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

232호 (2017년 9월 Issue 1)

서양과학은 부분적인 관점만을 갖고 경험 과학적인 사고방식으로 사물을 분석적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서구식 경험적, 과학적 방식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귀납법적 연구방법론을 채택한다. 그 때문에 진리에 제대로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는 10년 전에는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이제 와 부인되고 있는 현실을 자주 목격한다.

뉴턴 시대에는 입자였던 빛이 18세기 맥스웰에 와서는 파동으로 바뀌었다가 20세기 아인슈타인에 와서는 다시 ‘입자이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하다’는 식의 변화가 이어졌다. 서양의 과학적, 분석적 사고방식은 사물을 바라볼 때 관심 있는 부분을 잘게 쪼갠 뒤 이를 각각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생긴 부분만 도려낸 뒤, 원인이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그런데 이러한 과학적, 분석적 사고의 근본적인 전제는 ‘사물은 서로 연결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사물은 부분적으로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근저에 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모든 사물이 서로 연결돼 있다면 이를 서로 분리해 각각의 문제를 해결한들 나중에 다시 연결시켜 똑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만 살펴보고 대책을 세우는 것은 전형적인 서양식 접근법이다. 부동산 문제는 금융위기 이후 과도하게 유동성이 풀리면서 자산가치가 잘 보존되는 부동산에 돈이 몰렸기 때문에 발생했다. 부동산 시장의 ‘급한 불’만 끄기 위해 아무리 많은 미봉책을 써도 계속해서 같은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세상은 모든 것이 연결된 일종의 유기체다.

또 서양식 경험론은 우리가 경험적으로 습득한 지식, 즉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것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눈에 보이면 사실이라고 믿고, 안 보이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동양철학에 따르면 모든 형체의 배후에는 보이지 않는 ‘기’가 존재한다. 따라서 기를 조절해 형체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의 내면에 있는 무형의 기를 파악해 이를 고쳐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는 발상이다.

이를 경영 환경과 접목해 생각해보자. 현장에서는 매일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왜 그럴까? 보이지 않는 곳에 원인이 있기에 다양한 요소를 ‘연결’해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서양식 사고에 익숙한 많은 경영자들은 부분적인, 그리고 눈에 보이는 작은 것에 집착한다. 그러다 보니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한다.

최근 국내 경영자들은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술 기반의 새로운 혁명기에 필요한 기본기가 바로 동양적 사고다. 기술 혁명기의 핵심 키워드는 사물과 사물을, 혹은 사물과 인간 등을 잇는 ‘연결’이다. 유기적 연결의 중요성을 알고 이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발달시켜온 동양적 사고가 오히려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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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한국금융자산연구원장·숙명여대 경제학부 겸임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 대학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경제윤리 전공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획재정부 경영평가단 위원, 신용보증기금 자산운용 위원 등을 역임하고 현재 민간투자풀 운영위원, 한국거래소 채권시장 발전협의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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