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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향적 CEO가 그래도 좀 낫다 外

230호 (2017년 8월 Issue 1)

Strategy



외향적 CEO가 그래도 좀 낫다



“Routine regulation: Balancing conflicting goals in organizational routines”, by Carlo Salvato and Claus Rerup i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17, pp.1-40.



무엇을, 왜 연구했나?

최고경영진은 기업구성원의 일부일 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의 성격과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지배집단이다. 경영진의 성향, 사고방식, 비전은 곧 기업행위의 모든 것을 의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연구자들은 최고경영진의 성향이 기업의 전략적 선택과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CEO의 성격이 정말로 중요한 요소인지 등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했다. 최근 관심사는 CEO가 외향적인 경우와 내향적인 경우 어떤 성향이 기업 성과에 유리하며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가를 밝히려는 데 있는 듯하다.

흔히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스티브 발머 회장처럼 활발하고 공격적인 사람을 성공한 CEO의 일반적 성향으로 연상한다. 그러나 외향적 CEO가 성공할 거라는 편견과 달리 버진그룹의 리차드 브론슨 회장같이 내향적인 인물들도 많다. 이들은 반드시 인정받으려 애쓰지도 않고, 더 섬세하게 조직을 이해하고 아우르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최근 연구를 보면 적어도 융복합, 합종연횡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엔 CEO의 외향적 성향이 더 부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융복합 시대에 핵심 경쟁 전략으로 더욱 각광받는 것이 기업 인수합병(M&A)이다. 캐나다, 네덜란드, 미국 학자로 구성된 한 연구진은 CEO의 외향적 성향이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연구했다. 연구진은 긍정적 사고, 단호한 의사결정, 구성원과 어울리기를 즐기고 영감을 주고 리드하기를 즐기는 것 등을 외향적 성향으로 정의하고, 이런 성향의 CEO들이 과연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혼돈, 불확실성, 변화에 더 잘 대응하는지를 살펴봤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S&P 1500에 등록돼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분기별 실적발표에 나타난 8만7632개의 회의 자료를 살펴본 후 발언 내용을 바탕으로 CEO 2381명의 성향을 분석했다. 동시에 해당 CEO가 재직한 기업의 인수합병 관련 자료를 SDC Platinum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 M&A 선택 여부, 성과 등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외향적 CEO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을 모색하는 경향이 컸으며 같은 조건이면 규모가 큰 딜을 선호했다. 이들은 다양하고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 인수합병에 관한 핵심 정보를 더 잘 수집할 수 있었으며, 이들의 인수 의지에 대해 주주들의 호응도도 높았다. 결국 이들이 수행한 인수합병은 평균 이상의 성과를 달성해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었는가?

내향적 CEO와 외향적 CEO 중 누가 더 바람직한 리더인가가 한동안 관심사였다. 각각의 장담점이 있으니 두 성향을 조화롭게 발휘할 수 있는 경영진이 당연 으뜸일 수 있겠다. 다만 융복합 시대에 산업 간 장벽이 무너지고 기업 간 연결, 새로운 환경적응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지금 인수합병을 세련되게 수행해 낼 수 있는 외향적 CEO가 그래도 좀 더 나은 위치에 있지 않나 연구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경영진이 외향적 덕목을 키우는 데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다만 외향적이라는 의미가 우리가 이해하는 그것과는 사뭇 다를 수 있다. 연구진의 주장처럼 CEO의 외향적 덕목은 자신감, 자만감(hubris)이 충만한 상태가 아니라 난관 앞에서도 긍정적이고 끊임없이 구성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모습이어야 한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Psychology



동료를 돕는 선행 때론 부정적 효과



Based on “Integrating the bright and dark sides of OCB: A daily investigation of the benefits and costs of helping others” by Joel Koopman, Klodiana Lanaj, and Brent A. Scott in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published online 1 April 2016.



무엇을, 왜 연구했나?

