기회 및 도전 이슈들을 통해 이미 검증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그다음 우선순위는 화학 공동체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RSC 경영진이 화학 공동체에서 이룬 성공담들을 기업뿐 아니라 정부나 연구 후원 단체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덧붙여 RSC는 더 폭넓은 범위에서 화학 공동체의 의견을 경청할 수 있는 역량을 개선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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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재구성하기

롤스로이스와 RSC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시나리오 플래닝은 전략가들로 하여금 현재 환경을 뛰어넘어(그리고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기존 전략을 시험하고, 혼란스럽고 불확실하며 모호한 시장 환경의 인과관계를 이해하며, 새로운 옵션을 개발하고, 전략적 대화의 문을 열거나 소통의 질을 향상하며, 협력 전략을 개발하는 토대를 마련한다.

기업이나 비영리조직에서 미래의 방향을 파악하려는 전략가나 정책 수립자들에게 이것이 뜻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 필자들의 경험에 근거해 다음과 같은 4가지 조언을 전한다.

1. 참여자들을 구성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라. 첫째,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세스에 어떤 사람들이 참여해야 하고, 그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학습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이사회의 역할은 경영진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대답을 촉구하는 것이므로, 시나리오 플래닝은 경영진보다 이사회와 협력하는 편이 진행하기에 더 용이하다. 하지만 기존 전략이 문제에 봉착하거나 최고경영진이 교체된 경우에는 고위임원들도 시나리오 플래닝 과정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어떤 사람들이 학습 대상자이며, 그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가 명확할 때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한다. 일반적으로 조직은 실제로 시나리오를 개발할 때보다 시나리오 개발을 통해 기대되는 목표 및 효과를 확인하고 설정하는 데 두 배 더 많은 시간이 투입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참여자들을 구성하고 기대되는 결과를 설정할 때 뿐만아니라 도출된 시나리오들을 전략 개발에 활용할 때까지, 전 과정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시나리오 플래닝 작업은 시간 낭비만 될 뿐이다.

2. 참여자들로 하여금 미래의 어떤 가정들을 통해 조직의 현재 전략이 수립됐는지 확인하게 하라. 학습자들이 미래에 대해 감지하는 것들과 현재 전략의 근거가 된 가정들을 분명히 표현할 수 있어야 보조할 수 있다. 필자들의 경험에 의하면 프로세스 중 이 부분은 조직 안팎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통찰력을 개발하는 능력에 크게 좌우된다. 제한된 수(대개 2∼4개)의 시나리오를 탐색하는 시나리오 플래닝은 기존에 갖고 있던 전략 프레임에 대한 대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3.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세스에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할 채비를 하라. 조직마다 처한 상황도 다르겠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에 필요한 시간 및 자원의 규모는 조직이 달성하려는 목표에 따라 다르다. 협력적 성향의 소규모 팀이 진행하는 덜 공식적인 시나리오에 비해 다양한 대상들에게 폭넓게 공개되는 시나리오는 훨씬 더 상세한 검토와 여러 관계자들의 피드백을 거쳐야 한다. 그에 따라 더 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4. 시나리오 플래닝은 반복적인 프로세스라는 점을 기억하라. 필자들은 이 점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조직이 처음에 개발한 일련의 시나리오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프로세스를 반복하면서 또 다른 통찰력을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롤스로이스는 처음에 12개의 시나리오를 개발했지만 여러 번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마침내는 3개의 시나리오에 집중하게 됐다.

조직은 개발한 시나리오가 타당한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필자들이 말하는 타당성이란 너무 익숙하지도 않고, 발생 가능성이 너무 낮지도 않은 것을 말한다.) 동시에 경영진과 이사회 임원들은 개발한 시나리오들이 충분히 도전적이고, 커뮤니케이션에 용이하며, 채택할 수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필자들이 조직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면서 느낀 것은 각 시나리오와 관련된 직접적인 사업 환경을 재검토하고 재인식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즉, 시나리오가 A에서 B로 바뀔 때 특정 주체의 역할이 어떻게 변하는지 재검토하면서 관리자들은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주체가 어떤 식으로 등장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필자들이 설명한 시나리오 플래닝 접근법은 혼란스럽고, 예기치 않은 데다 모호한 상황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기와 기회들을 측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전략가들은 현재의 전략 틀에서 벗어나 일련의 새로운 옵션들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데 시나리오 플래닝 접근법을 활용할 수 있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라파엘 라미레즈·스티브 처치하우스·알레한드라 팔레르모·조나스 호프만

라파엘 라미레즈(Rafael Ramírez)는 영국 옥스퍼드대 사이드 경영대학원(Said Business School)의 실무교수이자 옥스퍼드 시나리오 프로그램(Oxford Scenarios Programme)의 책임자로 있다. 스티브 처치하우스(Steve Churchhouse)는 2017년 4월까지 롤스로이스(Rolls-Royce plc)의 디지털 담당 이사로 있었다. 알레한드라 팔레르모(Alejandra Palermo)는 런던에 있는 왕립화학회(Royal Society of Chemistry)의 대외 관계 매니저다. 조나스 호프만(Jonas Hoffmann)은 프랑스에 있는 스키마 경영대학원(Skema Business School) 소피아 앙티폴리스(Sophia Antipolis) 캠퍼스의 부교수다. 이 기사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8426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로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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