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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or's Insight: ‘마이뮤직테이스트’ 이재석 대표

팬들의 콘서트 요청을 모아 공연 추진. 모두를 만족시키는 ‘행복한 역발상’

장윤정 | 228호 (2017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콘서트 시장은 1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변화가 없다. 여전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일지 정확한 수요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공연이 추진되고, 팬들은 공연이 공식 발표되기까지 마냥 가슴을 졸여야 한다. 예상만큼 표가 팔리지 않으면 공연 자체가 취소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 같은 ‘깜깜이’ 콘서트 시장에 이재석 대표는 ‘마이뮤직테이스트’를 내놓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특정 가수의 콘서트를 보고 싶은 팬들의 수요를 파악하는 플랫폼을 설계, 팬들이 요청에 따라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공연이 성사되게끔 만든 것. 전 세계 120만여 명의 사용자가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으며 바르샤바, 리스본 등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130여 회의 공연이 마이뮤직테이스트를 통해 현실화됐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조규원(홍익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팬들이 공연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공연을 요청할 수는 없을까?’ 영국의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열혈 팬이던 남성은 매년 설레고 실망하기를 반복했다. 한국 내 콜드플레이 팬클럽 운영진으로서 매년 콜드플레이 매니저와 에이전시에 “한국에서도 공연을 열어 달라”고 간곡히 e메일을 쓰곤 했지만 번번이 투어 라인업에서 한국은 빠져버렸다. “올해는 온다고 하더니 또 빠졌네.”

반면 같은 기간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콜드플레이 공연이 수차례 진행됐다. 미국과 1∼2위를 다툴 정도로 음악시장의 규모가 크고 도쿄 이외에도 오사카, 삿포로, 후쿠오카식으로 일본 전역에서 투어를 진행해 일정 수익을 담보할 수 있다 보니 한국은 외면하더라도 일본시장은 찾는 것이었다. 한동안 낙담하던 남성에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팬들이 역으로 먼저 공연을 열어달라고, 공연만 열리면 한국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티켓을 살 의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면 가수들이 관심을 가지고 콘서트를 열 수 있지 않을까.

콜드플레이에 대한 ‘팬심’에서 출발한 ‘역(逆)발상’은 현실이 됐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넥슨에서 ‘메이플스토리’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이자 콜드플레이의 열혈 팬이던 이재석 대표는
2011년 공연 수요 예측 플랫폼인 ‘마이뮤직테이스트’를 열어 불만스럽던 공연업계에 직접 뛰어들었다. 팬들이 마이뮤직테이스트 웹사이트(www.mymusictaste.com)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의 공연을 요청하도록 해 이를 통해 실질적인 공연 수요를 예측한 것이다. 이미 플랫폼 가입자가 120만 명에 이르며 인피니트, 블락비, 에픽하이 등의 해외 공연이 마이뮤직테이스트의 수요 예측을 통해 성사됐다.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마이뮤직테이스트는 2016년 소프트뱅크벤처스, DT캐피털 등으로부터 1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마이뮤직테이스트의 성장과 함께 콜드플레이의 광팬이던 남성은 이제 스타트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한류 확장의 선봉장, 이른바 ‘K팝 전도사’가 됐다. 팬들의 요청으로 성사된 공연을 따라 한 달의 절반가량은 해외를 누비는 이 대표를 DBR이 직접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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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기다리기만 하던 팬들이 직접 가수에게 공연을 요청한다는 ‘역발상’이 성공의 핵심이었던 것 같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출발했는가.

콜드플레이 한국 팬클럽 운영진으로서 콜드플레이의 매니저나 에이전시와 많은 e메일을 주고받았는데 항상 내한공연 계획을 물어보면 그들의 답변은 ‘NO’였다. 실망을 거듭하다 자연스럽게 공급자 중심인 이 시장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구상을 하게 됐다. 게다가 사실 공연시장이라고 하는 게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아티스트의 입장에서 봐도 아시아 투어를 기획하기가 쉽지 않다. 공연할 도시를 선정하는 것부터, 어떤 장소를 빌려야 할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일지 예측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가 난제다. 게다가 공연산업은 고정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다. 대관료, 무대장치 등 기본적으로 투입되는 고정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예상만큼 티켓이 안 팔리면 수익률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대형 아티스들의 공연도 심심치 않게 취소되곤 한다. 최근에도 한 유명 힙합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 및 아시아 투어가 전격 취소됐다. 저스틴 비버 같은 가수도 한 해에 100회 이상 공연을 하는데 7∼8개의 공연이 취소된다. 한마디로 수익률을 논할 수 없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굉장히 큰 시장이었다. 그런데 마이뮤직테이스트가 처음으로 수요 예측 플랫폼을 들고나와 수익률을 거론한 것이다. 따라서 순식간에 마켓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수요 예측을 위해서는 일단 일정 규모 이상의 가입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플랫폼 가입자들을 확대하고 기반을 다지기까지 어떤 전략을 폈는가.

기본적으로 전 세계적인 K-POP 열기의 덕을 안 봤다고 할 수 없다. 워낙 K-POP 팬덤이 강력하고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팬들 사이에서 “K-POP 그룹의 공연을 요청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겼다”는 식의 바이럴 마케팅이 이뤄졌다. 물론 팬들의 바이럴 마케팅을 더 확대하기 위해 아티스트들의 영상 메시지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아티스트가 마이뮤직테이스트 공식 유튜브를 통해 팬들에게 “어디에 계신지 알려주시면 우리가 공연하러 갈게요” 같은 영상메시지를 전달하며 공연 요청을 격려하도록 한 것.1

사실 음악이나 공연 업계가 굉장히 보수적이고 폐쇄된 네트워크 기반의 산업이고, 나는 넥슨에서 ‘메이플스토리’를 개발하는 등 게임업계에 몸담아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결국에는 모든 비즈니스에서 ‘윈윈(Win-Win)’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투어가 워낙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내 팬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나. 그런 마음을 자극해 협조를 구해냈다. 마이뮤직테이스트가 추구하는 바와 홍보영상이 가져올 파급 효과, 실제로 아티스트들한테는 어떤 이득이 있는지를 명확히 설명하니 동참하는 아티스트들이 늘어났다. 초반에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해준 아티스트는 루나플라이, 솔루션스였다. 솔루션스는 인디 아티스트인데 우리가 마이뮤직테이스트를 통해 해외에서의 공연 수요를 확인, 실제로 유럽 투어를 진행했다. 내가 직접 로드매니저, 투어매니저, 드라이버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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