조직시민행동(OCB·the 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은 회사에서 동료에게 도움을 주는 식으로 개인 본연의 직무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조직 성과를 제고하는 데 기여하는 직무 외 행동을 일컫는 개념이다. OCB는 회사의 전반적 성과를 향상시키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직원에게 도움을 준 직원은 그로부터 나중에 도움을 받거나 더 좋은 성과 평가를 받는 식의 혜택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시 말해 회사에서 동료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은 회사뿐 아니라 도움을 준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학자들은 OCB의 긍정적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남에게 도움을 많이 준 직원이 자신의 직무에 너무 소홀하게 된다거나 피로감을 더 많이 느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본 논문은 이러한 상반된 결과를 정리하는 한편 어떤 직원에게 OCB가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며, 또 어떤 직원에는 OCB가 부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연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자들은 먼저 하루에 두 번씩 직장인에게 설문을 보내 OCB가 그들의 긍정적 감정 변화와 그들의 직무 만족 및 감정적 몰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OCB를 많이 할수록 직장인들이 긍정적 기분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OCB로 인해 느끼게 된 긍정적 기분은 직무 만족과 감정적 몰입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효과와 상반되는 부정적 효과도 나타났다. OCB를 많이 한 직원의 업무 진행 속도가 느려졌다. 또 OCB로 인해 업무 진행 속도가 떨어지면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으로 감정 소모가 많아지고 직무 만족도와 감정적 몰입도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OCB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효과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은 어떤 이에게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어떤 이에게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개인의 조절 초점을 살펴봤다. 조절초점(regulatory focus)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접근 방식으로 사물을 인식한다. 하나는 촉진(promotion)이고, 다른 하나는 방어(prevention)다. 촉진적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은 주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접근해야 하는 행동 및 수단을 생각한다. 반대로 방어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피해야 하는 행동 및 수단을 먼저 염두에 둔다. 이러한 두 가지 사고방식이 OCB의 긍정적, 부정적 영향의 강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촉진적 사고 성향이 강한 사람은 그런 성향이 약한 사람보다 OCB의 긍정적 영향을 더 많이 경험했다. 하지만 방어적 사고 성향이 강한 사람은 그런 성향이 약한 사람보다 OCB의 부정적 영향을 더 많이 경험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논문은 OCB의 긍정적, 부정적 영향에 대해 모두 다뤘다는 점에서 우선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회사의 조직관리 시스템이나 팀장의 피드백은 주로 OCB의 긍정적 효과에 초점을 맞춰 OCB를 권장하는 쪽이었다. 이는 전통적인 ‘상부상조’ 정신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도움을 많이 주는 사람이 나중에 도움도 받게 되고 협조적인 사람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본 연구결과에 의하면 무조건적으로 도움을 권장하는 방식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긍정적 기분을 이끌어내고, 더 높은 직무 만족과 감정적 몰입으로 이어지지만 이와 동시에 업무 진행을 더디게 만드는 부정적 영향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 진행의 신속성이 중요한 회사에서는 회사 내에서 OCB에 대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 OCB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효과는 개인에 따라서 차이가 난다. OCB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방어적 사고를 많이 하는 사람에게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방어적 사고 방식을 가진 이들은 OCB가 많아질수록 업무 진행에 방해를 받고, 더 많은 감정을 소모하고, 직무만족과 감정적 몰입도가 떨어진다. 조직관리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OCB의 부정적 효과를 항상 인식하고 조심할 필요가 있다. 관리자 입장에서도 방어적인 접근 방식을 가진 이들에 대한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



김유진 템플대 경영학과 교수 ykim@temple.edu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시간주립대에서 조직 및 인력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교수로 2년간 재직했다. 현재는 템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감정, 조직시민행동, 팀 성과 등이 있다.







Behavioral Economics



행복해지려면 생각-선택을 같게



Based on “Trust Your Instincts: The Relationship between Intuitive Decision Making and Happiness” by S. Stevenson and R. Hicks in European Scientific Journal, Vol. 12, No. 11, 2016, pp. 463-483.



무엇을, 왜 연구했나?

대학생 중에 자신이 입학하기 전에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와 선택한 전공이 일치하는 학생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일치하는 경우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있어서 만족감이나 행복감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생각과 선택이 같을 때 더 만족스럽고 행복할까, 아니면 아무 상관이 없을까? 재무관리 강의에서 배운 대로 내재가치를 꼼꼼히 살펴 주식투자를 했더니 1년 만에 투자액이 두 배가 됐다면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배운 투자기술을 쓰는 대신 ‘대박’날 거라는 친구의 말만 듣고 무심히 산 주식이 100%의 수익을 올렸을 때도 비슷한 수준의 기쁨을 느낄까?

최근의 연구는 “아니다”에 무게를 둔다. 우리의 마음이 직관과 이성으로 나뉘어 작동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의 생각과 선택(의사결정)도 직관과 이성의 다양한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직관적 생각과 이성적 생각이 공존하고, 선택에 직면해서도 직관과 이성은 엎치락뒤치락한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 이성적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직관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

조화이론(Fit Theory)에 따르면 상호작용하는 두 대상이 조화를 이룰 때 행복감과 만족감은 커진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영업부서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팀에서 일 할 때 능률, 기여도, 만족도가 높다. 권위적인 분위기를 혐오하는 환자에게는 무뚝뚝하고 차가운 의사보다는 말 많고 배려 깊은 의사가 치료에 훨씬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조화이론을 생각과 선택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생각과 선택의 조화(일치)가 행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의사결정조화이론(Decisional Fit Theory)의 탄생 배경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사람들은 정보를 처리할 때 직관적 사고와 이성적 사고의 협업에 의존한다. 협업이라 하더라도 사람마다 직관과 이성에 대한 의존 정도는 다르다. 어떤 이는 직관적 사고에 좀 더 익숙하고, 어떤 이는 이성적 사고가 더 편하다. 직관적 사고에 익숙하다고 해서 늘 직관에 치우친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소문이나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에 의존해 주먹구구식으로 주식투자를 하던 개미투자자도 로봇 어드바이저를 고용하면 이성적인 투자결정을 할 수 있다. 과학적 분석과 평가에 익숙한 전문가들도 종종 감정이나 분위기에 휩싸인 의사결정을 하곤 한다.

의사결정조화이론을 발전시킨 호주 본드대의 스티븐슨과 힉스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직관적 사고와 이성적 사고, 그리고 그들의 조화 또는 부조화가 가져오는 행복감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한다. 직관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성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보다 삶에 대한 행복지수가 평균적으로 더 높았다. 선택에 있어서도 직관이 이성보다 더 큰 행복감을 가져다줬다. 다시 말해, 감정이나 기분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 사람들이 치밀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의사결정을 한 사람들보다 더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이성적인 선택을 할 확률보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직관적인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생각과 선택 사이에 조화가 이뤄지면 행복감이 올라가는 현상은 이성적 사고자들과 직관적 사고자들 모두에게 나타났다. 특히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성향의 사람이 직관적 성향과 일치하는 결정을 내렸을 때 행복지수는 최고에 이르렀다. 행복하려면 철저히 계획하고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감정과 본성에 충실해야 하나 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고 치른 시험에서 받은 90점보다 공부 안 하고 본 시험에서 운 좋게 얻은 90점이 주는 기쁨이 더 크게 다가온다. 전자는 이성적 선택의 결과이고 후자는 직관적 선택의 결과다. 직관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에게 과학적 분석과 합리적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부작용을 일으키기 쉽다. 생각과 선택의 부조화에서 오는 불쾌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성적 사고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먹구구식 분석과 선택을 요구하는 것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한다.

조화란 계산된 가중치나 기계적 결합에 의해 생기지 않는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직관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성적인 사고가 편한 사람이 이성적 판단과 선택을 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이를 인지조화라고 한다. 조화로우니 자연스럽고, 그러니 행복감도 올라갈 수밖에. 자연(Nature)이 주는 조화가 왜 그리 아름답고 기분 좋은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그리고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Political Science



합리적인 선택? 상수가 아닌 변수



Based on “Homo Diplomaticus: Mixed-Method Evidence of Variation in Strategic Rationality”, by Brian C. Rathbun, Joshua D. Kertzer and Mark Paradis in International Organization, Vol.41, April 2017.



무엇을, 왜 연구했나?

왜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정당이 아닌 부자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우파정당에 지지를 보내는가? 왜 일본은 강대국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여 자멸을 초래한 진주만 공격을 감행했는가?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즉 주어진 제약조건 아래에서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행위를 선택하는 합리적 행위자 모델은 경제학과 경영학뿐만 아니라 정치학에서도 널리 수용된 표준적 연구방법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합리적 행위자에 대한 가정을 반박할 수 있는 정치적 현상 및 사례는 얼마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합리적 행위자 모델과 현실과의 간극을 설명하는 데 종종 이용되는 것은 인지적 실패 등을 중심으로 한 심리학적 설명이다. 즉, 합리적 행위를 규범적 표준으로 가정하고 이 표준으로부터의 이탈을 ‘실수’로 규정해 왜 이런 실수가 발생하는지를 각종 심리학적 이론을 동원해 설명하는 것이 이제까지의 연구 경향이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래스번 교수와 하버드대의 커처 교수 등 본 논문의 저자들은 인간이 합리적인가, 비합리적인가를 다투는 비생산적인 논쟁을 탈피해 어떤 유형의 정치행위자가 어떤 상황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지를 연구하고자 했다. 즉, 합리성은 상수(a constant)가 아니라 변수(a variable)라는 것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저자들은 이를 밝혀내기 위해 두 가지 방법론을 사용했다. 하나는 실험을 통해 비교적 단순한 협상의 상황에서 행위자들의 개인적 특질을 추출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정치학의 역사적 사례에서 나타난 행위자들의 상이한 반응을 분석함으로써 추가적인 근거를 찾아보는 것이다. 이들은 우선, 개인의 심리적 특성을 사회적 가치지향성(social value orientation)을 기준으로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기중심성이 강한가(pro-self), 혹은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이익의 분배를 지향하는 친사회성이 강한가(pro-social)로 구분했다. 그다음 냉철한 현실인식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 다시 말해 절차적 합리성(procedural rationality)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의 강도를 기준으로 인식적 욕구(epistemic motivation)가 높은 행위자와 그렇지 않은 행위자를 구분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자기중심성이 강하고 인식적 욕구가 높은 유형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행동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국제정치학 용어로 표현하면 이들이 바로 호모 디플로마티쿠스다. 호모 디플로마티쿠스는 국제정치의 현실적 상황, 즉 힘의 균형에서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있는지, 유리한 상황에 있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해 협상에서 다른 자세로 임한다. 강경일변도 혹은 온건일변도의 입장을 견지하기보다는 힘의 우위에 있는지, 열위에 있는지 변화하는 정세에 맞게 자신의 요구를 적응시키며 상이한 카드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줄 아는 것이다. 힘의 열위에 있을 때에는 협상의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카드를 내밀고, 상대방의 제안 역시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가설은 본 논문의 저자들이 전쟁협상모델로 설계된 팅글리(Tingley)의 협상게임을 응용해 204명의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실험참가자들은 총 15세트의 게임에 참여하게 되고, 각 세트는 몇 번의 라운드로 진행되는데 총 10점의 점수를 놓고 이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제안하는 제안자와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수용자의 역할을 무작위로 배정받게 된다. 실험참가자들의 성향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자기중심성/친사회성과 인식적 욕구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설문조사도 실험과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제안자는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을수록 자신에게 보다 유리한 분배비율을 상대방에게 제안하고, 반면 불리한 위치에 있을수록 수용자는 자신에게 보다 불리한 분배비율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동시에 이러한 경향성은 자기중심적이고 강한 인식적 욕구를 가진 참여자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러한 발견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후 1920년대 독일의 외교정책결정자들 사이에서 외교정책의 방향을 놓고 벌어졌던 의견대립의 사례를 통해서도 추가적으로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기중심성과 인식적 욕구가 강할수록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효용극대화의 합리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때 나는 어떠한 행위자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면관계상 이러한 사회적 가치지향성과 인식적 욕구를 측정하는 연구설문지의 질문들을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질문은 인식적 욕구가 강한지를 스스로 가늠해볼 수 있게 할 것이다. 당신은 팀 내에서 모두가 동의하는 의견과 다른 이견이 나올 때 불쾌해 하는 편인가? 갈등상황에서 당신은 왜 양쪽의 입장이 모두 맞을 수 있는지를 인식할 수 있는가? 과제가 완수되기만 한다면 왜,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었는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가? 이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현실적응력과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만드는 데 당신이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 리더인지를 나타내는 한 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fhin@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로 재직 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노동복지, 노동시장,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갈등 및 국제정치경제)이다. 미국 정치, 일본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4호 세계관의 세계 2021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